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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338화 (338/524)

황금가 (338)

슉!

가장 먼저 금장생 앞에 도착한 자가 검을 쭉 찔러 넣었다. 금장생은 오른편으로 살짝 이동하며 왼팔을 내질렀다.

퍼억!

그의 주먹은 정확하게 사내의 안면을 강타했다.

“크악!”

코뼈가 주저앉은 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둥실 떠올랐다. 금장생은 허공으로 떠오른 사내 곁으로 바싹 붙었다.

슉!

그 순간 검 한 자루가 방금 그가 서 있던 자리로 파고들었다. 금장생이 떠난 빈 공간을 뚫은 검은 땅속으로 박혔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에서 거대한 검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금장생을 공격한 사내의 팔을 내리찍었다.

퍼억!

단 한 방에 사내의 오른팔이 너덜너덜해졌다.

“크아아악!”

사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허공 여기저기서 거대한 검이 튀어나와 사내들을 후려갈겼다. 죽은 자는 없지만 대부분 팔다리가 부러져 불능 상태가 됐다.

퍼억! 퍽! 퍽퍽퍽! 퍽!

“커억!”

“크윽!”

“크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저, 저저…….”

조영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가 겁을 집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묵인한 건 금장생 일행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금장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이번 일을 위해 동원한 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모두 천리지청술을 펼쳐 주위를 살폈고 아무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적은 두강양조의 새로운 주인을 포함해서 일곱 명. 무공이 강해 보이긴 하지만 아군은 오십 명.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허공에서 거대한 검이 나타나 아군을 순식간에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우리도 계산을 해 볼까요?”

바로 옆에서 금장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영빈은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도 모르게 뻗어 낸 주먹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금장생도 주먹을 내질렀다.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쳤다.

빠악!

“아악!”

조영빈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조영빈은 자신의 오른팔을 보았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뼈는 모두 부서지고 팔목에는 피로 범벅인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당신은 좋은 말로 하면 안 되는 놈이군요.”

금장생은 조영빈의 왼팔을 잡았다.

“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조영빈은 곧바로 항복했다.

사실 그는 남쪽의 다른 주루가 당한 상황을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우습게 보았다가 죽은 자가 십여 명에 달했다고 하였다. 물론 소문이라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건 단순한 자들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들이닥치면 돈을 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가 무인을 산 건 상부의 책임 추궁이 무서워서였다.

“나는 돈만 가져가면 됩니다.”

“지, 지금 당장 드리겠습니다.”

“앞장서세요.”

“따 따라오십시오.”

조영빈은 앞장서 걸었다.

잠시 후 그와 금장생은 조영빈의 침실로 들어섰다. 조영빈이 침대 머리 부분 모서리를 만지자 침대 머리 위쪽 벽장의 문이 열렸다.

조영빈은 그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금장생에게 내밀었다. 금장생은 주머니 안 내용물을 침대에 쏟았다. 안에서 나온 건 천 냥짜리 전표 수십 장이었다.

“모두 얼마죠?”

금장생은 전표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물었다.

“이, 이십만 냥입니다.”

“내가 들은 것과 계산이 틀리군요.”

“계산이 틀리다는 건…….”

“특별한 이유 없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매월 이 할의 이자가 발생한다고 돼 있더군요. 그 이자까지 합치면 사십이만 냥입니다. 그러니까 조 대협은 내게 이십이만 냥을 더 줘야 합니다.”

“그, 그건…….”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금장생은 다시 조영빈의 왼팔을 잡았다.

“드, 드리겠습니다.”

조영빈은 얼른 다른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그 자루에 들어 있는 건 주루를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었다. 금액은 총 삼십만 냥이었다. 금장생은 그 돈 중 이십이만 냥을 꺼냈다.

그리고 그 돈 중 백 냥은 다시 침대 위로 놓았다.

조영빈은 금장생을 보았다.

“백 냥은 내가 부순 문값입니다.”

침대 위에 늘어놓았던 돈을 주머니 안에 담았다.

“상부에서 돈을 주지 말라고 하던가요?”

금장생은 자루를 들며 물었다.

“사, 상부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럼 왜 주류 대금을 주지 않은 거죠?”

“다른 가게도 그렇게 하니까…….”

조영빈은 다른 가게 핑계를 댔다.

“다른 가게 주인들도 다들 루주처럼 대답하더군요. 아무튼 수금 감사합니다.”

금장생은 포권을 취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상황이 종료돼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 사내들을 공격하던 이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여섯 명만 서 있었다. 불도 꺼진 상태였다.

“다음은 어딥니까?”

금장생은 암흑천사 중 맨 앞에 서 있는 자를 보고 물었다. 푸른 눈동자의 이자는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 중 이인자로 이름은 양홍이었다. 양홍의 무공 정도 또한 혁무심과 마찬가지로 초일류였다.

“호양룹니다.”

양홍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갑시다.”

금장생은 밖으로 나갔다.

호양루는 오백 장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호양루 주인은 숨겨 두었던 돈을 이자와 함께 내놓았다.

금장생은 밤새도록 여섯 곳을 돌면서 수금을 했다. 개봉 서쪽 주루를 돌며 수금한 혁무심을 만난 건 축시 초 무렵이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여기요.”

혁무심은 커다란 자루를 내밀었다.

“얼맙니까?”

“이자까지 포함해서 팔십만 냥이에요.”

“원래 오십만 냥 아닌가요?”

“꿍쳐 놓은 돈이 있더라고요.”

“그것까지 가져온 거예요?”

“어차피 횡령한 돈이라 없어진다고 해도 신고도 못 하잖아요.”

“어?”

금장생은 혁무심을 보았다.

그녀는 평생 삼사천가에서만 지내서 세상 물정을 거의 모른다. 그런 그녀가 횡령이란 말을 쓸 줄은 몰랐다.

“나도 웬만한 건 안답니다.”

혁무심은 싱긋 웃었다.

“횡령이라 해도 저축한 거나 다름없는 돈인데 너무 심했습니다.”

“다음부턴 가져오지 마요?”

“그 사람들도 먹고살게 놔두세요.”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혁무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정주를 거쳐 안양에 들렀다가 심향으로 갈게요.”

“그럼 나는 신향을 들렀다가 심향으로 가야 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거기서 기다릴게요. 그런데…….”

혁무심은 금장생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금장생이 물었다.

“지금까지는 쫓기듯 이동하다가 갑자기 기다리는 이유가 궁금해서요.”

혁무심이 궁금한 건 당연했다. 지금까지 금장생은 정신없이 이동했다. 그랬던 그가 끝나갈 즈음해서 속도를 늦춘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쫓긴 거 맞습니다.”

“쫓긴 거 맞다고요?”

혁무심은 의아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쫓긴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거리를 두고 우리를 쫓아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누군데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쫓아오는 자들은 금의위 위사와 동창 무인 이백 명이고, 그들 뒤에는 무인 오백 명이 있습니다.”

“금의위와 동창은 반역과 관계된 자들을 쫓고 조사하는 조직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내가 삼사천가를 위해 일한 사상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증거를 잡기 위해 쫓아다닌다는 건가요?”

“네.”

“오백 명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전분가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극락루에서도 우리를 없애겠다고 무인을 보낼 겁니다.”

“그럼 우리를 쫓는 자들은 세 부류가 되겠군요.”

“네.”

“그들은 어디서 처리할 거죠?”

“누군가 그러더군요. 똥개도 제집에서는 오 할 먹고 들어간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내 집 앞에서 정리하겠다는 뜻입니다.”

금장생은 빙긋 웃었다.

“무슨 말인지는 기다리면 알게 되겠죠?”

혁무심은 금장생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우린 먼저 가 볼게요.”

혁무심은 몸을 돌렸다. 잠시 후 혁무심과 그녀를 따르는 이들이 자리를 떴다.

“우리도 가죠.”

금장생은 곧바로 바닥을 찼다. 그의 신형이 곧 어둠 속으로 잠겼다.

* * *

“다 당하고 낙양 한 곳만 남았습니다.”

보고를 하는 제갈영우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한 건 처음이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로 갈지 아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건 여간 화나는 일이 아니었다.

“현재 놈들의 위치는 어디지?”

“내일이면 낙양으로 들어올 겁니다.”

“권천좌는 도착했어?”

“도착했습니다.”

대답은 밖에서 들려왔다.

곧 문이 열리고 당당한 체격의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노인의 허리에는 커다란 도가 걸려 있었다.

회색 머리에 커다란 눈동자를 가진 이 덩치 좋은 노인은 화가 권천좌의 수장 철검마존 조철웅이었다.

철검마존 조철웅은 화가 무인 이전에 강호무림에도 널리 알려진 강자였다. 그는 삼십 년 전에 최강의 도수로 인정받았고 그의 도법인 철검마도법은 강호 일절로 꼽혔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조철웅은 어느 날 갑자기 활동을 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강호무림에 염증을 느껴 떠난 걸로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화가의 권천좌 수장이 돼 나타난 것이다.

“어서 와요.”

헌원유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어렸다. 조철웅은 화가에서 그가 신뢰하는 무인 중 한 명이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설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천상대를 몰살시킨 걸 보면 미꾸라지는 아닌 것 같아요.”

“천상대가 몰살을 당했다고요?”

조철웅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출병 전에 그가 들은 건 천상대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뿐이었다. 몰살을 당했다는 말을 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그 바람에 기루들이 공격받고 있는데도 손조차 쓰지 못하는 상태예요.”

“얼마나 공격을 당한 겁니까?”

“낙양과 극락루만 남았어요.”

“영업을 못 할 정돕니까?”

“그 정돈 아니에요. 문제는 그놈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밀린 대금을 받아 갔다는 거예요.”

“주류 대금이면 원래 줘야 할 돈…….”

“원래 지불해야 할 돈은 맞아요. 하지만 지불 방법과 날짜를 정하는 건 그놈이 아니고 나예요. 그건 하남성 주류업계의 불문율이고, 그 불문율은 극락루 산하가 아닌 주루나 객잔 주인도 모두 알고 있어요.”

“그런데 놈이 그 불문율을 깨트린 거군요.”

“맞아요. 그놈 때문에 극락루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어쩌면 다른 주루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몰라요. 나는 그런 상황이 오는 걸 바라지 않아요.”

“놈을 없애서 하남성 주루업계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줘야겠군요.”

“맞아요.”

“어디로 가면 놈을 볼 수 있습니까?”

“낙양으로 올 거예요.”

“알겠습니다. 낙양으로 가서 놈의 머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조철웅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조철웅과 대천좌 이백 명이 낙양으로 떠났다.

“차 한 잔 할까?”

헌원유가 말했다.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제갈영우는 차를 준비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권천좌 정도면 충분하겠지?”

헌원유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불안하십니까?”

“워낙 신출귀몰한 놈들이라서 그래.”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글쎄, 그럴까?”

어디선가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헉!”

제갈영우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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