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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40화 (240/524)

황금가 (240)

공간이 갈라지자 그 안에 있던 자객들도 함께 갈라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어떻게 저 무공이……!”

소라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혹시 뇌섬류입니까?”

역불개는 진저리를 쳤다.

금장생이 펼치는 무공은 그가 접한 어떤 무공보다 잔인했다.

사실 그는 혈가 산하 태양상인 상단주이지만 동영 무공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뇌섬류는 달랐다.

중원에서 소위 신공이라고 부르는 무공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그는 소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소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놀라 역불개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탓이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뇌섬류는 공간을 잘랐다.

“저, 저자를 막아야 해요.”

소라는 금장생을 가리켰다.

“상객 있느냐?”

역불개는 뒤편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상객은 그를 호위하는 호위를 일컫는 말이다.

총 열두 명으로 구성돼 있어 십이상객十二商客이라 부른다.

십이상객의 업무는 호위만이 아니다.

지금처럼 적과 싸울 때는 호위를 하고, 평상시에는 상단 업무를 본다.

태양상인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지닌 열두 명. 그들이 바로 십이상객이다.

“네.”

나직한 대답이 들려왔다.

“너희의 목표는…….”

번쩍!

또다시 새파란 광채가 폭발했다.

“저놈이다.”

역불개는 광채를 가리켰다.

“존!”

나직한 외침과 함께 검은 인형들이 몸을 날렸다.

금장생을 향해 몸을 날려 가는 자들은 검은 야행복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척! 척척! 척척척!

그들은 금장생이 은신해 있는 장소를 포위했다.

자세를 잔뜩 낮추고 왼팔로는 땅을 짚고 무기를 든 오른팔은 뒤로 뻗은 상태였다. 금세라도 뛰쳐나갈 자세였다.

우뚝!

금장생은 그 자리에 멈췄다. 그는 여전히 은신술을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십이상객.’

그는 내심 중얼거렸다.

황금전가 몰락에 태양상인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마가의 정보력을 이용해서 태양상인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 조사에서 파악한 것들 중 하나가 십이상객이다.

십이상객과 단주 역불개는 태양상인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가지만 없어지면 태양상인은 몰락한다. 그 둘 중 첫째가 바로 십이상객과 역불개다.’

금장생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퉁!

퍼억! 퍼억! 퍼억!

스악! 사악!

팔장군들이 적을 없애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는 무기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거칠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매끄럽다.

무공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본래 무공을 되찾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저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당신들을 없애겠습니다. 황금전가의 부활은 당신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될 겁니다.’

금장생은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자세를 낮추고 발끝을 좌우로 움직여 땅을 팠다.

그러자 땅을 파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소리가 들려온 순간 기다렸다는 듯 십이상객 네 명이 바닥을 찼다.

그들은 검과 완벽하게 하나가 된 신검합일의 자세로 금장생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 순간에도 금장생은 발끝을 좌우로 움직여 계속 땅을 팠다.

스악! 스악! 슉! 슉!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네 명이 공격을 시작했다.

금장생이 보이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금장생의 발끝이 내는 소리만으로도 십이상객 네 사람은 금장생의 모습을 그려 낼 수 있었다.

척!

네 명의 무기가 바로 앞에 도달했을 때, 발끝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뒤꿈치가 바닥에 닿았다.

잔뜩 구부렸던 허리가 펴지고 오른손이 검집으로 향했다.

슉!

번쩍!

검이 뽑히는 순간 새파란 광채가 허공에 작렬했다. 일순 주변이 환해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척!

모습을 드러낸 금장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었다.

“타하!”

“차하!”

“하아!”

다른 네 명이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이번에 몸을 날려 가는 자들은 처음 네 명보다 더 빨랐다. 그들의 위치는 금장생 왼편이었다.

툭! 툭툭툭!

그때야 비로소 우뚝 서 있던 네 명의 몸통이 둘로 나뉘어 쓰러졌다.

금장생은 오른편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날려 오는 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보폭은 짧았지만 나아가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타하!”

“차하!”

“하아!”

먼저 공격을 시도한 자들은 십이상객 네 명이었다.

전면에서 두 명이 쇄도해 들어갔고, 나머지 두 명은 왼편과 오른편으로 약간 치우친 상태에서 쇄도했다.

쿵!

금장생의 오른발이 땅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번쩍! 번쩍!

새파란 광채가 연속해서 두 번 허공을 갈랐다.

금장생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던 네 명이 그 자리에 우뚝우뚝 멈춰 섰다.

휙!

금장생은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남은 네 명을 향해 내달렸다.

마지막 네 명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이들 네 명은 열두 명 중 가장 강했다. 네 명의 움직임은 처음 몸을 날렸던 자들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이미 금장생의 무공을 눈으로 확인한 터라 탐색은 없었다. 네 명은 전력을 다해 무공을 펼쳤다.

금장생은 수백 자루의 검에 완벽하게 포위당한 것처럼 보였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그 안에서 네 줄기 광채가 폭발했다.

광채는 둘러싼 검을 자르며 터져 나갔다.

금장생을 포위했던 검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금장생의 검은 허공으로 들어 올린 채고, 네 명의 검 끝은 땅으로 약간 파고들어 간 상태였다.

턱! 턱턱! 턱!

먼저 네 명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갔다.

툭! 툭툭툭!

곧이어 머리 네 개가 떨어졌다.

철컥!

금장생은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그의 삼 장 건너편에는 중년이 서 있었다. 태양상인 상단주 역불개였다.

“대단하구먼. 십이상객을 단 삼 초 만에 없앨 수 있는 무인은 손가락으로 꼽는데.”

역불개는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금장생이 이렇게 강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십이상객은 다이라 소라가 데려온 태양군단 대원들보다 몇 단계 위의 고수들이다.

열두 명의 합공이면 가주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름조차 알지 못한 자에게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다.

물론 상대를 경시하여 진식을 펼칠 기회를 잃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일방적이었다.

“내가 파악하기론 당신과 십이상객이 태양상인 상단의 삼 할을 차지하는 걸로 아는데, 맞습니까?”

“……?”

역불개의 눈이 커졌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자신과 다라이 소라는 감숙성 최고 상단이었던 양상태가를 몰락시킨 자를 없애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없애려고 했던 자가 그와 십이상객이 태양상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언급한 것이다.

그건 곧 양상태가를 몰락시킨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뜻했다.

“혹시 나와 십이상객을 노리고 양상태가를 몰락시킨 게냐?”

역불개는 물었다.

“태양상인에서 감숙성 상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삼 할 정도더군요. 그럼 당신이 죽으면 태양상인은 육 할이 무너지게 되는 셈이죠. 육 할이 무너진 상단은 더 이상 상단 역할을 할 수가 없고요.”

금장생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역불개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내 말이 맞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넌 누구냐?”

역불개는 되물었다.

“나에 대해서는 당신이 죽기 전에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장생은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곧 그의 손가락 사이에 검 한 자루가 끼여 나왔다. 중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그것은 흑사아였다.

역불개 역시 무기를 준비했다.

그가 꺼낸 무기는 검은색 부채였다.

“그림에서 본 부채 같은데, 혹시 사망선死亡扇입니까?”

금장생은 역불개의 부채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잘 아는구나.”

역불개는 부채를 활짝 펼쳤다.

“이백 년 전 절대마인이었던 사망혈마死亡血魔의 무기가 사망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아는 게 많구나.”

“사망혈마의 성은 역씨가 아닌데, 기연을 얻으셨나 보군요.”

“기연이 아니라 내 어머니가 사망혈마 그분의 후손이었다.”

파앗!

역불개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가 순식간에 날아올라 간 높이는 십 장이었다.

“타하!”

역불개는 그 상태에서 금장생을 향해 부채를 내던졌다.

슉! 슉슉슉! 슉슉!

금장생을 향해 쏘아져 가던 부채가 사라지고 느닷없이 수십 개의 검은 해골이 나타났다.

사망선의 이식인 사망사화死亡死花였다.

초식명처럼, 수십 개의 해골은 마치 허공에 피어난 꽃 같았다.

“차하!”

금장생은 활짝 편 왼손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그 앞으로 수백 개의 장인掌印이 나타났다. 옹전에서 얻은 철장鐵掌이었다.

퍽! 퍽퍽! 퍽퍽퍽! 퍽퍽퍽!

장인과 해골은 부딪쳐 둔탁한 소성과 반발력을 남겼다.

그 반발력으로 인해 역불개는 더 높이 솟구쳤다.

휙!

그는 머리는 아래로 향하고 다리는 하늘로 향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신법을 펼치기 위해 사용하던 내공을 거두었다.

힘을 풀고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신법을 펼치는 것과 같은 속도가 나기 때문에 굳이 신법을 유지하기 위해 내공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

신형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차하!”

역불개는 금장생과 오 장 떨어진 지점에서 전력을 다해 사망선을 휘둘렀다.

삼식인 사망혈해死亡血海였다.

슈아악! 슈아악! 슈아악! 슈아악!

순식간에 금장생 위쪽 허공이 새카맣게 변했다.

원래 검은 게 아니라 늘어난 사망선의 기운으로 인해 모두가 검게 보이는 것이었다.

진득한 살기를 머금은 새카만 검은 기운은 가공할 속도로 금장생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금장생의 손에서 흑사아가 쏘아진 건 그때였다.

손을 떠나자마자 흑사아는 백여덟 개로 늘어났다. 삼천혼의 두 번째 무공인 흑우黑雨였다.

흑우는 비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보통의 비처럼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쏘아져 올라갔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검은 기운과 흑우가 부딪치자 광포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푸아악!

사망선으로 만든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윽!”

역불개가 비명과 함께 튕겼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그의 입가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크아아아!”

역불개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시 사망선을 움켜쥐고 금장생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가 방금 펼친 두 초식은 사망선으로 펼칠 수 있는 최강 절초였다. 이제 남은 건 사망선의 각 살에 장착된 암기뿐이었다.

그 공격마저도 실패한다면 오늘 싸움은 패배로 끝나고 말 것이다.

반드시 성공한다, 반드시.

그는 다이라 소라를 보았다.

―협공해요.

시선이 마주치자 다이라 소라가 전음을 보냈다.

―나는 마지막 절초를 사용할 겁니다

―어떤 무공이죠?

―내 사망선에는 열두 개의 암기가 장착돼 있습니다. 그 암기는 사망침이라 부르는데, 금강불괴신마저 파훼하는 절대 무기입니다.

―사망침의 주인이 단주인 줄은 몰랐군요.

―어머님이 주신 겁니다.

―좋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사망침은 금강불괴지신을 파괴하는 절대 무기지만 일 장 안에서 던지지 않으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일 장 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던지고 난 후에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동귀어진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만일 사망침에 당하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으면 내가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뒤에 숨어 있다가 저놈의 숨을 끊어 달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다이라 소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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