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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68화 (68/524)

황금가 (68)

싸움의 여파 때문인 듯 상단의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보통은 해가 지면 바로 휴식을 취하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시진에서 세 시진을 더 걷고 나서 비로소 밤을 보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이동한 대륙황가 상단은 천산 산맥 북편에 있는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우루무치는 우루무치 강변에 위치한 데서 유래한 지명이었다.

우루무치에 도착하자 대륙황가 상단은 방어 진형을 구축하고 짐을 풀었다.

“우린 여기서 가야겠네.”

금장생은 남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타클라마칸사막의 북편을 형성하고 있는 천산 산맥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기로 가야 하는 거야?”

태월령이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지?”

“그래야지요.”

금장생은 야영 준비를 했다. 그사이 태월령은 몸을 씻고 식사 준비를 했다.

오랜 기간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손발이 척척 맞았다.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나요?”

식사를 하면서 금장생이 물었다.

“어디로? 집으로?”

“네.”

“나는 궁금증을 풀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성미야.”

“뭐가 궁금한데요?”

“내가 첫 번째로 궁금한 건 너야. 두 번째로 궁금한 건 저 강시고.”

태월령은 금장생과 백사를 차례로 가리켰다.

“백사에 대해 궁금한 건 나도 마찬가지긴 한데, 제가 궁금하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몰라.”

태월령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그것도 엄청난 것이. 그런데 모르겠어.”

“저는 장생이고 강신술사일 뿐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래서 천산까지 따라가겠다는 건가요?”

“그럴 생각이야.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알고 싶은 게 뭔데요?”

“무공에 대한 거야.”

“무공은 더 이상 해 줄 말이 없습니다.”

“아무튼 함께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원래 성격이 그렇게 집요해요?”

“집요한 게 아니라 집착이 심한 편이야.”

“끙!”

금장생은 얼굴을 찌푸렸다.

집착이 심한 편이라는데 무슨 말을 할까.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을 듯했다.

“사 소협은 어떻게 할 겁니까?”

“불편하지 않다면 따라가고 싶습니다.”

척사랑이 대답했다.

“불편하다면 정말로 따라오지 않을 건가요?”

“아뇨.”

척사랑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목적이 뭡니까?”

금장생은 척사랑이 우연히 들어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은밀하게 따르는 자들도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그는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저 소저와 비슷합니다.”

척사랑은 태월령을 가리켰다.

“궁금증 때문이라고요?”

“궁금증 때문은 아닙니다.”

“그럼?”

“호기심 때문입니다.”

“끙!”

금장생은 얼굴을 찌푸렸다.

궁금증이나 호기심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저도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뭡니까?”

“남잡니까, 여잡니까?”

그동안 척사랑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이다.

처음엔 당연히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함께 생활하다 보니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자주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헷갈리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내가 여자처럼 보여요?”

“늘 그런 건 아닙니다.”

“언제 시간 나면 함께 목욕할래요?”

“알겠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목욕을 하자는 건 곧 틀림없는 사내라는 뜻이었다.

“들어가서 쉬십시오.”

금장생은 게르를 가리켰다. 그리고 밤을 새울 때 사용하기 위한 장작을 모아 왔다. 이번엔 금장생 혼자가 아니라 백사도 함께 주웠다.

“정말 강시 맞아요?”

금장생과 백사를 지켜보던 척사랑이 태월령을 보며 물었다.

“네.”

“저렇게 걷는 강시도 있나요?”

무림십대고수의 한 명이지만 그는 강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강시에는 다섯 단계가 있대요.”

태월령은 강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그녀도 금장생으로부터 배운 것들이었다.

“그럼 저 강시는 생신가요?”

설명을 듣고 난 척사랑이 물었다.

“최소한 생시일 거예요.”

“생시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요?”

“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뭐가요?”

“장 소협은 강시를 제강했다고 했잖아요. 그건 곧 처음엔 동시, 혹은 강시였다는 말이 돼요. 그랬던 강시가 생시가 됐다는 건 발전하고 있는 거고, 지금 상태로 계속 발전하면 인시가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어떻다는 거죠?”

“인시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랬죠.”

“그럼 천 년 혹은 그 이전에 활동했던 사람이 현재를 살게 되는 셈이잖아요.”

“그러네요.”

태월령은 멍한 얼굴로 백사를 보았다.

백사가 인시가 되면 진짜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알았어요.”

태월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게르로 향했다.

다음 날 금장생 일행은 상단에 작별 인사를 하고 천산으로 길을 잡았다.

금장생 일행이 떠나고 얼마 후 상단도 서쪽으로 떠났다.

금장생을 뒤쫓던 헌원중천 일행이 우루무치에 도착한 건 그날 점심 무렵이었다. 강행군을 한 탓에 그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을 살펴라!”

헌원중천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오십여 명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추격술을 배운 자들이었다.

곧 우루무치에 대한 정보가 모였다.

정보를 수합하는 자는 제갈영우였다.

“오늘 아침에 떠난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곧바로 헌원중천에게 보고했다.

“같은 곳으로 갔느냐?”

“아닙니다. 여기서 두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상단으로 짐작되는 자들은 서쪽으로 향했고, 낙타 다섯 마리는 남쪽으로 갔습니다.”

“남쪽이면 천산이겠지?”

“그렇습니다.”

“바로 남쪽으로 간다!”

헌원중천은 출발 명령을 내렸다.

“음!”

“끙!”

여기저기서 불만 가득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출발하는 헌원중천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없었다.

그런 부하들의 심정을 헌원중천이 모를 리가 없었다.

“너희가 자부심을 가진 무인이라면 하찮은 강신술사에게 농락당한 사실에 분노해야 한다. 단체도 아니고, 무공도 너희보다 약하다. 하찮고 하찮은 강신술사일 뿐이다. 그런 놈 때문에 사막을 헤매고 산속을 헤매다 왔으면서도 잠이 오고 음식이 목구멍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면, 너희는 자존심도 뭣도 없는 삼류일 뿐이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사막의 모래를 씹어 삼키는 것 같았다. 그 하찮은 놈 때문에 사막을 헤맨 걸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다. 너희는 그렇지 않으냐!”

“저희도 화가 납니다!”

대원들은 크게 소리쳤다.

“지금 쉬지 못하는 상황에 짜증을 내지 말고 너희를 쉬지 못하게 만든 놈을 미워하고 욕해라. 놈을 어떻게 죽여야 화가 풀릴지 그걸 생각하란 말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크게 대답했다.

헌원중천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금장생이 미워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몸에서는 진득한 살기가 넘실댔다.

“출발하라!”

헌원중천은 버럭 소리쳤다.

“하아!”

“타하!”

“이얍!”

대원들은 기합을 내지르며 남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몸을 날려 가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헌원중천은 주먹을 지그시 그러쥐었다.

이번에는 대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힘을 불어 넣었지만 한 번 더 놓치면 그때는 힘들어진다.

함께 추격을 했고, 심지어 추격조가 따로 있지만 강신술사를 놓친 책임은 전부 지휘관이 져야 한다. 먹잇감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대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테고, 처음으로 성사됐던 칠왕가 연합은 깨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지휘관인 자신이 져야 한다.

‘나를 위해서도 네놈을 반드시 잡고 말 것이다.’

파앗!

헌원중천은 바닥을 찼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전방으로 쭉 쏘아져 갔다.

칠왕가 무인들이 금장생 일행을 따라잡은 건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금장생 일행은 아직 천산으로 접어들지 못한 상태였다. 천산으로 들어가려면 반나절은 더 가야 했다.

“잡았습니다.”

정찰조 조장이 헌원중천에게 보고했다.

“어디 있느냐?”

헌원중천은 전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반 시진 정도 더 가면 강이 나오는데, 강 바로 옆에서 야영을 하고 있습니다.”

“인원은 몇 명이냐?”

“네 명입니다.”

“네 명?”

“그렇습니다.”

“각 조장들은 이쪽으로 모이시오.”

헌원중천은 각 가문에서 나온 자들을 불렀다.

잠시 후 서천마부 주윤보를 비롯하여 각 가문의 책임자들이 헌원중천 주위로 모였다.

“놈은 반 시진 거리에 있소. 놈들 뒤편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고.”

헌원중천은 남북으로 흐르는 강을 그린 다음 강 오른편에 둥근 원을 그렸다.

“여기에 놈이 있소. 우리는 동서남북 네 곳을 포위할 거요. 북쪽은 주 대협이 맡아 주시오.”

헌원중천은 서천마부 주윤보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강 건너, 즉 서쪽은 독고 대협이 맡아 주시오.”

헌원중천의 시선이 회의사신 독고랑에게로 향했다.

“알았습니다.”

“남쪽은 구라다 대협께서 맡아 주시오. 동쪽은 내가 맡겠소.”

“그럼 우린 뭘 하면 됩니까?”

호명되지 않은 이덕무가 물었다.

“네 분은 천산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 먼저 가야겠군요?”

이번엔 파극이 물었다.

“그렇소. 네 분은 지금 바로 출발하시오.”

“수고하십시오.”

“먼저 가겠습니다.”

이덕무와 파극은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두 번째로 자리를 뜬 자는 강을 건너야 하는 회의사신 독고랑과 북쪽을 맡은 서천마부 주윤보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쪽을 맡은 구라다와 동쪽을 맡은 헌원중천이 출발했다.

그들은 최대한 자세를 낮춰 소리 없이 이동했다.

그들은 강가에서 자라는 갈대와 산에서 자라는 억새가 뒤섞인 특이한 장소를 지나쳐 갔다.

갈대며 억새는 키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게 허벅지 높이까지 왔다. 그렇다 보니 거의 오리걸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아무리 무인이고 체력이 좋다고 해도 오랫동안 오리걸음을 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얼마 가지 않아 입이 벌어지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숨소리를 죽여라!

헌원중천은 전음을 보냈다.

―숨소리가 너무 크다!

―숨소리가 너무 크다!

전음을 받은 자들이 대원들에게 엄하게 소리쳤다.

곧 거칠게 내쉬던 숨소리가 사라졌다. 한계에 다다른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린 탓이었다.

‘좋지 않은데.’

그런 그들을 향해 제갈영우는 우려 어린 시선을 보냈다.

내공은 싸움할 때를 대비해서 아껴 두어야 한다.

강신술사 일행이 낭인성에서 출병한 화가 무인을 없앤 자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그들 네 명이서 이백 명이나 되는 낭인을 없앴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대비는 해야 한다.

그런데 싸우는 도중도 아니고 놈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중에 내공을 소모하고 있다.

물론 큰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방법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아무 일 없겠지.’

제갈영우는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 냈다. 그리고 앞서가는 자를 쫓아 부지런히 걸었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를 가자 비로소 야영지가 보였다.

모닥불은 곧 꺼질 것처럼 약했다.

휙!

선두에서 가던 헌원중천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일행은 일제히 그 자리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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