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자, 당가의 막둥이 되다 1화
프롤로그
나는 화학자다.
그것도 평범함과 궤를 달리하는 유능한 화학자.
과학 부문 최연소·최다 노벨상 수상자.
화학의 발전을 백 년을 앞당긴 화학계의 보배.
독성학의 신.
하나같이 범접하기 힘든 화려한 타이틀들이지만…….
“그러면 뭐 하냐고 독살당하는 건 똑같은데.”
나 또한 독에 취약한 인간인 건 똑같았다.
“독공이 실제로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이 정도 독에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재밌다는 이유로 화학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아니면 무협지를 감명 깊게 보고 독성학을 연구했을 때부터?
그것도 아니면 감언이설에 넘어가 저 높으신 분들이 요구한 연구를 했을 때부터?
모르겠다.
단지 확실한 건, 높으신 분들 눈에는 내가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말에 속아 나는 결코 씻어낼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점뿐이었다.
“옘병, 아픈 독도 아니라 언제 죽을지 몰라서 주마등도 못 보겠네.”
슬슬 독성이 도는지 점점 몽롱해지는 정신.
이대로 죽는 것이 억울했지만, 어쩌겠는가.
살아날 방법이 없는데.
“진짜 독공만 있었으면…….”
만약.
정말 만약에.
독공이 실존하는, 무협지 같은 세상이 있다면.
그리고 그곳으로 내가 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개처럼 굴려진 뒤 팽 당하는 게 아닌, 호의호식을 누리며 내 마음 가는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만독불침을 얻어서 이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까?
더 나아가 천하제일인이 되고, 천하제일의 세력을 만들어 세상을 마음껏 호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런 상상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몽롱한 정신 속 끝내 현실을 체념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왜 안 죽지?’
한참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꺼지지 않는 정신.
오히려 몽롱했던 게 점차 맑아지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왜 갑자기 눈을 감고 그러십니까?”
그때, 갑자기 들린 소리에 눈을 떠보자, 웬 삿갓을 쓴 무인 한 명이 보였다.
“도, 도대체 여긴?”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쳐나가자, 온 사방에 보이는 것은 죄다 생소한 풍경.
마치 예전에 읽던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하, 하하.”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다니자, 얼마 안 가서 내가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공자님?”
천하제일독가(天下第一毒家), 사천당가(四川唐家)의 삼 공자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