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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27화 (227/524)

황금가 (227)

삼백 년 만의 재회

“으음!”

귀마존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싸움을 시작한 지 이제 반 시진이 지났고, 사상의 가공함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부활전사단이 모두 당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날개는 두 개로 하급 천사와 같지만 첫 번째 죽음 전에 고수였던 자들이라 그 강함은 네 개의 날개를 지닌 중급이라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런 그들이 공격다운 공격 한번 못 하고 모두 당하고 만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 살려 주시오, 일호!”

이호는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가 떨고 있는 건 뒤에 있는 금장생을 속이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정말로 겁을 집어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금장생이 허점을 보이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신을 살려 주면 먼저 죽은 당신 부하들이 나를 욕할 거예요. 지휘할 사람이 필요한데 보내 주지 않았다면서 말이에요.”

“우린 이 년 동안 함께 일했소, 일호. 그간의 정리를 봐서라도 살려 주시오.”

“만일 반대 상황이라면 당신은 날 살려 줄 건가요?”

“무, 물론이오.”

“말이라도 고맙네요.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삼호에게 너무 심했습니다.”

“사, 삼호가 타락관으로 간 건 내가 밀고를 해서 그런 게 아니오.”

이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금장생이 귀마존 일행과 등을 지도록 섰다.

스윽! 스윽!

바로 그 순간 귀마존 뒤에 있던 풍마존이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그의 은신술은 수년 동안 은신술을 익힌 천객들보다 더 은밀했다.

원래 신족은 은신술을 타고난 종족이다. 굳이 은신술을 익히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대기 중으로 녹아들어 갈 수가 있다.

그들이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은신술 때문이었다.

풍마존의 은신술은 본래부터 타고난 능력에다 그간 익힌 바람의 무공이 더해지면서 더욱 강해졌다.

완전히 녹아들어 가 전혀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풍마존이 사라지자 뒤에 있던 빙마존도 은신술을 펼쳤다.

몸을 날린 두 사람 중 풍마존은 금장생 뒤편으로 갔고, 빙마존은 이호 앞으로 갔다.

―가슴을 펴라!

빙마존은 이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가슴?’

이호의 눈이 커졌다.

가슴을 펴라는 건 심장을 공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건 곧…….

‘얼마든지.’

이호는 가슴을 활짝 폈다.

파앗!

바로 그때 몸이 앞으로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금장생이 자신을 방패 삼아 빙마존을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어서 공격하시오!’

이호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심 소리쳤다.

이호의 바람이 통한 듯, 빙마존이 손을 쭉 내밀었다.

쩌엉!

순간 대기가 얼면서 투명한 물체가 나타났다.

빙공으로 만들어 낸 검이었다.

얼음처럼 투명한 검은 곧 이호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가 가슴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금장생의 가슴을 향해 쏘아져 갔다.

“컥!”

“억!”

이호와 금장생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큭!”

고통에 겨운 비명도 잠시, 이호의 입에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금장생을 노려보며 말했다.

“드디어 널 잡았구나, 일호.”

―날 잡았다고 자신하십니까?

금장생은 전음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이호의 시선이 금장생의 가슴으로 향했다.

“헉!”

그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심장을 뚫은 빙검은 금장생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간 게 아니었다. 빙검이 파고든 곳은 바로 금장생의 겨드랑이였다.

―내가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거울이 필요해서였습니다.

“거울이라고?”

―네.

금장생의 상체가 순식간에 뒤로 젖혀졌다.

슉!

그의 상체가 넘어가는 순간 푸른 빛이 감도는 검 한 자루가 얼굴을 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파앗!

검 주위에 형성된 역장이 스치자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억!”

금장생 뒤편 허공에서 다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바로 내 뒤에 있는자를 보고 싶었거든요.

푹!

금장생의 왼손에서 붉은 광채가 폭발했다.

스악!

혈사아 끝에서 생성된 검강이 허공을 횡으로 갈랐다.

“커억!”

비명과 함께 은신술이 풀린 풍마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혈사아에 의해 상체와 하체가 허리에서 분리된 상태였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듯, 그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턱!

금장생은 풍마존의 상체 앞섶을 잡았다. 그리고 이호 앞쪽 허공으로 내던졌다.

풍마존을 던지고 난 그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풍마존의 품속에서 꺼내려고 했던 게 아니고, 우연히 손에 잡혀 쥐고 있는 거였다. 아마도 풍마존이 품속에 집어넣고 다니던 무공 비급인 모양이었다.

그는 비급을 마법 주머니 안으로 바로 집어넣었다.

턱! 턱턱!

풍마존의 몸에서 뿌려진 피와 내장 부스러기들은 허공에 숨어 있던 빙마존의 전신에 달라붙었다.

“차하!”

금장생은 이호를 잡아당기면서 바닥을 찼다.

“이얍!”

기다렸다는 듯 빙마존이 금장생을 향해 양손을 뿌렸다. 그의 절기인 빙극천월강이었다.

빙극천월강은 대기를 얼리며 금장생을 향해 쏘아져 갔다.

‘쿡!’

금장생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떠올랐다.

강자들이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자신이 공격하면 상대는 반드시 방어를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다.

그 믿음의 저변에는, 자신의 공격에 격중당하면 죽거나 설사 죽지 않는다고 해도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될 거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금 공격하는 빙마존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은 내가 피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럼 뒤에 있는 귀마존이나 태양마존이 두 번째 공격을 쏟아부을 테고, 그 공격이 성공한다면 난 정말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난 자객입니다. 자객은 부상을 당할지언정 목표로 삼은 자는 반드시 없애는 족속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 무공의 약점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금장생은 전력을 다해 양극신공을 끌어 올려 양기를 온몸으로 퍼뜨렸다.

빙극천월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극음기다.

장력을 통해 몸 내부로 스며든 극음기는 먼저 세맥을 얼려 불능 상태로 만든 후 혈액을 얼리고 이어 온몸을 얼음으로 만들어 버린다.

몸이 어는 걸 막을 수 있다면 빙극천월강은 신공이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무공이 되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빙극천월강이 삼류 무공으로 전락하는 건 아니다. 상당히 강한 충격을 받을 테고, 내상도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상과 빙마존의 목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퍼억!

빙극천월강이 금장생의 가슴을 쳤다.

“내가 잡았…… 헉!”

빙마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십이 성의 빙극천월강에 정통으로 격중당하면 초인삼황이라고 해도 얼음으로 변하고 만다.

물론 워낙 강하니까 바로 죽진 않는다. 하지만 언 몸이 풀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인 일 초나 이 초 동안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금장생은 멈추지 않았다.

빙극천월강이 주는 충격에 의해 다가오는 속도가 약간 늦춰졌을 뿐이었다.

스악!

어느새 빙마존 앞에 선 금장생은 왼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붉은 광채가 허공을 수직으로 갈랐다.

스윽!

혈사아를 휘두른 금장생은 은신술을 펼쳐 모습을 감췄다.

“이건 말도 안 돼.”

내공이 풀리며 모습이 드러난 빙마존의 얼굴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혼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지만 삼백 년 전이고, 그때보다 몇 배 더 강해졌다고 자부한다. 이젠 무공으로는 초인삼황을 제외하고는 상대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제 서른도 안 된 자에게 당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정통 무인도 아닌, 자객에게.

“쳐라!”

귀마존의 외침이 들려왔다.

빙마존은 시선을 들었다.

하급들이 날개를 펼친 채 이편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오 장여를 날아온 하급들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몸을 숨겼다.

“하급으로는 놈을…….”

빙마존은 없애지 못한다는 말을 귀마존에게 하고 싶었지만 끝내 뱉어 내지 못했다.

쿠웅!

두 쪽으로 나뉜 그의 동체가 철퍼덕 쓰러졌다.

현 상황이 믿기지 않는 이는 금장생에게 죽임을 당한 빙마존뿐만이 아니었다.

귀마존 또한 말이 안 된다는 듯한 얼굴을 한 채 전면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신회에서 일했던 자다.

삼신회에서 천객은 궂은일을 은밀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든 단체였고, 신분도 하급보다 아래였다.

소모품 이상의 의미가 없던 조직이라 수장의 직위도 정해 주지 않고 단지 일호라고만 불렀다.

그런데 그 일호에게 부활전사단 일백 명과 풍마존과 빙마존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벌레에게 죽임을 당한 꼴이었다.

―놈이 보이는가?

태양마존은 전방 허공을 노려보며 전음으로 물었다.

―안 보이…….

스아악! 스아악! 스아악!

고개를 젓는 순간 허공이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허공에서 피가 솟구쳤다.

“커억!”

“크윽!”

“으윽!”

비명과 함께 하급 세 명이 추락했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조금 전 하급이 죽은 장소로부터 오 장 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섬뜩한 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체 다섯 구가 생겨났다.

―나도 움직여야겠네.

보다 못한 태양마존이 날개를 펼쳤다.

그의 날개는 좌우측을 합쳐 총 여덟 장이고 황금색을 뿌렸다.

날개를 바라본 그는 가볍게 펄럭였다. 그의 신형이 불쑥 떠올랐다.

슥!

이어 태양마존의 신형이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휙!

스악! 스악! 스악!

뒤편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커억!”

“크윽!”

“으윽!”

귀마존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발견한 건 목이 잘려 추락하는 하급 시체 다섯 구였다.

스악! 스악! 삭!

“윽!”

“컥!”

“악!”

또다시 비명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귀마존 등 뒤였다.

귀마존은 얼른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귀마존이 발견한 건 추락하고 있는 하급의 시체들뿐이었다.

―놈은 혼자가 아니네.

귓전으로 태양마존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린가?

―방금 천사 다섯 명을 없앤 건 놈의 방수였네.

―놈의 방수는 어디 있는가?

“컥!”

―저기네.

푸아악!

느닷없이 허공에서 가공할 열양기가 비명이 들려온 곳을 향해 쏘아졌다.

태양마존의 이화태양강의 이화기였다.

퍽!

푸스스!

태양마존이 전력을 다한 이화기는 엄청났다. 격중당한 자는 곧 가루로 흩어졌다.

그런데 불행히도 가루로 변한 자는 태양마존이 잡고 싶어 하는 금장생이 아니었다.

휙!

오른편에서 미약한 소성이 감지되자 태양마존은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가 이번에 펼친 공격은 태양강이었다.

시뻘건 광채가 허공을 갈랐다.

퍽! 퍼억!

둔탁한 소성이 흘러나오고 은신해 있던 하급 두 명의 얼굴이 드러났다.

허공에 숨은 태양마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엔 ‘왜?’라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었다.

“난…….”

휙!

느닷없이 섬뜩한 느낌이 다가들자 태양마존은 엉덩이를 한껏 뒤로 뺐다.

스악!

서늘한 느낌이 배를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태양마존의 시선은 배에 가 있지 않다. 대신 공격하고 도망치는 자를 향해 양팔을 쭉 내밀었다.

전력을 다한 이화기와 태양강이 허공을 뚫었다. 허공에 커다란 진공 동굴이 생겨났다.

퍽! 퍽퍽퍽! 퍽퍽퍽!

허공에서 둔탁한 소성이 연이어 들려왔다.

“커억!”

“크윽!”

“으윽!”

그리고 하급 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조금 전 죽은 하급이 그랬던 것처럼 태양마존이 숨어 있는 허공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차례차례 가루로 흩어졌다.

“크아아아아…….”

태양마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마존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허공에 뜬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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