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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184화 (184/524)

황금가 (184)

“대원들은 나를 따라라!”

명령을 받은 제진은 고함을 내지르며 금장생을 향해 내달렸다. 이어 제진 뒤편에 있던 대원들이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제진과 전수대 대원 서른 명이 더 가담했지만 전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금장생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면서 전수대 대원들을 없앴다.

그러다가 적의 공격을 몇 번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공격을 받기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틀거리면서도 적을 없애고, 넘어질 듯하면서도 적을 없앴다.

금장생 주변에 있던 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크아악!”

그리고 어느 순간 금장생의 장을 맞고 제진이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개자식!”

파군룡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남아 있는 부하들과 함께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린 자들 중 가장 먼저 공격한 자는 파군룡이었다.

무림십패 중 도의 달인인 단천 파운양의 아들답게 그의 무공은 강했다. 전력을 다한 것 같지도 않은데 도탄강기가 금장생을 향해 쏘아졌다.

뒤에서 강한 기운이 밀려오자 금장생은 바닥을 차고 솟구쳤다.

그러자 전방에 있던 자들이 금장생을 쫓아 솟구치며 암기를 내던졌다.

수십 개의 암기가 금장생을 향해 쏘아졌다.

금장생은 양팔을 번갈이 내질렀다.

캉! 캉캉! 캉캉캉!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금장생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금장생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호수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암기를 쳐 내다가 호수까지 밀린 모양이었다.

“으악!”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호수로 빠졌다.

“쫓아라!”

파군룡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남은 대원들이 모두 호수로 뛰어들었다.

금장생이 비명과 함께 호수로 떨어진 게 전수대 대원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시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죽일 놈!”

파군룡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맞다, 군룡. 그놈은 정말 죽일 놈이다.”

두 사람이 파군룡 옆으로 나타났다. 옥천환과 장하였다.

“어? 사형!”

파군룡은 의아한 얼굴로 옥천환을 보았다. 그가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잘 있었느냐?”

옥천환은 파군룡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말했다.

곧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파군룡의 이마에 검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그건 곧 자신이 화홍을 통해 하독한 독이 골수까지 미쳤다는 걸 뜻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파군룡은 경계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의 생각에 옥천환이 이곳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천중전장이라면 옥천환이 와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여긴 천중전장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천년호다.

게다가 자신이 여기 온 사실은 천중장원 일꾼들도 모른다. 미행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제는 역시 눈치가 빨라.”

옥천환은 피식 웃었다.

“무슨 뜻입니까?”

“눈치가 빠르지 않았다면 전장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거란 뜻이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은 게냐?”

“몸은 왜……?”

파군룡은 무슨 소리인가 하며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장하가 그의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공을 말하는 거야.”

“내공이야…… 헉!”

파군룡은 질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처럼 솟구치던 내공이 꿀처럼 끈적끈적해져 있었다.

내공이 굳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단전이 굳는 것 같지?”

옥천환은 파군룡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그, 그걸 사형이 어떻게…… 혹시!”

“군룡이 너는 머리도 좋고 무공도 뛰어나고 잘생기고 다 좋은데, 한 가지 단점이 있어. 그게 뭔지 알아?”

“난…….”

“여자를 너무 밝힌다는 거야.”

푸욱!

그 순간 파군룡의 등에서 섬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뒤로 돌아간 장하가 파군룡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은 거였다.

“그, 그럼 화홍 그 계집에게…….”

“파세룡과 파진룡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외롭진 않을 게다.”

옥천환은 파군룡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도 사형이 죽인 거요?”

묘했다.

마지막 순간이면 살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분이 편안해졌다.

“마음을 비운 모양이구나.”

옥천환은 빙긋 웃었다.

“그런 모양이오.”

“네 말이 맞다. 사부님의 두 아들은 내 손에 죽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라 너를 찌른 장하 손에 죽었지. 이제 너마저 죽으면 사부님은 후계자를 모두 잃게 되는구나.”

“해림을 노리고 이런 짓을 벌인 거구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죄 없는 너희를 없앨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성공할 거라고 보시오?”

“벌써 팔 할 이상 성공하지 않았느냐?”

“아버진 자식들조차 믿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분이시오.”

“그건 나도 안다. 너희 삼 형제가 해림을 떠나 각자 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사부님의 냉정함 때문이라는 걸. 하지만 그 냉정함의 근원은 바로 너희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도 나는 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네가 죽었다는 걸 알면 그분은 급격히 노쇠해질 테고 머잖아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죽은 자식들의 복수를 한다며 분노를 불태우겠지만, 그 정도를 감당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으냐. 그리고 복수가 끝나고 나면 해림을 저승까지 가져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자식들은 이미 다 죽고 말았으니까…….”

옥천환은 활짝 웃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땅콩을 꺼내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사형뿐이라는 거요?”

파군룡은 이마를 만졌다. 그리고 영웅건 한가운데 있는 보석을 잡았다.

“맞아.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이 옥천환뿐이야.”

“나는 누가 죽였다고 할 참이오?”

“저기 있잖느냐?”

옥천환은 호수를 가리켰다.

“놈이 누군지 아시오?”

“서천왕부 주인으로, 왕부 사람들은 마왕이라 부르더구나. 사실 네가 있는 서안까지 오게 된 건 바로 저놈 때문이다.”

“저놈 때문이라…….”

“그 정도만 알면 된다.”

옥천환은 장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장하가 찔러 넣었던 검을 뽑았다.

츄악!

그러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커억!”

파군룡은 이마를 짚고 있던 손을 떼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옥천환을 보았다.

“내 장담하건대 얼마 가지 못할 거요. 사형은 해림을 멸망으로 이끄는 장본인이 될 거요.”

“해림은 내가 중원제일문파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옥천환은 파군룡의 볼을 톡톡 치고는 몸을 돌렸다.

풀썩!

파군룡이 풀썩 고꾸라졌다.

파군룡의 몸에서 이는 잔경련이 잠잠해지자 장하는 곧바로 옥천환을 쫓아 몸을 날렸다.

금장생이 파군룡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한 식경 후였다.

전수대 대원들 중 살아 있는 자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안 되기에 몇 번에 걸쳐 확인했다.

이곳으로 온 전수대 대원은 전멸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파군룡뿐이었다.

그런데 파군룡은 이미 죽어 있었다.

“누가…….”

금장생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그의 눈에 두 사람의 발자국이 보였다. 아주 희미했지만 추적술을 익힌 금장생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한 명은 상당한 강자네.”

금장생은 중얼거렸다.

발자국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했다. 평소 걸음걸이가 그 정도라면 최소한 강기 이상을 펼치는 강자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엔 파군룡의 상처를 살폈다.

파군룡은 엎드려 죽은 상태였는데, 심장이 위치한 부분에 자상이 나 있었다. 뒤에서 검을 찔러 심장에 구멍을 낸 게 분명했다.

“자신을 없앤 자가 등 뒤로 가도록 두었다는 건 잘 아는 자라는 뜻이기도 하고…… 배신을 당한 모양이네.”

상황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천중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오려면 작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천중전장 일을 잘 아는 사람이라야 한다.

게다가 파군룡은 상대가 등 뒤로 가도 경계하지 않았다.

“운이 없는 사람이네.”

금장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바닥을 차고 호수 안쪽의 섬으로 갔다. 조금 전 본 게 있어서였다.

그는 한편에 쪼그려 앉았다.

“저건…….”

그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커다란 바위 틈새였다.

조금 전 이곳에 서 있었는데 딛고 있던 바위가 흔들거려 넘어질 뻔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바위 사이를 보게 됐는데 안쪽이 검은색이었다.

그는 손으로 바위를 흔들어 보았다. 바위는 상당히 컸다.

“그렇다고 해도…….”

금장생은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바위를 들어 올려 호수로 던졌다.

“이건?”

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깜짝 놀랐다.

바위 아래쪽은 놀랍게도 쇠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쇠를 만져 보았다. 표면이 미끈했다.

“설마 인공?”

금장생은 다른 돌도 치우기 시작했다.

한 식경 정도를 치우자 위쪽 윤곽이 드러났다.

“맙소사!”

금장생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바위를 들어낸 섬 정상은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표면은 미끈했지만 굴곡이 져 있는 모양새가 마치 사람 머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장생은 발을 굴렀다.

쿵쿵쿵!

그의 발길질에 섬이 흔들렸다. 하지만 바위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네?”

금장생은 다시 손으로 바위를 떼어 냈다.

“맞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게 절대 아니었다. 누군가가 만든 구조물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금장생은 시선을 들어 다른 섬을 보았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여덟 개의 섬. 저 모든 섬들이 어쩌면 모두가 인공 구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마신!”

금장생은 마신을 불렀다.

웅! 웅! 웅웅!

허공에서 나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오 장 크기의 거대한 동체가 나타났다.

금장생은 곧바로 마신에 탑승했다.

그리고 허공답보 신법으로 허공에 몸을 띄운 채 오른 주먹에 힘을 모았다.

그러자 심장에 만들어진 고리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이번에는 좀 더 고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고리의 수는 여섯 개고, 전체적으로 구체를 이루고 있다.

그 고리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고리의 회전력은 엄청난 힘을 생성해 냈다.

‘상극의 힘이네.’

금장생은 감탄했다.

단순하게 상극이 아니라 여섯 개의 고리가 전부가 상극으로 이어진다. 즉 정반, 정반, 정반의 조합인 것이다.

단순하게 따지면 세 개의 상극 조합 같지만, 정반, 정반, 정반 상극의 기운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면 상극 기운이 연속된 고리, 즉 무한원이 만들어진다.

그 무한원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가공할 힘을 만들어 내고, 그 힘은 외부로 표출된다.

문제는 단전에 있는 내공은 일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힘이 완벽하게 합쳐질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수배 더 강해질 것 같은데 아직은 방법이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심장의 고리에서 생성된 힘이 마신을 움직이는 원천이라는 거지.”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은 점이었다.

마신에 탑승하여 힘을 끌어 올리면 다른 때와는 달리 심장의 고리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을 발출한다.

아니, 어쩌면 그게 정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 금장생이 느끼기엔 비정상적인 쪽에 더 가까웠다. 대신 단전은 절반 이상 잠긴 느낌이 든다.

그건 곧 마신과 친화력이 더 강한 쪽이 바로 심장의 고리라는 뜻이 된다.

‘단전의 내기도 차차 이용 가능해지겠지.’

금장생은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마신의 주먹은 물 위로 솟아 있는 섬의 중간 부분을 강타했다.

쩌억! 쩌어억! 쩌어억!

마치 얼음이 깨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장군도에서 흘러나왔다.

툭! 툭툭! 툭툭툭! 툭!

첨벙! 첨벙! 첨벙! 첨벙! 첨벙!

곧 돌들이 떨어져 나갔다.

“헐!”

금장생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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