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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142화 (142/171)

# 142

학사환생 142화

때마침 도착한 천신우 앞에 펼쳐진 것은 무지막지한 규모의 바위폭풍이었다.

‘맙소사!’

이제 천신우도 내공을 운용해 사물을 움직이는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독야행처럼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천신우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주시했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지 놀라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독야행이 어떻게 내공을 운용하는지.

하다못해 독야행의 근육 한 가닥이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눈에 담아내려 애썼다.

‘대충 이런 식인가.’

쿠오오-!

어느새 천신우 주변에서도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독야행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인상적인 모습.

천신우 역시 가능성을 엿보았다.

‘나쁘지 않군.’

내공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이런 일도 가능한 것이다.

천신우는 그렇게 점점 높은 경지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바위폭풍을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십인회 회주들은 천신우와는 입장이 전혀 달랐다.

독야행에게 맞서 저마다 기세를 끌어올리던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저게!”

“이런 미친!”

머리털이 쭈뼛 서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독야행이 일으킨 바위폭풍은 점점 규모를 키워가며 십인회 회주들에게 접근했다.

고개를 뒤로 젖혀도 눈에 담기 힘들 정도의 바위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콰콰콰콰!

바위폭풍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휩쓸었다.

마을 입구에 심어진 커다란 나무들도.

언덕처럼 쌓여 있던 십인회 고수들의 시체들도.

모조리 쓸려나갔다.

콰아아아!

그렇게 한 차례 그곳을 강타한 바위폭풍은 절벽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한 잔해들이 바닥에 충돌하며 엄청난 충격음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콰콰콰콰콰쾅!

온몸에 전해지는 진동에 천신우는 전율을 느꼈다.

한 인간이 이토록 가공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니.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 차례 바위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공간은 그야말로 폐허나 다름없었다.

폭풍의 경로에 존재하던 모든 지형지물이 사라졌으며.

지면은 거대한 갈퀴로 긁은 것처럼 파여 나갔다.

물론 독야행 주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독야행의 발밑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는 분화구처럼 움푹 파인 상태.

그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독야행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윽고 독야행의 주변을 휘감으며 용솟음치던 돌덩이들이 하나둘 지면으로 떨어졌다.

투두두둑!

펄럭이던 옷자락에 이어 솟구쳤던 머리카락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우우우.”

깊은 호흡을 내뱉으며 독야행이 마침내 눈을 떴다.

그토록 많던 십인회의 고수들 가운데 눈앞에 존재하는 것은 일회주가 유일했다.

물론 일회주마저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금실을 수놓은 화려한 무복은 걸레짝처럼 너덜거렸으며 머리는 산발로 변했다.

그럼에도 일회주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증오와 공포가 한데 섞인 눈빛으로 독야행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네놈은……!”

그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독야행은 강해져도 너무 강해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독야행을 쓰러뜨릴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혹시 철면수라라도 도와준다면 모를까.

하지만 일회주의 마지막 희망은 천신우의 존재로 인해 박살 났다.

뒤늦게 천신우를 발견한 일회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마교의 사자가 당한 것인가?”

철면수라는 일회주와 엇비슷한 실력을 지닌 고수.

그렇기에 철면수라가 천신우에게 당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일회주다.

“정말 이렇게 끝이라고?”

마지막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일회주가 광기를 토해냈다.

“나는 인정 못 한다!”

일회주의 눈빛에 광망이 서리며 땅이 뒤흔들렸다.

“독야행! 네놈을 죽이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일회주의 뒤틀린 광기가 사방에 휘몰아쳤다.

하지만 천신우는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이치에 맞지 않는 길로 나아가봐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뿐.’

독야행과는 경우가 달랐다.

일회주의 폭주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었다.

꽈아앙!

일회주의 주먹이 공간을 찢었다.

내리쳐진 진각은 대지를 갈라버릴 정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크아아악!”

밀려드는 고통을 감당하지 못한 일회주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무너진 얼굴이 액체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시커먼 머리카락은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새하얘졌고.

팽팽하던 피부엔 주름이 생겨나고 검버섯이 피었다.

급기야 백골이 되어버린 일회주가 폭삭 주저앉았다.

스스스.

뼛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일회주를 보며 독야행이 눈을 감았다.

“처음부터 저런 작자는 아니었다.”

독야행이 기억하는 일회주는 본디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십인회 설립목적에도 무림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일회주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지만 일회주는 언젠가부터 변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파멸이었다.

깊은 회한을 뒤로 하고 독야행이 천신우를 돌아보았다.

“그보다 보았느냐?”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야행은 보았다.

천신우의 발밑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을.

쿠구구구!

파편이 천신우의 몸을 휘감으며 돌풍이 휘몰아쳤다.

“보았구나. 그럼 되었다.”

비로소 독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꾸나. 산중이라 아직도 밤만 되면 바람이 차다.”

마을로 돌아가는 동안 독야행이 입을 열었다.

“조만간 무명 모임이 열릴 것이다.”

천신우도 익히 짐작한 바였다.

마교의 본격적인 침공이 예상되는 시점.

무명의 일원들도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준비할 것은 분명했다.

“너도 함께 가자꾸나. 이번 기회에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

천신우는 의구심이 들었다.

무명 모임의 구성원들은 이미 모두 만나봤다고 생각했기에.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기대 되는군요.”

굳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기에 천신우는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뒀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놀라지 않았을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오지 말라 당부했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조손처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마을로 돌아온 독야행과 천신우.

때마침 풍뢰권과 권왕도 산에서 내려온 후였다.

“할아버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성한 젊은이들도 풍뢰권을 반겼다.

풍뢰권이 20년 전에 우연히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이후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온 것이다.

툴툴거리면서도 아이들의 재롱을 받아주는 풍뢰권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면.

아이들이 서로 등에 올라타는 통에 사실상 인간망아지로 전락한 권왕의 모습엔 폭소가 나왔다.

독야행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풍뢰권과 함께 가끔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놀아주곤 했지. 어쩌다 보니 저렇게 되고 말았다만.”

어쩐지 풍뢰권과 권왕이 이따금 천씨세가를 한동안 떠나 있더라니, 그때마다 이곳에 들렀던 모양.

천신우 역시 아이들 돌보기에 합류했다.

그렇게 보람차면서도 고단한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자.

“이제 출발하자꾸나.”

간단한 짐만을 챙긴 독야행이 그곳을 나섰다.

권왕도 동행했지만 풍뢰권은 마을에 남았다.

“예나 지금이나 고리타분한 곳은 질색이다.”

그것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

하지만 독야행의 생각은 달랐다.

“언제나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라니까. 아이들이 걱정되어 남은 거면서 같잖은 변명이나 늘어놓고 말이다.”

십인회를 무너뜨렸지만 마을의 위치가 이미 마교에 노출된 상황.

풍뢰권은 혹시 모를 마교의 습격에 대비해 마을에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나저나 어쩌면 정든 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토록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독야행 역시 마교가 걱정되는 모양.

“그럴 필요 없이 마교를 뿌리 뽑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으허허! 그거야 그렇지.”

독야행은 껄껄 웃었다.

“나중에 다른 녀석들 앞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아주 좋아할 게다. 하나같이 단순한 인간들이니.”

독야행이 말하는 다른 인간들이 누군지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강행군이 계속될수록 천신우는 의구심이 들었다.

낯선 곳으로 향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독야행이 이끄는 곳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설마…….’

천신우의 추측은 현실이 됐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바로 무림맹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림맹 제1관문 앞엔 수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그들 중엔 무림맹 소속 무인도 있었고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도 있었으며. 물건을 납품하는 업자도 있었다.

당연히 방문목적과 소속에 따라 출입하는 문은 달랐지만.

누구나 예외 없이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야 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오?”

천신우 일행에게도 관문을 지키는 무인들이 다가와 방문목적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요구했다.

일부는 천신우의 얼굴을 알아봤지만 그렇다고 특혜는 없었다.

천신우가 2급 출입증을 내밀려는 찰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갑자기 무인 하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어디론가 부리나케 사라졌다.

천신우가 눈을 빛냈다.

독야행 주변에서 기운의 파동을 느낀 탓이다.

“호오. 알아차린 것이냐?”

독야행이 턱을 쓸었다.

“설마 전음이었습니까?”

“그래. 바로 맞췄다.”

독야행이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천신우는 전음의 이치를 이해했다.

전음 역시 내공을 활용한 무공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치를 깨우쳤다면 너도 전음 사용이 멀지 않았다.”

둘의 대화를 듣던 관문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천신우 나이대에서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고수는 전무했기에.

하지만 그들이 놀라움을 공유할 시간은 없었다.

누군가 비호처럼 제1관문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그를 알아본 관문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관문장님!”

적당히 확인하고 넘어가자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던 무림맹 인사들도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무림맹 제4관문장.

무림맹에 존재하는 여러 관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을 맡은 실력자였다.

직급만 해도 무림맹 단주급.

그런 그가 1관문에 직접 나타난 것은 정말이지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체 누구지?”

자연히 모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제4관문장이 직접 맞이할 정도의 거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제4관문장이 천신우 일행에게 다가왔다.

“어르신께서 강호 선배의 친우분이십니까?”

“그렇다네.”

“마차를 대기시켜놨습니다. 가시지요.”

“……!”

모두가 깜짝 놀랐다.

무림맹 내부에선 보안상의 이유로 마차 사용이 금지된다.

예외가 있다면 무림맹주 정도.

심지어 무신과 도제 정도의 거물에게도 이따금 주어지는 특혜였다.

“대체 저들이 누구기에?”

“저기 잘생긴 공자는 천씨세가 소가주 같은데? 그럼 옆에 거한은 권왕이겠군.”

“그럼 더더욱 이상한데. 겨우 천씨세가 소가주 일행에게 저만한 특혜가 주어질 리가 없잖은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정면으로 반박이라도 하듯 제4관문장이 천신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대가 뇌전검 천신우인가?”

“맞습니다.”

“타게.”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을 뒤로 하고 천신우가 마차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제4관문장이 물었다.

“권왕 운경?”

끄덕.

“자네는 걸어오게.”

“!”

자연스럽게 마차에 오르려던 권왕이 멈칫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권왕을 내버려 두고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마차는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제2관문과 제3관문을 그대로 통과했다.

급기야 가장 경계가 삼엄하다는 제4관문마저 단숨에 돌파하는 순간.

천신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독야행이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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