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225화 (225/524)

황금가 (225)

“뒤쪽……!”

번쩍!

이호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붉은 광채가 허공을 갈랐다.

“컥!”

“큭!”

“윽!”

“억!”

네 사람은 거의 동시에 뒷목을 그러쥐었다.

그러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네 사람은 동시에 쓰러졌다.

스윽!

금장생의 신형이 바로 사라졌다.

“한꺼번에 공격하라!”

귀마존은 버럭 소리쳤다.

“차앗!”

“타하!”

이번에는 수십 명이 진형을 구축한 채 전방으로 내달렸다.

동료 간의 거리는 반 자 정도로, 빠져나갈 구멍은 천장 말고는 없었다.

“천장도 막아라!”

이호가 소리쳤다.

그러자 십여 명이 동료의 어깨 위로 올라가 탑을 쌓았다.

그들은 잔뜩 긴장한 채 전진했다. 하지만 통로 끝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금장생은 없었다.

“없습니다!”

문도 한 명이 소리쳤다.

“크아악!”

“아아악!”

“으아악!”

진형 뒤편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뒤쪽이다! 뒤에 있다.”

삼신회 소속 무인들을 일제히 몸을 돌렸다.

이호도 몸을 날렸다.

잠시 후 그는 후미에 도착했다. 방금 공격으로 당한 문도는 다섯 명이었다.

그는 전방을 주시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느냐, 일호!”

이호는 버럭 소리쳤다.

―너무했습니다, 이호. 내 친구가 미운 건 이해하겠는데, 삼호는 당신 동료였습니다. 삼호가 큰 잘못을 했다고 해도 감싸 줘야 하는 게 동룐데, 가장 먼저 타락관으로 가서 삼호를 찾은 사람이 당신이라니. 당신은 정말로 죽일 놈입니다.

이호의 귓전으로 금장생의 전음이 들려왔다.

“개자식!”

이호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는 금장생을 찾기 위해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금장생은 걸려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냐?”

뒤편으로 온 귀마존이 물었다.

“은신술로 숨었습니다.”

“저 앞에 있겠지?”

귀마존은 전방을 가리켰다.

“그럴 겁니다.”

“도망친 건 아니냐?”

“놈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왜냐면 놈에게는 우리를 없애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호는 금장생이 도망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지나왔던 광장 기억나느냐?”

“기억납니다.”

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통로로 들어서기 전에 일행은 거대한 광장으로 들어갔다.

지하 광장은 원형이었는데 지름은 오십 장, 높이는 이십 장도로 수백 명을 수용할 정도로 넓었다.

“놈을 그곳으로 몰아라.”

“알겠습니다.”

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활전사단은 앞으로 나와라!”

이호는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뒤에 있던 자들이 이호 앞으로 도열했다.

“지금부터 놈을 조금 전 지나쳐 왔던 광장으로 몰 것이다. 대원들은 모두 날개를 펼쳐라!”

“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부활전사단 대원들이 일제히 내기를 끌어 올렸다.

잠시 후 부활전사단 대원들의 눈과 온몸이 붉게 변했다.

파앗!

곧 등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길이가 이 장에 달하는 날개였다.

날개가 펼쳐지자 통로 내부가 환해졌다. 날개에서 흘러나온 황금색 광채 때문이었다.

척! 척척! 척척척!

날개를 펼친 이들은 동료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곧 통로는 날개를 펼친 자들로 들어찼다.

“전진하라!”

이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날개를 펼친 자들은 앞으로 내달렸다.

카카캉! 카카캉!

좌우측으로 돋아난 날개가 석벽을 긁으면서 불똥이 튀었다.

‘저게 날개군.’

금장생은 눈에 힘을 주었다.

그는 삼신회 소속 무인들에게서 이 장 떨어진 곳의 천정에 은신해 있었다.

그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은 삼신회 무인들의 등에 나 있는 날개였다.

원래부터 날개를 가진 자들이 아니라, 무공으로 만들어 낸 날개였다.

‘신족이었군.’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품속에서 삼천혼을 꺼냈다.

―뭐냐?

그때 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기운인가 보죠?’

―이건 신족의 냄샌데?

‘냄새도 맡을 줄 아세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이 녀석아. 어떤 자들이냐?

‘삼신회란 곳에 소속돼 있는 무인들입니다.’

금장생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왜 신족의 냄새가 나는 거지?

‘저자들 등에 날개가 나 있습니다.’

―정말 날개가 나 있느냐?

‘네.’

―몇 개냐?

‘한 쌍입니다.’

―색은?

‘너무 어두워서 알 수가 없습니다. 황금색 광채가 흘러나오긴 하지만 완전한 황금색은 아닙니다.’

―황금색이 포함된 붉은색일 게다. 좌우에 한 장씩 두 장의 날개가 나 있고 황금색이 흐르는 붉은 날개를 가졌다면 하급이다. 하급은 다시 천사, 대천사, 권천사로 나뉜다.

‘그럼 저들은…….’

―황금색이 흐른다면 권천사다.

‘저들이 권천사라면 귀마존 일행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상급일 게다.

‘그렇군요.’

차르르! 차르릉! 차르르!

좌우측 벽에서 불똥이 요란하게 튀었다.

―네가 싸우기에는 저들이 날개를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이곳이 더 낫다.

‘그럴까요?’

―내 생각은 그렇다.

‘난 다릅니다.’

금장생은 붉은색 검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천장에 두 발을 붙이고 박쥐처럼 거꾸로 섰다.

‘타하!’

내심 기합을 지르며 오른손을 뿌렸다.

삼천혼의 일초인 혈잔血殘이었다.

슈아악!

사아는 섬뜩한 소성을 흘리며 쏘아져 갔다.

“놈이 공격한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휙! 스아아악! 스아악!

일 장가량 나아갔을 때 하나였던 사아의 수는 스물네 개로 늘어났다.

슈아악! 슈아아악!

“비수가 날아온다. 방어하라!”

이호는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문도들이 펼쳤던 날개를 오므렸다.

양쪽 날개는 문도들의 몸을 감쌌다. 순식간에 그들의 몸 주위로 두 개의 방패가 생겨난 셈이었다.

전면을 바라보는 삼신회 문도들의 눈에는 두려운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날개의 강도를 시험해 보았는데, 검이 뚫지 못할 정도로 강했던 것이다.

그건 이호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날개로 온몸을 감싼 채 고함을 내질렀다.

“전진하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삼신회 문도들은 바닥을 찼다.

푹! 푹푹! 푹푹!

“커억!”

“크윽!”

“으윽!”

자만이 불러온 결과는 참혹했다.

앞쪽에서 내달리던 자들이 비명과 함께 풀썩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자들의 날개와 몸통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헉!”

“허억!”

“이럴 수가!”

삼신회 문도들은 질겁했다.

어둠 속에서 날아온 물체에 날개가 뚫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놀란 사람은 이호를 비롯한 문도들뿐만이 아니었다. 귀마존 일행도 경악했다.

그들이 아는 한 신족의 날개는 중원 무인들이 펼치는 호신강기보다 훨씬 강했다.

호신강기는 강기가 실린 무기와 부딪치면 파괴되기 일쑨데 날개는 그렇지 않았다. 굳건하게 버텨 낼 뿐만 아니라 공격해 온 상대가 더 약하면 반탄력을 배 이상 생성하여 되돌려준다.

그런데 일호의 걸로 보이는 무기에 의해 신족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아무리 하급이라고 하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신족이 약한 건가 아니면 놈이 터무니없이 강한건가?

귀마존은 옆에 있는 풍마존에게 물었다.

―천객 일호가 상당한 실력자이긴 하지만 천사의 날개를 저렇듯 쉽게 뚫는다는 건…….

풍마존은 말끝을 흐렸다.

―하면 우리 신족의 날개를 무력화시키는 특별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건가?

귀마존은 물었다.

―내가 알기론 우리 신족의 날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는 일곱 가지뿐이네. 그중 세 가지는 우리가 지니고 있고, 다섯 가지는 천오백 년 전 물건이네.

―만일 방금 그것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고 본다면 어떤 무기에 가장 가까울 것 같은가?

―악마수와 데스 케이나인이네.

―둘 다 마족의 무기구먼.

―그렇지.

―놈이 마족 무기를 얻을 확률은…….

“놈은 근처에 있다. 찾아라!”

악에 받친 이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없네.

이호를 바라보던 풍마존은 단언하듯 말했다.

―그렇겠지.

귀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소름 끼치는 놈일세그려.”

풍마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조금 전부터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금장생의 기척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걸려들지 않았다.

“못 찾았는가?”

귀마존이 물었다.

“안 보이네.”

“천객 역사상 가장 강한 자객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구먼.”

“놈을 칭찬하는 건가?”

“우리 삼신회에서 길러 낸 녀석 아닌가.”

슈아아악! 슈아악! 슈아악!

느닷없이 전방에서 섬뜩한 소성이 들려왔다.

“저기네.”

귀마존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오른편 귀퉁이를 향해 지풍을 쏘았다.

“차앗!”

귀마존에 이어 풍마존이 오른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살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오른편 귀퉁이를 향해 날아갔다.

“커억!”

“크윽!”

“아악!”

삼신회 문도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풀썩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삼신회 문도들의 몸에는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었다.

픽! 퍽퍽! 퍽!

이어 오른편 천장에서 나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귀마존과 풍마존의 무공이 천장 벽을 치는 소리쳤다.

―왼편 아래쪽이다, 단주!

귀마존은 이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가 금장생이 숨은 장소를 알아낸 것은 되돌아가는 사아들 덕분이었다. 파공성조차 남기지 않는 사아였지만 귀마존의 이목을 벗어날 수 없었다.

파앗! 파앗! 파앗!

열 명이 바닥을 차고 귀마존이 가리킨 곳으로 몸을 날렸다.

퍽! 퍽퍽! 퍽!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바닥과 벽만 강타했을 뿐 금장생을 찾아내지 못했다.

“계속 전진한다.”

이호는 전진 명령을 내렸다.

“차하!”

“타하!”

삼신회 문도들은 기합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었다.

통로를 꽉 채운 자들이 달려오자 금장생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커다란 광장으로 들어섰다.

광장은 지하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컸다. 천장과 벽에 걸린 마법등 덕분에 광장은 환했다.

스윽!

금장생은 가장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곳을 택해 은신했다.

가장 밝은 곳이나 어두운 곳은 자객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었다.

곧 삼신회 문도들이 광장 안으로 들어왔다.

“부활전사단은 은신술을 펼쳐야겠습니다.”

이호는 귀마존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라.”

귀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활전사단 대원들에게 은신술을 펼쳐 상대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존!”

부활전사단 대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은신술을 펼쳤다.

그들의 모습이 하나둘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잠시 후 광장에는 하급 신족만 남았다. 그들은 날개로 온몸을 감싼 채 주위를 경계했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금장생의 기척은 찾을 수 없었다.

허공에 숨은 부활전사단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은신술을 펼친 채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가서 은신했다.

자객끼리의 싸움은 일반 무인들처럼 요란하지 않다.

완벽하게 은신한 채로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길 기다린다. 그러다가 허점을 드러낸 순간 그곳을 향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부어 승부를 낸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최선을 다했는데 자신이 죽는다면 상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 된다. 그 죽음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객의 싸움은 인내의 싸움이다! 참는 자가 이긴다.’

이호는 내심 중얼거렸다.

지하 광장 안쪽은 백여 명이 뿜어내는 기운에 의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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