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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80화 (280/524)

황금가 (280)

영혼의 지배 마법

미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고통도 잊을 정도였다. 금장생이 꺼낸 가방은 처음엔 주먹만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 자 정도 크기로 커지는 것이었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광경인데 이번에는 좁은 입구 안으로 금장생의 머리가 쑥 들어갔다.

분명 입구도 금장생의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크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 뭐죠?”

미우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제 창곱니다.”

금장생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가방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시체를 꿰맬 때 사용하는 바늘과 실을 꺼내 포션 옆으로 놓았다. 실과 바늘은 시체를 운반하는 강신술사에게 필수품 중 하나라 늘 지니고 다녔다. 그러고는 삼천혼 중 반투명한 검인 백사아를 꺼내 바늘 옆에 놓았다.

“그 작은 입구로 어떻게 머리가 들어가는 거죠?”

미우는 여전히 가방 입구로 머리가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

“진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단한 진식이네요.”

“내가 보기엔 진식보다 더 대단한 건 궁주의 몸맵니다.”

금장생은 미우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파고든 암기로 인해 온몸은 피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은 감춰지지 않았다. 아니 피 때문에 더 도발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풍만한 가슴은 누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고,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다. 한마디로 폭발적인 몸매였다. 그녀에게서 가장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얼굴이었다. 새카만 눈동자를 가진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 그리고 붉은 입술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는데 표정이 전혀 없었다.

문득 누군가 말한 백치미가 바로 저런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같은 여자는 몸이 재산이거든요.”

미우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가리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손으로 가릴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분위기만 더 이상하게 만들 것 같아서였다.

“관리를 한다는 건가요?”

“음모까지 다듬는다면 대답이 될까요?”

금장생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보통 사람과 달리 음모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거기까지 관리하는 줄 몰랐네요.”

“화류업계에 종사하는 여자들의 고충이지요. 그런데 아까 천객에게 한 말 중 황금전가가 돌아왔다고 하던데, 맞나요?”

“황금전가를 아세요.”

금장생은 되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해요.”

“금장생입니다.”

“동영으로 팔려 갔다던 셋째 공자?”

미우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

금장생의 눈이 커져다.

중원 사람이라면 황금전가는 얼마든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셋째 아들이 동영으로 팔려 갔다는 사실은 아무나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셋째 공자를 알고 있어서 놀랐나 보죠?”

“내가 동영으로 팔려 간 건 우리 아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부친도 알고 계세요.”

“알고 계신다고요?”

“공자를 배에 잘못 태웠다는 걸 알게 된 건 삼 개월 후였어요. 그때부터 부친께서는 백방으로 찾아다녔어요. 우리 환희루에 오셔서 공자를 찾아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조사를 하게 된 거예요.”

“여기도 왔었어요?”

“눈두덩이 퍼렇게 돼서 오셨어요.”

그때를 떠올린 미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눈두덩이 퍼렇게 됐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맞아서 그렇게 됐다고 하던데요.”

“풋!”

금장생은 피식 웃고 말았다.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됐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힘이 훨씬 셌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게 아니고 원래부터 힘이 좋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건 알아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두 형보다는 절맥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막내를 더욱 사랑했다. 그런 아들을 잃어버렸으니 이성을 잃을 게 뻔했다. 아버지로서는 눈두덩이 멍으로 끝난 게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행방을 알게 된 건가요?”

금장생은 수건에 물을 적시며 물었다.

“네.”

“그런데 황금전가와 환희루는 어떤 사입니까?”

아무 사이도 아닌데 찾아와서 셋째 아들의 행방을 물을 리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환희루는 황금전가에서 새로 시작한 사업 중 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환희루의 주인이 황금전가라는 건가요?”

“네.”

“아버진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금장생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미우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았다. 암기가 박힌 곳은 총 여섯 곳이었다.

오른 가슴 정상 아래쪽, 왼편 가슴 유두 위, 명치 중앙, 배꼽 오른편, 음모 속, 왼편 허벅지 안쪽에 각각 하나씩 박혀 있었다.

가장 먼저 피를 닦아 낸 곳은 오른편 가슴이었다. 암기는 유두에서 반 치가량 아래쪽에 박혀 있었다.

완전하게 파고들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금장생의 피를 닦기 위해 가슴을 만지자 미우는 움찔움찔 떨었다.

“고, 공자 아버지가 아무 말 하지 않았던 건 공자 어머니께서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랬을 거예요.”

“어머니가 왜요?”

금장생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공자 어머니가 우리 환희궁 전대 궁주셨거든요.”

“엉!”

금장생은 멍한 얼굴로 미우를 보았다.

“놀란 것 같네요?”

“정말이에요?”

정신을 차린 금장생은 다시 물었다.

“네.”

“그러고 보니…….”

금장생은 어머니를 떠올렸다.

사업적인 자질은 아버지가 더 뛰어났을지 모르지만, 사람을 다루는 건 어머니가 한 수 위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상단주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울러 힘이 더 세었던 이유도. 어머니는 무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나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궁주와 같다는 건 무슨 뜻이죠?”

“모르는 사내 앞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옷을 벗어 던졌잖아요.”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요?”

“나는 기녀 출신이라 몸을 막 굴렸지만, 환희궁 정통 후계자인 사부님은 달라요. 그분은…….”

“어머니 과거는 상관없으니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내가 궁금했던 건 어머니에게서 풍기는 위험이 어디서 나왔나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네요.”

“사부님은 훌륭한 아들을 두셨네요.”

미우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사고뭉치였습니다.”

금장생의 손이 왼편 가슴으로 향했다. 암기가 박힌 곳은 유두 위쪽이었다. 그곳에서 나온 피가 왼 가슴 전체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피를 닦아 냈다.

가슴의 피를 다 닦아 내고, 수건을 다시 빤 다음 명치와 배에 묻은 피를 닦았다.

“저 아래쪽은 털을 한 번 더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장생은 음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모가 풍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 둔 상태로 칼을 댈 수는 없었다. 아니 암기를 빼내는 건 문제가 아닌데 봉합할 때가 문제다. 털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 그로 인해 덧나게 될 테고, 그럼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음모를 깔끔하게 밀고 수술을 하는 게 낫다.

“어쩔 수 없죠, 뭐.”

미우는 체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금장생은 음모는 건너뛰고 왼 허벅지 안쪽을 닦아 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백사아를 집어 들고 이화태양강을 끌어 올렸다.

칼끝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살균한 백사아를 한편으로 놓았다.

그러고는 앵속 가루를 물에 타서 미우의 고개를 들고 입에 대 주었다.

“앵속은 왜 마시는 거죠?”

물을 다 마신 미우가 물었다.

“고통을 줄여 줍니다.”

“그런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이제 음모를 밀겠습니다.”

금장생은 조금 전 달궈 두었던 백사아를 차갑게 했다. 백사아 전체가 서늘해지자 미우 하체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음모를 밀었다.

살 속으로 파고들어 간 암기 때문에 살이 불뚝 솟아 있어 털을 깎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곧 모든 음모가 모두 제거됐다. 물을 부어 흩어진 털을 씻어 내는 걸로 음모 제거 작업은 끝이 났다.

금장생은 백사아를 깨끗하게 씻은 후 이화태양강으로 다시 달궜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면서 금세 물기가 말랐다. 살균이 끝나자 이번에는 빙극천월강을 펼쳐 식혔다.

“어쩌다가 몰락한 겁니까?”

앵속의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며 물었다.

“태양상인과 거래를 한 게 문제였어요.”

“그들과는 왜 거래를 한 건데요?”

“동영으로 간 공자를 찾으려면 그곳을 잘 아는 자들이 있어야 했거든요.”

“그럼 나를 찾기 위해?”

“네.”

“그렇게 된 거였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엉켰던 실타래가 이제야 풀렸다. 어떻게 해서 태양상인과 엮였나 했는데, 그게 바로 자신 때문이었다.

“제 부모님들은 어디로 가셨는지 아십니까?”

“저, 절강성에 계세요.”

약효가 도는지 미우의 말투가 어눌해졌다.

금장생은 백사아 끝부분을 손바닥에 살짝 대 보았다. 백사아는 약간 서늘했다.

“절강성이면 항주?”

“그곳에서 주루를 운영하고 계세요.”

“그분들에게 나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주세요.”

“알았어요.”

휙!

바로 그때 정리를 끝낸 빙향이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도와줄 건?”

두 사람 곁으로 다가온 빙향이 물었다.

“없어요.”

금장생은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암기가 파고든 자리를 가볍게 만지며 대답했다.

별 모양의 암기는 세로로 박혀 있었다.

금장생은 곧바로 수술을 시작했다.

별 모양이라 찢을 때도 신중하게 해야 했다.

암기가 서 있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한 치 정도를 짼 후, 왼손 손가락으로는 짼 부분을 좌우로 벌리면서 오른손 손바닥을 대고 허공섭물을 펼쳤다.

살 속에 박혀 있던 암기가 천천히 딸려 나왔다.

“으윽!”

앵속으로 마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듯 미우는 신음을 내뱉었다. 잠시 후 금장생의 손에 암기 하나가 올려졌다.

금장생은 암기 끝에 혀를 대 보았다.

“다행히 독은 없네요.”

암기를 내려놓고 포션을 들고 뚜껑을 땄다. 어떤 향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향이 코끝을 스쳤다. 금장생은 포션을 상처 안으로 약간 부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바늘로 꿰맸다. 그가 상처를 꿰매는 속도는 빨랐다. 봉합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포션을 한 번 더 부었다.

두 번째 수술은 왼 가슴 위였다. 그곳 역시 어렵지 않게 뽑아냈다. 그렇게 배에 있는 암기와 명치에 있는 암기를 차례로 뽑았다. 그는 암기를 꺼낼 때마다 혀끝으로 독이 묻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제…….”

금장생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미우를 보았다. 미우는 눈을 뜬 채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는 게 낫지 않나요?”

금장생은 백사아를 다시 달궜다가 차갑게 하며 물었다.

“보고 싶어요.”

“자기 몸으로 칼이 들어가는 걸 보면 섬뜩하지 않나요?”

“그다지…….”

“다행이네요.”

금장생은 손가락으로 암기가 선 위치를 확인했다. 암기는 가로로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칼을 그었다. 암기가 파고들면서 생긴 부분과 짼 부분까지 합쳐 한 치 정도가 되자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허공섭물로 암기를 뽑았다.

다행히 이번에도 독은 없었다.

재빨리 포션을 붓고 봉합했다.

허벅지 안쪽에 박힌 암기는 깊이 박히지 않아 쉽게 뽑아낼 수 있었다. 봉합 작업을 마치고 포션을 붓는 걸로 암기 제거 작업은 끝났다.

“흉터가 남겠지만 치료는 잘된 것 같습니다.”

금장생은 수건에 물을 적셔 수술을 하면서 흘러내린 피를 닦아 내는 걸로 마무리했다.

“거울 좀 볼 수 있나요?”

“지금은 안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보고 싶어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옷장 옆에 세워져 있는 거울을 침대 옆으로 가져왔다. 거울은 전신을 비춰 볼 수 있는 크기였다.

거울을 놓고 미우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꿰맨 부분에서 고통이 밀려왔지만 참았다. 미우는 거울 앞에 섰다.

“끙! 내 재산 목록 일혼데…….”

미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흉터가 흉하게 남을 것 같았다.

“흉터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골탈탭니다.”

“환골탈태가 그렇게 쉬워요?”

미우는 금장생을 흘겨보았다.

‘허!’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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