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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140화 (140/200)

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 140화

바삐 발걸음을 놀려 도착한 서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길래 한껏 준비를 하고 발을 들였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시선을 한 번 주고는 관심을 끌 만큼 평화롭기 짝에 없었다.

“저기 봐. 저 사람들 무림인 같지?”

“옷도 그렇고, 뒤에 호위무사가 있는 걸 보며 어딘가의 도련님 같은데?”

물론, 따라오는 시선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외지인에 대한 호기심 정도지.

여태껏 들렀던 다른 곳에 비하면 별로 심한 편은 아니었다.

왜냐면 오면서 봤던 대부분 마을에선 거의 확정적으로 혈교도 취급이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마을 규모도 있고, 종남파가 있는 곳이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나 보네요.”

“협의를 잊은 문파가 몇 있긴 해도 종남파는 양호한 편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아무리 속세에 찌들었다고 해도 정파는 정파.

아귀다툼을 하는 데 정신 팔려 양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대놓고 곪은 곳도 있으나, 대부분 문파는 선행을 행하진 않아도 악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종남파가 딱 그것보다 약간 위.

양민들에게 별 관심 없어도 큰 문제만큼은 나서서 해결해 주는 정도였다.

“그래서 외지인 몇 사라지는 작은 문제는 신경 안 쓰는 걸까요? 아니면, 종남파도 연관된 문제일까요?”

“글쎄요. 그런데 공자님. 저희가 모은 정보에 따르면 종남파에는 혈교도로 의심 가는 인원이 있긴 했습니다.”

“몇이나요?”

“일대 제자 둘입니다.”

“고작 둘?”

“저희가 파악한 다른 문파에 비하면 적은 숫자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의심 가는 인원일 뿐.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혈교도들이 날뛰면서 저희 문파도 피해를 꽤 입어서 섬서엔 인원이 몇 없습니다.”

물음에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하는 흔유.

처음엔 데리고 가면 다소 귀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과 달리 도움이 되고 있었다.

“되게 잘 아시네요.”

“하핫, 나름 부문주님 대리로 온 건데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자님이 폐관에 임하셨을 근 3년. 저 또한 공자님을 모시기 위해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공자님께 필요한 정보는 물론이고, 공자님이 좋아하실만한 것들을 낱낱이 조사해 왔죠. 그러니까 공자님. 저희 신화문으로 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아니, 잘 나가다가 거기서 왜 갑자기 거기로 틉니까?”

“부문주님께서 언제나 인재 영입에 힘쓰라고 하셨거든요. 임무와 별개로 눈앞에 이렇게 좋은 인재가 있는데 놓칠 수 있겠어요?”

“……알고 있으시겠지만, 제가 당가의 소가주인데요?”

“암요, 소가주도 하시고 정보원 활동도 하시면 되죠.”

“…….”

거참, 귀찮네.

“지금 귀찮다고 생각하셨죠! 정말 너무하시네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듯 울상을 짓는 흔유.

동정표라도 사려는 건지,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히길래 나는 일염이를 슬쩍 쳐다봤다.

“거기까지.”

그러자, 흔유를 제지하는 일염이.

눈을 부릅뜨고 울상을 짓던 흔유를 쳐다보자, 흔유는 부문주만큼 나불댈 깡은 없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좋아, 이제 좀 쾌적해졌네.”

“…….”

쾌적해졌다고 하니 흔유가 입을 삐죽 내밀고 시위했다.

허나, 그러든가 말든가.

일염이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일단 지부에 찾아가 정보부터 모아보죠. 없을 가능성도 있지만, 사람이 사라지는 문제라 웬만하면 인원들이 정보를 모으고 있을 겁니다.”

“그러자.”

혈교도와 관련된 일이기에 웬만하면 정보를 모았을 거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지부에 먼저 들를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아이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혹시 머무실 객잔을 찾으시나요?”

꾀죄죄하지만 나름 단장한 듯한 행색.

딱 보아하니 외지인을 안내하고 약간의 수고비를 받아가는 아이인 듯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이긴 한데…… 산적들의 말을 떠올려보면 평범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어.’

겉모습은 영락없는 아이였으나, 사실은 역용술을 써서 변장한 혈교도일 수도 있는 법.

딱히 기운을 숨긴 것도 없고, 혈향도 느껴지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어떤 방식으로 학한객잔에 가게 되는지도 알아보려고 아이에게 물었다.

“어. 어디 머물 만한 객잔이 없나 찾고 있었어. 혹시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니?”

“그럼 학한객잔으로 가세요! 서안에서는 학한객잔이 제일 좋아요!”

“학한객잔이?”

“예! 평범한 분들도 많이 가시지만, 귀빈들을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요! 괜히 즐겁게 여행하는데, 시비라도 걸리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형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많아 보이는데 별채에 머무시는 게 편할 거예요.”

일목요연한 아이의 설명.

더 들을 것도 없는 깔끔한 설명에 품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 던져주며 말했다.

“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봐.”

* * *

아이의 길 안내를 받아 학한객잔으로 향하는 길.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학한객잔이에요.”

길 안내를 맡은 아이는 은자를 받아서 그런지 환한 얼굴로 객잔으로 향했다.

그와 반대로 그 뒤를 따르는 나는 객잔에 점점 다가갈수록.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점점 얼굴이 굳었다.

왜냐면…….

‘냄새가 난다. 그것도 지독한 냄새가.’

가면 갈수록 코를 아리게 만드는 지독한 냄새가 났기에.

“공자님. 왜 이렇게 얼굴을 찡그리세요?”

지독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뭔가 불편한 게 있냐며 묻는 흔유.

내가 알기로 신화문도들은 냄새를 맡는 훈련을 하는 거로 아는데, 이 냄새만큼은 제대로 못 맡는 눈치였다.

‘하긴, 지독하긴 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멀어서 옅은 편이니…… 그래도 지나가는 몇몇 사람에게 배어나는 게 꺼림칙한데?’

지독하긴 했으나,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엔 아주 미약한 냄새.

내가 아니고서야 맡기 힘든 옅고 독특한 냄새에 좀 더 객잔에 가까이 가봐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유독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그 냄새를 전파되었으니…….

‘달콤하고 톡 쏘는 향. 어딘가에서 맡아본 냄새다.’

씻지 않아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애초에 씻는다고 씻길 거 같지도 않은 냄새.

실제로 맡아본 건 몇 번 없었기에 긴가민가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사용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단지,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이걸 섭취하고 있다면 눈에 총기가 사라져야 정상인데 멀쩡하다는 점뿐이었다.

-애네, 뭐냐?

-글쎄요.

대뜸 일염이에게 전을 보내자, 어깨를 으쓱이는 일염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흔유와 달리, 이 기분 나쁜 냄새를 명확히 느꼈는지 불쾌한 얼굴을 했다.

-너도 느꼈지?

-예, 아무래도 그거 같군요. 보아하니 다른 쪽에서 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확인차 물어보니 완전히 일치하는 둘의 의견.

혹시 다른 쪽에서 나는 걸까 싶기도 했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내가 문제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저쪽이 학한객잔이에요!”

냄새에 한눈 팔린 사이 어느샌가 도착한 학한객잔.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유독 줄을 길게 늘어선.

문전성시를 이룬 객잔의 모습이 보였다.

“공자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 저도 알 것 같네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까 맡았던 지독하기 짝에 없는 냄새.

그게 흔유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서 강하게 진동했다.

“사람이 되게 많구나.”

“예,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객잔인지라 손님이 많아요. 물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귀빈을 위한 입구는 따로 나뉘어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행여나 사람 많은 걸 불편해할까 봐 곧장 말을 덧붙이는 아이.

이어서 아까의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사람이 많은 이유도 덧붙였다.

“학한객잔은 서안에서 제일 가는 객잔으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사람이 저렇게 많은 이유는 외지인에게 한 번씩.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 줘서 그래요.”

“식사를? 무료로?”

“예.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그런지 서안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지더라고요.”

“너는 서안 사람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

“맞아요. 사실 저는 오지에서 자라서 서안에 온 지는 몇 달 안 됐어요. 아, 그래도 발바닥에 땀띠가 날 만큼 돌아다녀서 이제는 서안의 지리는 빠삭해요. 혹시 더 안내받고 싶은 곳이 있으시면 말만 하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이제는 모르는 곳이 없으니 말만 하라는 아이.

두 눈이 초롱초롱한 게 은근히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니, 지금은 괜찮아.”

그러나 더 안내받을 곳도 없는데 아이를 끌고 다닐 이유는 없는 법.

단칼에 거절하자, 아이가 약간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그러신가요……. 혹시 나중에라도 길잡이가 필요하시다면 저를 찾아주세요. 제가 부디 친절히 안내해 드릴게요.”

“그래, 그럴게.”

그래도 나중에 안내받을 일이 있으면 먼저 찾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금 환한 얼굴을 지은 아이는 고풍스러운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앞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귀빈실을 이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즐거운 여행 되세요. 소가주님.”

“…….”

마지막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라지는 아이.

내가 문 앞에서 그 아이가 사라지는 걸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자, 흔유는 왜 그러냐는 듯 내게 물었다.

“공자님. 저 아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 보십니까?”

“잘못? 했지.”

“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어서 곧장 답을 알려줬다.

“저 녀석 내가 당가의 사람인 걸 알아봤어.”

분명 자신의 입으로 오지에서 자랐다고.

이 생활은 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그런데 단박에 나를.

당가의 소가주임을 알아보는 게 말이 되는가?

“뭐, 비밀이랄 것도 없이 무림에 널리 퍼진 이야기라 알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유독 찝찝하네.”

분명 저번에 만난 산적 행세하던 양민들도 변두리 마을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이들도 모르던 사실을 작은 아이가 알고 있다?

그것도 봉문에 들어서 화젯거리조차 안 되는 당가의 일을?

“진짜 알 수 없는 거 투성이야.”

완전히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에이, 공자님. 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무림인들의 안내도 해봤을 테니, 오며 가며 주워들은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죠.”

별거 아닌 일로 너무 과민반응한다며 기분 풀라는 흔유.

확실히 아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논리적인 근거가 빈약했기에 조금 의심을 거둬들였다.

“그렇긴 해. 근데 괜히 기분이 나쁘네.”

하지만 그것과 기분은 별개.

괜히 기분이 나빠서 아이가 안내해 준 귀빈을 위한 곳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향했다.

그러자…….

“공자님!”

-챙!

갑자기 뒤에서 검격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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