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22화 (322/524)

황금가 (322)

마신 위용

―저 검 기억나요?

그는 마신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내 검인가?

―네.

―유감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다시 주인이 됐으니까요.

금장생은 손을 앞으로 내밀어 마신검을 그러쥐었다.

파앗!

마신이 마신검을 쥐자 검면에서 강렬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웅! 웅웅웅! 웅웅!

마신검은 검명을 토해 냈다.

“신검이네.”

금장생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어렸다.

그는 마신검을 천천히 뽑았다. 마신검은 쉽게 뽑혀 나왔다.

금장생은 마신검을 가슴 앞으로 세웠다.

“그런데…….”

금장생은 검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칼베이더가 언급한 엘 헤임 헬이 꼭 삼천인 엘을 말하는 것 같았다.

“두고 보면 알겠지.”

그는 마신검을 등 뒤로 돌렸다.

마신검은 자석처럼 마신의 등에 달라붙었다.

“나가 볼까?”

금장생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도착한 그는 벽에 손바닥을 댔다. 검이 주인을 찾았으니까 절벽에 걸려 있는 강화 마법이 해제됐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부수고 싶지 않았다.

혼자만 알고 넘어갈 참이었다.

잠시 후 벽이 액체 비슷한 상태로 바뀌었다. 금장생은 밖으로 나왔다. 검을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은 그대로였다. 마신을 돌려보내고 마법 지팡이를 꺼내 어둠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콰앙! 콰앙!

차앙! 차앙!

멀지 않은 곳에서 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금장생은 다시 마신을 소환했다.

“실전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볼까?”

금장생은 마신행을 펼쳤다.

마신은 바람을 탄 돛단배처럼 부드럽게 나아갔다. 잠시 후 금장생은 전장에 도착했다. 커다란 나무 옆에 서서 은신술을 펼쳤다.

전방에서는 총 네 기의 철장거인이 엉켜 있었다. 철장거인 한 기를 세 기가 공격하는 형태였다.

“드워프족 철장거인이네.”

철장거인 세 기는 철노왕 고태백의 철장거인과 비슷했다. 사용하는 무기도 망치와 도끼였다.

금장생은 마신검을 빼 들었다. 검집이 없는 검이라 뽑는 동작은 필요 없었다. 어떤 방향이 됐든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기면 사용 가능했다.

척!

마신행을 사선으로 늘어뜨렸다.

그리고 내기를 끌어 올렸다.

파앗!

마신의 눈동자에서 붉은 광채가 폭사됐다.

파앗!

마신이 전방으로 내달렸다. 마신이 달려가면서 펼친 신법은 마신행이었다. 마신을 먼저 발견한 자는 드워프 철장거인에 탑승해 있던 전사였다.

“저건 뭐지?”

드워프는 마신을 가리켰다.

두 철장거인 중 한 대가 고개를 돌렸다.

“소속을 밝혀라!”

그는 버럭 소리쳤다.

“그런 거 없습니다.”

드워프 철장거인 앞에 도착한 금장생은 마신검을 사정없이 걷어 올렸다.

“적이다!”

드워프는 도끼를 들어 올려 마신검을 방어하며 소리쳤다.

콰앙!

쇠끼리 부딪쳤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둔탁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우웃!”

드워프는 질겁했다.

가공할 힘이 도끼를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난생처음 대하는 엄청난 힘이었다.

모든 힘을 양팔에 쏟아부었지만 도끼가 머리 위로 들어 올려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팔을 쳐들자 비로소 상대가 보였다. 각 종족이 거느린 철장거인의 특징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철장거인처럼 생긴 건 없었다.

“어, 어디 소속이냐?”

드워프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그런 거 없습니다.”

금장생은 하늘로 향하고 있던 마신검의 날이 지면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슈캉!

도끼날과 맞닿아 있던 부분에서 그제야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헉!”

드워프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거대한 검이 곧바로 머리를 쪼개 올 게 분명했다. 막거나 피해야 하는데 그럴 힘도, 여유도 없었다.

“초면인데 미안합니다.”

금장생은 마신검을 힘차게 내리그었다.

슈카카카카카캉!

마신검은 드워프 철장거인의 머리로 파고들어 갔다. 목과 가슴을 지나 두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다.

“아아아아아!”

퍼억!

처절한 비명에 이어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법 공간이 사라지면서 생겨난 압력으로 인해 드워프의 몸이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차앗!”

마신검을 들어 올리는데 옆에서 살기 어린 기합이 들려왔다.

스윽!

마신은 왼편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쇄액!

거대한 망치 하나가 조금 전 마신이 서 있던 공간을 갈랐다.

파앗!

순간 마신이 서 있던 자리에 깊은 자국이 남고 거대한 동체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망치를 든 철장거인 앞에 도착한 마신은 오른발을 차올렸다. 어찌할 사이도 없이 드워프 철장거인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허공에서 빙글 한 바퀴 돈 마신은 머리가 떨어져 나간 철장거인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슈캉!

마신이 하트를 부수기 직전 드워프가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드워프는 도망치지 못했다. 거대한 발 하나가 그의 몸통을 후려친 것이었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날아가는 드워프는 온몸이 으스러져 절명했다.

“타하!”

살기 어린 외침과 함께 마지막 남은 드워프 철장거인이 마신을 향해 쏘아져 갔다.

파앗!

드워프 철장거인이 삼 장 앞까지 다가온 순간 금장생은 바닥을 찼다. 순간 마신은 사 장 높이까지 솟구쳤다. 그곳에서 몸을 웅크리더니 빙글 재주를 넘었다. 그리고 드워프 철장거인 뒤로 내려섰다.

드워프 철장거인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카카캉!

순간 거대한 검이 철장거인의 하트를 뚫었다.

자세를 낮춘 마신이 검을 역수로 쥐고 찔러 올린 것이었다.

“도, 도대체 네놈은…….”

“그런 거 모른다고 했잖습니까.”

금장생은 손목을 틀면서 마신검을 뽑았다.

퍼억!

철장거인의 하트에 이어 드워프 몸이 폭발했다.

금장생은 마신검을 갈무리하며 몸을 일으켰다.

드워프 철장거인과 싸웠던 철장거인 탑승자는 멍한 얼굴로 마신을 보았다. 그녀는 신왕 호위대 대장 헤리아였다.

사실 헤리아는 드워프 철장거인 세 기와 싸우면서 고전 중이었다. 간신히 방어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소속 불명의 철장거인이 드워프 철장거인 세 기를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해 버린 것이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 같았다.

“당신은 누구죠?”

헤리아는 물었다.

휙!

하지만 금장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마신행을 펼쳐 모습을 감췄다.

잠시 후 마신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이백 장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서도 철장거인 세 기가 뒤엉켜 있었다. 엘프 철장거인 두 기가 마족 철장거인 한 기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마족 철장거인이 연신 밀렸다. 마족 철장거인 뒤로는 철장거인 두 기가 목이 잘린 채 너부러져 있었다.

하나는 마족 철장거인이고 다른 하나는 엘프 철장거인이었다.

금장생은 바닥을 찼다.

마신이 십 장 높이로 솟구쳤다. 그는 허공답보 신법을 펼쳐 허공에 멈췄다.

‘아무튼.’

금장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철장거인의 무게는 엄청나다. 이런 거대한 덩치가 아무렇지 않게 떠오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영감님은 아세요?

금장생은 요대 사이에 꽂아 놓은 마법 지팡이를 쥐고는 물었다.

―마신이 아무렇지 않게 허공을 나는 이유를 알고 싶은 게냐?

―내 내공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 녀석은 너무 무거운 것 같거든요.

―마법 덕분이다.

―어떤 마법인데요?

―이 녀석들은 허공으로 떠오를 때는 저절로 경량화 마법이 펼쳐지도록 설계돼 있다.

―아래로 내려갈 때는 원래 무게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렇다.

―그거 아주 좋은 거네요.

금장생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엘프 철장거인 한 기가 마족 철장거인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족 철장거인 뒤편에서는 또 다른 철장거인 한 기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중이었다. 엘프 철장거인의 검에서는 희뿌연 광채가 일렁거렸다. 그것은 검강이었다.

“검강, 너다.”

금장생은 목표를 정했다.

“간다!”

금장생은 공력을 풀었다. 그러자 마신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마치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금장생을 구해 주려고 하는 마족 철장거인의 주인은 시하라였다. 금장생을 찾던 그녀는 엘프들에게 발각됐다. 이미 철장거인을 소환한 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자신의 철장거인을 소환했다.

철장거인에 탑승하여 수십 명을 도륙했을 때 적 철장거인이 나타났다. 철장거인의 수는 세 기였다.

전혀 생각지 못한 수였다.

암흑마족 측에서 파악한 엘프족의 철장거인 수는 총 열두 기다. 그들 중 네 기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반면에 암흑마족의 철장거인은 자신이 탑승해 있는 유칼리스와 대원 한 명이 가진 두 기가 유일하다.

적 철장거인 한 기를 부수면서 한 기가 당했고 지금은 혼자 남았다. 몇 번의 공격에 성공하여 적 철장거인 두 기의 가슴에 검 자국을 만들기는 했지만 불능 상태로 만들지 못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목이나 다리를 자르거나 하트를 부숴야 한다. 다시 공격을 준비하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앞에서 다가오는 검을 막자니 뒤가 열리고, 뒤를 막자니 목이 잘릴 판이다.

“방법은 하트를 피하면서 목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는 방법뿐이다.”

생각보다 동작이 더 빨랐다.

시하라는 뒤쪽에서 쏘아져 오는 검이 등 뒤까지 다가오는 순간 반걸음 이동하면서 검을 들어 올려 목을 보호했다.

카카카캉!

엘프 철장거인의 검이 파고들면서 철장거인의 마법진을 건든 듯 마법 공간에 왜곡이 생겼다.

“죽일!”

검을 찔러 넣었던 엘프의 입에서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검이 파고들 때만 해도 하트를 부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시하라가 반걸음 이동함으로 해서 하트가 아닌 곳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콰앙!

시하라가 들어 올린 검과 다른 엘프 철장거인의 검이 부딪치면서 둔탁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쿵쿵쿵!

시하라는 뒷걸음질 쳤다. 시하라 철장거인 등에 검을 꽂아 넣었던 엘프 철장거인도 시하라 철장거인과 함께 이동했다.

“하지만!”

엘프는 자신의 검을 사정없이 뽑아냈다. 그리고 번쩍 쳐들었다. 시하라는 동료의 검을 막느라 뒤편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끝이다, 계집!”

“위험하다, 룬딕!”

느닷없이 앞에서 시하라를 공격하던 동료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무슨!”

엘프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위험에 빠트릴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머리 위다!”

“위?”

엘프는 고개를 들었다.

“허억!”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거대한 동체가 벼락처럼 덮쳐들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검을 머리 위로 올렸다. 하지만 그보다 검은 동체가 더 빨랐다.

콰앙! 콰앙!

양쪽 어깨에서 둔탁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