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 (154)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아마 이십 대였다면 아무리 오기가 생겼어도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금장생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질 결심을 했다. 금장생을 빤히 쳐다보면서 상의를 벗었다.
워낙 몸에 꽉 낀 옷이라 벗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두 팔을 들어 올리고 간신히 벗었다.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금장생의 시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금장생을 노려보던 사미염은 이번엔 바지를 벗었다.
바지는 상의보다 쉽게 벗을 수 있었다. 바지 안에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라 그녀는 바로 알몸이 되었다.
그녀는 상체를 펴고 금장생을 보았다.
그녀의 알몸은 완벽했다. 나올 곳은 확실하게 나오고 들어갈 곳은 완벽하게 들어간 상태였다. 실내를 가득 채운 야명주 광채는 그녀의 알몸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상황인데도 금장생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오냐.’
“앗!”
사미염은 비틀거렸다.
발이 걸리거나 중심을 잃은 건 아니었다. 오로지 금장생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녀의 의도는 성공했다. 헤벌쭉하게 웃으며 야명주를 쳐다보던 금장생이 시선을 돌려 사미염을 보았다.
처음엔 눈이 살짝 커졌다. 사미염의 알몸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금장생의 시선은 이내 다시 야명주로 향했다.
“고자!”
사미염은 나직하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옷장으로 갔다.
사실 그녀가 옷을 벗은 건 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야행복을 입고 잠을 잘 수가 없어서였다.
몸에 꽉 끼는 야행복은 활동할 때는 편하지만 잠을 잘 때는 온몸을 압박하여 잠을 방해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사미염은 옷장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인상을 찌푸린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사미염보다 더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금장생이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금장생은 얼른 시선을 들었다.
눈 안 가득 사미염의 뒷모습이 잡혀 들었다. 사미염의 뒷모습은 엄청났다.
올해 나이 스물셋. 여자 숨소리만 들어도 피가 아래로 쏠릴 나이다. 그런데 아무 감정이 일지 않았다.
금장생은 급하게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성기는 풀숲에 누워 쉬는 중이었다.
‘지금 쉴 때가 아니잖아, 인마!’
손으로 만지며 내심 소리쳤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미염의 뒷모습에 꽂혀 있었다.
하지만 성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기절했다고 치고, 심장 너는 어떻게 된 건데?’
금장생은 의식을 가슴으로 집중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데워져야 한다. 그런데 피는 뱀의 피부처럼 차갑게 식은 상태다.
‘왜 이런 일이……?’
그사이 사미염은 적당한 옷을 찾아내어서는 금장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앞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역시 의도적이었다.
마침 사미염을 보고 있던 금장생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럼 그렇지.’
사미염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이런 제길!’
쾌재를 불렀던 것도 잠시,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내에게 알몸을 보여 준 것도 모자라 봐 주었다고 행복해하는 자기 모습이 변태처럼 느껴졌다.
‘나는 변태가 절대 아냐!’
사미염은 내심 소리쳤다.
그리고 입으려고 꺼냈던 옷을 홱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알몸인 채로 금장생 앞으로 걸어갔다.
“왜……?”
금장생은 의아한 얼굴로 사미염을 보았다.
“지금 요구 조건을 말할게요.”
“무슨 요구 조건을 말한다는 거죠?”
“수수의 부하가 되는 조건으로 한 가지를 요구하기로 하였고, 당신은 들어준다고 했어요.”
사미염의 숨결이 조금씩 가팔라졌다.
“혹시 그 요구 조건이라는 게…….”
금장생은 불안한 얼굴로 사미염을 보았다.
“당신을 원해요.”
사미염은 곧바로 금장생을 덮쳤다. 순식간에 이불을 걷어 내고 속옷을 벗겨 냈다.
옷을 벗겨 낼 때 사미염은 무공까지 동원했다.
이불을 걷어 낼 때에는 쾌검술을 사용했고, 속옷을 벗길 땐 금나수를 사용했다.
금장생은 ‘어어!’ 의미 없는 소리만 지껄일 뿐 알몸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미염은 바로 말을 타듯 올라탔다. 그리고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마왕입니다.”
금장생은 말했다.
“가짜 마왕이죠.”
“수수의 남편입니다.”
“그것도 가짜죠.”
“수수와 잤습니다.”
“치료를 위해 잔 건 잤다고 할 수가 없죠.”
“이러고 나면 우린 어색해질 겁니다.”
“반대로 더 친밀해질 수도 있죠. 그리고 저는 진짜 마왕과도 잤어요.”
“네?”
금장생은 깜짝 놀랐다. 설마 적천영이 사미염과 바람을 피웠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죄책감 같은 걸 가질 필요가 조금도 없어요.”
그녀가 적천영과 잔 건 그가 혼인을 하기 훨씬 전 일이지만 말하지 않았다.
사미염은 곧바로 허리를 숙이고 입을 맞췄다.
금장생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였다.
‘왜 이러지?’
입맞춤을 하면서도 금장생은 내심 의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어야 하는데 꽁꽁 언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도무지 피가 데워지지가 않는 느낌이었다.
딱히 관계를 갖고 싶지는 않다고 해도, 몸까지 반응이 없자 괜히 불안했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사미염은 서서히 아래로 몸을 미끄러트렸다.
가슴을 지나 배를 더듬던 그녀의 얼굴이 아래로 향했다.
느닷없이 그녀가 우뚝 멈췄다.
그녀의 시선은 금장생의 성기에 머물러 있었다.
금장생은 사내들이 질투의 눈길을 보낼 정도로 명기의 소유자였다. 그녀 역시 이런 명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명기가 풀숲에 누워 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손으로 만지지 않았다 해도 몸이 맞붙은 상태다. 지금쯤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어야 마땅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성기를 쥐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했다.
사실 그녀는 많은 사내를 겪은 건 아니지만 혼인까지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고 삼 년 동안 함께 살기도 했다. 그가 죽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애 엄마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내와 함께했던 삼 년은 사내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해 준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내가 흥분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함께 살던 사내를 한밤중에도 색마로 만들곤 했던 그 기술들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금장생의 성기는 끝까지 협조하지 않았다.
“많이 피곤한가 봐요.”
결국 사미염은 금장생 옆으로 드러눕고 말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십 대 사내들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금장생은 속옷을 입으며 말했다.
“오십 대 사내의 기분이라고요?”
“전에 만났던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고요.”
“마왕은 오십 대가 아니라 이십 대라고요. 그것도 중후반도 아니고 초반.”
“안 되는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걱정도 안 돼요?”
“무슨 걱정?”
“성불구가 됐잖아요.”
“그거야 혼인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여자 아니면 못 사는 족속에게나 필요한 거지 제게는 그다지…….”
“그러니까 마왕은 성불구가 돼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건 이미 체념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도 사미염 이상으로 노력을 했다. 온갖 상상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했다.
그런데 소용없었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피가 돌지 않았다.
내버려 둘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
사미염은 황당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득 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수수와 잤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수수와 잔 건 맞아요?”
“네.”
“그때 수수가 어떻게 했죠?”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능했다는 건가요?”
“네.”
“내가 수수보다 많이 부족한가요?”
“아뇨.”
“아무런 느낌이 없을 정도로 형편없나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아무래도 천불성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천불성력이면 일월 대사가 잠마와 싸울 때 사용했다는 힘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게 왜 마왕에게 있죠?”
“제가 불장을 집어 들었던 거 기억나세요?”
“그럼 그 불장 내부에……?”
“네. 일월 대사는 불장에 천불성력을 심어 두었고, 내가 불장을 쥐자 내 몸속으로 스며든 겁니다.”
“그러니까 부처님의 성스러운 힘이 마왕의 몸속으로 들어와서 고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건가요?”
“그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몸에서 전과 달라진 건 그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천불성력이 원인이라는 건데…… 또 달라진 거 있어요?”
사미염은 물었다.
“못 느꼈어요?”
“뭘 말하는 거죠?”
“직접 느껴 보세요.”
금장생은 오른손을 사미염의 배에 올렸다.
“앗, 차거!”
사미염은 깜짝 놀랐다. 금장생의 손이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다.
“어떻게 된 거죠?”
“나도 모릅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저었다.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건 침대로 들어온 후부터였다. 하지만 그때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차가워지더니 이젠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괜찮은 거예요?”
사미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을 겁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한 기운이 들어와 몸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양극신공이 발휘된다. 차가운 기운이 들어왔는데도 아직 양극신공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건 몸에 해가 되는 기운이 아니라는 뜻이다.
“혹시…….”
사미염은 미심쩍은 눈으로 금장생을 보았다.
그녀가 아는 한 사내들은 정력에 목숨을 거는 존재였다. 정력이 차고 넘쳐도 정력에 좋다면 무조건 입안으로 쑤셔 넣는다.
심지어 어떤 사내는 발기가 안 되면 사내로서 생명이 끝났다며 자살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자살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지만, 사내들이 발기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금장생은 너무 태연하다. 문득 그가 일부러 발기가 안 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뭐요?”
금장생은 물었다.
“아니에요.”
사미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젓기는 했지만 사미염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좀 쉬고 나면 좋아지는 수도 있으니까.’
다시 시도를 해 볼 작정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두 시진 후 다시 시도했다. 시작은 속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부터였다.
금장생이 야로를 부리기 전에 뭔가를 해 볼 참이었다. 그녀는 교묘하게 손을 놀렸다.
하지만.
그녀는 한 식경 후 손을 들고 말았다.
금장생의 몸은 여전히 차가웠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 해요?”
잠에서 깬 금장생이 물었다.
“아, 아니에요.”
사미염은 얼른 손을 뺐다.
“그만 주무세요.”
“알았어요.”
사미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누웠다.
‘맞아, 사내가 가장 왕성할 때는 새벽이야.’
문득 죽은 정인이 생각났다.
정인은 새벽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발기를 했다. 방광이 꽉 차서 그랬건 성적 욕망 때문에 그랬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준비만 되면 된다.
사미염은 다시 새벽까지 기다렸다.
졸리면 눈을 비벼 가면서 잠을 쫓았다. 그리고 새벽이 되자 다시 금장생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직 새벽이 안 됐나?’
그녀는 창으로 시선을 주었다.
밖은 아직 캄캄했다.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한 시진 정도가 지났을 때 그녀는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금장생의 몸은 변화가 없었다. 아무리 자극을 가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짜로! 이번에는 정말!
스스로를 위로하며 자극을 가하기를 한 식경.
결국 사미염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아직도 포기 못 했어요?”
잠에서 깬 금장생이 물었다.
“이번 판은 무효예요.”
사미염은 금장생을 쏘아보며 말했다.
“무효라는 건 무슨 뜻이죠?”
“아무튼 무효라고요!”
사미염은 빽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