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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197화 (197/200)

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 197화

당지천이 천독림에 들어간 지 대략 3일이 지났을 무렵.

혈교의 본거지인 지하 공동에서는 습격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제 들어온 시체들을 이쪽으로 옮겨라!”

“우리 파혈대는 집행부를 습격한다! 지도를 확인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너 나 할 것 없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혈교도들.

이전에 안휘에서 치러진 대계가 실패한 탓인지 누구 하나 풀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는데, 막상 인도자는 그런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에 안 들어.”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말씀해 주시면 곧장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도들 얘기가 아니야. 순순히 당가를 습격해야 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쯧.”

상황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당지독은 혀를 한 번 차더니 속으로 한탄했다.

‘그놈의 계약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당지독이 안휘에서 대계를 포기했을 때, 당지천에게 당가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건 어디까지나 당지천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무림맹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곧이곧대로 당가에 쳐들어갈 생각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의 당지독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당가를 습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육신을 받는 대신 당가를 집어삼키기로 한 게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알았으면 다른 놈을 골랐을 텐데…… 머리가 아프네.’

인도자가 당가를 공격해야 하는 건 육신을 내어준 당지독과의 계약 탓이었다.

인도자가 중원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육신은 한계를 맞이한 지 오래였고 혼은 점차 풍화되어 가고 있었기에 빠르게 거처를 정해야 했는데 연고가 없던 탓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가장 강하고, 자신이 생각한 조건에 부합하는 인간을 즉시 골랐는데, 그게 당지독이었고, 육신의 대가는 당가를 집어삼키는 것.

정확히는 자신이 당가의 주인이 되어 당가를 천하제일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제기랄, 좀 나중에 해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하필 이 상황에 방해하다니…… 마음 같아선 외면하고 싶지만, 심장을 옥죄어오는 이상 지체할 순 없겠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인도자는 혀를 찼다.

단순히 육신을 잃는 것뿐이라면 다시 만들면 되기에 딱히 상관없었다.

하나, 심장이 옥죄어오는 건 육신이 아닌 혼이 담긴 그릇이 위험하다는 의미였기에 인도자는 한숨을 푹 쉬며 자신의 처지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무 상심할 건 없지. 어차피 태천검을 이길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시점에서 요주의 인물은 당지천이니까, 더 위험해지기 전에 치워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왕 이렇게 된 일.

인도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하자 속에서 격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선 당지천을 잡는 게 먼저다. 혈독의 비밀을 완전히 파헤치게 된다면 우리의 비밀도 알아차릴 수도 있을 터, 괜히 불씨를 살려 둘 이유는 없으니 확실하게 짓밟아라.’

자신과 같지만, 좀 더 진지하고 근엄한 내면의 소리에 인도자는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지. 당지천만 잡는다면 중원은 우리 손에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독으로 치우면 그만. 그리고 소수 대 소수 싸움이 된다면 필시 우리가 이길 터, 이번 역경만 넘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그 빌어먹을 녀석들에게 복수할 수 있어.’

‘네 말이 맞다. 무림을 모두 집어삼키고 나면 다음엔 그들의 차례다. 우리의 세상으로 돌아가 우리의 세계를 재건할 것이다.’

인도자가 내면에서 들려오는 말에 싱글벙글 웃었다.

처음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움직인다는 사실에 심히 기분이 나빴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밖에 없어서 되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당지독도 지금이 적기라는 걸 알고 있던 거였어. 그러니 이리 절실히도 신호를 보내는 거겠지.’

상황이 자신에게 좋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인도자가 한참을 싱글벙글 웃으며 신나했다.

하지만 문득, 자신의 얼굴이 한 집단의 수장이라고 보기엔 심히 가벼운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기에 애써 입가에 미소를 감춘 인도자는 근엄한 얼굴로 혈교도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낙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만 더 노력하거라. 나의 아이들아.”

* * *

혈교가 분주하게 당가를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던 시각.

마찬가지로 분주한 당가의 대문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이다. 기룡아! 밑에 애들 끌고 오느라 시간 좀 걸렸는데, 내가 너무 늦게 왔나?”

“아니, 충분히 시간 맞춰 왔다. 그리고 좀 늦게 오면 어떻냐. 우리 가원들을 살려줄 분들인데, 그 정도도 이해 못 하면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하하하, 녀석 말은 잘해…… 아, 맞다. 여기는 무림맹에서 나온 수호각주 겸 내 사촌인 남궁호자다. 인사드려라.”

“공자 형님의 사촌동생인 남궁호자라고 합니다. 약소하지만 손을 빌려 드리러 왔습니다.”

“무림맹에서? 지원을?”

당기룡이 떨떠름한 얼굴로 남궁호자를 비롯해 뒤에 도열한 수호각원들을 쳐다보자, 남궁호자는 송구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예…… 저희뿐이라 죄송합니다. 맹에서도 배신한 문파가 나온 터라…….”

“아니오. 애써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바이오. 설마하니 맹에서 귀한 분이 지원 올 줄 몰랐기에 결례를 범했소.”

“아, 아닙니다. 사실 제가 지원 온 것도 제가 오겠다고 우겨서 겨우 온 거라…… 맹에선 저를 제외한 수호각원들을 좀 내주고 말려고 했습니다.”

남궁호자가 한편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듯 말하자, 남궁공자가 말을 이어받았다.

“알지 모르겠지만, 호자가 소싯적에 네 처남과 동고동락했다더구나. 그리고 이번에 무림맹에서 있을 때 지천이와도 꽤 연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께서도 별말 없이 보내주셨다.”

“크흠…….”

남궁공자가 말하는 와중에 남궁호자는 남궁전유가 당지천을 죽이려 했던 일이 떠올라 뭔가 찔린다는 얼굴을 했다.

하나, 다행히도 당기룡은 뒤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걸 보지 못했다.

단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저건…… 팽구용?”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그럭저럭. 한데, 맹에서 나오는 지원은 수호각 인원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전히 재미없는 놈이군. 뭐,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겠어? 맹에서 나오는 지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적어도 맹에서 보내서 온 건 아니란 말인가?”

“정답.”

당기룡이 알쏭달쏭한 팽구용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자, 옅게 고개를 끄덕인 팽구용이 입가에 걸린 옅은 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내가 맹에서 자리를 지키면 잠깐 인명 피해를 줄일 순 있겠지. 하나, 혈교가 이미 독곡을 집어삼킨 시점에서 당가가 무너지면 그걸로 끝. 의미가 없는 짓이란 말이다. 근데, 제 가족

챙기기 급급해서 날 묶어둔다는 게 가당키나 해?”

“그래서 독자적으로 행동한 건가? 혈교가 곧이곧대로 당가에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물론,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만약은 대비해야 할 거 아니야? 무엇보다 혈교의 혈독을 보자마자 이해한 건 지천이뿐이다. 혈교를 막는 거라면 모를까, 몰아낼 생각이면 지천이는 무조건 지켜야지.”

“뒷감당은 어찌하려고?”

“사정을 이야기하니 군사님이랑 태천검 어르신이 힘 좀 써주시겠다고 하셨으니 뒷감당은 알아서 해주시겠지.”

“……고맙다.”

명확한 논리가 있다고 한들, 쉽지 않았을 결정.

혈교가 당가에 쳐들어온다면 탁월한 혜안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온갖 음해에 시달리게 될 게 눈에 선한데도, 팽구용이 그걸 감수하고 왔기에 당기룡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낯 간지러운 이야기는 됐다. 근데 지천이는? 신화문주도 안 보이네?”

“지천이는 사흘 전, 깨달음을 얻어 천독림에 들어갔다. 매형께선 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계시고.”

“지천이는 그렇다 쳐도, 무정검까지?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려는 거야?”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참 다행인 일이지. 깨달음을 수습하시고 나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렇긴 하지.”

한 명, 한 명.

고수가 아쉬운 상황이다.

한데, 당가에 모인 고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일염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단 대화는 나중에. 먼 길 온 만큼 휴식을 취해야 할 테니 다들 들어오게나.”

다른 이들은 몰라도 당기룡만큼은 빙설린에게 혈교가 온다는 걸 들었다.

그렇기에 잠깐이라도 휴식할 수 있게 손님들은 안으로 들이려던 찰나. 녹색 무복을 입은 인원이 달려와 애타게 당기룡을 불렀다.

“가주님! 가주님!”

“무슨 일이냐?”

“태정관…… 옛 백화상단이 있던 객잔에서 혈교도들이 몰려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미파와 청성파도 혈교에 붙었는지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야?”

가히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혈교가 올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사천에 있는 대문파 2곳이 전부 다 혈교에 붙었다는 소식에 남궁공자를 비롯한 손님들이 다들 놀랐다.

다만, 반쯤 예상했던 당기룡은 무심하게 답했다.

“예상했던 대로군. 양민들의 대피작업은 어떻게 됐지?”

“방금 막 소개 완료했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소가주님께서 가져오신 패가 아니었으면 제때 관아의 도움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다행이구나.”

당기룡은 혈독에 녹아 혈교의 전력으로 이용되는 것은 둘째 치고도, 무림의 일에 양민이 희생되는 걸 원치 않았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소한 일조차 지천이의 도움을 받는구나. 역시 지천이는 가주에 걸맞은 아이다.’

당기룡은 이젠 숨 쉬는 것만으로도 당가를 돕는 당지천을 대견스럽게 여기며 백호단원들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당가는 방어전을 수행한다. 식솔들을 비롯해 전투에 임하지 아니할 자는 대피시키고, 나머지 인력들은 기존의 작전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당기룡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튀어 나가는 백호단원들.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당기룡은 그 뒤에 한마디.

의아한 명령을 더 보탰다.

“명심들 하라고 해라. 우리의 역할은 시간을 버는 거다. 결코 혈교를 이기는 게 아니야.”

* * *

당가에 손님들이 도착하고 한 시진이 막 지났을 무렵.

하루에 1할도 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당가의 장원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중앙이 밀린다! 독무를 뿌려라!”

“좌측에 창천성무! 장로님 모셔와!”

“우측! 우측도 뚫린다!”

어디랄 것 없이 점차 뒤로 밀리는 전선들.

아직 혈교의 고수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황임에도 당가는 청성파와 아미파, 2개 문파를 막아내는데 급급하는 중이었다.

“역시 힘에 부치나.”

순전히 혈교도만 있었다면 모를까.

이전의 당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당가가 변화를 이뤄냈다고 한들, 근간이 변하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 읽힐 수밖에 없던 싸움이었다.

“독이든 암기든 아끼지 마라! 다음은 없다!”

“우리 역할은 시간만 끄는 거다! 독을 들이부어도 좋으니 절대 뚫리지 마라!”

그래도 독과 암기를 뿌리며 필사적으로 시간을 버는 인원들.

마치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처럼 독과 암기를 손에 잡히는 대로 뿌려대고 있었다.

“이 녀석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버티는 거지? 설마 지원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사형, 당가 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 근데 이렇게 버티는 게 말이 안 되잖냐?”

패배가 확정되다시피 한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버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당가를 공격하던 인원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그건 저 멀리서 지켜만 보던 인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발버둥을 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 때문에 시간을 벌려고 하는 거지?’

같잖은 희망을 가지고 싸운다고 생각하기엔 공격을 도외시한 채 방어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기룡이 어디선가 지원이 올 거란 실낱같은 기대 하나만으로 지연전을 펼치진 않았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 인도자는 왠지 모를 짜증을 느꼈다.

‘찝찝해. 뭔지 모르니까 더 거슬리는 거 같아.’

분명 통제되지 않는 변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변수는 당지천의 존재로 절대 외부의 요인이 아니었다.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저 안에서 생긴다는 이야기인데…… 잠깐, 그렇다면 굳이 기다릴 필요 없이 나가서 해치우면 그만 아닌가?’

거슬리는 게 있으면 치우면 그만.

그렇게 생각한 인도자는 발을 가볍게 굴러 하늘을 날아 당가의 장원으로 향했다.

“필멸자인 주제에 무의미한 생을 구가하니 참으로 비루하게 짝이 없구나.”

당가의 상공에 나타난 인도자 고고하게 내려다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그들을 꾸짖었다.

그 모습은 가히 창조가 자신의 피조물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드디어 왔나.”

그러나 인도자가 나타난 절체절명의 위기에 되레 환한 미소를 짓는 당기룡.

누가 보면 적의 수장이 아닌 지원군이 온 거라고 착각할 만큼 희망차고 밝은 미소에 인도자는 어이가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실성한 건가?”

미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인도자가 이상한 눈으로 당기룡을 쳐다보자, 당기룡은 한껏 입꼬리를 말며 외쳤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느냐? 어디서 지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길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이렇게 기를 쓰고 버틴 게?”

퍽이나 웃기다는 듯 실소를 흘린 당기룡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네놈을 기다린 거다. 본디 독은 독으로 잡는 법. 하늘은 더 위의 하늘로 잡는 법이니까 말이다!”

-쿵!

당기룡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기세가 주변을 잠식했고.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무릎을 꿇었으며.

하늘에 있던 인도자마저 중심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이게 무슨!”

하늘을 찍어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거력에 인도자가 당황한 채 땅으로 처박히듯 가라앉으며 자신을 떨어뜨린 대상을 찾았다.

“누구냐! 어떤 놈이 감히 나의 옥체에 손을 대느냔 말이다!”

“누구냐고 물었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인도자가 분개하며 적을 찾자, 그에 화답하는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람.

-저벅, 저벅.

수많은 무인이 얽힌 전쟁터에서 홀로 산책이라도 나온 듯 양팔의 붕대를 나풀거리며 여유로이 거니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당지천의 외조부.

천고천이었다.

“안녕하신가. 인도자 양반.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지?”

“네놈은 분명 그때 그 빙궁 놈?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사사건건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냐!”

“뭐 하는 놈이냐라…… 이전에 봤던 놈이랑은 영 반응이 다른 것 같은데? 뭐, 안에 든 놈이 어떤 놈인지는 딱히 상관없긴 하다만 말이다.”

단숨에 인도자의 상태를 꿰뚫어 본 천고천이 피식 미소를 흘리더니 양팔에 나풀거리는 붕대를 풀어헤치며 입을 열었다.

“감히 내가 누구냐 물었지? 그에 대한 답변해 주마.”

-쾅!

천고천이 발구릉을 구르자, 이전보다도 더 한층 강해진 기세가 좌중을 찍어 눌렀다.

“큭…….”

이름이 꽤 알려진 고수부터 천하십대고수 반열에 드는 고수까지.

모두가 이전과는 격이 다른 압도적인 기세에 버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무릎을 꿇은 채 천고천을 올려다보게 되었을 때.

양팔의 붕대를 완전히 풀어헤친 천고천이 진정한 자신을 소개했다.

“본좌는…… 무림 최후의 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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