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 (161)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안목이다
천불성력이나 정령신력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혼천오대천력에 대해서는 들어 보았다.
혼천오대천력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으로, 어떤 이는 혼천오대천력으로 인해 천지창조가 일어났다고 하고 어떤 이는 천지창조와 함께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혼천오대천력에 대해 금장생이 아는 건 거기까지다.
―아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힘을 말하는지는 모릅니다.
―하긴 모를 수도 있겠네요.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걸 혼천오대천력이라고 합니까?
―일단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해요.
아수수는 돌아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금장생의 하체로 향했다.
몰속이라고 하지만 발기한 상태라는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요?
―수수 당신 덕분입니다.
―저요?
아수수는 의아하게 물었다.
―그 몸 말입니다.
금장생은 아수수의 가슴을 눈빛으로 가리켰다. 아수수의 알몸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도발적이었다.
―풋! 다행이네요.
아수수는 활짝 웃었다.
―이제 혼천오대천력에 대해 말해 보십시오.
―신성한 기운의 결정체인 정령신력, 사악한 기운의 결정제인 성천사력, 빛의 기운이 결정체인 제사광력除邪光力, 어둠의 기운의 결정체인 악마천력惡魔天力, 폭풍 같은 힘의 결정제인 역천패력逆天覇力을 오대천력이라 불렀어요.
―그랬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하는 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내 몸 가려 주지 않을 건가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조두로 거품을 내 아수수의 목부터 문질렀다. 어깨를 문지르고 아래로 내려가던 손이 가슴 바로 위에서 멈췄다.
아수수는 금장생의 손을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금장생의 손은 자연스럽게 아수수의 가슴을 쥐었다.
‘이건 반칙인데.’
금장생은 내심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부지런히 아수수의 가슴을 문질렀다. 가만 쥐고 있을 수도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요?
―날개가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날개요?
아수수는 의아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나중에 정말로 나면 그때 말해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저기로 가요.
아수수는 늘 함께 씻던 의자를 가리켰다.
―안고 가야겠죠?
―내 가슴과 당신을 가리는 방법은 그것뿐이잖아요.
―그러네요.
금장생은 아수수를 안은 채 일어났다.
그가 의자로 향하자 조두가 둥실 떠서 따라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늘 하던 것처럼 마주 보고 앉아 목욕을 했다.
잠깐잠깐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목욕을 마쳤다.
“전 나갔다 올게요.”
금장생은 옷을 입으며 말했다.
“어딜 가려고요?”
“제갈휴를 내보내야 하거든요.”
“그런 건 부하를 시켜도 되지 않나요?”
“할 일이 있어서요.”
“알았어요. 늦지 마세요.”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장생은 밖으로 나갔다.
스윽!
그가 나가고 잠시 후 허공에서 야행복을 입은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사미염이었다.
“차라리 벗고 자지?”
사미명은 아수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잠옷은 지금까지 본 많은 잠옷 중에 가장 파격적이었다. 선 상태에서도 절반가량 드러난 가슴은 상체를 약간만 숙여도 다 보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아래쪽도 다리 선을 따라 길게 절개가 돼 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엉덩이가 다 보였다.
당연히 잠옷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였다.
“그이가 만들어 준 옷이야.”
아수수가 말했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건 적천영과 함께 살 때 입었던 잠옷이다.
“맞아. 그런 걸 좋아했지.”
사미염은 피식 웃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수수는 눈이 커졌다.
“뭐가?”
“방금 ‘맞아. 그런 걸 좋아했지.’라고 말했잖아.”
아수수는 사미염을 쏘아보았다.
“이런…….”
사미염은 머리를 긁었다.
“둘이 잤어?”
“응.”
사미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저, 정말 그이하고 잤다고? 어떻게 친구라는 게…….”
아수수는 멍한 얼굴로 사미염을 보았다.
“미안하지만 그때 너하고 나는 친구가 아니었어.”
“그럼 그이와 내가 결혼하기 전에 잤다는 거야?”
“응.”
사미염은 은신술을 풀었다. 그러자 그녀의 온몸이 드러났다.
“그 옷은…….”
아수수의 눈이 커졌다. 사미염의 야행복은 자신의 잠옷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작업복이야.”
“작업복?”
“일할 때 입는 옷이니까 작업복이지.”
사미염은 침대 앞으로 갔다. 그리고 꼼꼼히 살폈다.
“뭐 하는 거야?”
“했나 안 했나 조사하는 거야.”
“뭘 해, 이것아! 그리고 네가 뭔데 조사를 해.”
아수수는 빽 소리쳤다.
“네 호위가 나잖아. 당연히 조사를 해야지. 그런데 안 했네?”
“야! 너?”
“그건 그렇고 몸이 차가운 건 어때?”
“너 그게 궁금해서 온 거구나.”
“뭐 그런 것도 있고. 확인할 것도 있고 해서.”
“혹시 너 그 사람 좋아하는 거니?”
아수수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미친년! 나이가 몇 살인데 그 사람을 좋아하냐?”
“그런데 웬 관심?”
“사내가 그리워서 그런다. 됐냐?”
“그러게 시집을 가라고 했잖아.”
“사람이 있어야 가지. 서른다섯 살이나 처먹은 년을 누가 데리고 가냐?”
“아무리 그렇다고 그 사람을 넘봐?”
“그래도 난 너보단 나아.”
“나보다 낫다는 게 무슨 소리야?”
“넌 내 남자를 넘봤잖아. 그리고 둘이 혼인했고.”
“내가 먼저 꼬리를 친 게 아니고 그이가…….”
“네가 거절했으면 둘이 혼인까지 하지 않았겠지.”
“그때 나는 너와 그이가 그런 사이인 줄 몰랐어.”
“거짓말 마. 너는 그 사람의 연인이 어린 시절 불장난 상대였던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자고 혼인을 했어.”
“끙!”
아수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사미염의 말이 맞다. 그 당시 자신은 적천영이 사미염과 깊은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천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적천영은 사미염보다 자신을 더 좋아했다.
“인정 안 할 거야?”
“맞아.”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꼬리를 친 건 절대 아냐. 그가 먼저 다가왔고, 내게 마가의 안주인 자리를 주겠다고 했어. 평생 떠받들며 살겠다고 했고. 너 같으면 그런 제안을 거절하겠니? 더군다나 그 사람은 키도 크고 미남이잖아.”
“풋!”
사미염은 피식 웃고는 침대에 앉았다.
아수수 말이 맞다. 그런 사내가 청혼을 하면 거절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
아수수를 탓할 이유가 없다.
“우리 둘이 술이나 한잔할까?”
사미염은 물었다.
“술?”
“응.”
“그 사람 올 텐데?”
“그럼 함께 마시지 뭐.”
“좋아.”
아수수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술과 안주를 챙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침실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아수수와 사미염은 상대의 술잔을 확인하면서 경쟁하듯 술을 마셨다.
그 시각.
금장생은 서천전 창고 지하로 들어가고 있었다.
진식으로 보호되고 있는 곳은 마왕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 폐관할 때 사용하는 연공관이었다.
연공관 안에는 온몸이 결박당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서천장 적지영의 군사 제갈휴였다.
“당신은…….”
제갈휴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냥 풀어 줄 것 같으면 마왕이 직접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계산상의 실수일 뿐입니다. 횡령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한 게 아닙니다.”
제갈휴는 변명을 했다.
“계산상의 실수라는 건 나도 압니다. 그래서 세 천장에도 그렇게 말했고, 잘못 계산된 돈도 채워 넣었습니다.”
“그럼…….”
제갈휴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가 여기 온 건 당신을 풀어 주기 위해섭니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네?”
제갈휴의 얼굴이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이라는 말투에서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거였다.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습니다. 세 천장은 내 형제들이라 죄를 물을 수 없지만 당신은 다르지 않습니까.”
“나,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어디 한 곳을 잘라 버리고 싶은데…….”
금장생의 시선이 제갈휴의 하체로 향했다.
“나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제갈휴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걸 잘라 버리면 누이가 서운해할 것 같아서요.”
금장생은 제갈휴 앞으로 다가갔다.
“대신…….”
휙!
금장생의 오른손이 쭉 내밀렸다. 그러자 강력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그건 양극마신만마권으로 펼치는 마수였다.
퍼억!
마수는 제갈휴의 단전으로 틀어박혔다.
“커억!”
제갈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 당신…….”
제갈휴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금장생이 자신의 무공을 파훼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완전히 허를 찔린 셈이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건 끝났고, 제갈휴가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내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커어억!”
내공이 빠져나가면서 엄청난 고통이 몰아쳤다. 제갈휴는 온몸을 배배 꼬며 비명을 내질렀다.
금장생은 제갈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말입니다, 누군가 내 자리를 넘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입과 고추만 조심해서 놀리면 만사형통이라고 하였습니다. 남은 수명이라도 제대로 살고 싶으면 내가 말한 그 두 가지를 놀릴 때 한 번 더 생각하세요.”
제갈휴 앞으로 다가간 금장생은 볼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고는 제갈휴를 묶고 있던 줄을 자르고 혈도를 풀어 주었다.
“푹 쉬었으면 이제 일어나십시오.”
제갈휴는 벌떡 일어났다.
미칠 것 같은 분노가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무공을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를 가는 것밖에 없었다.
‘지금은 참겠다, 놈! 적지영이 마왕이 되는 그날 가장 처참하게 네놈을 죽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게.’
제갈휴는 주먹을 힘껏 그러쥐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세요.”
밖으로 나온 금장생은 길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제갈휴는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금장생은 제갈휴를 불렀다.
제갈휴는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멈춰 선 그의 온몸은 두려움으로 인해 벌벌 떨렸다. 혹시 금장생이 마음이 변해 자신을 없애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금장생을 보았다.
“고맙다는 말 안 해요?”
“네?”
제갈휴는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목숨을 구해 주었잖아요.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의 말 정도는 해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 해서요.”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갈휴는 곧바로 허리를 꺾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살펴 가세요.”
금장생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안을 들어갔다.
제갈휴는 안으로 들어가는 금장생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이를 부드득 갈고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