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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152화 (152/171)

# 152

학사환생 152화

“뭐야!”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충격음에 고개를 돌렸던 북해빙궁의 반란군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바바박!

수천 개의 얼음화살이 그들의 동료들을 꿰뚫고 있었다.

얼굴에 얼음화살이 박힌 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가슴을 관통당한 이들은 손으로 상처를 움켜쥐며 고꾸라졌다.

자연히 살아남은 반란군들의 시선이 천신우에게로 모여들었다.

“저자는……!”

“천씨세가 소가주?”

천신우가 삼공녀를 궁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던 그들이다.

당연히 천신우의 얼굴을 기억할 수밖에.

하지만 눈앞의 천신우는 그들이 기억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천신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서릿발처럼 휘몰아치는 기운은 북해의 추위에 익숙한 그들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무릎을 굽히고 팔로 몸을 감싸며 그들이 신음했다.

“가공할……!”

“정녕 저자가 천씨세가 소가주란 말인가!”

천신우 주위에선 끊임없이 기운이 요동쳤다.

그로 인해 어지간한 실력으론 접근조차 힘들었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부하들을 보며 적혈부주 맹공산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이대로 가다간 궁주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반란이 진압당할 판이었기에.

“뭣들 하는 거냐! 고지가 멀지 않았다! 쳐라!”

“존명!”

맹공산의 수하들 중에서도 최정예 고수들이 천신우를 향해 전진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고산을 등반하듯 느리고 무거웠다.

게다가 천신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소가주님을 보호해라!”

천씨세가 고수들이 전열을 정비해 다시 전선에 합류한 것이다.

반란군 입장에선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셈.

마치 그물을 찢어내듯 고진성이 맹공산의 수하를 베어냈다.

촤아악!

다른 천씨세가 고수들도 천신우의 발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줬다.

그동안 천신우는 포위망을 뚫어내며 맹공산에게 쇄도했다.

“막아!”

맹공산의 수하들이 방어선을 펼쳤지만 소용없었다.

천신우의 검은 모든 것을 베어냈다.

그를 막아서는 적들과 그들의 무기는 물론.

그들의 각오와 의지조차도.

쏴앙-!

맹공산의 심복은 단칼에 잘려 나간 검을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대 궁주에게 하사받은 명검이 수수깡처럼 잘려 나가는 광경은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물론 잘려 나간 것은 검만이 아니었다.

맹공산의 심복은 뒤늦게 가슴을 움켜쥐었지만 소용없었다.

가슴뿐만 아니라 배에서도 피가 쏟아져 나왔다.

털썩!

바닥에 무릎 꿇듯 쓰러지는 심복을 지켜보는 맹공산의 눈은 착잡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북해빙궁의 주인이 되는 꿈이었다.

권좌에 올라 북해빙궁 무인들 위에 군림하는…….

실제로 코앞에 다가온 미래였건만.

천신우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맹공산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소가주. 대공자의 죽음으로 당신과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그쪽이 선택한 길이야.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지 말도록.”

삼공녀가 궁주 자리에 오른 이후로도 산군과 친분을 유지해 왔던 천신우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북해빙궁에서 혹시라도 반란이 일어난다면 주모자는 맹공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과감하군. 정말 반란이 성공할 거라 생각했나?”

“소가주만 아니라면 성공했을 거요.”

“그렇다고 치자고. 그러고 나선 어쩔 생각이었지?”

“후후. 이제 와서 숨겨봐야 소용없겠지. 노부는 마교와 거래할 생각이었소이다.”

삼공녀는 천신우의 후원을 받아 궁주 자리에 올랐다.

만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천신우가 나서고 나아가 무림맹이 개입할 것임은 당연지사.

결국 맹공산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천신우는 맹공산의 그런 선택을 비웃었다.

“어리석군. 정말 마교에서 그쪽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건가?”

“물론이오. 그들도 북해빙궁이 가진 힘이 탐날 테니까. 나를 이용해 북해빙궁의 힘을 손에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지.”

“전혀.”

천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쪽은 마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군.”

맹공산 독단으로 일으킨 반란임을 확인한 천신우였다.

“그렇다면 여러 변수가 우연히 중첩된 결과인가.”

전생에서 맹공산은 대공자를 지지하다가 끝내 칠공자 세력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런 그가 천신우의 개입으로 인해 살아남아 반란까지 일으킨 것이다.

“흥미롭겠군.”

미래가 어디까지 달라지는지 지켜보는 것도.

뒷말을 삼킨 천신우가 고진성에게 지시를 내렸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전투 가능한 인원은 외곽으로 보내주십시오.”

“소가주께서는?”

“반란부터 마저 수습할 생각입니다.”

천신우는 곧장 궁주전으로 향했다.

덩그러니 남겨진 맹공산은 갈등했다.

이대로 천신우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지.

아니면 천신우가 방심한 틈을 타서 급습할지.

순식간에 결단을 내린 맹공산이 천신우를 향해 쇄도했다.

맹공산의 움직임을 파악한 고진성이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촤아악!

맹공산의 몸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면서도 맹공산은 알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자운검을 늘어뜨린 채로 궁주전으로 걸어가는 천신우의 뒷모습만이 들어왔다.

뚝뚝…….

자운검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자신의 것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맹공산은 숨을 거뒀다.

쓰러지는 맹공산을 배경 삼아 천신우가 궁주전 안으로 들어섰다.

반란군 사이에 에워싸인 산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산군 발밑엔 이미 쓰러뜨린 반란군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살아남은 반란군들도 대치만 계속할 뿐.

쉽사리 산군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산군은 시리도록 눈부신 백검을 들고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노강호의 저력을 보여주듯 산군의 전신에선 웅혼한 기세가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그런 그를 향해 반란군을 지휘하는 고수가 눈을 부라렸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오. 목숨만은 보장해드리리다.”

“그거 나더러 하는 소린가?”

“그게 무슨?”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일세. 눈치 없는 친구야.”

산군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고른 치열을 간직한 그였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본 반란군 고수가 숨을 멈췄다.

천신우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게 신기할 정도.

“오랜만입니다.”

천신우의 목소리를 듣자 실감이 나는지 산군이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산군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반란군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산군 하나 제압하기도 힘들었는데 천신우까지 등장한 것이다.

“천룡주는 아직도 아껴서 마시고 있소이다. 그래서 말인데, 한 병 더 구해줄 수 있으시오?”

과거 천신우가 검신에게서 구해다 준 천룡주를 언급하는 산군이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건 힘들겠군요. 대신.”

지이잉!

천신우의 자운검이 아주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산군 혼자였다.

물론 그조차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북해빙궁에 어울리지 않는 자들을 치워드리지요.”

“개소리!”

“죽여라!”

한발 늦게 반란군의 고수들이 천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무기가 천신우가 있던 곳을 난도질했다.

솨아악!

그곳에 무엇이 있든 갈기갈기 찢어지고도 남을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천신우에게 닿지 못했다.

천신우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모두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경악과 침묵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천신우의 자운검이 춤을 췄다.

쏴앙! 쏴아앙!

“크악!”

“쿠웨웩!”

궁주전에 난입했던 반란군 전원이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너무도 쉽게 반란군을 제압해 버린 천신우의 무력에 산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신우가 같은 편이란 사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라면 천신우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정말 대단하시구려. 소가주가 이렇게 강할 줄은 미처 몰랐소. 설마 그동안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이오?”

“힘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할 뿐이지요.”

산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한 말씀이오.”

“오랜만의 재회지만 아쉽게도 술 한잔할 여유조차 없을 듯싶군요. 제가 전에 삼공녀를 지지해 줄 것을 부탁드리면서 한 말, 기억하고 계십니까?”

“천씨세가는 북해빙궁의 영원한 우방이 될 거라 하지 않으셨소이까.”

“그 약속, 지금 지키도록 하지요.”

파아앗!

천신우가 궁주전 상공 위로 솟구쳤다.

이윽고 표적을 찾아낸 그가 손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에 반응이라도 하듯, 바닥에 떨어져 있던 창 한 자루가 천신우의 손에 쥐어졌다.

천신우가 창을 있는 힘껏 던졌다.

쐐애애액!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창은 순식간에 점이 되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점이 되어 날아가는 천신우.

처음부터 끝까지 그 광경을 지켜본 산군은 깨달았다.

이미 천신우는 그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음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진 않겠군.”

이제 남은 것은 천신우의 싸움을 지켜보는 일뿐이었다.

* * *

북해빙궁 외곽지역으로 달려가던 궁주 일행 앞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 순간, 북해빙궁의 고수들은 직감했다.

방어선이 뚫렸음을.

궁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돌파한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북해빙궁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어엿한 궁주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마교 고수의 눈은 싸늘하기만 했다.

“허무맹랑한 꿈을 꾸는군.”

운이 나빴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하필 지금 궁주 일행 앞에 나타난 것은 광마존의 왼팔 척사기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수투를 다뤘다.

피부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수투를 손에 착용한 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미 북해빙궁의 무인 수십여 명이 그의 손에 당한 후였다.

그런데도 척사기의 수투는 깨끗했다.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상태였다.

척사기가 광적으로 청결에 집착했기 때문.

투명한 수투, 순백의 경장을 입은 그가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콰드득!

달려드는 북해빙궁 무인의 목을 잡아 뜯은 척사기가 섬뜩하게 웃었다.

“크아악!”

양팔로 허공을 휘저으며 쓰러진 무인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잔혹한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동료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척사기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하지만 척사기는 현란한 보법으로 그들 사이를 헤집으며 목을 뜯고 십장을 끄집어냈다.

꽈득!

심장을 터뜨린 척사기가 신경질적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감히!”

“궁주님! 위험합니다!”

호위무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궁주는 직접 검을 뽑아 들고 척사기에게 쇄도했다.

감정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군의 피해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터.

무엇보다 척사기의 잔인한 모습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더 늦기 전에 전세를 되돌려야 했다.

쉬익!

날아드는 검을 피해 척사기가 고개를 틀었다.

“제법.”

궁주의 일격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척사기가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천신우와 산군의 도움으로 궁주 자리에 오른 그녀다.

실력만 놓고 보면 북해빙궁에서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이어지는 궁주의 공격까지 가볍게 흘려낸 척사기가 팔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궁주라고 했던가?”

명색이 북해빙궁의 궁주다.

이보다 마교의 힘을 과시하기에 적합한 대상은 없을 터.

“좋아. 네년에겐 가장 화려한 죽음을 선사하도록 하지.”

척사기가 궁주의 처분을 미룬 틈을 타서 북해빙궁의 고수들이 그녀를 구해냈다.

“궁주님! 피하셔야 합니다!”

죽음을 각오한 그들이 비장하게 외쳤다.

하지만 정작 척사기는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수투에 묻은 피를 느긋하게 닦아낼 뿐이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어서 북해빙궁 고수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렇게 서로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죽여줄 테니…… 음?”

척사기는 온몸의 감각이 곤두섬을 느꼈다.

착각이 아니었다.

쐐애애액!

엄청난 굉음을 내며 날아오는 창을 발견한 척사기가 눈을 부릅떴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순간, 그는 보았다.

창의 경로가 살짝 바뀌는 것을.

“이럴 수가!”

하지만 피할 수 없다고 해서 서서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

척사기가 옆에 서 있던 부하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효과가 있었다.

창은 부하들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지만, 더 이상 방향을 바꿔 척사기를 따라오진 못했다.

콰앙!

척사기의 부하들을 관통한 창이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그들 모두 북해빙궁 고수들을 훨씬 상회하는 실력자였음에도 반응조차 못 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척사기는 눈매를 좁히며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창이 날아온 방향에선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천신우는 척사기의 바로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천신우의 자운검이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발 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척사기가 뒤돌아서는 순간.

솨악!

천신우의 자운검이 바람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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