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63화 (63/524)

황금가 (63)

말이 안 되는 일들

“대륙황가 상단이 감숙성으로 들어섰습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냐?”

“짐을 가득 실은 마차가 오백 댑니다.”

“많구나.”

“역대 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일을 제대로 한 모양이구나.”

“가주와 가모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사고 난 적도 없고요.”

“만일 그 상단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

“대륙황가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망하진 않을 겁니다.”

“상행이 실패했다는 명분을 들어 채권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회수하실 참입니까?”

“그들에게 빌려준 돈이 전부 얼마냐?”

“지난 십 년 동안 이런저런 전장을 통해 빌려준 돈이 현재까지 천만 냥입니다.”

“그들은 그만한 현금은 없겠지?”

“없습니다.”

“그렇겠지. 상단을 호위하는 자는 몇 명이냐?”

“백 명이고, 호위대 대장은 천붕창 북궁현입니다.”

“북궁현이면?”

“북천장 북궁일우의 아들입니다.”

“북막에 연락을 해라.”

“북막이 강하다고 하지만 북궁현이 이끄는 호위대를 상대하는 건 역부족입니다.”

“낭인성으로 연락을 보내면 이백 명 정도는 뺄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강시는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

“계속 추격하고는 있는데 아직 얻은 것은 없습니다.”

“해왕은 머리가 좋은 자다. 그보다 한발 앞서 나가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소주께서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중천을 신뢰하느냐?”

“네?”

제갈현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수천 번도 더 이 자리에서 보고를 했다. 하지만 화왕을 독대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질문을 할 때면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다.

성을 물려준 걸 보면 친아들로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간혹 보여 주는 모습에서는 헌원중천을 부하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중천을 믿느냔 말이다.”

“화왕께서는 뒤를 이을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나 헌원소야를 실망시키는 순간 그 아이는 본래 신분으로 돌아간다. 구걸하는 거지로 말이다.”

만일 노인의 말을 금장생이 들었다면 기절할 듯 놀랐을 것이다.

헌원소야.

세 번째로 등장하는 이름이다.

가장 먼저 그 이름을 말한 자는 일월태극문 문도 장우고, 또 한 명은 절벽에서 나타난 황공이란 자였다.

* * *

마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선두에서는 맨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행렬 곳곳에는 마차에 깃발이 꽂혀 있었는데, 대륙大陸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대륙삼대상단의 한 곳인 대륙황가 상단 행렬이었다.

대륙황가를 이끌고 있는 자는 만우장이란 자였다.

만우장은 굳은 얼굴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대륙황가 총단을 떠날 때가 떠올랐다.

“이번 상행에 우리 상단의 운명이 달려 있네. 반드시 성공해야 하네.”

상단주는 굳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규모가 너무 크지 않느냐고 물었다.

마차 오백 대. 지금까지의 상행 규모 중 최대다.

오백 대를 한꺼번에 보내는 것보다 백 대씩 다섯 번에 나눠 보내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번에 보내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겨울까지 오백만 냥을 갚아야 하네.”

“연장이 안 됩니까?”

“그들이 우리 상단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만우장은 고개를 돌렸다. 후미 책임자인 방상이었다.

방상 뒤에는 처음 보는 자가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금장생이었다.

“워!”

말 두 필은 만우장 앞에 섰다.

“누구냐?”

만우장은 물었다.

“저는 장생으로, 천산까지 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천산까지만 동행했으면 해서 그럽니다.”

“우리를 따라가고 싶다는 건가?”

“네.”

“천산엔 왜 가는가?”

“실은, 안에는 이런 옷을 입고 있습니다.”

금장생은 입고 있던 장포 앞섶을 열어 강신술사 옷을 보여 주었다.

“그건 무슨 옷인가?”

하지만 만우장은 강신술사 복장을 알지 못했다.

“강신술사 복장입니다.”

“강신술사?”

만우장은 오른편을 보았다.

“시체를 강시로 제강하여 운구하는 자를 강신술사라고 합니다.”

“그런 직업도 있느냐?”

“극소수지만 아직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만우장은 다시 금장생을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하면 천산에 시체를 가지러 가는가?”

“그렇습니다.”

“몇 명인가?”

“저를 포함해서 네 명이고, 마차도 한 대 있습니다.”

“무인도 있는가?”

“저를 제외한 세 명은 모두 무인입니다.”

“강한가?”

“강약에 대한 판단은…….”

“그렇겠지. 알았네. 함께 가는 걸 허락하겠네.”

만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이 있다면 짐이 되지는 않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감사합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숙였다.

“가 보게.”

“그럼 수고하십시오.”

금장생은 말을 타고 뒤로 달렸다. 그의 마차는 상단 행렬 가장 후미에 있었다.

마차로 돌아와 말을 마차 뒤에 묶고 마부석에 앉았다.

“뭐래?”

마부석과 통하는 창문을 통해 고개를 내민 태월령이 물었다.

“함께 가도 좋답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정말로 천산까지 따라갈 건가요?”

“그렇다니까.”

“사 형도요?”

금장생의 시선이 창문 안쪽으로 향했다.

마차 안에는 객잔에서 만난 척사랑과 백사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내가 따라가는 게 싫어요?”

척사랑은 되물었다.

“싫은 게 아니라…….”

“천산을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못 가 봤거든요.”

“알아서 하십시오.”

금장생은 고개를 돌렸다.

굳이 따라가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상당한 강자고 혼자 온 것 같지도 않다. 쫓는 자들도 많은데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이 정도 규모면 낙타가 몇 마리나 필요할까?”

태월령이 물었다.

“마차 한 대당 낙타 다섯 마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 마차가 오백 대니까 순수하게 짐을 나르는 용도로 이천오백 마리가 있어야 하고, 호위와 낙타 몰이꾼, 그리고 음식을 실어야 하는 낙타를 오백 마리 정도 잡으면 최소 삼천 마리가 있어야겠네요.”

“그 많은 낙타를 구하는 게 가능해요?”

마차 안에서 듣고 있던 척사랑이 물었다.

신강 출신인 태월령과 달리 그는 사막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사막의 천지에 형성된 왕국에는 만 단위 이상으로 낙타를 키우는 데가 꽤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대규모로 상행을 가는 경우 자주 거래를 하는 천지 왕국에 미리 연락을 해서 둔황에 낙타를 대기시켜 놓습니다.”

“아!”

척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척사랑은 다시 의문이 생겼다.

“말하세요.”

“이 정도 규모면 이익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어떤 물건을 가지고 가느냐에 달렸겠지만 보통은 마차 한 대당 최소 일만 냥의 이익을 남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만 냥씩이나 돼요?”

척사랑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많이 벌긴 하지만 상행에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실패 원인 중 가장 큰 건 뭐죠?”

“첫째는 사막에서 약탈을 일삼는 마적 뗍니다. 두 번째는 변화무쌍한 사막의 기후와 지형이고요. 세 번째는 물건을 팔아야 하는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입니다.”

“마적 떼는 이해가 가는데 사막기후와 지형은…….”

“다른 사막도 마찬가지겠지만 타클라마칸사막은 타클라마칸이란 뜻 자체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의미를 가질 정도 기후가 나쁩니다. 용권풍, 유사하 등 한 번 휘말리면 모든 걸 잃고 말죠. 그리고 물건을 팔아야 할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이라는 건, 그 나라의 권력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팔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구나.”

척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얼굴을 찌푸렸다. 금장생의 말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낸 탓이었다.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인데 이렇게 대규모 상단을 보내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까?”

“맞아요.”

“그래서 상행의 규모를 보면 상단의 현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겁니다.”

“이런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건가요?”

“이번 상행이 성공한다면 대륙황가는 현금으로 최소 오백만 냥을 벌게 됩니다. 그건 곧 그 정도 돈이 없으면 파산한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그렇구나.”

척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척사랑은 금장생을 보았다.

“이 상단에 대한 궁금증은 다 해소되지 않았나요?”

“상단에 대한 건 해소됐는데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어요.”

“어떤 게 궁금한데요?”

“그런 걸 다 알고 있는 강신술사의 정체가 궁금해요.”

“……저는 어쩌다가 시체 운송꾼이 된 재수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금장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보기엔 비밀이 아주 많은 사람 같아요.”

척사랑은 다시 그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는 건너편에 앉은 태월령을 보았다.

이곳까지 오면서 그녀가 흑지의 지존 신강태존 태천야의 막내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흑지의 지존의 딸인 그녀가 강신술사와 함께 다니는 것도 궁금하긴 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읽고 있는 저 비급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그리고 시체처럼, 아니 시체인 강시.

우연히 강시의 머리를 보았는데 잘못 보지 않았다면 그건 분명 뿔이었다.

그가 아는 한, 뿔을 가진 자는 전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마왕뿐이다. 그러 자를 현실에게 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무튼 특이한 조합임에는 분명했다.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척사랑은 마차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저예요.

바로 그때 그의 귓전으로 전음이 들려왔다.

전음의 주인은 그를 호위해 온 호위대의 대주 환객幻客 화花였다.

―말해.

척사랑은 전음을 보냈다.

―파단길림사막과 기련산맥으로 갔던 자들이 돌아왔어요.

―개방 방도도 왔겠네?

―그들이 가장 먼저 왔어요.

―어디로 갔지?

―동쪽으로 이동 중이에요.

―지켜보기만 해.

―알았어요. 그리고 운성雲城과 마원魔院 무인들이 발견되고 있어요.

―누가 왔는데?

―운성에서는 부성주 창궁검객蒼穹劍客 남궁무위가 나왔고, 마원에서는 부원주 뇌정존자雷霆尊子 진무양이 나왔어요.

―혼자 온 건 아니겠지?

―백여 명 정도씩을 데리고 온 것 같아요.

―대륙황가에서 도움을 청한 걸까?

―그러기엔 나온 자들이 너무 거물이에요.

―그렇지. 아무튼 주시하고만 있어.

―알았어요.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저 녀석은 도대체 뭐고?’

척사랑의 시선이 마부석 창문 너머 금장생에게로 향했다.

뭔가 큰일이 진행 중이고 금장생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두고 보면 알려나? 끙!’

척사랑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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