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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174화 (174/524)

황금가 (174)

철갑거인

두두두두! 두두두두!

척사랑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다크 나이트들은 일제히 랜스를 들어 올렸다.

랜스 공격은 단순했다.

목표 지점에 랜스 끝을 겨냥하고 말과 함께 달려갈 뿐이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단순한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을 제압하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척사랑은 심호흡을 했다.

“타하!”

그녀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파앗!

그녀는 바닥을 찼다.

순식간에 공간을 단축한 그녀는 선두에서 달려오는 자들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빙하공룡광무氷下恐龍狂舞의 전삼식 중 일식인 공룡천사인恐龍天邪人이었다.

빙하공룡광무는 그녀를 무림십패의 일인으로 만들어 준 절대검법이었다.

쿠쿠쿠!

마치 거대한 공룡의 입을 연상케 하는 강기가 나타나 다크 나이트를 물어뜯었다.

다크 나이트와 말은 갈가리 찢겨 나갔다.

“응?”

척사랑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아무리 시체라도 자르는 느낌이 와야 한다. 그런데 손끝엔 아무런 감각도 없다.

마치 갑옷 안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다크 나이트를 살폈다.

“맙소사.”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느낌은 거짓이 아니었다.

갑옷을 입은 자들은 살과 뼈로 이루어진 시체가 아니었다. 갑옷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타고 있는 말도 다르지 않았다.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 안쪽은 빈 공간, 아니 정확하게 검은색 기운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저런 일이…….”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놀라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앗! 파앗! 파앗!

바닥으로 떨어졌던 갑옷 조각들에서 푸른 광채가 솟구쳤다.

주위를 환하게 밝힐 정도로 광채는 밝았다.

먼저 각 광채가 하나로 합쳐졌다. 이어 광채를 뿜어냈던 갑옷 조각들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본래 모습이 되었다.

“이건 꿈이야.”

척사랑은 손으로 눈을 비볐다.

쿠어어억! 쿠어어억!

부활한 다크 나이트들은 전투마를 잡아당겨 올라탔고, 말은 곧 앞발을 쳐들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젠장!”

척사랑은 욕설을 내뱉었다.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현실인 이상 싸워야 한다.

그녀는 검을 힘껏 그러쥐었다.

“차앗!”

기합을 내지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십 장 높이까지 솟구친 그녀는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공룡 머리 네 개가 나타나 먹이를 노리는 대붕처럼 다크 나이트를 덮쳤다.

척사랑의 압도적인 무위 앞에서 다크 나이트들은 무기력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타난 공룡 머리는 커다란 입을 벌려 다크 나이트를 통째 씹었다. 공룡 입에 씹힌 다크 나이트들은 조각조각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척사랑은 바닥으로 내려서서 전방을 주시했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잘려 나간 다크 나이트 조각들로부터 푸른색 광채가 솟구쳤다.

어둠을 뚫고 솟구치던 푸른 광채들은 허공에서 교차했다.

수백 개의 광채가 솟구치는 광경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두려움을 수반했다.

서로 교차하던 광채가 곧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광채를 뿜어내는 몸통이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저건 도대체…….”

척사랑은 일그러진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가루가 되다시피 부서진 갑옷들이 다시 하나로 되는 과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

척! 척! 척척척! 척척!

어느새 다크 나이트들은 완전한 형태가 되었다.

검을 든 다크 나이트들은 척사랑을 향해 내달렸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밤하늘을 뚫었다.

다크 나이트들은 달리면서 두 줄로 늘어섰다.

일 장 반에 달하는 랜스 끝이 향하는 곳은 척사랑의 심장이었다.

“타하!”

척사랑이 기합을 내지른 건 그때였다.

그녀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거대한 공룡 머리 여덟 개가 나타났다.

공룡 머리는 선두에서 달려오는 다크 나이트 두 명을 씹어 먹었다. 암흑의 기운으로 만든 랜스가 조각조각 부서지고, 다크 나이트의 몸통과 전투마가 조각조각 부서졌다.

이어 두 개의 공룡 머리가 그 뒤편에 있는 다크 나이트를 씹어 먹었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들은 차례로 무너졌다.

척사랑이 다크 나이트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혼과 바타르였다.

무혼이 자리를 떠나 이곳으로 온 건 무림십패의 무공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 대가리,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무혼은 척사랑이 만들어 낸 공룡 형태의 강기를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 드래곤 머리 같다는 말이냐?”

“응.”

“저들은 드래곤을 모른다.”

“저들은 모르지만 저자들의 선조는 드래곤을 봤을 수도 있지.”

“이곳 인간들이 ‘전란의 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보았다는 거냐?”

“내 생각은 그래. 드래곤의 강함은 그들의 인상에 깊게 남았고, 그게 무공으로 나타난 것 같아.”

“어쨌거나 우리 드래곤을 형상화한 무공이 저거란 말이군.”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

“마음에 드는군.”

바타르는 히죽 웃었다.

“다크 나이트가 장난감 병정처럼 부서지고 있는데 웃음이 나와?”

무혼의 말대로였다.

척사랑과 싸우던 다크 나이트들은 모두 가루가 돼 사방으로 흩어졌다.

“또 살아날 텐데 뭐가 걱정이냐?”

바타르는 피식 웃었다.

“남은 다크 나이트를 전부 출병시켜.”

“데스 나이트는 그대로 둘 거냐?”

“저자에게 데스 나이트가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무혼은 척사랑을 가리켰다.

데스 나이트는 다크 나이트보다 한 단계 높고, 낮에도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마나가 아닌 뼈와 살로 이루어져 있어 재생 능력이 없다.

절대적인 무위를 가진 자 앞에 데스 나이트를 내놔 봐야 먹잇감밖에 되지 않는다.

이익도 없는데 굳이 아군의 전력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었다.

“이익이 없단 말이군.”

“맞아.”

“알았다.”

바타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매직 아이!”

그의 입에서 나직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허공에 커다란 눈동자 두 개가 나타났다. 황금색으로 이루어진 그것은 바타르의 눈동자와 꼭 같았다.

바타르는 시선을 들었다.

그러자 눈동자가 어둠을 뚫고 날아갔다.

잠시 후 바타르의 머릿속에 도열해 있는 다크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 그리고 일천 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바타르가 펼친 매직 아이는 그들 중 다크 나이트를 보았다. 다크 나이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황금색 눈동자를 보았다.

“진격하라!”

바타르는 나직하게 소리쳤다.

그가 내린 명령은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눈동자를 통해 다크 나이트들에게 전달되었다.

다크 나이트들은 일제히 말고삐를 휘둘렀다.

잠시 후 그들은 무혼과 바타르를 지나쳐, 척사랑과 다크 나이트들이 싸우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끙!”

척사랑은 얼굴을 찌푸렸다.

기존의 쉰 명에 쉰이 더해졌으니 백 명이다.

죽는 자들이라면 백 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들은 죽지 않는 자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 지랄맞은 건 저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척사랑의 시선이 다크 나이트 뒤편으로 향했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엄청난 자 두 명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특히 두 명 중 한 명의 기운은 상상을 초월했다.

“꿈자리가 나쁘지도 않았는데.”

악몽을 꾸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런 것도 없다.

아무래도 좋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녀는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그녀의 공격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쉬지 않고 빙하공룡광무 각 초식을 펼쳤다.

수는 많아졌지만 더 강한 자들이 아닌 탓에 공룡천사인, 공룡천사지, 공룡천사천 삼 초로 이루어진 전삼식 이상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세 초식만 반복해서 펼쳤다.

다크 나이트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루로 변했다가 부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두 내게 붙어 있어야 하는데.’

척사랑이 가장 걱정하는 건 다크 나이트 일부가 문도들 쪽으로 가는 거였다.

자신이야 아무렇지 않게 없앨 수 있지만 문도들은 다르다. 그들 중 갑옷 괴인을 막아 낼 수 있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내 선에서 처리해야지.”

척사랑은 전면을 노려보았다.

불길한 예상은 늘 맞아떨어진다고 하였던 누군가의 말은 맞았다.

“쉰 명은 저자를 맡고 나머지는 저쪽으로 돌려.”

싸움을 지켜보던 무혼이 작전을 변경했다.

“알았다.”

바타르는 다시 다크 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쉰 명의 다크 나이트가 척사랑과 싸우던 자리를 떠나 환문 쪽으로 향했다.

“놈들이 또 온다! 주의하라!”

다크 나이트를 발견한 익상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 팔이 묵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강해 보이는 자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막아라! 진영 안으로 들이지 마라!”

익상은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아!”

“우와아아!”

환수각 문도들은 다크 나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카카캉! 콰콰콰쾅! 카카카!

양측이 거칠게 충돌했다.

환수각 무인들의 무기가 다크 나이트의 몸통을 쳤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랜스를 찔러 넣었다.

푸욱! 푸욱! 푸욱!

다크 나이트들의 랜스는 환수각 무인들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악!”

“아악!”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환수각 문도들과 싸움을 시작하자 비로소 다크 나이트의 강함이 드러났다.

환수각 문도들의 검은 다크 나이트의 창은 물론이고 갑옷도 부수지 못했다.

다크 나이트가 개입하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언데드 쪽으로 기울었다.

척사랑은 급해졌다.

그녀는 앞을 가로막는 다크 나이트 쉰 명을 가루로 만든 후 문도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곧 그녀의 공격이 문도들을 공격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들에게 집중되었다.

수십 명의 다크 나이트들이 가루로 변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먼저 가루로 변했던 다크 나이트들이 부활하더니 이편을 향해 달려왔다.

“강기를 펼치는 문도들은 저들을 막아라!”

척사랑은 고함을 내지르며 선두로 나갔다.

가장 먼저 그녀 옆으로 달려온 사람은 태월령이었다. 이어 익상을 비롯한 수뇌들이 앞으로 나왔다.

“풍주!”

척사랑은 익상을 불렀다.

“네!”

“장수원으로 사람을 보내시오.”

장수원은 환수각 원로들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알겠습니다.”

익상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곧 문도 한 명이 전장을 빠져나가 안쪽으로 내달렸다.

“저, 저, 저…….”

문도들 중 한 명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자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자들도 겁먹은 얼굴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는 시체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체는 지금껏 싸우던 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금 전 다크 나이트의 창에 찔려 죽은 환수각 문도들이었다.

일어선 환수각 문도들의 눈동자는 시퍼런 광채를 뿜어냈다.

“어, 언니?”

태월령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놀라 척사랑을 각주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언니라고 부르고 말았다.

“어떻게 저런 일이…….”

척사랑은 굳은 얼굴로 되살아난 문도들을 바라보았다.

죽은 자들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이제는 적에게 죽은 문도들이 살아나 이편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다.

문득 패배라는 말이 떠올랐다.

쿠어어어어! 쿠아아아아!

창을 든 다크 나이트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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