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254화 (254/524)

황금가 (254)

―신족의 은신술이 저렇게 강해진 거냐?

아그리니아는 금장생이 펼치는 무공을 신족의 은신술로 생각했다.

‘저건 신족의 은신술이 아니라 중원 무공 중 하나인 자객술이에요.’

―노예들이 무공이라 부르는 것이란 말이냐?

‘네.’

―대단하구나.

아그리니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강해지지 않았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겠지요.’

―그랬겠지.

‘그런데 저 사람이 신족이라고 확신해요?’

봉란은 물었다. 아그리니아는 금장생을 신족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정확하지 않다.

‘나도 저 사람이 신족보다는 인간이길 더 바라요. 그나저나 지금 어디 있는지…….’

캬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광령장군 정령은 머리를 격렬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어림없습니다. 나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찰거머립니다. 특히 돈이 걸린 일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제 끝났습니다.”

호쾌한 목소리가 광령장군 정령의 머리 뒤에서 흘러나왔다.

봉란과 아그리니아는 금장생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금장생은 광령장군 정령의 목을 양팔과 다리로 감싸 안고 있었다.

크아아아!

광령장군 정령은 더욱 거칠게 괴성을 내지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금장생을 떼어 내기 위해서였다.

“나 금장생의 이름으로 명하나니……!”

바로 그때 금장생의 입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가 외치는 건 아그리니아로부터 전수받은 주문이었다.

금장생의 외침이 시작되자 광령장군 정령은 더욱 광포하게 요동쳤다. 하지만 금장생은 떨어지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광령장군 정령은 지상을 향해 고개를 처박았다. 땅을 뚫고 들어가는 걸로 금장생을 떨쳐 내기 위해서였다.

푸욱!

광령장군 정령의 머리부터 시작해서 이 장 정도가 땅속 깊이 박혔다. 목을 틀어쥐고 있던 금장생도 함께 파고들어 갔다.

잠시 후 광령장군 정령의 머리가 밖으로 나왔다. 금장생은 여전히 광령장군 정령의 목에 매달려 있었다.

“르카나 아르케 바르타…….”

금장생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광령장군 정령은 금장생을 떼어 내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땅이 푹푹 파이고 바위가 부서졌다. 하지만 금장생은 여전히 광령장군 정령의 목에 매달려 주문을 암송했다.

“마나의 주인으로 명한다. 너는 곧 내가 되리라!”

푸아악!

광령장군 정령의 머리가 길게 늘어났다.

크아아!

십여 장으로 늘어난 머리는 다시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목에 매달려 있는 금장생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헉!’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정면으로 받으면 머리가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움직이지 마라!

바로 그때 아그리니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금장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퍼억!

뭔가가 정수리를 통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금장생은 눈동자를 좌우로 굴렀다.

뭔가 들어온 것 같은데 아무런 징후도 감지되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데 공연히…….’

―크아아아! 죽여 버리겠다.

“헉!”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거대한 불덩어리 하나가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 불덩어리의 크기는 거의 십 장에 달했다.

콰앙!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크윽!”

금장생은 비명을 내질렀다.

―죽인다.

튕겨 나갔던 불덩어리는 다시 쏘아져 왔다.

“누구죠?”

금장생은 불덩어리를 향해 소리쳤다.

불덩어리 위쪽에는 눈처럼 보이는 구체 두 개가 자리해 있었다. 금장생은 구체에 시선을 맞췄다.

―죽여 버리겠다.

두 구체 아래쪽이 좌우로 갈라지며 거북살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차앗!”

금장생은 기합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양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콰앙!

“커억!”

금장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그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했다. 그런데 양손에서 쏘아져 나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 무공을 잃었단…….’

멀어졌던 불덩어리가 다시 다가왔다.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주먹이었다.

금장생은 불 주먹을 향해 오른손을 내질렀다.

퍼억!

“커억!”

또다시 엄청난 충격이 정신을 강타했다.

‘마, 말도 안 돼.’

금장생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이번에도 역시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손에서는 아무것도 나가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단전을 확인했다. 단전은 여전히 진기로 넘쳐 났다.

‘그런데 왜?’

크아아아아아!

멀어졌던 불덩어리가 또다시 공격을 해 왔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수백 개의 불 주먹이 날아왔다.

“차아!”

금장생은 왼손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원반은 쏘아지지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커억!”

금장생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 거렸다.

“우엑!”

그러다 결국 피를 토했다.

“왜 저러는 거죠?”

봉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금장생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금장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장생이 이상행동을 한 건 광령장군 정령이 사라지고 바닥으로 떨어진 후부터였다.

금장생은 미친 사람이었다.

살기 어린 고함을 내지르고, 허공을 향해 무공을 펼치고, 호신강기를 펼쳐 방어를 한다.

옆으로 다가가고 싶어도 그가 펼치는 무공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지금은 서 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는 지금 광령장군 정령과 싸우고 있다.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다는 건가요?”

―맞다. 그런데 그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알려 줄 수는 없나요?”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접촉을 해야 한다.

“그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맞다.

“크아아아아!”

금장생의 오른손과 왼팔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우엑! 우엑!”

하지만 피를 토한 건 그였다.

“갈게요.”

―자칫 잘못하면 네가 가루로 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잖아요.”

봉란은 엎드린 채 기어서 금장생을 향해 다가갔다.

금장생은 여전히 사방으로 무공을 난사하고 있었다.

“혈도를 짚으면 그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요?”

―그가 지금 견디고 있는 건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몸 상태 덕분이다.

“그게 무슨 뜻이죠?”

―무공을 펼칠 수 있는 힘이 영혼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는 말이다. 만일 혈도를 눌러 무공을 펼치지 못하게 하면 영혼은 힘을 잃게 될 테고, 그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그를 안아라.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그가 너를 공격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려 줘야 한다.

“저 공격에 당하면 제가 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대로 두면 그가 죽는다. 그가 죽으면 정령전사를 만들겠다는 꿈도 물거품으로 변한다.

“모험을 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다.

“알았어요.”

봉란은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금장생이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몸을 날렸다.

척!

그녀는 팔로는 목을 끌어안고 다리로는 허리를 감았다.

“차앗!”

뭔가가 몸을 감자 금장생은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내리찍었다.

아래로 향하는 그의 양손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적수마신만마공의 적수였다.

“당신 머릿속이에요!”

봉란은 크게 소리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우뚝!

그녀 등 앞에 이르렀던 금장생의 손이 한순간에 멈췄다.

‘머릿속?’

금장생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이제야 불덩어리에 그의 무공이 먹히지 않았던 이유를 알아낸 것이다.

그건 바로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검 수백 자루가 그를 향해 쏘아져 왔다. 검 역시 불 주먹처럼 불로 이루어져 있었다.

금장생은 방어 방법을 떠올렸다. 열두 겹의 호신강기를 바로 앞에 세웠다.

퍽! 퍽퍽퍽! 퍽퍽퍽!

불검은 무자비하게 호신강기를 뚫었다.

‘차하!’

금장생은 기합과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스윽!

몸이 움직인 건지 영혼이 움직인 건지 모르지만 불검을 피할 수 있었다.

‘이젠 내 공격도 좀 받아 봐라.’

금장생은 공격 준비를 했다.

―가부좌를 해라.

그때 아그리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부좌요?’

금장생은 물었다.

―내가 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합한 상태가 돼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관계를 갖자는 건가요?’

―유하의 영혼과 퓨리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너는 평생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나는 발정기를 갖는 짐승과 완전 다릅니다! 관계를 가지려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도 한잔하고, 마음에 드는 멋진 여자가 유혹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준비가 된단 말입니다.’

―넌 짐승 맞다.

‘네?’

―네 성기는 지금 하늘마저도 뚫을 기세로 우뚝 서 있다.

‘어떻게 그런…….’

―봉란이 수고를 하긴 했지만 발정기가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난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요. 머릿속과 온몸이 이성적인 사고로 가득 찬…….’

―가부좌를 해라.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얼른 가부좌를 했다.

그가 앉자 봉란은 곧바로 몸을 물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그 순간에도 금장생은 광령장군 정령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지만, 간신히 피하고 있는 상황일 뿐 승기를 잡지는 못했다.

‘도대체…….’

금장생은 얼굴을 찌푸렸다.

광령장군 정령을 없앨 방법이 없었다. 아니, 없애는 건 고사하고 물러나게 할 방법도 없었다.

‘하긴 공력으로 따지면 이십삼 년과 수천 년 차이니까.’

영혼에게 있어 공력은 단전의 내공이 아니라 정신력이다. 수천 년을 산 정령의 정신력에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제 올 겁니까?’

이제 금장생이 믿을 이는 아그리니아뿐이었다.

―캬캬캬캬캬! 캬캬캬캬!

광포한 기운을 내포한 웃음소리가 광령장군 정령에게서 흘러나왔다.

화르르!

광령장군 정령의 몸이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광령장군 정령의 몸통은 붉은색을 넘어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젠장!’

금장생은 욕설을 내뱉었다.

풍기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싸웠던 것보다 최소한 세 배 이상의 힘이 감지되었다. 만일 정면 대결하면 영혼도 가루로 변해 버리고 말 것 같았다.

금장생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캬아아아아아!

광포한 괴성과 함께 푸른색 불길 하나가 금장생의 영혼을 향해 쏘아졌다. 불길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거대한 검 모양으로 변했다.

화르르!

“차아아아!”

금장생은 모든 힘을 쥐어짰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쏟아 냈다.

그가 만들어 낸 무기 역시 거대한 검이었다.

정신력으로 만들어 낸 두 자루의 검이 서로를 향해 쏘아져 갔다.

잠시 후 두 검은 강하게 부딪쳤다.

푸아아악!

카카카카캉!

검 끝이 부서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아!’

금장생은 재차 기합을 내지르며 힘을 불어 넣었다.

푸아악!

하지만 광령장군 정령이 만들어 낸 검은 강했다. 금장생이 만든 검을 부수며 쏘아져 왔다.

“커억!”

금장생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피가 넘어왔다. 정신적인 타격이 내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

금장생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전면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정령!’

금장생의 사념이 강하게 광령장군 정령을 후려쳤다.

그러자 금장생의 영혼을 향해 쏘아져 가던 검의 색이 옅어졌다. 금장생을 바라보는 광령장군 정령의 눈이 커졌다.

―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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