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학사환생 130화
“……!”
모두들 두 눈을 의심했다.
고작 셋을 셌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창선검객의 등에 있던 흉터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선 변화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주변의 반응을 보고 결과를 추측할 뿐.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다. 마교에서 분명 절대 들키지 않는 비법이라고 장담했거늘.’
애써 현실을 부정했지만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중재를 맡았던 노인이 대뜸 물었다.
“창선. 자네가 열 살 때, 길에서 주워온 강아지 이름이 뭔가?”
필사적으로 두뇌를 가동했지만 애초에 모르는 사실을 기억해 낼 순 없었다.
아무리 마교에서 철저하게 창선검객의 과거를 조사했다지만.
열 살 때 키운 강아지 이름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잘 기억이…….”
“그럼 2년 전, 내 생일에 함께 술을 마시며 했던 얘기는 기억나는가?”
“그것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날 워낙 취해서…….”
당연히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건 그가 아니라, 죽은 창선검객 본인이니까.
“역시 모르는군. 내가 말해주지. 열 살 때 주워온 강아지의 이름은 불망이네. 시름시름 앓다 죽는 모습을 보고 절대 잊지 않겠다며 지어준 이름이지.”
어느새 노인의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2년 전 술자리에서 취했다고 했나? 어이가 없군. 그날 창선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나를 찾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노인이 벼락처럼 일장을 내질렀다.
파아앙!
날아드는 일장을 피해낸 창선검객, 아니, 마교 무영객이 비릿하게 웃었다.
“늙은이가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군.”
본색을 드러낸 무영객을 향해 노인이 분노를 토해냈다.
“이놈! 대체 네놈은 누구냐! 창선은 어디에 있느냐!”
“후후후. 죽어서 백골이 된 놈은 뭐하려고 찾나.”
“정녕 네놈이!”
노인뿐만 아니라 창선검객의 지인들도 격분해서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
쐐애애애애액!
허공을 찢으며 엄청난 양의 화살비가 쏟아졌다.
“피햇!”
모두들 몸을 날려 화살비를 피하거나 검으로 쳐냈다.
천신우 역시 화살비를 모조리 튕겨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돌아봤다.
사당에서 한참 떨어진 지점.
가파른 절벽 위를 따라 길게 늘어선 마교 고수들이 보였다.
뒷짐을 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바로 마교 혈마단주였다.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었다만 기어이 일을 그르치는군.”
창선검객 행세를 하던 무영객이 혈마단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오늘의 실패는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혈마단주가 피식 웃더니 소매를 털었다.
쉬이익!
허공에서 뭔가 반짝이는가 싶더니 무영객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느새 무영객의 목엔 반짝이는 은침이 박혀 있었다.
은침 하나로 무영객의 호신강기를 뚫어내고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거품을 물며 쓰러진 무영객이 혈마단주를 원망 어린 눈으로 노려봤다.
“어떻게 나를……!”
그러나 혈마단주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네놈 따위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래도 그간 세운 공을 감안해 내 손으로 명줄을 끊어줬으니 영광으로 알도록.”
마지막 순간까지도 혈마단주가 있는 방향을 향해 팔을 뻗으며 발악하던 무영객의 숨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혈마단주는 마교 고수들을 뒤로 물렸다.
“굳이 지금 전면전을 시작할 필요는 없지. 어차피 놈들은 망향곡을 빠져나가지 못할 터이니.”
혈마단주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모두들 보물을 찾아 망향곡 깊숙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면적이 넓고 지형이 험하기로 악명이 높은 망향곡이다.
뒤늦게나마 마교의 존재를 알아차렸더라도 당장 탈출할 방법은 전무했다.
그렇게 잠시 찾아온 소강상태.
노인을 비롯한 창선검객의 지인들이 천신우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고맙네. 덕분에 창선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됐군. 돌아간다면 반드시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러줄 것이네.”
“무례를 저지른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천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천신우는 사당 주변에 모여든 고수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마교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한 시각.
천신우의 목소리가 망향곡에 나직이 울렸다.
“무림맹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교는 망향곡에서 거대한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계획이라 하면?”
“보물과 유적을 미끼로 무림 전역의 고수들을 망향곡에 모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당황한 와중에도 몇몇 고수들은 냉정을 되찾고 질문했다.
“그렇다면 망향곡에서 발견된 보물들이 실은 마교에서 준비한 미끼라는 거요?”
“바로 그렇습니다.”
“허어.”
믿기지가 않는지 수백 명의 고수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들로선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마교의 계획이 얼마나 치밀하고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지.
“소가주 말대로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서 마교가 얻는 이익이 뭐요?”
“이곳에 계신 분들은 모두 마교의 잠재적인 적입니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방해물들을 제거하는 것쯤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전쟁이라면? 설마 마교에서 노리는 바가 무림정복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무림맹 정보망에 따르면 마교는 무림정벌을 위해 대규모 침공을 준비 중입니다. 무림맹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지금 망향곡 음모는 사전작업이고요.”
“……!”
무인들은 이제 경악한 얼굴이었다.
“그럼 소가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것이?”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공식조사대와 함께 망향곡 마교 토벌에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만. 합류하신 분들에겐 무림맹뿐만 아니라 천씨세가에서도 보상을 지급할 것입니다.”
천신우는 그간 수도 없이 생각해 온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내놓았다.
충분한 힘을 기르기 전까지 홀로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
그걸 털어놓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심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빠지겠소.”
“나도 마찬가지요. 망향곡에 보물을 찾으러 왔지. 마교와 싸우러온 것은 아니니까.”
망향곡에 모인 대다수의 고수들은 천신우와는 입장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무림맹 소속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보물이 목적.
마교와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떠올리기 힘든 것이다.
그렇게 상당수의 고수들이 떠나갔다.
장윤호가 이를 갈았다.
“언제는 마교 졸개에게 선동당해 우리를 압박하더니만. 이제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일단 내빼고 보는군.”
한바탕 투덜거린 장윤호는 천신우를 돌아보며 조언했다.
“절대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니야. 우리가 마교와 싸우는 틈을 타서 보물을 노릴 걸세.”
물론 천신우도 예상하는 바였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전생에 비하면 훨씬 상황이 좋다. 희생자들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림맹 깃발 아래 마교 토벌을 위해 모인 고수들이 이렇게나 많다.’
마교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망향곡에 모여든 고수들이 천신우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천신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물론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전생보다 과정이 좋아 봤자 결국 결과가 나쁘면 말짱 꽝인 것이다.
천신우는 새롭게 합류한 수십 명의 고수를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은 창선검객의 지인으로 협객이라 불리는 인물들이었다.
“만일 창선이 이곳에 있었다면 분명 소가주 의견에 찬성했겠지. 그러니 나도 소가주 의견을 따르겠네.”
“우리도 마찬가질세.”
그들의 강렬한 시선을 받아내며 천신우가 입을 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마교의 습격이 시작될 겁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선봉은 마교에서 준비한 인간병기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병기라니?”
“인간병기는 마교에서 많은 실험을 거쳐 만들어낸 존재들입니다. 사람이지만 이성을 상실해 마교의 지시만을 맹목적으로 따릅니다. 심지어 무력 역시 여기 계신 분들에 필적하는 수준입니다.”
“정녕 그런 괴물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제갈휘의 물음에 천신우가 반문했다.
“절명곡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물론이네.”
당시 천신우의 맹활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던 제갈휘다.
“이번에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절명곡 사건은 바로 인간병기를 준비하는 사전작업이었습니다. 마교는 납치한 후기지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자행했던 겁니다.”
“……!”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민머리 노인이 물었다.
“솔직히 인간병기라고 해봐야 결국 무림고수와 다르지 않아 보이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천신우는 전생에서 밝혀진 비밀들을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인간병기들은 무림에 전해지는 수많은 무공에 대적하는 훈련을 수도 없이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천신우가 스스로 가슴을 가리켰다.
“저희 천씨세가의 천무검법을 익힌 상대와 무수히 많은 비무를 해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천무검법을 파훼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깨우치겠지.”
“바로 그겁니다. 비단 천무검법만이 아닙니다. 마교는 오래전부터 무림에 존재하는 무공비급들을 모아왔습니다. 그것들을 깨뜨릴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요.”
“그게 사실이라면…….”
채은수뿐만이 아니었다.
모두의 표정이 심각했다.
같은 실력이라면 밑천을 드러내고 싸우는 쪽이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무림에서 남의 수련을 훔쳐보는 행위가 괜히 금기가 아닌 것이다.
“상대할 방법은?”
“인간병기들의 대응범위를 넘어서는 변칙적인 초식.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렇군.”
“하지만 인간병기를 제압한다고 끝이 아닙니다.”
“……?”
“마교 놈들을 하나라도 살려 보낸다면 망향곡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인간병기를 개량시킬 테니까요.”
전생에선 망향곡에서 최종단계 직전의 인간병기들이 투입됐다.
사실상 망향곡이 마지막 시험무대였던 셈이다.
무림맹과 마교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엔 비로소 최종단계 인간병기들이 등장했다.
‘최종단계 인간병기들은 혼자서 중소문파 한곳을 멸문시키고도 남을 무력을 보유했었지. 망향곡에서 투입된 놈들도 여기 있는 고수들과 충분히 대적할 만한 수준이었고.’
물론 이번 생은 전생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천신우는 이미 절명곡에서 마교에 타격을 입혔다.
게다가 전생보다 망향곡 사건도 훨씬 앞당겨진 상황.
‘만일 인간병기가 등장하더라도 완성단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설령 완성단계라 하더라도 충분한 숫자를 확보하진 못했겠지.’
물론 만족하긴 이르다.
‘마교가 투입하는 인간병기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마교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테니까. 더불어 마교의 망향곡 근거지까지 파괴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천신우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설명은 이만하면 충분한 듯싶습니다만.”
“물론일세.”
“그럼 이제 마교의 근거지를 급습하러 가볼까요.”
장윤호가 혀를 내둘렀다.
“허어! 설마 놈들의 근거지까지 알아냈는가?”
“그렇습니다.”
망향곡 근거지의 위치만큼은 전생과 달라지지 않았을 터였다.
마교가 망향곡에 근거지를 구축한 시점은 천신우가 과거로 돌아온 때보다 훨씬 이전이니까.
“그래. 가자고. 언제 놈들이 들이닥칠지 전전긍긍하는 것보다야 우리가 먼저 치는 편이 훨씬 낫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옮기는 장윤호를 시작으로.
일행은 천신우의 인도에 따라 망향곡 중심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진마존이 제자 진사명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한 철면수라.
철가면을 착용하고 몸에 온통 검은 천을 칭칭 감은 그가 망향곡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면수라는 이미 결론을 내린 후였다.
천신우가 진사명을 죽인 범인이라고.
망향곡을 찾아온 이유도 천신우를 추격해 살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망향곡에 도착한 철면수라는 깨달았다.
절대강자들의 존재를.
‘놀랍군.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강자들이 하필 천신우 주변을 맴돌고 있다니.’
우연이라 넘길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무신만 놈을 비호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군. 그래도 그렇지. 설마 독야행이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20년 전에 무림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 독야행은 당시에 이미 전설적인 고수였다.
‘남악련이나 철혈성 같은 거대세력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십인회를 혼자서 박살 냈을 정도니…….’
철면수라는 결국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천신우의 배후에 독야행이 있다면 나는 십인회를 끌어들여야겠군. 물론 추가지원도 요청해야겠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나저나 독야행까지 나선 이상 망향곡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겠어.’
사실 실패하더라도 철면수라에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진사명의 거듭된 실패로 본교 내에서 온건파의 발언권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망향곡에서 혈마단주가 실패해야 그나마 균형이 맞춰진다.’
반대로 혈마단주의 계획이 성공해 천신우마저 망향곡에서 사망하더라도 최악은 아니다.
‘천신우의 죽음을 보고하면 그만. 거기에 십인회까지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공로를 인정받겠지.’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망향곡을 바라보던 철면수라가 몸을 돌렸다.
‘궁금하군. 과연 누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망향곡에 묻히게 될지.’
* * *
마교의 망향곡 근거지로 돌아온 혈마단주는 턱을 쓸었다.
“천신우라…… 진사명이 그렇게 고전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망향곡으로 모여든 무인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은 이미 물 건너갔다.
모든 게 천신우 때문이었지만 죽은 무영객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만일 무영객이 발각당하지 않고 무인들의 분열을 이끌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을 터.
“한심한 놈. 최소한의 시간조차 벌지 못하다니.”
혀를 차던 혈마단주가 무릎 꿇은 수하에게 물었다.
“천망금쇄진 발동까지 얼마나 남았나?”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그동안 그것들이나 내보내서 시간을 끌도록. 마침 시험할 대상들도 많으니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겠지.”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혈마단주의 수하는 그길로 절벽 반대편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거센 바람까지 불어왔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절벽엔 거대한 동굴이 존재했는데 바로 그곳이 마교에서 심혈을 기울인 계획의 산실이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질 때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려라. 금방 풀어줄 테니.”
마침내 두꺼운 철망 안에 갇힌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살아 있다고 하기엔 거의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인간이라고 하기엔 의사소통도 감정표현도 불가능했다.
그들은 바로 마교에서 만들어낸 인간병기들.
이지를 잃고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마교에서 개발한 영약으로 육체와 내공 모두 강화됐음은 물론.
절명곡 사건 전부터 수많은 실험을 거치며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향을 피워라.”
얼굴을 가린 마교 고수들이 동굴 안에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색 연기가 동굴 안을 가득 메우자 인간병기들의 눈이 빛났다.
혈마단주의 심복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라.”
수백 명의 인간병기들이 몸을 일으켰다.
척척.
자의식을 잃은 채로 동굴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인간병기들.
망향곡에서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