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40화 (340/524)

황금가 (340)

“황금전가의 복수를 위해 이런 짓을 한 거냐?”

“상천금가와 태양상인이 힘을 합쳐 황금전가를 몰락시킨 걸 댁도 알고 있나 보죠?”

“극락루 총관이 되고 나서 알았다.”

“그렇군요. 여하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복수보다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 그 돈도 부담 없이 가져가는 거고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복수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내가 생각한 성공 확률은 십 할입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왕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절대 그런 소리 못 한다.”

“어떤 사람이죠?”

“나는 적씨에 대해 알고 싶다.”

“풋!”

금장생은 피식 웃었다.

사실 그가 말한 적씨는 미끼였다.

마가는 수백 년 동안 팔왕가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그 정보 중에는 각 왕가의 가주에 대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들 중 가장 신비로운 자가 화왕이었다.

다른 왕들은 어린 시절이 있고 성장 과정이 있는데 화왕은 그런 게 없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도 앞에 있는 자는 화왕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정보를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

“어떤 정보를 말하는 거냐?”

“당신은 화왕에 대해 말하고 나는 적씨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좋다.”

제갈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나이부터 하죠. 적씨로 살 때 내 나이는 마흔네 살입니다.”

“화왕은 이천 살이 넘었다.”

“내 진짜 이름은 금장생입니다.”

“놀라지도 않는구나.”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면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거든요.”

경험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이천 살이 넘은 자들을 많이 봐서다. 삼사천가의 세 명이 그렇고, 암흑마족과 암흑신족이 그렇다. 그리고 만 년을 산다는 드래곤도 만났다. 나이 이천 살은 놀랄 일이 절대 아니었다.

“이천 살이 넘은 자들이 또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누구냐?”

“그들에 대한 정보는 알려 줄 이유가 없는 줄 압니다.”

“풋! 죽어 가는 사람 앞에서도 신중하구나.”

“나는 화왕의 진짜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그의 이름은 여러 가지다. 첫 번째 이름은 라헬이었다.”

“신족?”

“별걸 다 아는구나.”

제갈영우는 피식 웃었다.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다고 했잖습니까? 그럼 두 번째 이름은 뭡니까?”

“잠마다.”

“천마, 잠마, 수라 할 때 그 잠마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혹시 태극존자라는 별호를 사용한 적도 있나요?”

“있다.”

“변신의 귀재네요.”

금장생은 피식 웃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된 헌원소야는 모두 화왕이었다.

“네 가짜 이름을 알고 싶다.”

제갈영우가 물었다.

“내 가짜 이름은 적천영입니다.”

“마왕?”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화왕만큼이나 변신의 귀재구나.”

“내가 마왕 역할을 하는 건 내 의지가 아닙니다.”

“아수수가 원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마가가 안정되면 나는 떠날 겁니다.”

“아수수는 젊고 빼어난 미인이고 대륙상가의 주인이기도 하다.”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건가요?”

“만일 다른 남자들이 네 입장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수수를 잡으려 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과 좀 다르거든요. 또 해 줄 말 있나요?”

“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화왕은 신이다.”

“신?”

“가짜 신이라 아니라 진짜 신 말이다. 신이 분노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어떻게 되는데요?”

“모든 것이…….”

제갈영우의 눈빛이 급격하게 흐려졌다.

“안녕히 가십시오.”

금장생은 고개를 숙였다.

풀썩!

제갈영우가 앞으로 처박혔다.

숨이 끊어진 것이었다.

“신이 분노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고 싶네요.”

금장생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슥! 슥! 슥!

금장생이 일어나자 십여 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양홍을 비롯한 암흑천사 일행이었다. 각 건물에 불을 지른 사람이 이들이었다.

“여기도 불을 지르세요.”

금장생은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양홍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건물에 불길이 올랐다.

불길은 금세 제갈영우와 헌원유를 집어삼키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스윽!

그 불길 속에서 한 사람이 일어났다.

옷이 홀라당 타서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녀는 제갈영우의 공격에 숨이 끊어졌던 헌원유였다.

헌원유의 전신에서는 새하얀 광채가 흘러나와 불길을 밀어냈다.

“정말로 살아날 줄 몰랐네.”

헌원유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검탄강기가 파고든 자국이 빠르게 아물어 가는 중이었다.

문득 아버지 말이 떠올랐다.

―너는 헌원중천과 다르다. 그 녀석은 인간이지만 너는 내 피를 이었다. 내 피를 이었다는 건 곧 불사를 뜻한다.

―죽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물론 영원히 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몇 번의 죽음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목이 잘리지 않으면 넌 설사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만일 다시 살아나게 되면 지금 내가 불러 주는 부활대법을 펼쳐야 한다.

―펼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몸이 돌처럼 굳는다.

―알았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머리만은 보존하도록 할게요.

“호호호!”

헌원유가 웃음을 터트리자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옷 속에 그런 멋진 몸매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나직한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응?”

헌원유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앞을 보았다. 제갈영우가 불길 속에 앉아 있었다. 제갈영우의 몸에서도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와 불길을 밀어내고 있었다.

“너도 신족?”

헌원유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네가 신족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거야?”

“어머니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신족의 피를 이어받았을 거라는 건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럼 부활대법이 뭔지도 모르겠네?”

“부활대법이라는 것도 있나요?”

“부활대법을 펼치지 않으면 몸은 돌로 변하고 만다.”

“루주님은 부활대법을 알고 있군요.”

“물론 안다.”

“내게도 가르쳐 주실 건가요?”

“네 태도에 달렸다.”

“내 태도라…….”

제갈영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헌원유 앞으로 갔다. 그 역시 헌원유처럼 알몸이었다. 헌원유의 시선이 제갈영우의 하체로 향했다. 제갈영우의 성기는 한껏 경도를 높인 상태였다.

‘막 죽음의 다리를 건너왔는데…….’

헌원유는 내심 중얼거렸다. 자신들은 죽었다가 바로 살아났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기가 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헌원유 앞에 도착한 제갈영우는 오른손을 뻗어 가슴을 강하게 그러쥐었다.

“헉!”

헌원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갈영우가 그러쥔 가슴에서 강렬한 쾌감이 밀려온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강렬한 쾌감을 느낌 적은 없었다.

“나, 난 네 상관이야.”

헌원유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때 제갈영우의 왼손이 헌원유의 허리를 타고 내려가더니 엉덩이를 힘껏 그러쥐었다.

“하악!”

헌원유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지하로 내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제갈영우가 물었다.

“치, 침대로…….”

제갈영우는 그대로 헌원유를 들어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은 아직 불길이 미치지 않은 상태였다.

제갈영우는 헌원유를 침대로 던졌다.

그리고 두 다리를 잡더니 곧바로 진입했다.

“머, 먼저 아래로 내려가야…….”

헌원유는 다리로 제갈영우의 허리를 감쌌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제갈영우는 강하게 움직였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헌원유는 허우적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제갈영우는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왜 이렇게 주체할 수 없는지 제갈영우도 알지 못했다. 원래 그는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여자와 사귀고 자고 혼인을 하는 그런 것들은 삶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들이 다 하는 그런 것보다는 좀 더 그럴싸하고 근사한 걸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흔들리는 헌원유의 풍만한 가슴과 풍성한 음모를 보는 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그는 헌원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자, 잠깐만…….”

헌원유의 허리가 활처럼 구부러졌다.

헌원유의 상태도 제갈영우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합한 부위는 물론이고 제갈영우의 손길과 입술이 머무는 곳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쾌감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좀 더 강한 쾌감을 얻기 위해 춘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더 강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헌원유는 신음을 내뱉으면서 손을 뻗었다.

어느새 불길이 침실 문을 태우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기관을 작동하는 장치는 침대 왼편 머리맡 부근에 있었다.

그녀는 기관을 잡았다.

바로 그때 제갈영우가 몸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기관을 작동시키려던 헌원유는 왼손으로 제갈영우의 등을 안았다. 제갈영우가 움직일 때마다 밀려오는 쾌감은 현실을 잊을 정도로 강했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쾌감의 파도가 밀려가자 재빨리 왼손을 뻗어 기관을 잡았다. 그때 제갈영우가 뒤로 물렸던 몸을 다시 밀어붙였다.

헌원유는 격한 신음을 뱉어 내며 기관을 잡아 뜯었다. 기관이 떨어져 나갔다.

덜컹!

아래쪽이 열리더니 침대가 추락했다.

지하 공간의 깊이는 삼 장이었다.

쿠웅!

침대는 거칠게 떨어지고 붙어 있던 두 사람의 몸이 들썩였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합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열렸던 침실 바닥이 닫히면서 어둠이 찾아왔다. 남녀 관계에 어둠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제갈영우는 곧바로 입을 맞췄다.

혀가 입안으로 밀고 들어오려고 하자 헌원유는 멈칫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제갈영우를 이성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의 손길에 영혼이 녹아내릴 정도로 강한 쾌감이 밀려온다.

문득 이 사내와의 관계가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원유는 입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제갈영우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헌원유는 손톱으로 제갈영우의 등을 긁으며 그의 혀를 빨아 당겼다.

둘의 관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절정의 파도를 넘으면 가라앉아야 하는데 처음보다 두 번째는 더욱 거칠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욱 격렬했다. 횟수가 증가할수록 쾌감의 강도도 더욱 커졌다.

체위가 달라지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헌원유는 엎드렸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쾌감은 더욱 강해졌다. 헌원유는 쾌락에 몸부림치다 울음을 터뜨렸다.

싸움 같았던 관계는 한 시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두 사람이 동작을 멈췄다.

두 사람은 천장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둘의 온몸에는 이빨 자국이 가득했다.

“왜 그랬을까요?”

헌원유가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왜 그렇게 미친 듯이 관계를 가졌냐는 질문인가요?”

제갈영우가 물었다.

“반말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돼?”

“그렇다고 날 무시하면 안 돼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제갈영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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