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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22화 (222/524)

황금가 (222)

코피는 진남의 자존심이다

“차하!”

무혼은 두 발과 왼손으로 동시에 바닥을 튕겼다.

파앗!

그의 신형이 가공할 속도로 쏘아졌다.

“하아!”

천마도 기합을 내질렀다.

바닥에 허리까지 박혀 있던 그의 신형이 쑥 튀어나왔다.

“이얍!”

두 발이 드러나는 순간 두 번째 기합과 함께 오른팔을 칼처럼 세워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구구구구!

단지 손을 내리그었을 뿐인데 천둥 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전면에서 밀려오는 천마의 손을 바라보는 무혼의 얼굴이 굳었다.

그를 향해 오는 건 손이 분명했다.

그런데 손에 담긴 건 단전에서 흘러나온 내기가 아니라 하늘이었다.

어떻게 맨손으로 저런 무공을 펼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문득 이편을 향해 다가오는 하늘의 기운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건 십만마도법의 초식 중 강强이다!’

무혼은 내심 소리쳤다.

아직 맞닥뜨리지도 않았는데 살갗이 따갑고 옷이 찢겨 나갈 정도로 강한 저 기운은 다름 아닌 십만마도법이었다.

‘막는 건 불가능하다.’

무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든 무공을 다 쥐어짜도 저 손을 막을 무공은 없었다. 수라도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혼은 수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렇다고 해도 기댈 수 있는 건 수라도법뿐이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수라도법 삼초 수라겁우修羅劫雨를 펼쳤다.

수라가 쏟아 낸 혈광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츠츠츠츠!

섬뜩한 소성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듯하던 붉은 광채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광채는 곧 주먹만 해졌다.

주먹 크기로 변한 붉은 광채는 더욱 짙어지더니 마침내 밤톨만 한 크기로 변했다.

고오오!

수라겁우의 기운은 밤톨 크기로 천마의 손을 향해 쏘아져 갔다.

“젠장!”

“빌어먹을!”

“억!”

타루 일행은 욕설을 내뱉으며 전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강풍 앞에 선 사람들처럼 잔뜩 웅크렸다.

픽!

“엥?”

“어?”

“살았네!”

거력이 부딪쳤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소리가 흘러나오자 타루 일행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쿠콰콰콰콰콰콰!

그러나 그들이 자세를 풀려는 순간, 폭풍 같은 기운이 몰아쳤다.

“헉!”

“니미럴!”

“조또!”

타루 일행은 질겁했다. 그러고는 전력을 다해 풀었던 내공을 다시 끌어 올렸다.

퍼억! 퍽! 퍼억!

반발력은 해일처럼 세 사람을 덮쳤다.

“커억!”

“크윽!”

“으윽!”

주우우욱! 주우우우우욱!

세 사람 앞에 깊은 고랑이 생겨났다. 고랑의 깊이는 무려 한 자에 달했다.

“우엑!”

그 자리에 멈춰 선 세 사람은 고개를 처박은 채 피를 토했다.

반발력에 대항하는 것만으로 극심한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결과는……!”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우엑!”

멀리서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오른편으로 향했다. 무혼이 피를 꾸역꾸역 넘기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면서도 무혼의 시선은 천마에게로 향해 있었다.

“완전 맹수네.”

주괴가 중얼거렸다.

“그러네.”

주육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 가득 피를 머금은 채 엎드려 전면을 노려보는 무혼의 모습은 사냥감을 물어뜯고 있는 맹수를 연상케 했다.

주육승의 시선이 이번에는 왼편으로 향했다.

“역시!”

주육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도 십여 장 이상을 물러났고, 한 손으로는 바닥을 짚고 있지만 활짝 웃고 있는 것이 무혼보다는 상태가 훨씬 나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주육승의 착각이었다.

천마가 웃고 있는 건 무혼보다 상태가 나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온몸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 피 때문에 앞섶이 흥건하게 젖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데도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가 웃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런 게 바로 살아 있다는 거였다.

온몸이 저리고 아프고, 버티고 서지 않으면 쓰러질 것만 같은 이런 기분이.

천마는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싸우면서 두 손과 다리를 대고 엎드려 본 적이 없지만, 상관없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간다! 크아아아아!”

천마는 괴성을 내지르며 무혼을 향해 폭사해 갔다.

“캬아아아!”

무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천마를 향해 쏘아져 갔다.

천마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민 채고 무혼은 수라를 앞으로 내민 채였다.

달려가는 두 사람 몸 주위로 거대한 기운이 생겨났다.

절대자의 경지에 오른 자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역장이었다. 역장의 크기는 두 사람이 공히 십 장이었다.

가장 먼저 부딪친 건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역장이었다.

츠츠츠츠! 츠츠츠츠! 츠츠츠츠!

바람이 부서지는 소리가 있다면 저런 소리가 들릴 거라고 주육승은 생각했다.

부서진 역장은 엄청난 기세로 사방을 강타했다.

카카카카! 끼이이이이!

바람이 부서지는 소리에 이어 무쇠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아아아!”

“차아아아아!”

그리고 천마와 무혼의 기합이 터졌다.

두 사람이 내지른 건 힘을 모으기 위한 단순한 기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이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우르르릉!

마법 공간 내부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커억!”

“크윽!”

먼저 무혼이 피를 화살처럼 뿜어내며 뒤편으로 날렸다.

이어 천마가 피를 흘리며 뒤로 날렸다.

털썩!

척!

무혼은 거칠게 처박혔고, 천마는 두 팔과 다리로 바닥을 짚어 볼썽사납게 쓰러지는 걸 모면했다.

파앗!

나뒹굴었던 무혼이 벌떡 일어났다.

“크아아아아아!”

그는 기합을 내지르며 천마를 향해 쏘아져 갔다.

“캬아아아!”

무혼에 이어 천마도 바닥을 튕기며 쏘아졌다.

또다시 두 사람 몸 주변으로 역장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크기가 오 장밖에 되지 않았다.

두 역장은 강하게 부딪쳤다.

츠츠츠츠! 쓰쓰쓰쓰!

카카카카! 카카캉!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두 역장은 바람이 부서지는 소리를 남기며 스러졌다. 그리고 천마의 권과 무혼의 수라가 부딪쳐다.

“크억!”

“커억!”

두 사람은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며 튕겼다.

싸움의 결과 또한 조금 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상태는 더욱 심했다.

이십여 장을 밀린 무혼은 데굴데굴 나뒹굴었고, 천마는 볼썽사납게 바닥으로 처박혔다.

“크엉!”

“캬아!”

두 사람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 괴성을 내지르며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이번에는 몸 주변으로 더 이상 역장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중간 지점에서 맞닥뜨렸다.

역장이 형성된 상태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무공은 강했다.

무혼의 수라와 천마의 권이 부딪쳤고, 두 사람은 십여 장 뒤편으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또다시 상대를 향해 내달렸다.

그런 상태가 수십 번 이상 이어졌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몸에서는 엄청난 기운을 머금은 기세도 내기가 실린 주먹도 뻗어 나오지 않았다.

무혼은 수라를 벗어 던진 지 오래였다. 내기를 싣지 못하자 손목으로 감아 들이는 것도 불가능하여 아예 벗어 던져 버린 거였다.

천마도 다르지 않았다. 내뻗는 권에는 더 이상 강한 내기가 실리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맨주먹과 발이 오갔다.

퍽! 퍽! 퍽퍽!

지금까지는 내상으로 몸속에서 피를 흘렸다면 지금은 외상으로 피를 흘렸다.

주먹과 발길질에 의해 상처가 생겨나고, 피가 터졌다.

“헐!”

“허!”

“저건!”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타루 일행이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그들이 보기에 천마와 무혼은 심검의 경지를 넘어선 초인이었다. 그런 경지에 이른 자들이라면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싸워도 격이 있어야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리는 천마와 다른 대륙에서 황제를 두 번이나 지냈다는 무혼이 싸우는 모습은 막싸움, 아니 개싸움이었다.

퍽!

무혼의 주먹이 천마의 코에 작렬했다.

“커억!”

천마는 비명을 내지르며 풀썩 쓰러졌다.

주르르!

코에서 뭔가가 흐르자 천마는 손으로 슥 문질렀다. 그러고는 손등을 보았다.

보려고 한 게 아니라 저절로 시선이 갔다.

손등에는 시뻘건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썅!”

천마의 입에서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휙!

그는 무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무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무혼은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여 천마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금세 한계에 부딪쳤다.

퍽! 퍽퍽퍽!

천마의 주먹이 무혼이 얼굴 곳곳으로 박혀 들었다.

콧잔등이 내려앉고 눈두덩이 터졌다. 양쪽 코에서는 코가 줄줄 흘렀다.

“흐흐흐! 난 코피가 하나지만 넌 두 개야, 새꺄!”

무혼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천마는 흡족하게 웃었다.

퍼억!

그런 그의 코로 무혼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커억!”

천마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무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천마의 안면으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점점 알아보기 어렵게 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헉! 헉헉! 헉헉!”

“헉! 헉헉!”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프냐?”

무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존나, 아프다!”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나?”

“그래도 기분은 째지게 좋아.”

“쿡!”

무혼은 피식 웃었다.

“왜?”

“천이백 살이 넘은 놈이 코피 났다고 승질 내는 꼴이 웃겨서.”

“너도 만만치 않던데 뭘 그래, 자식아. 코피 좀 났다고 나대는 꼴이 우습지도 않더만.”

“킥!”

“풋!”

“하하하!”

“으하하하!”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웃긴 새끼들!”

느닷없이 들려온 소리에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렸다.

바타르가 이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무혼이 물었다.

“코피 좀 난 것 가지고 그렇게 광분하는 게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바타르 네가 몰라서 그래, 인마.”

무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뭘 모른다는 거냐?”

“코피에 대해서 모른다고, 자식아.”

“코피가 뭔데?”

바타르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생각에 코피는 코 외부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내부 혈관이 파혈돼 흘리는 피일 뿐이다.

그런데 무혼은 코피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코피는 진남의 자존심이야, 인마.”

“진남?”

바타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남자 말이야, 자식아.”

“…….”

바타르의 시선이 천마에게로 향했다.

“이 녀석 말이 맞습니다. 코피는 진짜 남자의 자존심입니다.”

천마가 맞장구를 쳤다.

“또라이 새끼들.”

바타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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