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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189화 (189/524)

황금가 (189)

친구

무혼이 사실대로 말한 건 정확한 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금장생은 혼란스러웠다.

다른 사람 몸속에 들어가는 경우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빙의일 뿐, 육체를 완전히 소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즉, 빙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육체는 서서히 썩는다.

시체를 강시로 만드는 이유도 바로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앞에 있는 무혼은 강시라야 하는데 맹세코 그는 강시가 아니다. 아니, 완벽한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몸속에 영혼이 들어가 있는 거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사실입니까?”

금장생은 다시 물었다.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사실입니다.”

“보통은 다른 육체 안으로 영혼이 들어가면, 영혼과 상관없이 육체는 썩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무 대협의 몸은 완벽 그 자쳅니다. 즉, 영혼과 완벽하게 하나가 됐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과거 육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육체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습니다. 이 육체 속에 머물고 있으면 나는 머잖아 죽게 될 겁니다.”

수명이 다해서 죽는다는 건 아니었다.

현재의 몸으로는 무공과 마법을 완벽하게 익힐 수 없다.

하지만 크로노마스와 싸워야 하는 건 운명이다. 지금 몸 상태로 크로노마스에게 덤볐다가는 백이면 백 죽는다.

몸을 바꾼다고 해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

“좋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 증명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시도한 적도 없습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들어 주셔야 합니다.”

“말해 보십시오.”

“먼저 강시 대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시를 만들 때 필요한 건 훼손되지 않은 육체와 영혼 두 가집니다. 나는 훼손되지 않은 육체에 주문을 쓰고 마지막에 이혼대법을 펼쳐 혼을 불러와서 육체에 안착시킵니다. 그렇다면 영혼이 있어야 합니다.”

“영혼이 있어야 한다는 건…….”

“무 대협이 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죽지 않으면 영혼이 빠져나오지 못하니까 이혼대법을 펼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렇군.”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 확률만 확실하게 보장된다면 죽는 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미 두 번이나 죽었다.

하지만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이라고 하였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때 바타르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어떤 자들인데?

―무인들이다. 그리고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은밀하게?

―그렇다.

―우리를 노리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의 원한을 산 적도 없는데 공격이라. 좋지 않군.

―어떻게 할 거냐?

―받아 줘야지.

무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금장생은 무혼을 보았다.

“장 대협은 술이나 드시고 계십시오.”

“말하기 곤란한 사안입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실은 적입니다.”

무혼은 사실대로 말했다.

“무 대협을 노리고 온 자들인가요?”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강신술사를 노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무 대협을 노리고 온 자들이 맞을 겁니다. 이럴 게 아니라, 나도 돕겠습니다.”

“밖에 있는 자들은 무인입니다. 강신술사가 나설 자리가 아닙니다.”

“밥을 얻어먹었는데 밥값을 해야지요. 그리고 다행히 제게는 실력이 뛰어난 호위가 있습니다. 밖에서 만나도록 하지요.”

금장생은 곧바로 강시 객잔으로 향했다.

“그 친구, 고집은.”

무혼은 피식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마음에 드는가?”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서.”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순진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아.”

“한마디로 때가 덜 탔다는 건가?”

“주인은 밖으로 나오지 말고 그대로 숨어 있어라. 그리고 이건 밥값이다.”

무혼은 겁먹은 얼굴로 쳐다보는 주인에게 돈을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금장생은 서둘러 강시 객잔으로 뛰어가는 중이었다.

―굳이 네가 도와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저 둘은 강자다. 아니, 둘도 필요 없다.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라가 말했다.

“그건 나도 압니다.”

―그런데 왜 도와주려는 거냐?

“무혼 그 사람, 어떤 사람처럼 보였습니까?”

―어떤 사람이냐는 건 무슨 뜻이냐?

“제 질문은 신분을 말하는 겁니다.”

―글쎄…….

“영감님이 말한 드래곤이란 자와 함께 다닐 정도면 한 단체의 수장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장사꾼은 그런 자들과 인연을 맺어 놔야 합니다.”

―장차 고객이 될 수 있단 말이냐?

“영감님도 장사꾼이 다 됐네요.”

금장생은 객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데스 나이트들이 일제히 금장생을 바라보았다.

“할 일이 생겼습니다.”

금장생은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곧 데스 나이트들은 밖으로 나왔다.

“부적 붙이세요.”

금장생의 말이 떨어지자 데스 나이트들은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 자기 이마에 붙였다.

“앞을 보는 게 거치적거리면 굳이 보려고 하지 마세요. 때때로 눈을 감는 게 더 잘 보이기도 하니까요.”

금장생은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데스 나이트들이 그를 따라나섰다.

―드래곤은 저들이 데스 나이트라는 걸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아니,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묻지는 못할 겁니다.”

―왜?

“데스 나이트를 안다는 것 자체가 중원 사람이 아니라 방문자라는 의미가 돼 버리니까요.”

―데스 나이트에 대해 묻는 순간 자신들의 정체를 밝혀 버리게 된다는 거구나.

“그렇지요.”

―그래도 질문을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거냐?

“우연히 시체를 발견했는데 상태가 아주 좋아 강시로 만들었다고 하면 됩니다.”

―클!

라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무혼 그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자도 방문자일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아무래도 무혼이란 이름이 걸립니다.”

―역천영면마진에서 보았던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거냐?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데 자꾸만 동일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천 년 전에 죽었던 자들도 살아나는 마당에 삼백 년 전 인물이 무슨 대수겠느냐.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무기하고 대화도 나누고 있는데.”

금장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 후 그는 데스 나이트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무혼과 바타르가 서 있는 곳은 객잔 남쪽을 동서로 흐르는 개울 앞 갈대숲이었다. 갈대는 상당히 키가 커서 가슴까지 차올랐다.

“누가 보내서 온 거냐?”

무혼은 전방을 보며 말했다.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내공이 실려 상당히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하지만 객잔 앞쪽 공터는 여전히 조용했다.

“너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낼 방법은 얼마든지…….”

파앗!

무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방 갈대숲에서 수십 명이 튀어나왔다.

그들 중 다섯 명은 무혼과 바타르에게로 향했고, 나머지는 금장생과 데스 나이트들에게로 쏘아져 갔다.

‘자객?’

금장생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적은 단순하게 달려오는 게 아니었다. 좌우로 움직이며 달려왔는데, 번갈아 가면서 모습을 감췄다.

주로 자객들이 적을 없앨 때 사용하는 공격 방법이었다.

그것도 동영 자객이.

“사노왕 전방, 마노왕 왼편, 화노왕 오른편, 전노왕 뒤편, 혈노왕 허공…….”

금장생은 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말과 머릿속으로 동시에 내려진 명령이었다.

금장생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불여하가 선두로 나가며 시위를 당겼다.

그녀의 궁에 화살이 걸리는 순간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그녀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카앙!

불여하의 가슴으로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려왔다.

“컥!”

“크윽!”

“으윽!”

바로 그 순간 무혼 바로 앞에서 나직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금장생은 고개를 돌려 무혼을 보았다.

무혼의 오른팔에서는 기다란 연검이 솟아나와 있었다. 정확하게는 연도지만 약간 떨어진 관계로 금장생의 눈에는 검처럼 보였다.

방금 자객 세 명의 목에 구멍을 낸 무기가 바로 그거였다.

“매직 미사일!”

이어 바타르의 입에서도 나직했지만 힘이 실린 외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금장생은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바타르 앞쪽에 푸른색 광채를 띤 막대가 생겨났고, 순식간에 자객들의 몸속으로 사라졌다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가공하네.’

“크윽!”

“으윽!”

“억!”

“악!”

그사이 금장생 앞쪽에서도 비명이 이어졌다.

불여하 일행에게 죽임을 당한 자객들이었다.

자객들은 무기가 통하지 않는 신체를 지닌 데스 나이트에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데스 나이트들은 자객들의 공격을 방어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막을 수 있으면 막고,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허용하면서 반격을 했다.

공격이 성공한 줄 알고 마음을 놓았던 자객들은 이어지는 데스 나이트의 공격에 죽임을 당했다.

데스 나이트들의 공격은 강력했다.

특히 유성추를 사용하는 해노왕 혁장운과 망치를 무기로 사용하는 철노왕 고태백의 공격은 참혹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잔인했다. 둘은 적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는데, 형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타하!”

무혼의 신형이 지면을 박차고 갈대숲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윈드 소드!”

이어 바타르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오고 살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갈대숲을 강타했다.

스아아악! 스아악! 스아아아악!

가슴 높이까지 자란 갈대가 일거에 잘려 나가고 갈대숲이 평지로 변했다.

“커억!”

“크윽!”

“으악!”

“억!”

비명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갈대와 함께 잘려 나간 자들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차하!”

무혼의 입에서도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오른손에 차인 수라가 수많은 궤적을 남겼다. 그 궤적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갈대숲을 덮쳤다.

스아악! 스아악! 스아악!

“커억!”

“크윽!”

“억!”

갈대와 그 안에 숨어 있던 자들이 동시에 잘렸다.

창! 창! 창창창! 창창창! 창창!

푹! 푸욱! 푹!

퍼억! 퍼억!

스악!

찌르고 부수고 베고, 다시 부쉈다.

데스 나이트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와 몸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리고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적을 없앴다.

―이곳까지 오면서 익혔던 보법을 떠올리세요. 오른발을 한 걸음 내딛고 왼발은 반보 내디뎌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도세요.

금장생은 군림천하보를 계속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여덟 명의 위치를 정해 주어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싸울 수 있도록 했다.

한때 전사였던 자들답게 위치를 정해 주자 대응은 빨랐다. 곧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지금 저것들에게 싸움 방법을 가르치는 거냐?

“늘 함께 싸워야 하니까요.”

―무림 패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도 패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건 제 재산을 잘 지키는 겁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거냐?

“자기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힘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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