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210화 (210/524)

황금가 (210)

“맞습니까?”

당천리는 다시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군요.”

“이제 비밀이 없어졌으니까 계약서를 마무리할까요?”

“좋습니다.”

당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장생은 계약서를 한 장 더 작성했다. 그리고 두 두 계약서를 붙여 놓고 맞닿은 부분에 수결을 했다.

그가 하고 나자 당천리 또한 수결을 했다.

그 부분에 수결이 끝나자 이번에는 이름 옆에 수결을 하고 장인을 찍었다.

“끝났습니다.”

계약서가 완성되자 한 장을 당천리에게 건넸다.

“단지 양갈비 맛 때문에 동업할 생각을 한 겁니까?”

계약서를 받아 든 당천리가 물었다.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럼?”

“내가 줄기차게 양갈비를 바꿔 달라고 했는데도 거부한 사장님의 장사에 대한 신념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랬군요. 장소는 생각해 둔 곳이 있습니까?”

당천리는 물었다.

“장소도 사장님이 찾아야 합니다. 난…….”

금장생은 품속에서 바타르가 준 가방을 꺼냈다.

가방의 크기를 키우고 입구를 연 후 안쪽에서 이백만 냥을 꺼내 탁자 위로 놓았다.

“세상에……지금 제가 본 게 사실입니까?”

당천리는 탁자 위에 놓인 돈보다 크기가 마음대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가방에 더 놀랐다.

“진식으로 하는 거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 없습니다.”

“진식이라고요?”

“네.”

“그게 진식으로…….”

“진식에 대해 잘 아세요?”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 믿으세요. 그건 그렇고, 이백만 냥이면 될까요?”

“이백만 냥이면 세 개도 낼 수 있습니다.”

“그 일은 전적으로 당 사장님이 추진해 주십시오.”

“내가 이 돈을 가지고 잠적해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그럼 사람을 잘못 본 내 탓이니까 내가 책임져야지요.”

“명쾌하군요.”

당천리는 피식 웃었다.

“연락은 중원전장을 통해 해 주면 됩니다. 중원전장에 등재된 내 이름은 장생입니다.”

“알겠습니다.”

당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적하는 건 아니겠죠?”

“전엔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돈에 현혹될 나이도 지났고요.”

“난 돈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건 아직 젊어서 그럴 겁니다.”

“나는 늙어도 변함없을 것 같습니다. 뭐, 그런 건 각자 취향이니까 서로 존중하도록 하죠. 그리고 축배나 한잔 들죠.”

금장생은 빈 술잔 하나를 당천리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술을 따라 주었다.

“성공을 위하여!”

그는 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위하여!”

당천리 역시 크게 소리쳤다. 두 사람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여러 병의 술을 비웠다.

당천리는 경험도 많고, 다방면으로 유식한 자였다.

“혹시 총관 하실 생각 없습니까?”

“총관요?”

당천리는 의아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벌여 놓은 일은 많은데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그럽니다.”

“벌여 놓은 일이라면, 사업체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몇 개나 되기에…….”

“세세한 건 말하긴 그렇고, 양갈비집이 여섯 번째 사업쳅니다. 먼저 연 다섯 개도 모두 업종이 다릅니다.”

“가게 이름은 말하지 못해도 업종은 말해 줄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장의업입니다.”

“장의업은 과거 황금전가의 주력 사업이기도 했지요.”

“현재 세 개를 운영하고 있고, 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업종은 양조장입니다. 사실 이 양조장은 술맛이 너무 좋아 즉흥적으로 시작한 건데 다행히 하루에 오천 병을 생산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현재 벌여 놓은 사업 중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도 아는 술입니까?”

“이 가게에도 들어옵니다.”

“그렇군요. 그럼 세 번째 사업은?”

“세 번째 업종은 대장간업입니다.”

“대장간요?”

“한 지역의 대장간을 전부 사들였습니다. 지금 열심히 철을 사들이고 무기를 만들고 있을 겁니다.”

“전쟁이 일어날 걸 예상하고 대장간을 사들인 겁니까?”

“네.”

“역시.”

당천리는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는 잡화점입니다. 잡화점은 동업자에게 일임하여, 정확하게 몇 개를 냈는지 모릅니다.”

“생필품 또한 전쟁의 시대에 최적화된 사업이라 할 수 있죠.”

당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든 작든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격이 급등하는 게 생필품이다. 잠화점이란 곧 모든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말하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업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섯 번째는 도박장입니다. 도박장 역시 최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도박장도 호황을 누리게 되죠.”

도박장이 호황을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되면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자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들은 좀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된다. 그런 자들에게 도박은 최고의 놀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당 사장님과 함께 열게 될 황금룹니다. 아직은 모든 게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십 년 안에 중원 최고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금장생은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상단…….”

“황금가입니다.”

“그 황금가의 총관이 돼 달란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분이 없는 자는 황금가 식구로 받아들이지 않을 참입니다.”

황금전가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고 느낀 점이었다.

신뢰라는 끈은 거대 상단을 지탱하기엔 너무 약했다.

어떤 충격에도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모두가 동업자가 되면 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테니까.

“앞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동업을 하는 방식을 취할 겁니까?”

“그렇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 일은 뭡니까?”

“각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유망한 사업장이 있으면 인수도 해야 하고요.”

“인수까지 맡길 참입니까?”

당천리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해야지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인수하고 싶은 업종이 있습니까?”

“유통과 주루업입니다.”

“유통은 몰라도 주루업은 대륙황가와 겹칩니다.”

“겹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대륙황가에서 운영하는 주루와 객잔은 상, 중, 하로 나눴을 때 중급과 하급입니다. 내가 목표로 삼은 대상은 상위 일 할에 해당하는 부자들입니다.”

“최상급 주루를 운영하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유통은 어떻게 해 보겠는데 주루는 제 영역 밖입니다.”

“급하게 처리할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해 나가야지요. 지금 당장은 벌여 놓은 일들을 자리 잡게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회장님으로 부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날이 밝는 대로 서안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안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 총관.”

금장생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천만에요. 오히려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는데 제가 고맙죠.”

당천리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 제대로 한잔해 볼까요?”

“여기 양갈비 좀 구워 와라!”

당천리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 건 공짭니까?”

금장생이 기대 어린 얼굴로 물었다.

“여기 이분이 계산하실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당천리는 다시 소리쳤다.

“수전노.”

금장생은 당천리를 흘겼다.

“돈은 많이 버는 사람이 내야 하는 겁니다. 적게 버는 사람에게 술값이나 밥값을 내게 하는 건 갈취라고 하는 겁니다.”

당천리는 금장생의 눈빛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천생 무 형이 내야겠네요.”

“내가 왜?”

“우리 총관 말이, 밥값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이 내는 거라고 했잖습니까.”

“돈은 나보다 네가 더 버는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일국의 황제만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무 형이 계산해 주세요.”

“알았어, 자식아.”

“방금 주문한 거 두 배로 해 주세요!”

금장생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최고급으로 구워라!”

금장생에 이어 당천리가 다시 소리쳤다.

“니들 둘이 혼인해라.”

무혼은 어이없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이 척척 맞는 모양새가,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춰 본 사람들 같았다.

“혼인은 원수지간에 하는 거지 닮은 사람들끼리 하는 게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금장생이 웃으며 말했다.

일행은 밖이 환하게 밝아 올 때까지 술잔을 비웠다. 그사이 금장생은 당천리에게 자신의 사업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감숙성에서는 태양상인이 반격을 해 올 거예요.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게 아주 중요해요.”

“자금은 얼마나 있습니까?”

“오백만 냥 조금 더 됩니다.”

“그 정도면 아무리 돈으로 치고 나온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겠군요.”

“돈으로 치고 나오면 돈으로 돌려주면 됩니다.”

“그럼 한 곳을 더 인수하는 건 어떻습니까?”

“좋은 물건이라도 있나요?”

“난주의 만인물성萬人物城입니다.”

“어떤 곳입니까?”

“서역을 오가는 자들의 집결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역으로 떠나는 자들은 장안에서 출발하던 북경에서 출발하든, 일단 만인물성에서 서역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타고 왔던 말을 낙타와 바꾸고, 상행 기간 동안 먹고 마실 음식을 준비합니다. 돌아오는 자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타고 왔던 낙타를 말과 마차로 바꾸는데, 그 장소가 바로 만인물성입니다. 그리고 중원과 서역에서 출발한 물건들이 사고팔리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서역에서 온 상인들이 중원까지 들어가지 않고 거기서 물건을 넘겨 버린다는 말이군요.”

“네.”

“아주 매력적인 곳이군요.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던 금장생은 당천리를 보았다.

“매물로 나왔습니다.”

“그런 물건이 나오면 달려드는 자들이 많을 텐데요. 내게 기회가 올까요?”

“만인물상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아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지나가는 투로 말한 것일 뿐 아직 공론화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 가장 먼저 기회를 잡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렇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그분, 만날 수 있을까요?”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 여기서 쉴 건데, 빈방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다행히 맛있는 양갈비를 계속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금장생은 무혼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지금은 더 줘도 못 먹어. 우선 뭐라도 해서 배를 꺼친 후에 다시 먹도록 하지.”

무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낭인성 성주, 즉 전가 전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전왕을 만나는 건 해왕으로서 공식적인 첫 활동이었다.

“나도 따라가겠습니다.”

금장생은 무혼을 따라나섰다.

잠시 후 셋은 식당을 나섰다.

‘응?’

무혼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문밖으로 나서자 사방에서 서늘한 기운이 밀려왔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뭐냐?”

바타르가 물었다.

“나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거야.”

“인간들이 원한을 산 적도 없는데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면 한 가지뿐이지, 아마?”

“돈 때문이라고?”

“내 손목을 걸게.”

바타르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건 아니구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열 명이 세 명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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