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214화 (214/524)

황금가 (214)

대낭인살진

“그게 낫겠네요. 팔장군은 나오세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장군을 소환했다.

웅! 우웅! 웅! 웅!

대기가 급격하게 떨리더니 팔장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 금장생 오른편으로 늘어섰다.

“어?”

“저건?”

팔장군을 처음 보는 타루 일행은 질겁했다.

금장생 옆에서 강시들이 튀어나올 줄은 전혀 몰랐던 탓이다.

게다가 여덟 명이 튀어나온 장소는 자신들과 일 장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여덟 명이나 은신해 있었는데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뭔가?”

괴승 주괴는 금장생을 돌아보며 물었다.

“나를 도와줄 강시들입니다. 제가 실력이 좀 부족해서요.”

금장생은 멋쩍게 말했다.

“그런데 강시들이…….”

주괴가 궁금한 건 강시들이 어디서 나왔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강시라고 해도 은신술을 펼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분들은 활십活尸니다.”

이미 어느 정도 사고가 가능한 생시 경지까지 와 있지만 굳이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보통 사람과 걷는 모습이 비슷하니까 활시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저, 정말 활시란 말인가?”

활시란 말에 주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강시에 대해 아세요?”

금장생은 되물었다.

“자네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는 잘 안다고 자부하네. 활시면 일반 사람과 꼭 같이 움직이고, 육체는 거의 금강불괴지신에 가깝다고 알고 있네.”

“그렇다면 제대로 알고 계신 겁니다.”

“활시가 정말로 존재할 줄은 몰랐는데 놀랍구먼. 움직이게 할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금장생은 팔장군을 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러자 팔장군들이 자리를 이동했다.

그들은 곧 금장생의 앞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기가 막히는군!”

주괴는 혀를 내둘렀다.

활시도 제강이 가능하다는 건 말로만 들었지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슉! 슉슉슉! 슉슉!

또다시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차앗!”

주괴는 급하게 몸을 돌렸다.

곧 그의 양팔이 번개처럼 움직이고, 화살이 떨어져 나갔다.

텅! 텅텅텅! 텅텅!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금장생 전방과 오른편에 진형을 구축했던 팔장군들이 일제히 자신의 무기를 빼 들고 휘둘렀다.

턱! 턱턱! 턱턱! 턱턱!

수백 대의 화살이 일행 주변으로 쌓였다.

휙! 휙휙! 휙휙휙!

휙! 휙! 휙휙휙! 휙휙휙!

순간 이십여 장 앞에서 수백 명이 벌떡 일어났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일어선 자들은 몸을 날려 무혼 일행을 포위하며 둥글게 늘어섰다.

그들이 형성한 포위망은 총 일곱 줄이었다.

“준비하라!”

낭인 진영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척! 척척척! 척척척!

낭인들은 왼팔을 앞으로 뻗어 앞에 있는 자의 명문혈에 대고 오른팔은 옆으로 뻗어 옆에 선 자의 옆구리에 붙였다.

그들이 손을 붙인 곳은 상대방에게 내기를 전이해 줄 수 있는 혈도였다.

“타하!”

낭인들은 기합과 함께 일제히 내기를 끌어 올렸다.

고오오옹! 고오오오옹!

대기가 급격하게 요동치며 진식에 의해 형성된 역장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낭인들에 의해 생성된 역장은 그물처럼 촘촘하게 변해 무혼 일행을 압박했다.

“무슨 진식이지?”

무혼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식으로 형성된 역장으로 인해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소낭인살진입니다.”

주육승이 대답했다.

“특징은?”

“총 사백스무 명으로 구성되고, 서로의 공력을 공유합니다. 공유된 공력은 선두에 있는 자들 중 네 명에게로 집중됩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

무혼은 선두로 나와 있는 자들을 세어 보았다.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자들은 예순 명이었다.

“네.”

“저 진식을 지휘하는 자는 낭인성 소속 무인이겠지?”

“그럴 겁니다.”

“발진하라!”

그때 낭인 진영에서 차가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파앗!

낭인들이 일제히 바닥을 찼다.

그러자 서로 손을 대고 있던 낭인들이 왼편으로 회전했다.

낭인들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어느 순간 흐릿한 잔상만 남았다.

스아아악! 스아악! 스아아악!

낭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역장이 요동쳤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부는 것처럼 역장의 소용돌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르릉!

그제야 무혼은 그레이훼일을 뽑아 들었다.

“나는 어떤 무기를…….”

금장생은 자신의 무기를 하나씩 떠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무기는 역시 검과 도가 최고지.”

금장생은 묵야와 사백을 빼 들었다.

―나는 안 써먹을 거냐?

라가 말을 걸어왔다.

‘깨어났어요?’

―우린 잠을 안 잔다고 했잖아.

‘아, 맞다. 그랬지. 심심해요?’

―응.

‘내가 혈반을 사용하면 덜 심심할까요?’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심심하다.

‘나는 그냥 강신술사로 인식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혈반을 사용하면 너무 강하게 보일 것 같다는 거냐?

‘네.’

―그래도 심심하다.

‘그럼 구경이나 하세요.’

금장생은 왼팔 소매를 걷었다.

“공격하라!”

낭인 진영에서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역장은 거친 소성을 토해 내며 빠르게 돌았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생겨난 소용돌이 같았다.

차르르! 차르르르! 차르르! 차르르르!

빠르게 돌아가던 자들의 몸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역장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 물체는 소용돌이를 타고 돌았다.

외곽에서는 느리게 돌던 그것들은 잠시 후 엄청나게 빨라졌다.

“사돕死刀니다!”

주육승이 긴장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도가 뭔데?”

무혼은 전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길이는 반 자가 안 되고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진 도를 말합니다. 물살이나 바람에 실어 보내서 적을 없애는 무깁니다.”

“쿡!”

무혼은 피식 웃었다.

그는 그레이훼일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닥을 찼다.

그의 몸은 반 장가량 떠오르다가 멈췄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역장의 힘이 그를 떠오르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었다.

“쓰읍!”

무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타하!”

그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왔다.

파앗!

그의 신형이 역장을 뚫고 솟구쳤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역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혼을 쫓아 솟구쳤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도망치는 사람을 쫓아 날아오르는 모습 같았다.

순식간에 십 장 높이까지 솟구친 무혼은 허공에 멈춘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기다란 물체를 꺼냈다.

끝에 보석이 박힌 그것은 마법 지팡이였다.

그는 마법 지팡이를 그레이훼일의 크로스 가드 위쪽 중앙에 댔다.

스륵!

그러자 마법 지팡이가 그레이훼일 도면으로 스며들어 갔다. 잠시 후 그레이훼일 도면에 마법 지팡이 형상이 나타났다.

“세상을 구성하는 권능의 힘이여!”

무혼은 그레이훼일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레이훼일의 표면으로 투명한 광채가 모여들었다.

미세한 알갱이로 이루어진 광채는 칠색으로 빛났는데,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것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미세한 알갱이를 머금은 그레이훼일에서 강력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광채는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그 광채는 곧 무혼의 전신을 감쌌다.

“나 무혼의 의지가 원하나니!”

광채 속에서 나직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스아악! 스아아악! 스아악!

그레이훼일에서 뿜어져 나온 칠색 광채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잠시 후 낭인들 위로 불길에 휩싸인 창 수백 개가 나타났다. 창의 길이는 이 장에 달했다.

“저건?”

소낭인살진의 지휘관인 이자성은 깜짝 놀랐다.

타루의 짐작대로 그의 원래 신분은 낭인성 소속 무인이었다. 그가 낭인들 틈바구니 속으로 들어가 낭인처럼 하고 있는 건 낭인들을 효율적으로 부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소낭인살진을 펼치면서도 무혼 일행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작전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없애야 할 자들 중 한 명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엄청난 수의 화염 창이 십 장 위 허공에 나타난 것이다.

화염 창은 금세 아래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는 낭인들을 보았다.

낭인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힘을 거두는 자는 없었다.

‘거둘 수가 없지.’

그는 피식 웃었다.

소낭인살진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구축하면 외부 힘으로 파훼되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데 있다. 그건 바로 강처럼 흐르고 있는 진기 때문이다.

사백스무 명의 진기는 흐르는 강물처럼 소낭인살진을 따라 흐르고 있어, 빠지고 싶어도 빠져나갈 수가 없다. 적을 없을 때까지 진식을 유지해야만 한다.

‘얼마나 강한지 어디 보자, 놈!’

이자성은 무혼을 노려보았다.

진기는 강물처럼 흐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진식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즉, 어지간한 힘이 아니면 진식을 파훼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소낭인살진을 믿는다.’

“랜스 헬Lance Hell!”

바로 그때 무혼은 우렁찬 외침과 함께 들어 올리고 있던 그레이훼일을 아래로 휘둘렀다.

슈아악! 슈아악! 슈아악! 슈아악!

불꽃을 휘날리고 있던 랜스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쏟아졌다.

수백 개의 불꽃 창이 쏟아지는 광경은 엄청났다.

낭인들의 동요가 행동으로 나타난 건 바로 그때였다.

“피, 피해라!”

“도망쳐라!”

낭인들은 앞사람 명문혈에 대고 있던 손을 떼고 몸을 날렸다.

“헉!”

“억!”

“이건……!”

하지만 마음뿐이었다.

마치 손이 자석이 된 것처럼 앞사람의 명문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런 그들을 향해 화염 랜스가 틀어박혔다.

진식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이 화염 창이 떨어지는 속도를 약간 늦추기는 했지만 잠시 잠깐에 불과했다.

화염 창을 막고 있던 보호막은 이내 찢겨 나갔다.

어쩌면 낭인들이 동요하지 않았다면 좀 더 오래 버텼거나, 더 나아가서는 방어해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요한 낭인들이 내기를 거두려고 한 바람에 진식은 본래 힘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강기막이 찢겨 나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화염 랜스들은 낭인들의 정수리와 어깨로 파고들었다.

“크아악!”

“아아악!”

“으아악!”

“아악!”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화르르! 화르르! 화르르!

화염 창이 박힌 자들은 불꽃이 돼 활활 타올랐다.

“전부 죽여!”

무혼은 아래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타하!”

“차하!”

“하아!”

타루, 주괴, 주육승의 신형이 사방으로 쏘아져 갔다.

차르르!

가장 먼저 거무튀튀한 낫과 백색 낫이 허공을 갈랐다.

스악! 스악!

“크악!”

“아악!”

화염 창을 피했던 자들이, 목이 잘리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둥실! 둥실!

몸통을 잃은 머리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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