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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69화 (269/524)

황금가 (269)

오다 아이는 몸을 실었다.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강렬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올라가더니 뇌리로 파고들었다.

오다 아이는 금잠생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정신 차려라.

그때 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다 아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갈증은 이 일이 끝나고 난 후에 풀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극음기를 펼쳐야 한다.

‘아, 알았어요.’

오다 아이는 심해지저마공을 펼쳤다. 그리고 양팔을 금장생 허리 뒤로 돌려 명문혈에 손바닥을 댔다.

그 상태에서 금장생의 몸 내부를 살폈다.

‘맙소사.’

그녀의 눈이 커졌다.

금장생 내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끓는 용암이었다. 어느 구석에도 서늘한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로 두면 재가 돼 산산이 흩어지고 말 것 같았다.

‘저건?’

그녀의 의식이 한 곳으로 향했다. 열기가 단전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다 아이는 곧바로 심해지저마공을 펼쳤다. 금세 단전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극음기는 결합 부위와 명문혈을 통해 금장생 몸 안으로 유입돼 들어갔다.

하지만 금장생의 몸을 장악하고 있는 극양기는 너무 강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오다 아이가 밀어 넣은 극음기는 소멸되고 말았다.

‘이래 가지고는…….’

오다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소멸되고 있다. 그건 곧 금장생 내부에 있는 극양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걸 뜻한다.

그녀는 전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음양대법 아는 거 없느냐?

상황을 지켜보던 라가 물었다.

사실 그는 외부에서 음기만 공급해 주어도 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카와 오다 아이가 동시에 극양기를 흡수하여 금장생 내부에 숨어 버린 음기를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있어요.’

―그걸 시전해서 이 녀석의 몸에서 극양기를 가져가라. 카 저 녀석과 함께 해야 하니까, 내가 가져가라고 할 때까지 기다려라.

‘알았어요.’

오다 아이는 곧바로 음양대법을 펼쳤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녀가 익힌 건 음양대법이 아니라 남자의 내공을 빼앗는 흡정대법이었다. 대법의 이름은 삼정흡정술이었다.

삼정흡정술의 특징은 내공을 흡수당한 사실을 상대방이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그녀가 삼정흡정술을 배운 건 암살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서서히 삼정흡정술을 펼쳤다.

―지금이다.

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삼정흡정술로 극양기를 빨아들였다.

몸 안으로 들어온 열기는 엄청났다. 순식간에 그녀의 전신이 붉게 변했다.

‘더 이상은…….’

더 이상 받아들이면 금장생보다 자신이 먼저 타 버릴 것 같았다.

―조금만 참아라!

라는 금장생의 의식을 살폈다. 그러고는 버럭 소리쳤다.

―깨어나라, 녀석아!

하지만 금장생의 의식은 반응이 없었다.

―깨어나라, 금장생!

라는 다시 소리쳤다.

―어르신, 저 터질 지경입니다!

이번에는 카가 죽는소리를 했다.

―참아! 참지 않으면 너도 나도 이 녀석도 저 처자도 다 죽어!

―난, 난…….

―깨어나라 금장생!

라는 다시 소리쳤다.

―안 됩니다. 더 이상은…….

쿠웅!

―아, 안 돼!

라는 고함을 내질렀다.

금장생의 몸속에 있는 극양기가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주화입마로 이어질 게 뻔했다.

번쩍!

바로 그때 금장생의 의식이 눈을 떴다.

―깨어났느냐…….

라는 말끝을 흐렸다.

깨어난 의식은 금장생처럼 검은 눈이 아니라 파란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깨어났습니다.’

―서둘러 극음기를 깨워라!

라는 급하게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금장생은 양극신공의 극음기와 빙극천월강을 동시에 끌어 올렸다. 다행히 극양기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두 기운을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금장생은 그 두 기운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극음기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의식에 서늘한 기운이 잡혀들었다.

그는 곧바로 그곳에 있는 기운을 끌어당겼다.

그 기운이 누구 것인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음기는 끌려오지 않았다. 그의 단전이 아니라 오다 아이의 단전에 있는 기운이기 때문이었다.

―극음기를 내줘라.

상황을 알아차린 라가 오다 아이에게 말했다.

‘아, 알았어요.’

오다 아이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삼정흡정술에서 내기를 주고받는 건 단순한 게 아니었다. 암살을 목적으로 한 흡정술이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쾌감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했다.

삼정흡정술을 펼쳐 내기를 주고받으면 일반적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쾌락이 몰아친다. 사실 조금 전에도 쾌락의 파도가 밀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극음기를 내줘야 한단다. 참아 낼 자신이 없었다.

―서둘러 다오.

‘네.’

오다 아이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극음기를 금장생에게로 밀어냈다.

금장생의 극음기는 곧바로 오다 아이가 보내 준 극음기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세를 불려 나갔다.

극음기는 무섭게 커졌다. 그동안 극양기에 가려 사라졌던 것들이 나타나서는 합쳐졌다.

―내게로 밀어 넣어 주세요.

‘응?’

오다 아이의 전음이 들려오자 금장생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오다 아이와 결합한 상태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그러다 문득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두르세요.

―아,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극음기를 오다 아이에게 돌려보냈다.

‘헉!’

금장생은 깜짝 놀랐다.

극음기를 돌려보내는 순간 엄청난 쾌감의 폭풍이 몰아쳤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쾌감이었다.

―이, 이게 뭡니까?

―흡정술이라서 그래요.

오다 아이는 극음기를 단전으로 인도했다.

‘엄청나네.’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단전으로 들어온 극음기는 자신의 본래 내공보다 훨씬 많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단전이 찢겨 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전은 커지기만 할 뿐 터지진 않았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단전에서 정화된 극음기를 다시 금장생에게 돌려보냈다.

극한의 쾌감이 몰아쳤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정화된 극음기는 금장생의 몸으로 들어가 극양기를 제압해 나갔다.

극양기를 제압하다가 힘이 부족하면 극음기를 오다 아이에게 보냈다. 그런 과정이 수십 번 되풀이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두 사람은 여전히 카에게 둘러싸인 채였다. 그 상태에서 환골탈태가 일어났다.

한 번의 환골탈태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환골탈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금장생의 동체는 평소와는 달랐다.

보통 환골탈태가 일어나면 피부는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워지며 광채가 난다. 오다 아이의 피부가 그랬다.

그런데 금장생의 피부는 금박을 칠해 놓은 것처럼 황금색이었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머리카락과 눈썹도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파앗!

이어 금장생의 전신에서 금빛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던 금빛 광채는 곧 실체화되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날개였다.

날개는 한쪽에 여섯 개씩 총 열두 개였다.

하지만 그걸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한 존체는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카였다.

카는 황금빛 광채를 뿌리는 금장생과 날개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날개를 펼친 상태에서도 환골탈태는 계속 이어졌다. 환골탈태가 끝난 건 한 시진 후였다.

그리고 금장생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태양신!’

카는 내심 중얼거렸다.

―휴!

금장생의 몸이 완전하게 안정을 되찾자 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만일 금장생이 태양신을 만들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문득 가공할 기운이 다가오자 고개를 돌렸다. 이편으로 다가오는 자는 카였다.

그런데 카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전보다 더 커지고 얼굴 윤곽도 더 명확해졌다.

그건 곧 과거의 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뭐냐?

라는 물었다.

―나요.

―나요?

라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치켜 올라갔다.

―그렇소.

―네가 지금 각성을 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구나.

라는 카 앞으로 걸어갔다.

―씨팔! 전의 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나도 각성을 해서 정령왕만큼 강해졌단 말이오!

카는 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극양천과로 인해 기연을 얻은 건 금장생과 오다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카 또한 극양기를 받아들여 한 단계 성장을 했다.

바로 최상급 정령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만일 이곳이 아니고 정령의 대지였다면 정령왕이 됐을 수도 있다.

―뒈지려면 뭔 짓을 못 할까?

라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키가 엄청나게 커지고 가공할 기운이 흘러나왔다.

―나를 우습게 보다간 큰코다치오!

카는 힘을 끌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의 키 역시 곧 라만큼 커졌다.

바로 그때였다.

퍼억!

카의 얼굴에서 둔탁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커억!

카는 얼굴을 감싸 쥐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튼 너희 정령 새끼들은 키워 주면 안 돼.

라는 주먹을 쳐들었다.

그런데 그의 주먹이 보통 크기가 아니었다. 카의 머리보다 세 배 이상 컸다.

퍼억!

또다시 둔탁한 소성이 카의 머리에서 터져 나왔다.

카의 머리가 절반이나 떨어져 나갔다.

―크아악!

카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카는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존재도 아니고 정령이다. 그리고 정령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온몸을 부르르 떨게 하는 이 고통은 다 뭔지.

―정령왕도 내 앞에서는 눈에 힘을 주지 못했어, 새꺄!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크악! 아악! 으아악! 아아아악!

카는 계속해서 비명을 내질렀다.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카는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린 채 삭삭 빌었다. 하지만 라는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일방적인 구타가 멈춘 건 카가 정신을 잃고 난 후였다. 카는 자신이 정신을 잃은 최초의 정령이 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너부러진 카를 바라보던 라는 한편으로 가 앉았다.

‘젠장, 이럴 때 술 한 잔을 해야 하는데.’

그는 나직하게 투덜댔다.

‘응?’

그의 눈이 커졌다.

악마수 내부 기운이 달라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신성한 기운이 악마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에고족이 사는 곳이라면 모름지기 이 정도는 돼야지.

라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때 금장생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직 오다 아이와 결합한 상태였다.

“제가 큰 빚을 졌군요.”

금장생은 오다 아이의 도움을 받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빚을 졌다는 건 인정하세요?”

오다 아이는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군요.”

“어떤 부탁이라도 말만 하세요.”

“제 부탁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갈증을 풀어 달라는 거예요.”

“갈증?”

“당신 때문에 그동안 온 힘을 다해 막아 두었던 둑이 터져 버렸거든요.”

오다 아이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 그거라면 얼마든지!”

금장생은 활짝 웃었다.

“혹시 돈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설마요.”

금장생은 오다 아이의 엉덩이를 힘주어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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