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85화 (85/524)

황금가 (85)

“어떻게 할까?”

여자가 일행을 보며 물었다.

“삼호 너는 그를 좋아했던 걸로 안다.”

이호가 말했다.

“여자 직감으로 그 강신술사가 일호가 맞는지 알아맞혀 보라는 거야?”

“너는 알 거라고 확신한다.”

“몰라! 그리고 난 그를 좋아한 적이 없어.”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넌 알아.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 말이 맞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호는 차가운 눈으로 삼호를 쏘아보았다.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 꿍꿍이에 날 끼워 넣지 마라. 만일 날 가지고 장난치면, 널 죽일 거다. 이건 경고다, 이호.”

“그러니까 더 의심스러워지는구나, 삼호. 하지만 아직은 아니니까 겁먹지 마라.”

이호는 활짝 웃었다.

하지만 웃는 건 입뿐이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삼호를 지그시 쏘아보고 있었다.

“그만들 하지.”

듣고 있던 사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사호였다.

“풋!”

이호는 슬쩍 미소를 머금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일단은 지켜본다.”

* * *

“과거와 관련 있는 자들인가?”

태천야가 물었다.

“과거요?”

금장생은 태천야를 돌아보았다.

“자객이란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말이네.”

“제가 예민하게 반응한 건 과거 때문이 아니라 강신술사인 저를 자객이 왜 감시하는지 궁금해서 그런 겁니다.”

“과거와 관련 없다는 건가?”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보다 마가는 어떤 단체죠?”

금장생은 화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음사영에게로 향했다.

“일천오백 년 이전부터 중원에 존재했던 가문들이에요.”

“가문들이라면 한 곳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맞아요. 마가魔家, 화가火家, 해가海家, 전가戰家, 혈가血家, 철가鐵家, 사가邪家, 암가暗家. 여덟 가문이 있어요. 각 가문의 가주는 왕이라 칭하고요.”

“왕王이란 칭호는 고대부터 내려온 건가요?”

“맞아요.”

“그럼 팔왕가라고 불렸겠네요?”

“네.”

“각 왕들의 무공은 어느 정돈가?”

듣고 있던 태천야가 물었다.

“만일 그들이 웅크리지 않고 활동을 했다면 무림십패는 달라졌을 거예요.”

“그들의 무공이 무림십패보다 강하단 말인가?”

“제 관점에서 봤을 때 그들은 초인삼황超人三皇과 버금갈 정도예요.”

“그 정도인가?”

태천야는 깜짝 놀랐다.

초인삼황.

치천검황熾天劍皇 심무극, 지천마황智天魔皇 천우황, 좌천심황座天心皇 좌무백 세 사람은 살아 있는 신으로 불린다.

그들의 발자국 발자국은 전설로 남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마의 조종이라 불리는 천마도 세 사람에게는 한 수 접어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절대 초인이라고 하여 그들을 초인삼황이라고 불렀다.

세인들은 무림십패 위에 초인삼황을 놓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자들이 초인삼황이다.

태천야가 본 음사영의 무공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팔왕가의 가주들을 초인삼황과 같은 수준으로 놨다는 건 설사 초인삼황처럼 강하진 않더라도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문득 팔왕가 가주들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팔왕가 가주들 중에서 암가의 가주인 암왕은 빼야 해요.”

“왜 그런가?”

“암가는 가솔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은 껍데기뿐이거든요.”

“그렇군. 그런데 자넨 그들이 대해 아주 잘 아는구먼.”

“알 수밖에 없어요.”

“왜…….”

“제가 그 암가의 몇 명 남지 않은 껍데기 중 하나니까요.”

“암가 무인이란 말인가?”

“네.”

“허허! 본인 입으로 암가인이라고 하는 걸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구먼.”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요?”

“솔직히 초인삼황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무인이 여덟 명이나 더 있다는데,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믿고 싶겠는가?”

“호호! 그렇군요.”

음사영은 낮게 웃었다.

그녀는 태천야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아차린 상태였다.

보통 사람의 몸에서는 저런 위엄이 절대 풍길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려 본 자만이 지닐 수 있는 행동거지가 수시로 나타나곤 한다.

그건 곧 한 단체의 수뇌를 오랫동안 했다는 뜻이다.

여러 단서를 종합할 때 태천야의 소속은 신강 흑지뿐이었다. 하지만 흑지의 지존인 신강태존 태천야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로 남겼다.

신강태존 태천야가 허름한 장의사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두면 여기가 싸움터로 변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텐가?”

천리지청술로 밖을 살피던 태천야가 말했다.

“진식을 완벽하게 구축하면 어떻게 됩니까?”

금장생은 음사영을 보며 물었다.

“여긴 귀신의 땅으로 변할 거예요.”

“귀신이 많이 나와요?”

“혼천유령무형마진이 완벽하게 구축되면 이곳은 강한 음기를 가진 장소로 변하게 돼요. 그럼 북망산을 떠돌던 귀신들은 전부 여기로 몰려들게 될 거예요. 물론 안으로 들어온 자들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될 테고요.”

“귀신이 많이 생긴다는 건 달갑지 않지만, 그래도 무기를 들고 설치는 자들보단 나을 테니까…… 구축해 주세요.”

“알았어요.”

음사영은 밖으로 나갔다.

혼천유령무형마진은 구 할 이상 구축된 상태였다.

음사영은 일 장 길이의 막대 하나를 진식의 중심에 대고 힘껏 꽂았다. 막대는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처음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진식에 변화가 나타난 건 반 각이 흐르고 난 후였다.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소리가 망루 곳곳에서 흘러나오더니 희뿌연 운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운무는 천천히 망루 전역을 채워 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망루 모든 건물과 주변을 삼켰다.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이추혼의 영혼은 깜짝 놀랐다.

‘왜 그러십니까?’

금장생은 이추혼의 영혼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가 좀 변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금장생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추혼과 구육상의 영혼의 색이 더욱 선명해지고 강한 영기가 감지되었다.

―자네를 한 방 날릴 수도 있을 것 같네.

‘그렇게 강해진 겁니까?’

―이거 보게.

이추혼의 영혼은 금장생 앞에 있는 탁자를 양팔로 잡고 들어 올렸다.

드드드!

탁자는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뭐, 뭔가?”

갑자기 앞에 있던 탁자가 허공으로 떠오르자 태천야는 질겁했다.

“귀신의 짓입니다.”

금장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건물 밖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운무로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금장생에게는 희미한 안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허!”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북망산 곳곳에서 수백 개체의 귀신이 이편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귀신들은 속속 들어섰다.

―뭐냐, 여긴!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은데 이유를 알아?

―글쎄. 여기에 영약이 있나 보지 뭐.

귀신들은 시시덕거리며 망루 곳곳을 쏘다녔다.

귀신들 중 한 개체가 창가로 날아왔다. 그러고는 금장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내가 보여?

귀신이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귀신이지요.”

―전에 무인이었다.

“삼류 무인이었나 보네요?”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귀신은 간절한 바람이나 혹은 삶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해서 생기는 거거든요.”

―내가 떠나지 못한 이유가 삼류로 끝난 내 인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는 거냐?

“네.”

―냉정한 자식이네.

“현실은 늘 냉정한 법이거든요.”

―그렇지. 그런데 그건 다 뭐냐?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귀신 쫓는 법기들입니다.”

―그래서 저것들이 다가오질 못한 거구먼.

귀신은 주위를 가리켰다.

일부 귀신들은 창가로 다가오지 못하고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지금 누구하고 이야기하는 건가?”

태천야가 다가가며 물었다.

“귀신들과 대화를 좀 했습니다.”

“귀, 귀신들?”

태천야의 눈이 커졌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귀신을 보며 물었다.

“저 위 상황 좀 말해 주십시오.”

금장생은 무인들이 싸우던 장소를 가리켰다.

―한쪽이 밀려서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전부 몇 명인데요?”

―공격하는 자는 이백 명 정도고 공격받은 자는 열 명이었는데, 세 명이 죽고 지금은 일곱 명뿐이다.

“흠!”

금장생은 생각에 잠겼다.

“공격하는 자들은 누군지 아세요?”

―모른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 아는 사이다.

“하극상, 그런 걸까요?”

―그런 것 같다. 그 중심에는 적천영이란 자가 있고.

“적천영?”

―그렇다.

“혹시 적천영이라고 아세요?”

금장생은 문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곳에는 방금 들어온 음사영이 서 있었다.

“마가의 가주예요. 호칭은 마왕이고요.”

“그랬군요.”

금장생은 다시 귀신을 보았다.

―사정을 알아봐 달라는 거냐?

“네.”

―내가 왜 네 명령을 들어야 하지?

“그래야 저승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네가 날 저승으로 보내 주겠다는 거냐?

‘네.’

금장생은 머릿속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당신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건 무공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주 강한 무공을 익히게 되면 바로 저승으로 가게 될 겁니다.’

―어떤 무공인데?

‘혈마血魔 목지광의 적신천사마공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 혈마 목지광의 무공을 알고 있느냐?

‘저 위 사정을 알고 싶습니다.’

―알았다.

귀신은 휙 사라졌다.

“싸우는 자들이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요?”

음사영은 물었다.

“영감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금장생은 태천야를 돌아보았다.

“불법으로 남의 집에 침입한 건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목숨을 앗는 건 좀 그러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금장생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갔다.

“나가면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음사영이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음사영의 눈이 커졌다.

“앞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설마 귀안을 타고나신 건가요?”

음사영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타고난 건 아니고 얻었습니다.”

금장생은 밖으로 나갔다.

“저, 정말로 암왕이…….”

음사영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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