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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47화 (247/524)

황금가 (247)

구왕가

촉촉한 뭔가가 입을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그것이 봉란의 입술이라는 사실은 바로 알아차렸다.

‘이건…….’

봉란을 밀치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에 잡혀 든 건 봉란의 어깨가 아니라 가슴이었다.

봉란이 허공섭물로 금장생의 손 위치를 틀어 버린 거였다.

가슴을 쥐는 순간 혀가 입안으로 쑥 밀고 들어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봉란의 손은 어느새 금장생의 성기마저 그러쥐고 있었다.

금장생도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내심 신음을 토해 내며 봉란의 가슴을 그러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입안을 헤집고 있는 혀를 와락 끌어당겼다.

휙!

재빨리 몸을 뒤집어 위로 올라갔다.

금장생은 입술을 떼고 봉란의 눈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지금 이 시간에 대해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봉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금장생은 다시 입을 맞췄다.

참고 또 참았던 이성의 둑은 무너지고 욕정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봉란의 입술을 떠난 그의 입술은 아래를 훑어 내렸다. 목을 더듬을 때 봉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금장생의 입술이 아래로 향할 때마다 호흡은 점점 가팔라졌다.

봉란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온몸의 세맥이 살아 움직이며 열기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

봉란은 꿈틀거리며 금장생의 머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는 치명적인 유혹을 담고 있었다.

벌어진 입에서는 가쁜 숨과 함께 단내가 풍겨져 나왔다.

“난…….”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파도를 넘고 말았다.

사 년 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물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 푼 적도 많았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밀려오는 허탈함과 알 수 없는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결합을 한 상태도 아닌데 숨이 멎을 정도로 엄청난 희열이 온몸을 강타했다.

한동안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또다시 밀려오기 시작한 쾌감 때문이었다.

멈췄던 금장생의 입술이 다시 움직이자 온몸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견뎌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봉란은 금장생의 머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등에 깍지를 끼고 빙글 돌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자세가 역전되었다.

그녀의 시작은 늘 입맞춤부터였다.

금장생의 입에서는 아직도 술 냄새가 진동했다.

보통은 역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금장생의 혀가 쑥 밀고 들어왔다.

기다렸다는 듯 이로 혀를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한참 동안 혀를 희롱하던 봉란의 입술이 항해를 시작했다.

그녀의 항해는 느렸다. 하지만 강렬한 불꽃을 남겼다.

두 번의 결혼은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남자를 함몰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쳤다.

굳이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몸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금장생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그녀의 입술은 금장생의 단전까지 내려왔다.

‘당신이 그리는 미래에 결혼이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알아요.’

간밤에 함께 술을 마시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금장생은 결혼할 생각이 꿈에도 없을 뿐 아니라 여자와 자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여자와 자고 난 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즉 함께 밥을 먹고, 선물을 사 주고, 놀러 다니고, 사소한 것들로 감정싸움을 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거치적거린다는 것이다.

그걸 역으로 생각하면 심적, 물적 부담이 없다면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동업자와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옳지 않다. 어쩌면 나중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해요. 그래야 당신을 황가의 비역으로 데려갈 수 있는 명분이 생겨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황천으로 데리고 가는 건 너무 자존심이 상하거든요.’

봉란은 아래를 더듬었다.

금장생의 성기는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크다는 느낌보다는 우람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봉란은 시선을 내렸다.

‘헙!’

절로 신음이 나왔다.

바로 앞에서 본 금장생의 성기는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꼭 혼인을 해야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봉란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금장생의 아래쪽에서 한동안 머물던 봉란이 다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 잠시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되네.’

움찔했던 그녀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앉았다.

사실 금장생의 성기는 전 남편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우람하다.

변태적인 성향이 강했던 첫 번째 남편 덕분에 남근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어떤 남근이 좋냐 나쁘냐가 아니라 남근 신앙을 가진 자들에 대한 공부였다.

금장생의 성기는 그때 책에서 본 남근석들과 흡사했다.

남근 숭배 사상을 지닌 부족으로 들어간다면 그는 분명 신이 될 것이다.

봉란은 다시 엉덩이를 들어 올려 그의 남성을 집어삼켰다.

충만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문득 왜 남녀는 결합을 해야만 하나가 됐다고 느끼는지 궁금했다.

결합을 하기 전에도 할 건 다 한다. 입맞춤만 하지는 않는다. 서로의 몸을 더듬는 걸 넘어 절정에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느낌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품었다는 느낌. 하나로 이어졌다는 느낌.

봉란은 뜨겁게 들끓는 충만감을 음미하며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턱!

그때 금장생의 두 손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타오르던 불꽃이 확 커졌다.

봉란은 금장생의 손을 잡았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봉란의 손가락에서 지풍이 쏘아진 건 바로 그때였다. 지풍은 금장생 뒤편에 있는 벽의 한 지점을 강타했다.

그릉!

미약한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누워 있던 장소가 아래로 꺼졌다.

관계에 몰두한 금장생은 지금 등을 대고 있는 곳이 아래로 꺼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을 태우고 하강하는 물체는 침대 크기의 대였다.

턱!

두 사람을 태운 대는 십여 장을 내려가서는 멈췄다.

그르릉!

열려 있던 천장이 닫혔다.

사위가 어두워지자 봉란의 움직임은 더욱 격해졌다.

봉란의 입에서 격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봉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전과는 쾌감의 종류가 달랐다. 더 강하고 더 깊고, 위험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금장생이 상체를 벌떡 일으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봉란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이 해일처럼 밀려와 온몸을 강타했다.

두 번째 파도였다.

봉란은 신음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쉬지 않고 밀려오는 쾌락의 폭풍에 몸을 맡겼다.

그르릉!

두 사람이 있던 대가 빙글 돌았다.

“억!”

“앗!”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금장생은 얼른 봉란이 떨어지지 않게 잡았다. 한데 엉킨 두 사람은 빠르게 추락했다.

저 아래 검은 바닥이 보이자 금장생은 장력을 쏘았다.

퍼억!

둔탁한 소성과 함께 추락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푹신한 어떤 것 위로 떨어졌다.

“여긴?”

금장생은 놀란 얼굴로 바닥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자신과 봉란을 떠받치고 있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봉란을 보았다.

봉란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몰랐다는 건가?’

금장생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봉란은 알고 있었을 것 같았다.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든지. 어쨌거나 나에게도 나쁠 건 없지.’

금장생은 내심 중얼거렸다.

그가 봉란과 관계를 가진 건 완전히 우발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만인물성이 단순한 상인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상인 집단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는 바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젯밤 전주라고 한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주고받았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반박귀진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그건 곧 만인물성이 상인 집단 속에 숨은 무인 집단이란 뜻이었다.

상인 집단 외에 뭔가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고수들이 즐비한 집단일 줄은 몰랐다.

투자한 백오십만 냥을 지키기 위한 안정장치가 필요했다.

봉란과의 관계는 안전장치 중 하나였다.

“여긴 처음인가요?”

“……아뇨.”

잠시 망설이던 봉란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눈치챈 것 같은데 굳이 거짓말을 해서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들어왔다가 간신히 살아 나갔어요. 하지만 기연을 얻은 장소이기도 해요.”

자신이 이십 대 초반에 실전십패의 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곳 덕분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는 왜 놀란 거죠?”

“이것 때문에요.”

봉란은 눈짓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두 사람은 여전히 결합된 상태였다.

그녀의 두 다리는 금장생의 허리를 감은 상태고, 금장생의 양팔은 그녀의 허리를 안고 있다.

그녀를 놀라게 한 건 금장생의 몸이다.

보통 이런 경우엔 발기가 수그러들기 마련인데 금장생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금장생은 멋쩍게 웃었다.

“아무튼 당신은 괴물이에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래도 하던 건 마무리해야겠죠?”

“분부만 내리세요. 원하는 대로 다 해 드릴게요. 혹시 엎드리는 거 좋아하세요?”

“천만에요. 나는 정상적인 걸 훨씬 선호합니다.”

금장생은 손사래를 쳤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숨결은 더 거칠어진 것 같은데요?”

봉란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움직였다.

두 사람은 곧 쾌락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건 반 시진 후였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금장생은 물었다.

“따라오세요.”

봉란은 앞장서 걸었다.

“극락이 따로 없네.”

금장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봉란은 얼굴은 평범하지만 몸은 엄청났다.

상체는 짧고 하체는 비정상적으로 길다. 약간 처진 것처럼 보이는 가슴과 달리 엉덩이는 바싹 치켜 올라가 있다. 곧게 뻗은 두 다리는 대리석으로 조각을 한 것 같다.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몸매가 아니라 부모님으로 물려받은 빼어남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매는 복 받은 사람이 분명했다.

“참! 나 결혼 두 번 했어요.”

“결혼했어요?”

금장생은 깜짝 놀랐다.

“못 느꼈어요?”

“뭘요?”

“사랑을 할 때 너무 능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고요.”

“그거야…….”

“결혼을 한 여자가 아니면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봉란은 몸을 돌려 금장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디 넝마라도 있어야지, 이건 눈을 둘 데가 없으니.”

금장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봉란은 앞이나 뒤나 치명적인 유혹 덩어리였다. 정말 커다란 나뭇잎이라도 있으면 봉란의 몸을 가려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우리 둘밖에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봉란은 배시시 웃었다.

“제발 그 웃음은…….”

금장생은 얼른 시선을 돌렸다.

봉란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혈류가 빨라졌다. 봉란의 웃음은 그 어떤 색공보다 더 강했다.

“사실 과거에 나는 이렇지 않았어요. 무공을 열심히 익히긴 했지만 웃음으로 남자를 굴복시키거나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어요.”

“그럼?”

“내가 익히고 있는 건 무심환락소라는 거예요. 천이백 년 전 절색絶色이라 불렸던 초극 고수 봉우라의 무공이고요.”

“성주와 같은 봉씨네요?”

“제 선조니까요.”

“그분도 이곳으로 들어와 무공을 남겼나 보죠?”

“그분 외에도 수많은 분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유명을 달리했어요.”

“여기가 어딥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여긴 고대 구왕가 중 가장 강했던 황가의 성지예요.”

“구왕가라고요?”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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