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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123화 (123/200)

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 123화

5년 전, 폐관에 들어간 뒤로 소식조차 없던 당지혁.

하도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탓에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자연히 당지혁이 튀어나올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뜻밖의 시기에 갑작스레 당지혁이 튀어나왔다.

“아니,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딴지 걸린 것보다 놀라움이 더 큰 상황.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는 당지혁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었기에 더 놀란 점도 있었다.

‘누가 보면 빙궁 사람인 줄 알겠네.’

도무지 당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크기.

폐관에 들어갈 당시엔 고작 15살의 나이로 6척(180㎝)나 되는 덩치를 자랑했던 당지혁인 만큼 지금은 7척(210㎝) 정도는 되어 보였고, 당연히 그만큼 덩치는 더 커졌다.

그렇기에 나도 결코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저분이 이 공자님? 원래 크신 건 알았는데 저렇게 크셨나?”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만독연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당지혁을 보고 입을 떡 벌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놀라웠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왜? 내가 없던 사이 소가주 자리를 꿀꺽하려고 작정했냐?”

하지만 그런 시선을 곡해했는지 사나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당지혁.

우리가 놀랍다 못해 신기하다는 눈으로 봄에도 오직 소가주 자리에만 관심 있는지 눈을 부라릴 뿐이었다.

“가문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모르겠지만, 소가주 자리를 논하는 데 나를 빼놓고 논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러니 난 용납할 수 없다.”

아까 전.

어떻게 소가주가 됐는지 설명한 걸 들었는지 용납 못 하겠다는 당지혁.

당가주의 일방적인 결정이고, 맥락 없이 소가주가 됐다는 걸 그대로 설명했었기에 그걸 듣고 이러는 것 같은데, 솔직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이 녀석은 생각이란 걸 안 하는 걸까? 5년 넘게 틀어박혀 있었는데 지지층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우습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폐관에 들은 건 좋다.

하지만 성과도 성과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 생각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파벌이란 게 잠시 주인 없이 굴러갈 수 있어도 5년이나 자리를 비워 버리면 당연히 다들 떨어져 나간다.

그렇기에 이미 신경 쓸 것도 없이 뿔뿔이 흩어졌던 상황.

내가 자리를 비웠고, 일찍 나와서 모았다면 긴장해야 할 만큼 큰 세력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다 의미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문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무슨 일이 난 건지 알아보는 게 정상 아닌가?’

거기다,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을 줄 알고.

또, 내가 무슨 활약을 했을 줄 알고 그런 발언을 한단 말인가.

폐관에서 갓 나온 사람이 알 정도면 가문의 피해가 컸다는 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이제 막 폐관에서 나왔으면 인사부터 하러 가야지. 여기서 딴지나 걸고 앉아 있네.’

뭐, 모든 걸 떠난다고 해도 결국 폐관 수련의 의의는 성취를 얻는 것.

당연히 성취를 얻었으면 오랜 시간 동안 못 뵌 부모부터 찾아가 인사 먼저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잠깐, 성취를 얻어?’

이제 와 자세히 살펴보니 경지가 오른 당지혁.

왠지 모르게 위풍당당한 얼굴을 보아하니 자신감의 근원이 바로 폐관 수련에서 얻은 성취 같았다.

“깨달음을 얻었네. 축하해.”

경지를 넘는 건 무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경사.

그렇기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들 선심 써서 축하 인사를 건네자, 당지혁이 짐짓 점잖은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흠흠.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고맙다. 허나, 네가 한 축하 인사가 소가주로서의 인사였다면 나는 받지 않을 거니 그렇게 알아두어라.”

“…….”

뭔 겨우 인사 하나 받는 데 조건을 그렇게 다냐.

머리를 굴릴 때 안 굴리고, 굴리지 말아야 할 때 굴리는 걸 보니 폐관 수련에 들은 탓에 정신 연령은 딱히 안 오른 느낌이었다.

“벌써 두려워진 게냐.”

“……뭐가?”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너 또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걸 알지만, 결국 수준 차이란 그런 것이니 말이다.”

“뭐?”

황당함에 벙쪄 있으니 숨 쉬듯 개소리를 지껄이는 당지혁.

분명 옛날에 봤을 땐 이런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자꾸 사람 말이 아닌 짐승의 말을 뱉어냈다.

‘하긴, 벽곡단만 먹으며 폐관에 박혀 있으면 변할 만도 하지.’

자고로 폐관에 든다는 것은 수련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한다는 것.

당연히 그 포기하는 것에는 성격이나 인성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나는 절대 폐관 수련 같은 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당지혁을 측은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당지혁은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소가주가 되는 거에 반대한다고 한들, 억지를 부려서 이길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공정한 방식, 형평성 있는 규칙에 맞게 싸울 거다.”

“공정한 방식이 뭔데?”

“여러 가지가 있겠지.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만큼 누가 더 식솔들에게 적합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를 본다든가. 아니면, 원로님들과 장로님들을 모셔 소가주에 적합한 인재가 누군지 물어본다든가. 그리고 그것도 정 아니면…….”

앞의 이야기는 예의상 해본 이야기고 지금 것이 본론이라는 듯 당지혁은 씨익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그냥 간편하게 비무라든가.”

일부로 비무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당지혁.

억지 부려서 이길 생각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3살 차이 나는 동생을 쥐어팰 생각뿐인 듯했다.

아니면, 이전의 설욕을 되갚아주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비무는 좀 무리인가. 이전에도 봐줘서 그렇지, 제대로 붙었으면 일초지적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실력 차이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니 말이야.”

마치 너 따윈 상대도 안 된다는 듯 당지혁이 당연하게 얕잡아 봤다.

그래서 그런지 이해가 안 갔다.

‘얘는 내 상태를 보고도 도발을 하고 싶나?’

약관에 절정의 경지가 된 것도 대단한 일이긴 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당지독이 약관에 절정의 경지에 올라서 당가 최고의 기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무림에서도 후기지수라 부를 만한 이들이 대게 비슷한 시기에 절정의 경지에 드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긴 했다.

……어디까지나 무림의 관점에선 말이다.

‘아무리 봐도 내가 셀 것 같은데.’

이미 당지혁보다 3살 어린데도 같은 경지에 이른 나.

심지어 느껴지는 기운으로 견적을 내보니 내가 더 센 느낌이었고, 이걸 당지혁도 모를 리가 없었는데…….

‘아, 그렇네. 부문주가 기척을 죽였나보다.’

생각해 보니 당지혁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신화부문주가 날 호위하는 중이다.

그리고 저번에 부문주가 말하길 신화문에서는 호위 대상의 기척을 죽이거나 아예 지워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막상 가문 내에서는 딱히 쓸 일이 없기에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건지 기척을 지워 버린 듯했다.

-이편이 더 재밌지 않겠어요?

자기가 했다는 걸 입증하듯 때마침 전음을 보내오는 부문주.

신화문의 일도 아니고, 당가의 일을 하러 와서 호위 명목으로 숨어만 있어서 그런지 어지간히도 심심해 보이는 듯했다.

‘나야 좋지.’

당지혁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들, 확실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단순히 폐관에서 벽을 넘은 당지혁과 달리, 나는 독 개발도 힘썼고, 독문암기도 2개씩이나 있었다.

거기다. 그뿐이면 모를까.

무려 2갑자에 달하는 내공.

대부분 절정 고수들이 1갑자의 내공을 얻는 것과 달리, 2배나 되는 양을.

그것도 기이할 정도로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만큼 도무지 질 자신이 없었다.

‘같은 절정의 경지라고 해서 다 같은 절정 고수가 아니다. 이거야.’

그렇기에 단번에 승낙했다.

“그러자.”

“뭐?”

“비무하자고.”

“너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냐? 봐주는 거 없이 한다니까?”

선뜻 비무하자고 하니까 오히려 당황한 듯한 당지혁.

바라던 결과를 너무 쉽게 얻어서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제대로 들었어.”

너무 쉽게 바라던 결과를 얻은 건 나도 마찬가지.

안 그래도 누가 딴지 안 걸어주나 하던 찰나, 이렇게 접대를 해준다니 격의 차이를 보여줄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비무하자고. 봐주는 거 없이.”

* * *

당지천이 비무를 받아들이고, 당기룡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잠시 기다리던 찰나.

당지혁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당지천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비무를 받아들인 거지?’

자신이 제안했다고는 하나, 당지천은 결코 멍청하지는 않았다.

명백히 저번의 복수를 하고 싶어서 던진 말이었고, 그걸 당지천도 모르지 않을 텐데, 선뜻 받아들이는 모습에 경계심이 솟아올랐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깔끔하게 지고 자리를 넘길 거라 생각했겠지만,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믿는 구석이.’

5년 전.

당지혁이 처음으로 당지천에게 처음으로 졌을 때.

당지천이 호기롭게 나섰을 때 비웃고, 정직하게 날아드는 암기도 웃으며 맞아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당지천이 수면독이라는 수를 준비해 왔던 게 아닌가?

‘편법이고 뭐고 간에 이길 수를 준비해 오는 놈이다. 결코 생각 없이 받아들일 리가 없어.’

남들은 편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훌륭하게 성공한 당지천의 계략.

물론, 결정적인 건 자신이 암기를 맞아줬기에 성공한 거지만, 어쨌든 이길 방법 정도는 준비해 온다는 소리.

그런 당지천이 쉬이 승낙했다는 건 뭔가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뭐, 됐나.’

그러나 생각에 잠기던 것도 잠시.

당지혁은 곧장 얼굴을 풀었다.

‘어차피 어떤 수를 준비했든 상관없다. 이제 나는 방심하지 않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 당지천에게 지는 건 절대 있어서 안 될 일.

한데, 자신은 방심했고, 결국 졌었다.

자고로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자신은 그러지 않았음에 분노가 솟았다.

그래서 스스로 폐관에 들었다.

그렇게 무려 5년이란 세월을 폐관에서 보낸 결과.

당지혁은 당가 최고의 기재로 꼽히는 당지독과 같은 나이에 같은 경지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수를 준비하든 무용. 봐주는 건 더더욱 없을 테니 딱히 신경 쓸 것 없을 거다.’

그러니 당지천이 뭔 수를 준비했듯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자신만만했다.

그렇기에 이젠 당지천보다는 다른 거가 신경 쓰였다.

‘그것보다는…… 왜 다들 내 경지에 놀라지 않는 거지?’

무려 약관에 벽을 부수고 나타났다.

분명 당지독과 같은 경지를 이뤄냈기에 모두가 놀랄 거란 생각을 했는데, 묘하게 반응이 이상했다.

‘마치 더 대단한 걸 봐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어.’

하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보다 더 대단한 건 말이 안 됐기에 단순히 당가에 생겼든 무슨 일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만독연이 멀쩡한 걸 보면 큰일은 아니겠지. 그러니 내가 소가주 자리에 먼저 앉고서 나중에 차차 알아봐도 안 늦을 거야.’

그리하여 당지혁이 모든 이상함을 단순히 우연.

아니면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고 방심하지 않겠다며 당지천을 노려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당지혁만을 찍어누르듯 내리누르는 거대한 기운이 말이다.

‘뭔가…… 뭔가가 잘못됐다.’

그걸 느끼자마자 뭔지 모르지만 잘못됐음을 감지한 당지혁.

그도 그럴 게 당가에서 이렇게 거대한 기운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고, 그 사람이 이렇게 기운을 뿌리고 다닐 땐 어지간히도 화가 났을 때뿐이었다.

원래 남들 앞에선 감정을 잘 안 보이는 사람인데, 이렇게 대놓고 뿌리고 다닌다는 건.

즉, 어지간히도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왜?’

이유는 당지혁이 알 수 없었으나 이미 수습하기엔 늦어버린 상황.

“가주님께서 오십니다!”

채 변명하거나 막을 새도 없이 만독연 안으로 거대한 기운의 주인.

언짢은 기색의 당기룡이 걸어 들어왔다.

“당지혁.”

그것도 이름 석 자 부르는 것만으로 오금 저리게 할 만큼.

한기를 풀풀 뿜어대는 당기룡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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