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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29화 (229/524)

황금가 (229)

하급 천사들의 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 광채는 점점 짙어지더니 하급 천사들의 몸을 갉아먹었다.

“끄아악!”

“캬아악!”

“끄으윽!”

불빛을 머금은 듯한 광채는 하급 천사들의 온몸에서 터져 나왔고, 하급 천사들은 불탄 종이처럼 재로 흩어졌다.

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불여하는 빠르게 움직여 다니며 시위를 놓았다.

그녀가 쏜 마나 화살은 하급 천사들의 몸으로 틀어박혔다.

일부 하급 천사들은 날개로 몸을 감싸 방어를 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불여하의 화살은 하급 천사들의 날개마저 뚫었다.

“끄아아아!”

“캬아!”

“끄윽!”

하급 천사들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재로 흩어졌다.

“저건…….”

귀마존은 경악했다.

그가 알기론 대對천사 무기는 천오백 년 이전에 사라졌다. 그런데 강시처럼 보이는 자가 쏘는 활이 바로 대천사 무기였다.

대천사 무기의 가장 큰 특징은 신족이 부활하지 못하게 소멸시켜 버린다는 점이다.

대천사궁이라 불렸던 그 궁을 만든 종족은 마족이다.

강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십대무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건 역천궁이라 불렸던 새로운 궁 때문이었다.

신족에게 강점을 보였던 대천사궁과 달리 역천궁은 모든 종족에게 다 통했다. 대천사궁이 버려진 무기가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 후 십대무기에 이름을 올렸던 역천궁은 다른 무기들과 함께 수거돼 파훼되었다.

그런데 강시처럼 보이는 여자가 사용하는 궁이 버려진 무기였던 대천사궁이었다.

퉁! 퉁! 퉁퉁퉁!

그 순간에도 불여하는 계속해서 시위를 당겼다.

“빌어먹을 계집!”

귀마존은 몸을 날렸다.

“사노왕은 들어가세요.”

귀마존이 막 일 장을 쳐 내려는 순간 나직한 목소리가 태양마존 쪽에서 흘러나왔다.

스윽!

불여하의 신형이 허공으로 녹아들어 갔다.

슈아악!

텅 빈 허공으로 귀마존의 장력이 작렬했다.

척!

귀마존은 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모든 이목을 동원해서 불여하를 찾았다.

하지만 불여하의 기척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상대를 찾지 못한 사람은 귀마존뿐만이 아니었다.

금장생을 쫓아갔던 태양마존 또한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금장생을 찾고 있었다.

태양마존이 있는 곳은 출입문 근처였다.

“쥐새끼 같은 놈.”

태양마존은 장력을 난사했다.

이화기와 태양강이 출입문 근처 벽을 강타했다. 숨을 공간이 없이 촘촘하게 공격을 펼쳤지만 금장생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나와라, 쥐새끼!”

그는 버럭 소리쳤다.

“쯧! 숨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나직한 투덜거림과 함께 출입문 옆에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는 바로 무혼이었다.

무혼은 바타르가 준 하트 조각과 힐링 마법으로 인해 완전하게 회복한 상태였다.

“네놈은 누구냐?”

태양마존은 무혼을 내려다보며 소리쳐 물었다.

“네가 펼치는 무공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만 알면 돼.”

무혼은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가슴은 지금 터져 버릴 것처럼 둥둥 뛰었다.

“얼굴이 눈에 익은 것 같은데, 나를 아느냐?”

태양마존은 무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얼굴이 무척 눈에 익었다.

“혹시 이막수?”

무혼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억!”

태양마존의 눈이 커졌다.

부활하기 전 자신의 중원 이름이 이막수였던 것이다.

“이런 씨팔!”

무혼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이화기와 태양강을 볼 때만 해도 혹시나 했다. 그런데 이막수란 물음에 놀란 표정을 보니 이막수 본인이 분명하다.

즉, 삼백 년 전에 자신에게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네놈이?”

그제야 태양마존도 무혼을 알아보았다.

아니,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무혼이냐?”

그는 물었다.

“쿡!”

무혼은 피식 웃었다.

자신을 알아본다는 건 이막수란 이름을 지닌 태양마존이 맞다는 소리였다.

아울러 저쪽에서 이편을 바라보는 자는 귀마존이 분명하다.

“정말 무혼이구나.”

“맞다. 정말 무혼이다.”

무혼은 어깨를 폈다.

“정말로 네가 무혼이란 말이냐?”

놀란 외침과 함께 귀마존이 무혼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오랜만이구나, 귀마존. 삼백 년이나 지났는데 음침한 성격은 여전한 것 같구나.”

귀마존을 바라보는 무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태양마존과 귀마존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건, 아버지를 살해한 배후가 따로 있다는 말이 된다.

‘아무래도 내가 돌아 버린 모양이네.’

무혼은 피식 웃었다.

원수가 아직 살아 있다면 분통이 터져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반가움이 더 앞선다.

아마도 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악마가 됐든지.’

무혼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용하게도 살아남았구나.”

귀마존은 무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귀마존.”

“우리가 부활한 건 당연한 거다.”

“신족이라는 거냐?”

“아는 게 많구나.”

“샤이칸드리아 대륙에서 황제까지 지냈으니까.”

“어떻게 해서 샤이칸드리아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었는지 궁금한데, 말해 줄 수 있느냐?”

시간을 끌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궁금했다.

“내 반쪽이 샤이칸드리아 대륙에서 황제의 아들로 태어났다.”

“네 반쪽이면 도플갱어를 말하는 거냐?”

“그렇다.”

“그랬군.”

귀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놈이 역천영면마진 안에 있었기에 도플갱어의 영혼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무혼을 황제로 만든 건 그를 역천영면마진 안으로 데려간 자신이었다.

“클클클! 넌 내게 절을 해야겠구나.”

“내가 황제가 된 게 너희 덕분이라는 거냐?”

“아니라고 할 테냐?”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네게 고맙다는 말은 전혀 하지 못하겠어. 왜냐면 이곳에서 아버지와 사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

“황제로 사는 것보다 평범함 무부로 사는 게 더 낫다는 거냐?”

“평범한 무부가 아니고 마맹의 대공자겠지.”

“마맹의 주인이 네 아비였는 줄 아느냐? 네 아비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놈.”

“그거 참 말 잘했어. 안 그래도 네놈들의 배후가 누군지 알고 싶었는데.”

무혼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마맹을 만든 그자도 신족이겠지? 신분은 상급일 테고.”

“그분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는 거냐?”

“그분들이라고 하는 걸 보니까 혼자가 아니군.”

“으흠!”

귀마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뭐, 상관없어. 설사 안다고 해도 찾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무혼은 등에 차고 있던 혼천을 뽑아 들었다.

“너희를 죽이면 너희가 모시는 자는 다른 놈들을 보내 줄 거라고 믿어. 찾아오는 놈들을 없애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 없애게 되겠지.”

척!

무혼은 혼천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웅!

내기를 끌어 올리자 혼천은 나직한 도명을 토했다.

“이번엔 전처럼 죽어 줄 생각 없다, 놈! 천사들은 저놈을 없애라!”

귀마존은 좌우측에 서 있는 하급 천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하급 천사들은 일제히 날개를 펼치며 무혼을 향해 날아갔다.

그들을 지켜보던 귀마존은 은신술을 펼쳐 허공으로 녹아들어 갔다.

“내가 너희의 무공을 어떻게 익혔는지 보여 주마.”

무혼은 양극신공을 바탕으로 하는 야수혈랑도법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가 들고 있는 혼천에서 붉은 광채가 폭사되었다.

“차앗!”

무혼은 혼천을 들어 올린 채 바닥을 찼다.

그의 신형이 태양마존을 향해 폭사되었다.

“하아!”

태양마존은 무혼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가 금장생에게 펼쳤던 무공보다 더 강한 기운이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가 날개로 펼친 무공은 이화기였다. 이화기는 허공에 거대한 동굴을 만들었다.

“네 무공은 삼천 년 전에 완성했다. 차앗!”

무혼은 기합과 합께 동굴 안으로 뛰어들었다.

파파파파! 파파파파!

무혼의 몸을 감싼 양극신공의 극음기와 이화기가 부딪치면서 푸른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혼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태양마존은 한 번 더 날갯짓을 했다.

이번에 그가 날갯짓으로 펼친 무공은 태양강이었다.

이화기로 만든 터널 안으로 불그스름한 기운이 파고들었다. 이화기와 태양강이 합쳐져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무공이 탄생한 것이다.

푸스스!

몸을 날려 가는 무혼의 머리카락 일부가 가루로 흩어졌다.

“차앗!”

태양마존은 기합을 내질렀다.

무혼의 머리카락이 가루로 변하는 모습은 그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놈!’

태양마존은 차가운 눈으로 무혼을 쏘아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헉!’

승리를 확신하던 그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갑자기 내기의 흐름이 느려졌다.

지금까지 그는 금장생을 잡는다며 이화기와 태양강을 수십 차례 난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내공이 급격하게 소모되었다.

일반적으로 내공은 힘을 쓰고 나면 복구되는 것처럼 다시 채워지게 되는데, 한계를 넘어 뽑아내는 바람에 단전이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화기와 태양강을 전력을 다해 펼쳤던 것이다.

그것도 팔로 펼치는 것보다 몇 배나 많은 내공을 잡아먹는 날개로.

단전이 텅 비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화기와 태양강이 약해지자 무혼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굴!

태양마존은 귀마존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굴은 귀마존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귀마존은 태양마존을 돌아보지 못했다.

태양마존을 도와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주변 어딘가에서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살기 때문이었다.

아주 작은 허점만 보여도 그 살기는 온몸을 난자해 버릴 것처럼 강렬했다.

‘그놈이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

귀마존은 경악했다.

그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봉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금장생이었다.

귀마존이 더욱 황당한 건 삼 장 거리 안에 있는 금장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뚝! 뚝!

턱에서 땀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귀마존!”

태양마존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나도…….

움찔!

전음을 보내려는 순간 진득한 살기가 파고들어 왔다.

귀마존은 얼른 날개를 펼쳐 막았다.

“타하!”

카카캉!

“크아아악!”

태양마존이 있는 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귀마존은 곁눈질로 그곳을 보았다.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자로 잘려 나간 태양마존의 몸에서 붉은 기운을 내포한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신족이 완전하게 소멸할 때 나타나는 광경이고, 그건 곧 무혼의 손에 들린 무기가 전란의 시대 때 사용된 십대무기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상태로 있다가는 내가 당하고 만다.’

귀마존은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처음엔 왼손 손바닥 아래에 오른손 손바닥을 놓았다. 그런 다음 공을 굴리듯 천천히 두 손의 위치를 바꿨다.

왼 손바닥과 오른 손바닥 사이에 새카만 구가 나타났다.

그 상황에서 귀마존은 계속해서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를 바꿨다.

구의 색은 점점 짙어지고, 마침내 검은 광채를 뿌려 댔다.

이제 뿌리기만 하면 되는데 귀마존은 공격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 금장생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앗!

바로 그때 왼편에서 섬뜩한 기운이 다가들었다.

그 기운의 주인이 무혼이라는 걸 귀마존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나 혼자 처리하겠다, 장생!”

무혼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귀마존에게로 향해 있던 진득한 살기가 싹 사라졌다.

“타하!”

그 순간 귀마존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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