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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203화 (203/524)

황금가 (203)

금의위와 동창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기관이다.

금의위는 영반, 진무사, 첩형의 신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창은 제독 바로 아래 직급이 첩형이다.

즉, 직급으로만 보면 금의위 인물은 세 번째 서열에 해당하고 동창 인물은 이인자다. 그런 자들이 이곳에 와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저들이 왜 온 겁니까?

―오지랖이지 뭐겠는가?

―오지랖이라고요?

―투서를 보더니 자기네들이 나가 보겠다고 했다네.

―빌어먹을.

―아무튼 치도곤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빠져나가게.

“당장 멈추라고 하지 않았더냐!”

권말남이 폭갈했다.

내공이 잔뜩 실린 그의 외침에 안에 있던 자들의 동작이 우뚝 멈췄다.

“묵영대는 들어라!”

권말남은 버럭 소리쳤다.

“하명하십시오, 제일첩형!”

검은 옷을 입은 자 십여 명이 대답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권말남을 따라다니는 동창 무인들이었다.

“지금부터 동창 제일첩형이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칼부림을 하는 자는 가차 없이 목을 치도록 하라!”

“조온!”

묵영대 대원들은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나는 동창 제일첩형이다. 책임자는 당장 내 앞으로 나와라!”

권말남은 다시 고함을 내질렀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날카로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양군우는 장팔상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미 내 손을 떠났네.

―알아서 하라는 겁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지 않는가?

“뭐 하고 있느냐!”

다시 권말남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당주.

장팔상에게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양군우는 당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당주는 양군우나 양군우 아버지보다 신분이 더 높았다.

―다 없애 버리는 건 어떠냐?

―저자들 뒤편에는 무인 백여 명이 있습니다. 그들을 다 없애고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면 우리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양상인마저 위험해집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저들은 건들면 안 됩니다.

―그럼 나가야겠구나.

―제가 가겠습니다.

“접니다.”

양군우는 손을 들고는 자운영과 권말남 앞으로 갔다.

“넌 누구냐?”

권말남이 물었다.

“양상태가 장남 양군웁니다.”

“양상태가?”

권말남은 장팔상을 돌아보았다.

“감숙성에서 활동하는 상단입니다.”

“일개 성의 상단이 저런 무력을 거느렸다니 대단하구나.”

권말남은 장팔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건…….”

“뭐, 아무튼 좋다.”

권말남은 고개를 돌려 양군우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여기서 무인을 동원하여 살겁을 저지르는 이유가 뭐냐?”

“사기도박꾼 때문입니다.”

“사기도박꾼?”

“저희 양상태가는 도박장 일확천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사기꾼 한 놈이 들어와 무려 천만 냥을 따 가지고 갔습니다.”

“처, 천만 냥이라고?”

“헐!”

천만 냥이란 말에 권말남은 물론이고 자운영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경에도 도박장이 꽤 있긴 하지만 하룻밤에 천만 냥을 땄다는 도박꾼에 대해서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벽촌에서 그런 엄청난 돈을 딴 자가 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냐?”

이번에는 자운영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인.”

“그런데 그자가 돈을 딸 때 사기를 쳤다는 거냐?”

“네.”

“사기도박으로 일천만 냥을 따 가는 게 가능하다는 거냐?”

“저희 도박장 도수도 한패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도수와 그자가 도박을 한 건 여섯 판에 불과했습니다.”

양군우와 당주는 도박 당사자였던 천수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기로 입을 맞춘 상태였다.

“그러니까 단 여섯 판 만에 일천 냥을 잃었다는 거냐?”

“그건 사기도박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놈은 도박을 시작할 때부터 현금이 아니면 상대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하면 저 마차에 현금 일천만 냥이 있다는 거구나.”

“현금은 팔백만 냥가량이고, 삼백만 냥은 전푭니다.”

“현금만 상대하겠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 도박장에서 남은 돈이 전표밖에 없었습니다.”

“그것까지 전부 잃었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억지라는 생각이 들진 않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정당한 내기로 돈을 잃고는, 본전 생각이 나서 사기꾼으로 모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아직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뭐냐?”

“그자가 마지막 판을 할 때, 도수의 몸값으로 백만 냥을 쳐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전표와 도수를 합쳐서 사백만 냥을 쳐주었다는 말이구나.”

“그때만 해도 도수를 빼 가기 위해서라는 건 몰랐습니다.”

“일리가 있구나.”

자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돈을 찾으려 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저자들이 마차에 실린 현금을 노리고 저희를 방해하는 바람에 살수를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수백 명을 살해한 죄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대, 대인!”

양군우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무기를 버리고 본인의 혈도를 눌러라! 당장 시행하지 않는 자는 우리 금의위와 동창에 대항하는 걸로 간주하고 즉결 처분하겠다!”

자운영은 엄하게 소리쳤다.

―당주!

양군우는 당혹한 얼굴로 당주를 불렀다.

―마차에 있는 돈을 보면 우리를 이해해 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시를 따르도록 해라.

당주는 양군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억울한 상황이라고 해도 금의위와 동창에 대항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지금은 자신들이 잘못한 상황. 자운영의 지시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당주는 무기를 버리고 자신의 혈도를 눌렀다.

그가 항복하자 나머지 대원들도 전부 무기를 버리고 본인의 혈도를 눌렀다.

“너희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자운영은 살아남은 건달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인.”

건달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부상을 입은 동료를 부축하고 시체를 수습하여 창고를 떠났다.

“이제 돈 구경을 좀 할까?”

자운영은 권말남을 보았다.

“현금 팔백만 냥은 본 적이 없는데요.”

권말남은 피식 웃었다.

“나도.”

두 사람은 마차를 향해 걸었다.

잠시 후 마차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권말남은 고개를 갸웃했다.

양군우의 말을 종합하면 마차에 사기도박을 한 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사기도박을 한 자가 저 마차에 타고 있는 게 맞느냐?”

자운영은 물었다.

“분명히 저 마차를 타고 갔습니다. 그리고 설사 놈이 없다고 해도 돈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겠지. 팔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혼자 들고 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자운영은 마차 문을 활짝 열었다.

“……?”

자운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는 잘못 보았나 싶어 고개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권 첩형, 자네가 한번 봐 보게.”

자운영은 뒤로 물러나며 권말남에게 말했다.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요, 뭐.”

“그러니까 어떻게 되는 건가?”

“저 빌어먹을 놈의 새끼가 금의위 제일천호와 동창 제일첩형을 가지고 놀았다는 거지 뭐겠어요?”

권말남은 차가운 눈으로 양군우를 쏘아보았다.

“그게 무슨…….”

양군우는 얼른 마차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럴 수가!”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무려 팔백만 냥에 달했던 금자와 은자가 한 푼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마, 말도 안 돼.”

그는 고개를 돌려 당주를 보았다.

―마차는 한 번도 우리 시야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는 다시 마차 안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훑어보아도 금가루 하나 보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빈 마차였다.

“이놈들을 당장 포박해서 연행해라!”

자운영은 버럭 소리쳤다.

“아닙니다! 놈은 분명 여기까지 왔습니다. 노, 놈의 부하들도 있습니다. 놈의 부하는 강시 복장을 했습니다. 그 강시들이 증겁니다!”

양군우는 계속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변명은 의심만 부추길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철썩!

“커억!”

왼편 뺨에서 오는 강한 충격에, 양군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이건 감히 동창 제일첩형을 우롱한 죄다.”

권말남이 차갑게 말했다.

“부로 호송하라!”

권말남은 버럭 소리쳤다.

“존!”

“가자!”

“걸어라!”

동창과 금의위 무인들은 신풍대와 살천대 대원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퍼억!

“큭!”

대원들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창고를 나간 그들은 병사들에게 포위된 채 부를 향해 갔다.

“쿡!”

“그놈 참!”

무혼과 바타르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곳에 온 자들 모두가 마차에 실려 있던 현금을 노렸다. 즉, 거의 오백 대 일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혼자 승자로 남은 것이다.

“마법 주머니를 그런 식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네.”

무혼은 빙긋 웃었다.

금장생이 모두를 속일 수 있었던 건 바타르에게 받은 마법 주머니와 타이탄을 집어넣는 차원의 틈새 덕분이었다.

싣고 오던 현금은 마법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고, 팔장군들은 차원의 틈새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은신술을 펼쳐 사라진다.

그야말로 완벽한 증발이다.

금장생과 돈이 마차 안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양군우는 살인죄에 관리를 농락한 죄까지 추가되었다.

한 편의 완벽한 경극이었다.

“투서도 그놈이 썼겠지?”

바타르가 무혼을 보며 물었다.

“투서뿐만 아니라, 건달들에게 현금에 대한 정보를 흘린 것도 녀석일 거야.”

무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박장이 양상태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우리보다 먼저 알았다는 뜻이네.”

“원래 가장 정확한 정보가 있는 곳이 감방이거든.”

“그런 거냐?”

“응.”

“인간이란 참!”

바타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느 정도 알았다 싶으면 다시 물음표가 생겨나고, 그 물음표를 풀었다고 확신하는 순간 또 다른 물음표가 생기는.

인간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왜?”

“너희 인간은 온통 물음표투성이라고.”

“바타르!”

“말해라.”

“네가 우리 인간을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우리 드래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지식이 풍부한 종족이다. 드래곤이 모르는 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네가 인간을 모르는 건 당연해.”

“그게 왜 당연하다는 거냐?”

“왜냐면 우리도 우리가 어떤 놈인지 모르거든. 자기 자신들도 모르는 존재를 네가 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

바타르는 무혼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럴 때 인간이 하는 말이 있어.”

“그게 뭐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는 말이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는 건 무슨 소리냐?”

“한잔 빨면서 구경이나 하자는 거야.”

“나는 마실 거니까 빠는 건 너나 해라. 우리 드래곤은 절대 빨지 않는다.”

“멍청이!”

무혼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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