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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350화 (350/524)

황금가 (350)

“다쳤습니까?”

도인은 벽에 기대앉은 악교교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악교교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다. 운기행공을 하고 나면 금세 괜찮아질 게다.”

악교교는 도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도인이 인간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상을 당한 상태이긴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도인은 악교교와 반 장 거리를 둔 곳에 멈춰 서서 물었다.

“놈에게 당했다.”

“놈이라면 일호를 말하는 겁니까?”

“놈은 생각보다 훨씬 강자였다. 우엑!”

악교교는 피를 토했다. 사실 그녀는 금장생이 자신보다 더 강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지 않았다. 아니 설사 강하다고 해도 두 배 이상 차이만 나지 않으면 자신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허망하게 깨지고 세 곳을 강타당하고 말았다. 이십여 장 아래로 추락했지만 목숨을 건진 건 마지막 남은 내기를 쥐어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인 것도 있지만, 시체들 위로 떨어져 충격이 감소된 덕분이기도 했다.

혹시 금장생이 쫓아올까 봐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소주천으로 부상을 치유했다.

내상약을 복용하고 운기행공을 해도 회복이 어려운 심각한 내상이지만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운기행공을 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나갈 생각을 하고 몸을 추스르고 있는데 적이 나타났다. 그들은 금의위 위사들이었다.

그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기척을 흘려 그만 들키고 말았다. 그때 도인이 오백객과 함께 나타났다.

상대를 확인했는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오백객은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양측이 싸우는 걸 보고 조용히 이동했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을 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찾아온 도인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내상약 같은 거 없습니까?”

도인이 물었다.

“벌써 복용했다.”

“그런데도 차도가 없군요.”

“우리에게 지급되는 내상약 성능은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하긴.”

도인은 피식 웃었다.

하가인은 상가인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차별을 받는다. 출병을 나갈 때 지급해 주는 내상약이나 금창약도 다르지 않다. 상가인에게 지급하는 내상약이 특급이라면 하가인에게 지급하는 건 이급 정도 된다. 물론 그 차이를 아는 자는 별로 없다. 수뇌부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악교교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내상약을 주면 안 먹겠죠?”

도인은 품속에서 약 하나를 꺼냈다.

“네가 내상약을……?”

악교교는 도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의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좌와 내가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건 동료라는 겁니다. 복용하고 복용하지 않고는 수좌 자윱니다.”

도인은 꺼낸 약을 악교교 앞에 놓았다. 그리고 자리를 떴다.

악교교는 도인이 놓고 간 약으로 시선을 주었다. 금박으로 싼 걸 보면 삼사천가에서 보유한 내상약 중 가장 좋은 금선단이 분명하다.

한 번도 복용한 적은 없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지간한 내상은 복용하고 운기행공만 하면 깔끔하게 낫는다고 한다. 문제는 저 금선단을 놓고 간 자가 도인이란 사실이다.

“크악!”

“아아악!”

“으아악!”

비명 소리가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악교교는 자신도 모르게 도인이 놓고 간 금선단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가만히 노려보았다.

창! 창창!

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크기로 보건대 오십여 장 정도 떨어진 것 같았다.

‘이걸 먹으면 빚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하가인을 무시하는 놈은 더욱 거만해질 테고 나는…….’

“아악!”

“으아악!”

“젠장!”

악교교는 갈등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도인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껄끄러운 사이라고 해도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면 내상약 하나 정도는 던져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고민은 길고 행동은 빨랐다.

악교교는 혹시 자신의 마음이 바뀔까 봐 금박을 벗기자마자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오독오독 씹어 넘겼다. 약은 빠르게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약을 삼키고 난 그녀는 좌우를 살폈다. 운기행공을 할 자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녀의 눈에 절벽 아래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 보였다. 삼 장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거기라면 방해를 받지 않고 운기행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교교는 얼른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가부좌를 하고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그녀가 약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건 운기행공을 시작하고 일각 후였다.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면서 난잡한 상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건?’

악교교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약을 복용했는데 이런 느낌이 난다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춘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녀가 춘약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건 초무극과 관계를 가질 때, 더 강한 쾌감을 얻기 위해 춘약을 복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자식.’

악교교는 내심 욕설을 내뱉었다.

놈을 믿는 게 아니었다. 적과 싸우는 다급한 상황이고 자신이 있으면 더 유리해지기 때문에 도인을 믿었다. 그런데 보기 좋게 당하고 만 것이었다.

놈은 조직의 이익보다 자기 자신의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개자식이었다.

‘놈!’

악교교는 이를 갈았다.

‘이렇게 당하진 않는다, 놈!’

악교교는 일부러 춘약에 중독된 것처럼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배배 꼬았다.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이렇게 한 건 이곳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는 도인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악교교는 거친 숨을 뱉어 내며 상의를 잡아당겼다.

찌익!

상의가 찢겨 나가고 가슴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뒤 벽에 등을 기댔다. 지그시 눈도 감았다.

“흐흐흐!”

그때 도인이 조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도인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는 걸 알았지만 악교교는 눈을 뜨지 않았다. 오히려 아래로 손을 집어넣고 더욱 도발적으로 움직였다. 악교교는 어떻게 하면 사내를 흥분시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지만 모든 감각은 도인에게 향해 있었다. 만일 도인이 지풍을 쏘아 점혈을 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도인의 마음을 풀어놓기 위해서는 더 자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바지도 좀 더 아래로 내렸다. 음모가 약간 보일 정도로만 내리자 더욱 거칠어진 도인의 숨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라, 놈!’

악교교는 마지막 남은 내공을 전부 가슴을 만지고 있는 왼손으로 집중했다.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건 무음파천지였다. 악교교가 기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도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악교교를 바라보는 도인의 얼굴은 욕정으로 인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얼굴을 가린 복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인은 곧바로 악교교를 향해 걸어갔다.

악교교 바로 앞까지 간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가 가슴을 쥐자 악교교는 격한 신음을 뱉어 내며 몸을 뒤틀었다.

도인의 손이 악교교 아래로 쑥 들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벗겼다. 악교교는 엉덩이를 들어 바지를 벗기기 쉽게 해 주었다.

“흐흐흐!”

악교교가 저항은커녕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자 도인은 마음을 풀었다. 악교교를 달구던 그는 벌떡 일어나 바지를 내렸다. 그의 바지가 발목에 걸렸을 때였다. 쾌락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악교교가 벼락같이 왼손을 쳐 냈다.

“헉!”

도인은 질겁했다. 악교교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데 두 손은 바지를 잡고 있는 상태고 내공을 끌어 올릴 여유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상체를 움직여 치명상을 피하는 것뿐이었다.

도인은 최대한 몸을 틀었다.

푸욱!

그 순간 지풍이 그의 몸을 뚫었다.

“크윽!”

도인은 비명과 함께 벌러덩 넘어졌다. 바짓단을 그러쥔 채로 쓰러진 그의 가슴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휙!

악교교는 바지를 집어 들 새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녀는 곧 어둠 속으로 숨었다.

도인은 곧 일어났다. 가슴에 난 구멍이 한 치만 더 깊었어도 심장 측면에 구멍이 뚫렸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가 목숨을 구한 건 천운이었다. 만일 악교교의 몸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아 일 성의 공력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지금쯤 자신은 저승 문턱을 넘고 있었을 것이다.

“죽일 년!”

도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직 부활이 남았다면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테지만 자신은 이미 죽음의 강을 세 번이나 건너 더 이상 부활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몸 상태는 인간과 다름없고 심장을 찔리면 영원히 세상과 격리된다. 그는 상처를 보았다.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신이 신족에게 베풀어 준 가장 큰 혜택은 바로 부상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네년만큼은 절대로…….”

도인은 바지를 올렸다.

그리고 심복 전연을 불렀다.

잠시 후 전연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전연은 한편에 너부러진 바지를 발견하고는 상황을 대충 눈치챘다.

“계집이 도망쳤다.”

“약은…….”

“복용한 상태다.”

“알겠습니다.”

전연은 몸을 돌렸다. 그 뒤에는 오백객 다섯 명이 서 있었다.

“계집을 찾아라!”

“존!”

오백객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도인과 전연은 부하들을 따라갔다. 동굴과 협곡 그리고 무덤으로 이루어진 지하는 생각보다 넓었다. 하지만 도망친 사람이 숨을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일각이 지나기 전에 그들은 악교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도인 일행이 악교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건 추격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악교교가 신음을 너무 크게 지른 덕분이었다.

악교교는 처음 장소에서 삼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있는 절벽 아래쪽 동굴에 숨어 있었다.

“찾았구나, 계집.”

도인은 동굴 입구로 시선을 주었다.

입구는 상당히 컸다. 눈에 띄기 쉬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간 건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을 정도로 급했다는 뜻일 터였다.

누군가 나타난 걸 눈치챈 듯 지금은 조용하다.

도인은 슬쩍 내기를 끌어 올려 보았다.

신음을 참고 있는 듯 꺽꺽대는 소리가 귓전으로 잡혀 들었다.

“기다려라!”

도인은 안으로 들어갔다. 춘약이 저 정도로 작용했다면 군자산의 효력도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잠시 후 동굴 안쪽에 도착했다.

악교교는 찢어진 상의만 걸친 채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도인을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꼴좋구나, 계집.”

도인은 악교교를 바라보며 바지를 벗었다. 그의 행동은 느긋했다.

“오늘 날 죽여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죽일 거야.”

악교교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이 녀석을 달래 주고, 밖에 있는 녀석들의 기분을 풀어 준 후에 못생긴 얼굴을 몸에서 분리시켜 줄 테니까.”

도인은 자신의 성기를 가리켰다.

그리고 악교교 앞으로 갔다. 도인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악교교는 가만히 있었다. 사실 그녀는 춘약이 아니더라도 움직일 힘이 없었다. 춘약에 포함된 군자산이 얼마 남지 않는 내공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해 버린 것이다.

도인은 거리낌 없이 악교교의 몸을 더듬었다.

악교교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하지만 금세 한계에 부딪쳤다. 죽일 듯한 눈빛으로 도인을 노려보면서도 쾌락에 몸부림쳤다.

도인은 활짝 웃으며 악교교의 두 다리를 잡았다.

“컥!”

“큭!”

“윽!”

도인이 악교교 안으로 막 진입을 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응?”

도인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웬 놈이냐!”

이어 전연의 외침이 들렸다.

“크윽!”

“커억!”

“아악!”

또다시 비명이 들려왔다.

도인은 얼른 바지를 올리며 악교교의 심장을 향해 지풍을 쏘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동굴 밖에서 그가 발견한 건 너부러져 있는 시체 여섯 구였다. 그들은 전연과 부하 다섯 명이었다.

도인은 내기를 끌어 올려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감지되지 않았다.

“여깁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위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인은 고개를 들었다.

“헉!”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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