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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343화 (343/524)

황금가 (343)

“준비하라!”

오백객 객주 도인의 심복 혈운검 전연은 좌우를 보며 소리쳤다. 그를 비롯한 일백 명은 북망산으로 가는 길목에 매복한 상태였다. 자신들을 포함한 세 세력이 북쪽을 제외한 나머지 방향을 틀어막고 있어서 도망칠 곳은 북쪽밖에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오백객 객주 도인은 북쪽보다는 강이 있는 남쪽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의견은 악교교에 의해 무시됐다. 그런데 악교교의 판단이 정확했다.

놈은 남쪽으로 가지 않고 북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전연은 검을 뽑아 들고 숨을 골랐다.

“응?”

전면을 바라보던 그의 눈이 커졌다. 빠르게 달려오던 자들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왜…….”

“크악!”

“아악!”

“으아악!”

바로 그때 좌우측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헉!”

전연은 질겁했다. 비명을 내지른 자들은 자신과 함께 매복하고 있던 대원들이었다.

“크악!”

“으악!”

“아악!”

비명은 계속해서 들렸다.

“죽여라!”

“쳐라!”

매복해 있던 대원들이 좌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전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왼편으로 몸을 날렸다.

창! 창창창! 창창!

병기 부딪치는 소리에 이어 처절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매복한 자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자들과 싸우는 사이, 금장생과 혁무심이 다가왔다.

그들은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곧바로 매복 장소를 지나쳐 갔다.

삐익!

어둠 속에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오백객과 싸우고 있던 암흑마족과 신족 그리고 암흑천사들이 자리를 떴다.

“놈들이 도망친다. 쫓아라!”

전연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때 금장생과 혁무심을 쫓던 나머지 오백객이 들이닥쳤다.

“두 놈이 전부가 아닙니다, 객주.”

전연은 도인에게 보고를 했다.

“알고 있다.”

도인은 바로 옆에서 달리고 있는 추밀을 보았다.

“쫓아라!”

추밀은 나직하게 말했다.

“대원들은 전력을 다해 달려라!”

도인은 고함을 내질렀다.

“차하!”

“타하!”

“하아!”

오백객 대원들은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그들과 금장생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여긴…….”

금장생을 쫓던 악교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처음 온 곳이 아니었다. 전에 천수총을 찾기 위해서도 북망산으로 온 적이 있다. 물론 지금 가는 길은 그때 길과 다르다.

‘귀운자가 만든 천수십병은 어떤 자가…….’

그녀가 내내 고민했던 사안이다.

치천검황 심무극은 천수총에 천수십병이 있을 거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먼저 들어와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조사를 했다. 강호상에서 천수총의 위치를 아는 자는 물론이고 귀운자가 만든 천수십병을 아는 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의심스러운 이들은 세 가주였다.

명령을 내린 치천검황에게는 없다고 보면, 지천마황 천우황이나 좌천심황 좌무백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가장 의심스러운 자는 이곳을 알고 나타났던 무극신창 유적기와 운성의 성주인 적룡 철전혼 그리고 사흉이었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그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 그러다가 놀라운 조직을 발견했다. 그들은 바로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화가라는 가문이었다.

이곳에 사흉을 보낸 자가 화가의 가주 화왕 헌원소야였다. 헌원소야가 천수총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역시도 천수십병을 얻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천수십병은 처음부터 없었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의 이름도 묻지 않았네.’

악교교는 피식 웃었다.

문득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린 자가 떠올랐다.

“그런데?”

악교교의 얼굴이 의아하게 변했다. 자신은 무덤 주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이 눈에 익었다.

“여긴 천수총으로 가는 길인데…….”

악교교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무슨 말이오?”

추밀이 물었다.

“전에 귀운자의 무덤인 천수총을 찾아갈 때 이 길로 갔다는 말이에요.”

“그럼 천수총에 대해 잘 알겠구려.”

“완전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가 본 곳이니까…….”

바로 그때 커다란 무덤이 나타났다. 일행은 걸음을 멈췄다.

“어떤 곳이오?”

추밀이 물었다.

“내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요.”

“이게 천수총이오?”

“천수총은 따로 있고 이건 다른 사람의 무덤이에요.”

“왕후장상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겠군요.”

“그래요.”

“그렇다고 해도 다 들어가는 건…….”

무덤이 넓긴 하겠지만 오백여 명이 모두 들어간다는 건 무리다. 게다가 천객 일호가 밖으로 도망 나올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이미 저 안으로 들어간 경험이 있어요.”

악교교는 무덤을 가리켰다.

“안으로 들어가겠단 말이오?”

“네.”

“그럼 난 밖에서 감시해야겠군.”

“그렇게 하세요.”

악교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인을 보았다.

“객주는 절반을 데리고 날 따라와.”

“알겠습니다.”

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악교교는 무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우린 주변으로 흩어진다.”

추밀은 대원들을 향해 소리치고는 이동했다. 잠시 후 무덤 입구 주변은 텅 비었다.

휙! 휙휙!

그로부터 일각 후 자운영을 비롯한 금의위 무인들이 날아내렸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권말남을 찾기 위해서였다.

―모른 척하고 들어가세요.

그때 권말남의 전음이 들려왔다. 자운영은 왼편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십 장 떨어진 커다란 무덤 뒤편에 권말남이 숨어 있었다.

―누가 들어갔는가?

―가장 먼저 금장생이 들어갔고 그다음엔 삼사천가 무인 이백오십여 명이 들어갔어요.

―내 뒤에도 이백여 명이 따르고 있네.

―그들은 화가 무인들이에요.

―계속 숨어 있을 건가?

―삼사천가 무인 이백오십여 명 정도가 남았어요.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있어야 해요.

―알았소. 먼저 들어가겠소.

자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금의위 위사들을 데리고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고 반 각 후, 화가 무인들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으로 날아내렸다. 선두에서 일행을 이끄는 자는 권천좌 부지휘관 나익이었다.

“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익은 무덤을 가리켰다.

“진입한다.”

철검마존 조철웅은 무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소리쳤다. 화가 무인들은 곧바로 무덤 안으로 진입했다.

무덤 입구는 어지간한 집을 연상할 정도로 컸다.

석문을 통과하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일행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의 깊이는 오 장 정도였다. 계단 아래는 이백 명이 들어가도 비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광장이었다.

먼저 내려간 자들은 광장에서 멈췄다.

“이 정도는 거의 일국의 황제 수준인데…….”

조철웅은 무덤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강한 권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런 거대한 규모로 만들지 못한다. 그의 생각에 이런 규모로 무덤을 꾸밀 수 있는 신분은 황제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의 시선이 광장 벽에 나 있는 통로로 향했다. 통로의 폭은 일 장 정도였다. 통로 바닥엔 수백 개의 화살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한 번 작동한 기관이니까……. 진입하라!”

조철웅은 명령을 내렸다. 무덤 속 기관은 대부분 일회용이고 한 번 작동하고 나면 무용지물로 변하기 때문에 위험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권천좌들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헉!”

“억!”

“악!”

느닷없이 비명이 비어져 나오며 통로를 통과하던 자들이 아래로 쑥 꺼졌다.

“아악!”

“으아악!”

“크아악!”

곧 저 아래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움직이지 마라!”

조철웅은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통로를 지나가던 대원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멈췄다.

“아래 판이 돌아갑니다!”

동료가 빠진 광경을 목격한 대원이 소리쳤다.

“으음!”

조철웅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아무렇지 않게 건너갈 수 있는 통로가 아니었다. 바둑판 문양의 바닥은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게 돼 있고 가장자리를 밟은 자는 어둠 속으로 추락한다. 축을 밟고 가거나 회전하지 않는 판을 밟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통로였다.

“만일 위에서 화살이 쏟아졌다면…….”

조철웅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이 전부 위에서 쏘아진 게 분명하다. 수십 대의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바닥까지 살피며 움직일 수 있는 무인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천장에서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으니까 조사를 하면서 건너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대원들은 바둑판 모양의 바닥 가장자리를 향해 지풍을 쏘았다. 그런 다음 바닥이 회전하지 않는 곳만 골라서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 몰라서 추락한 자들 말고 더 이상 희생은 없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자 또다시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의 깊이는 이 장이었다. 계단 아래쪽도 광장이었다. 크기는 위쪽의 절반 정도였다.

“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어디선가 섬뜩한 느낌이 들게 하는 비명이 들려왔다. 먼저 광장으로 내려간 자들은 부르르 떨었다.

“통로가 여러 갭니다.”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던 나익이 뒤편을 향해 소리쳤다. 조철웅은 앞으로 나갔다. 나익의 말처럼 통로는 모두 일곱 개였다. 처음엔 통로 위쪽에 뭔가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지워 버린 듯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인원을 나눠서 진입한다.”

조철웅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위험을 분산하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일곱 개 조로 나뉜 권천좌들은 통로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행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빠르게 걸었다.

통로를 중간 정도 지나갔을 때 몇몇이 우뚝 멈췄다. 자기가 밟은 바닥이 아래쪽으로 푹 꺼진 것이었다.

“바닥이 꺼졌습니다.”

대원은 겁먹은 얼굴로 소리쳤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주위에 있는 대원들은 물러나라!”

지휘관이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자들이 물러났다.

푹! 푹푹!

그러다가 몇몇이 밟았던 바닥이 푹 꺼졌다. 이번에는 먼저 밟았던 자들과 달리 바닥이 꺼지는 순간 멈추지 못하고 발을 들고 말았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러자 천장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검은 가루가 아래로 쏟아졌다.

“이건 뭐지?”

일행은 긴장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 적린사赤燐沙다!”

누군가 검은 가루를 알아차리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적린사가 뭔데?”

옆에 있던 동료가 물었다.

“일각 안에 씻어 내지 않으면 온몸을 다 태울 때까지 꺼지지 않는 지독한 불길을 뿜어내는 모래야.”

“그러니까 이 검은 가루가 그 적린사라고?”

“마, 맞아.”

사내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털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로 씻어 내야 해.”

“물이…….”

파앗! 파앗! 파앗!

안에 있던 자들이 바닥을 차고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밟는 바닥이 수시로 꺼졌지만 멈추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보다 더 많은 가루가 떨어졌다. 일행이 통로를 통과했을 즈음 얼굴과 옷은 검게 변했다.

“밖이다!”

“드디어 나왔다!”

일행은 함성을 내지르며 통로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빠르게 훑어졌다.

“저기 물이다!”

누군가 소리치자 일제히 욕조를 향해 달렸다.

“저, 저건…….”

욕조 앞에 도착한 일행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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