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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131화 (131/200)

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 131화

모든 걸 베끼는 빙궁의 귀신.

만사빙귀라니?

“아니, 그게 뭔…….”

절로 막히는 말문.

무공이 무슨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막 베낀단 말인가?

‘무협지에 가끔 나오던 설정이긴 한데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고? 그것도 단순한 삼류무공도 아니고, 타 문파의 상승무공을 익히는 게?’

전생에 무협지를 읽을 때면 간혹가다 나오긴 했다.

보기만 해도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천재들.

가히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말이다.

하지만 막상 무공을 익혀보면 그게 얼마나 허황되고 과장된 이야기인지 알기에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말이다.

“들어본 적 없지? 그러니 조심하라는 거야. 무림에는 나보다도 더. 상상도 못 한 인간들이 있는 그런 곳이거든.”

“그건 저도 아는데…… 하아.”

아무리 무림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결이 다르지 않은가.

‘예전에 곡노를 봤을 때도 이만큼 충격적이지 않았는데, 진짜 말 안 되네.’

특이한 무기를 쓴다든가.

아니면, 압도적으로 강한 독문무공이나 주술같이 낯선 걸 쓰는 걸 예상했지, 이렇게 남의 무공을 훔치는 사람이 실존한다는 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래서 경험을 준다고 하신 거군요.”

이제야 이해가 되는 삼촌의 말.

지금 삼촌은 말 그대로 속성 교육을 하겠다는 거였다.

“그래, 내가 실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름 번듯한 별호도 있던 만큼 강호에서 꽤나 활개 치고 다녔거든? 그러니 긴장 좀 해야 할 거다.”

다시금 비무를 하려는지 삼촌이 칼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삼촌을 보고 잠시 손을 들어 올렸다.

‘피를 계속 흘려봤자 좋을 게 없어. 일단 시간부터 끈다.’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옆구리에 줄줄 흐르는 피.

깊게 베인 건 아니지만, 그냥 놔둘 이유도 없었기에 소매 안으로 손을 넣어 금창약을 바르며 물었다.

“실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면 상승무공들은 어떻게 익히신 거예요? 한두 번 보고 베낄 만한 게 아니잖아요.”

“이거?”

아까 전 했던 것처럼 눈꽃을 피워올리는 삼촌.

분명 꽃의 종류는 달라도 화산파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이 분명한 게 틀림없었다.

“소싯적에 같이 다닌 친구들에게 배운 거야.”

“예? 그걸 가르쳐 준답니까?”

“에이, 가르쳐 주진 않지. 그냥 며칠 같이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거야.”

“며칠이요?”

어이가 없어서 절로 나오는 웃음.

시간 끌려고 물은 거긴 하다만, 이렇게 어이없는 답변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니,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요?”

“가능해. 잠깐, 혹시 이 삼촌이 무림에서 어떤 사람과 어떻게 우정을 나눴는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 말만 해. 원한다면 삼촌이 되도록 자세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게.”

갑자기 눈을 반짝이는 삼촌.

건수를 하나 잡았다고 수다 떨 생각에 기뻐하는 건지 몰라도 그걸 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손사래를 쳤다.

금창약도 이미 다 발랐으니 말이다.

“이제 생각해 보니 가능할 것 같네요. 굳이 들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안타깝네.”

단박에 거절하니 삼촌은 잠시 시무룩한 얼굴을 하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이전 질문에 대충 답을 해주자면, 원래 우리 집안이 원래 무공을 보는 눈이 뛰어나거든. 그걸 자기 것으로 체득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보는 거라면 며칠 하다 보면 충분히 익혀.”

“잠깐, 집안이라면 혹시 저도?”

“맞아. 아무리 네가 당가의 사람이라도 겨우 3년 만에. 가문의 비전을 거의 다 익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해서 가능한 게 아닌가…….”

“너처럼 똑똑한 애가 자신이 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구분을 못 한다고? 에이, 그건 아니지.”

말끝을 흐리자, 단박에 고개를 젓는 삼촌.

솔직히 나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무공을 익혔기에 의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삼촌이 그 점을 제대로 꼬집었다.

“네가 무재가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출 난 편도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알죠. 어렸을 때부터 체감했으니까요.”

“원래 만류귀종이라고 하여 어떤 무공이든 끝에 가면 다 극에 달할 수 있긴 해. 하지만 무공끼리 급이 나뉘는 건 단순히 말해서 시작점이 달라서 그래.”

잠시 검을 늘어뜨렸던 삼촌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허공에 검을 내려치며 말을 이었다.

“쉽게 익히고, 어렵게 나아가거나.”

이어서 빠르게 검을 회수해 처음에 봤던 빙궁의 검술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어렵게 익히고, 쉽게 나아가거나의 차이지.”

“…….”

“명백히 상승무공을 익히는 데도 배우는 속도가 이전과 같았던 건 너도 결국 우리 핏줄이기 때문이야.”

노력 때문에 금방 배웠다고 생각한 게 알고 보니 재능 덕.

나는 여태 그런 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사실에 이야기를 듣고 놀라자, 아버지가 더 놀라며 끼어드셨다.

“잠깐, 처남. 그게 처남의 능력이 아니라 집안 내력이라면 장인어른께서도 가능하시단 이야기인가?”

“아유, 그럼요. 애초에 제가 아버지께 배웠는데 아버지께서 못하시겠어요? 저보다 훨씬 뛰어나셔서 오래 걸리지도 않으세요. 뭐, 그런 게 없어도 뛰어나셨기에 전혀 쓰지는 않으셨지만 말이에요.”

“그럼 혼인을 약조받자고 했을 때 비무했던 것도?”

“당연히 매형이 개털 되신 거죠.”

“허…….”

가문의 비전이 털렸다는 말에 아찔한지 이마를 부여잡는 아버지.

당연히 절기까지는 쓰지 않았겠지만, 외부인에게 독문무공이 알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큰 충격인 듯했다.

“뭐, 그래도 아버지가 어디 가서 쓰실 건 아니고, 지천이를 교육하는 데 쓴 거 아니겠어요. 나쁜 마음 먹었으면 진작에 퍼뜨렸을 거니 너무 걱정 마세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느냐.”

“그것도 그렇긴 한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러려니 하세요. 그 능력 덕에 제가 이렇게 지천이를 도우러 온 거잖아요? 그리고 지천이도 무공을 일찍 배운 거고요.”

“…….”

남의 가문 일이라고 참으로 쉽게 이야기하자, 절로 벙찌는 당가주.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삼촌의 뻔뻔함에 완전히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자, 그럼 슬슬 피 멎었지?”

당가주가 그러거나 말거나 삼촌은 검을 치켜세우고는 보법을 펼치며 외치며 외쳤다.

“다시 시작하자!”

* * *

누군가 그랬던가.

제일 좋은 공부는 실전이라고.

“후우…….”

수를 셀 수 없이 오랫동안 이어진 공방 끝에 찾아온 소강상태.

이전에 다친 옆구리뿐만 아니라 성한 곳 없는 옷이 피에 절여질 때쯤 당지천은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왜냐면 기어이 천일절의 검을 극복해 냈기에.

“드디어 이겼다.”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기쁨에 몸서리치며 미소를 짓는 당지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아니, 실전 그 자체를 경험하며 진짜로 간담이 서늘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결국 이겨냈다.

누구나 이름을 아는 검법부터 듣도 보도 못한 검법까지.

모두 머리에 담고 극복해 냈다.

그렇기에 당지천은 수많은 상처를 안고도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게 진짜 인간승리지.’

천일절이 펼치는 수많은 검법을 극복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값진 건, 바로 상대의 무공을 보고 분석하는 법.

그 방법 자체를 터득한 데에 있었다.

‘단순히 대처법만 알려주려 했다면 같은 검법을 시연하면서 하나씩 익히게 해줬을 텐데, 이걸 터득시키려고 일부러 섞어서 쓰신 거구나.’

처음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야 하나씩 이해가 가는 삼촌의 행동들.

그게 전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주먹에 맞고 날아간 삼촌이 걱정됐다.

‘……삼촌은 괜찮으시려나.’

바닥에 널브러진 채 컥컥대고 있는 천일절.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위험한 모습이었는데, 사실 그건 다쳐서 제대로 웃지 못해서 그런 거일 뿐.

실상은 당지천과 같은 흡족한 미소를 짓느라 그러는 거였다.

‘내가 졌어. 졌다고.’

온몸에 전율이 이는지 부르르 떠는 천일절.

비록, 자신이 모든 검법을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는 것은 최대한으로 펼쳤다.

그런데 웬걸.

당지천은 고작 수백 합을 겨뤘을 뿐인데, 그걸 극복해 냈다.

‘나는 이걸 배울 때 나흘이나 걸렸는데, 고작 한나절이라니.’

참으로 긴 시간 같아 보이지만, 실상 같은 검법은 열 번도 안 썼다.

즉, 당지천은 단순히 몇 번 본 것만으로 각 검법을 분석하고, 묘리를 알아내 대처했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지만, 이건 진짜 경이롭네.’

천일절 본인도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다.

단지, 당지천의 할아버지.

천고천이 일인전승인 문파의 무공은 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았기에 익힌 게 빙궁의 검법이었고, 그나마 배운 게 이거였을 뿐이다.

‘나는 무공을 파악하는 데 나흘이나 걸렸는데, 고작 한나절이라…… 어쩌면 지천이는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게 아닐까?’

천일절은 천고천처럼 비급 한 번만 보고 전부 익히는 그런 무시무시한 능력까진 없지만, 어느 정도 쉽게 익힌다.

그런데, 당지천이 자신보다 유능하니, 제대로 배운다면 가히 무림의 재앙이 될 게 분명하다.

‘아니, 이미 재앙 수준이지. 베끼는 것까진 배우지 않았으니 못하겠지만, 고작 약관에 초절정이고, 무엇보다 응용력이 뛰어나.’

배우지 않은 당지천으로선 베끼는 것은 무리겠지만, 금방 파악하고 대처하는 건 가능할 거다.

그리고 머리가 좋으니 잊지 않고 응용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말이다.

어쩌면, 천일절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공을 독문암기를 만든 것처럼 스스로 극복할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완전무결해지는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다시금 실소를 터뜨리는 천일절.

어이가 없어서 터뜨리는 게 아닌, 당지천에 대한 경이로움과 마지막 부족한 부분을 자신이 채웠다는 만족감에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보여줄 만한 건 전부 보여줘야지.’

천일절이 삐걱대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한나절이나 이어진 공방에 지금 당장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했으나, 자고로 배움이란 물살을 탔을 때 이어져야 하는 법.

그러니 무리하더라도 당지천에게 더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야, 무재가 그리 특출나지 않다길래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익히는 거 아니야? 이러면 나만 개쪽인데…… 뭐, 그래도 우리 조카님이 그런다면야”

“삼촌이 계속 초식명을 외치면서 싸워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이, 겸손해라.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지.”

천일절은 미소를 지우며 당지천을 노려봤다.

“그럼 2차전 가야지?”

“예?”

-타닥.

허망하게 되묻자, 천일절이 뛰어오르며 일어서더니 천일염을 불렀다.

“형님!”

천일절이 소리치자, 갑자기 천일절의 짐에 다가가는 천일염.

그러고는…….

-차라라랑.

거대한 짐 보따리에서 웬 사슬이 달린 낫을 하나 꺼내 던졌다.

“고마워요. 형님!”

한눈에 봐도 전투용으로 보이는 낫.

끝쪽에는 철퇴처럼 생긴 추가 달린 걸 보면 사파의 고수가 쓸법한 무기였다.

“사파의 무기? 설마…….”

당지천이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로 천일염을 쳐다보자, 천일염이 보란 듯이 짐 보따리를 풀어줬다.

그리고 자연히 그 안을 들여다본 당지천의 입에선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왜냐면…….

“옘병.”

천일절의 짐 보따리엔 검부터 시작해 사슬 낫, 도, 도끼, 창을 비롯한 이름 모를 무기까지.

무림에 존재하는 온갖 무기가 들어 있었기에.

“고작 검 하나만 베꼈다면 무림이 뒤집히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

말끝을 흐린 천일절이 낫에 달린 추를 던지며 외쳤다.

“2차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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