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15화 (315/524)

황금가 (315)

푹! 푹푹!

검 세 자루가 이불로 파고들어 갔다.

가장 먼저 이불을 뚫은 건 조장 윤학의 검이었다.

“응?”

윤학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살인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짐승을 상대로 검을 시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절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지금 검이 뚫은 건 사람이나 짐승의 살이 절대 아니었다.

“소, 속았…….”

슉! 슉슉!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억!”

“윽!”

“큭!”

나직한 비명과 함께 세 명이 쓰러졌다. 그들 중에는 가장 먼저 검을 찔러 넣었던 윤학도 포함돼 있었다.

“앗!”

“어?”

“하, 함정!”

나직한 경호성이 천장에서 흘러나왔다.

슉! 슉슉슉! 슉슉!

순간 천장 모퉁이에서 검은 광채가 쏘아졌다. 그 광채는 곧 어디론가 사라졌다.

“커억!”

“크윽!”

“으윽!”

나직한 비명과 함께 십여 명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떨어지는 그들의 몸 곳곳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놈이 알아차렸습…… 커억!”

밖을 향해 소리치던 자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저기다!”

십여 명이 암기가 날아온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간 그들 앞이 새카만 광채로 들었다.

“커억!”

“크윽!”

“으윽!”

몸을 날리던 자들은 비명과 함께 화살 맞은 기러기처럼 뚝뚝 떨어졌다.

스윽!

그 순간 흑사아를 갈무리한 금장생은 죽은 자들이 은신해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그 옆에는 나하려가 앉아 있었다.

―전부 몇 명이죠?

―열다섯 명입니다.

―그럼 서른다섯 명이 남은 거네요?

―네.

―난 응접실로 나갈게요.

나하려는 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창문 앞에 도착한 순간 창이 와지끈 부서지며 세 명이 뛰어들었다.

나하려는 오른손을 오므렸다 튕겼다.

푹! 푹푹!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발출된 지풍이 사내들의 목을 뚫었다.

“컥!”

“윽!”

“억!”

절반 정도 들어왔던 사내들은 창밖으로 튕겨 나가더니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했다. 그사이 나하려는 밖으로 나갔다. 허공답보 신법을 펼칠 수 있는 그녀에게 수십 장 높이의 낭떠러지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그녀는 허공을 밟으며 응접실 창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모두 침실로 들어간다.”

수뇌는 버럭 소리쳤다.

콰앙!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앗!”

“타하!”

“이얍!”

사내들은 기합과 함께 침실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이 발견한 건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는 동료의 시체뿐이었다. 금장생과 나하려는 보이지 않았다.

“찾아라!”

수뇌는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안으로 들어왔던 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푹!

스악!

“커억!”

“크악!”

처절한 비명이 응접실 창 부근에서 흘러나왔다.

“저기다!”

들어온 자들 중 한 명이 창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적이 너무 많습니다.

금장생은 나하려의 허리를 잡고 창밖에 늘어진 줄을 잡았다.

휙!

나하려 또한 옆으로 이동해 줄을 잡았다. 두 발을 벽에 붙이고 벽과 수직으로 선 두 사람은 아래로 내달렸다. 이번에는 은신술을 펼치지 않았다.

“저기다!”

“저기 놈들이 도망친다!”

대원 중 한 명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고함을 내질렀다.

“쫓아라!”

수뇌는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안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줄을 잡고 아래로 내달렸다.

“너는 지원을 요청해라!”

아래로 내려가며 수뇌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먼저 내려간 대원 중 한 명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에 헤리아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 곧바로 갑옷을 걸쳤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서 상당히 조급한 느낌이 감지됐던 것이다.

쿵쿵쿵!

“들어와!”

헤리아는 검을 허리에 차며 말했다.

문이 벌컥 열리고 부장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손님들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공격한 자들은 누군데?”

“인간들입니다.”

“그들이 전부야?”

“현재까진 그렇습니다.”

“손님들은 어디로 갔지?”

“어둠의 계곡으로 갔습니다.”

“경비대는 출병 준비하고 대기하라!”

헤리아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아락의 방 앞이었다.

“무슨 일이냐?”

아락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곤한 잠을 깨우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손님들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을 공격한다는 거냐?”

“암흑해갑니다.”

“그들뿐이더냐?”

“현재까진 그렇습니다.”

“그 인간들은 죽었느냐?”

“이십여 명을 없애고 어둠의 계곡으로 피했습니다.”

“너는 대원들을 이끌고 어둠의 계곡으로 가라.”

“알겠습니다.”

헤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당장 마왕에게 연락해서 내가 보잔다고 해라.”

아락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굳이 갈 필요 없다.”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하발이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작전이 통한 모양이오, 마왕.”

아락이 하발을 보며 말했다.

“그런 모양입니다.”

하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의 문을 막아야겠소.”

아락이 말했다.

“그쪽도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하발이 물었다.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 놓고 나서 놈들을 정리해야지요.”

“알았소. 고대의 문은 내가 막겠소.”

“그럼 나는 군사를 준비시켜 놓겠소.”

“다녀와서 봅시다.”

하발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온 그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이동했다. 그가 이동하자 함께 왔던 부하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한 식경 후 그는 지하 세계와 이어지 통로 앞 벽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곳을 과거 살았던 지하 세계와 통하는 문이라고 해서 ‘고대의 문’이라고 불렀다. 하발은 품속에서 마법 스크롤 한 장을 꺼내 벽 한가운데 있는 틈새로 집어넣었다.

스크롤이 완전하게 들어가자 그곳에서 광채가 흘러나오더니 벽 전체를 뒤덮었다. 잠시 후 마법 스크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발은 벽에 손을 대고 내기를 끌어 올렸다.

곧 그의 손이 새카맣게 변했다.

이 벽에는 특정 사람의 내기를 접하면 통로로 변하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내기를 주입해도 통로로 바뀌지 않았다. 조금 전 들어간 마법 스크롤 때문이었다.

“드러나지 않게 이곳을 감시하라.”

하발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자리를 떴다.

남은 두 명은 동굴 측면으로 이동한 다음 은신술을 펼쳐 벽과 하나가 됐다.

그사이 하발은 빠르게 달려 동굴을 나섰다.

―접니다.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하발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암흑마족의 최정예인 흑사군단의 군단장 카바로였다.

“대원들은?”

“출병 대기 중입니다.”

“정보원들로부터 들어온 건 없느냐?”

“일부의 움직임은 감지됐지만 군단은 조용합니다.”

“어디어디냐?”

“우리와 암흑신족을 제외한 세 곳입니다.”

“세 곳이 우리와 갈라섰다고 보면 되겠구나.”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 아닙니까?”

“짐작만 했지 증거가 없지 않았느냐?”

“그럼 이번에 확실하게 밝혀진 셈이군요.”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공격할 수는 없다.”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겁니까?”

“이번을 기화로 마수를 드러낼 게다. 일단 지켜보고만 있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나는 아락 왕에게 가 있겠다.”

“호위대를 데리고 가십시오.”

“난 마족의 왕 하발이다, 카바로.”

“그건 압니다. 하지만 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았다. 열 명만 데리고 가겠다.”

“오십 명을 데리고 가십시오. 시하라!”

카바로는 뒤편을 향해 나직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검은 갑옷을 걸치고 투구를 쓴 여자가 카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당당한 체격의 이 여자는 흑사군단 부군단장이었다.

“칸조를 이끌고 가서 마왕을 호위하라!”

카바로는 시하라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군단장.”

시하라는 가슴에 손을 대고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이 나온 쪽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역시 갑옷을 걸친 전사 오십 명이 시하라 앞으로 나와 도열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카바로는 하발을 보며 말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걱정 마십시오, 마왕.”

“수고해라.”

하발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를 따라 부군단장 시하라와 오십 명 전사가 몸을 날렸다. 하발이 아락 왕 거처에 도착한 건 한 식경 후였다. 하지만 아락 왕은 그곳에 없었다.

암흑의 계곡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출발했다. 아락의 거처에서 암흑의 계곡까지 거리는 십 리 정도였다.

아락은 암흑의 계곡 입구에서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계곡으로 시선을 주고 있던 아락이 말했다.

“어떤 상황이오?”

하발은 물었다.

“저 안으로 세 왕가의 자객들이 들어갔소.”

아락은 어둠에 휩싸인 계곡을 가리켰다.

“확실한 증거가 나온 셈이구려.”

“그렇소.”

아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간 인원은 얼마나 되오.”

“각 왕가당 오십 명씩이오.”

“백오십 명이구려.”

“그렇소.”

“신왕은 얼마나 들여보냈소?”

“호위대 대원 전부를 들여보냈소.”

헤리아가 이끄는 호위대 대원의 수는 오십 명이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으아아아악!”

계곡 안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응?”

하발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방금 비명은 보통 들을 수 있는 비명과 달랐다. 그것은 극심한 공포에 젖은 상태에서 죽임을 당했을 때 내지른 비명이었다.

그는 아락을 보았다.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오.”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건 무슨 소리요?”

하발은 물었다.

“처음부터 비명이 저랬소?”

“처음부터 저랬다는 건……?”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을 없앨 때 극한의 공포를 심어 주고 있소. 즉,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는 거요. 죽음의 공포를 절절하게 느끼도록 말이오.”

“장생 그자가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이 살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걸 파악했다는 거요?”

“그런 것 같소. 반면에 그자는 살인에 이골이 난 자요.”

“살아 나올 거라 생각하시오?”

“워낙 많은 수의 적이 들어갔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현재까지는 장생 그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확실하오. 그리고 칸조가 투입되면 상황은 더 유리해지겠지요.”

하발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명하십시오.”

시선이 마주치자 시하라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들어가라.”

“저희들이 다 들어가면 연락은…….”

“무슨 일이 생기면 마왕적을 불겠다.”

“알겠습니다, 마왕.”

“한 시진 안에 인간들을 구해 나올 수 있겠느냐?”

“반 시진이면 충분합니다, 마왕.”

“들어가라.”

“존!”

시하라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숲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달려들자 호위로 따라왔던 오십 명도 일제히 바닥을 찼다. 십여 장을 달려가던 이들이 서서히 허공으로 녹아들어 갔다.

마족들의 특기 중 하나인 어둠의 은신술이었다.

어느 순간 마족 오십 명은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역시 마족의 은신술은…….”

아락은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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