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환생-129화 (129/171)

# 129

학사환생 129화

마교의 망향곡 근거지.

절벽 위에 서서 바람을 맞는 혈마단주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일이 꼬였군.’

벽력비를 시작으로 보물들을 미끼로 무림 전역의 고수들을 끌어들일 때만 해도 순조로웠다.

날마다 새로운 고수들이 망향곡에 진입했고 그만큼 죽는 사람도 늘어났다.

평생 악행을 저질러온 악인도.

선행을 베풀고 인덕을 쌓아온 호인도.

망향곡의 보물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았다.

광기에 사로잡혀 보물을 탐했고 막아서는 사람을 죽였다.

‘적당히 숫자를 줄인 후에 다음 계획으로 넘어갈 생각이었거늘.’

천신우가 개입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천신우가 벽력비를 얻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혈마단주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재로 여겼다.

천신우까지 보물쟁탈전에 뛰어들면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경쟁이 과열되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천신우가 죽기라도 한다면 혈마단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

하지만 천신우는 혈마단주의 기대를 박살 냈다.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보물을 차례차례 손에 넣은 것이다.

물론 혈마단주도 기껏 미끼로 준비한 보물들이 천신우에게 들어가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사전에 심어둔 첩자들로 하여금 고수들을 선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천신우 개인의 무공뿐만 아니라 일행의 수준 역시 너무나 뛰어났다.

그렇게 망향곡에 모여든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연달아 천신우에게 무릎 꿇으면서.

사실상 천신우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당초 예상보다 희생자들의 숫자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반전의 기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천씨세가의 힘은 본교의 어지간한 단급 조직 하나와 맞먹는 수준. 무엇보다 천신우 그놈의 배경이 무림맹인 것이 문제다.’

무신궁의 손녀 채은수가 동행한 데다 도제까지 암묵적으로 천신우를 지지하는 상황.

거대 세력들로서도 선뜻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군. 산불이 번지지 않으니 직접 기름을 붓는 수밖에.’

원래는 망향곡에 모여든 고수들의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건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계획을 앞당긴다. 천망금쇄진을 준비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심복이 물러가고 혈마단주는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는 가파르기 그지없었다.

혈마단주의 눈빛이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 * *

마교가 망향곡에서의 본격적인 움직임을 준비하던 그때.

도둑 왕중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유혼마격창 하나를 손에 넣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왕중산이다.

그나마도 왕중산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당장 사당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고수들만 해도 죄다 빈손이지 않은가.

그런데 천신우는 여러 개의 보물을 수레에 싣고 다니니 믿기지 않을 수밖에.

물론 정작 당사자인 천신우는 덤덤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계획대로군.’

마교가 무림 전역의 고수들을 망향곡으로 유인하고자 보물을 미끼로 내걸고 소문을 퍼뜨렸듯.

천신우 역시 보물을 차지한 후에 소문을 퍼뜨렸다.

그 결과, 망향곡의 보물을 노리던 고수들이 천신우 일행을 뒤쫓기 시작했다.

천신우가 보물을 독점한 덕에 그들끼리 충돌하는 일도 없었다.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추격자들의 숫자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소강상태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겠지. 무엇보다 그놈도 여기 와 있을 테니.’

천신우의 예상대로였다.

출발하려는 천신우 일행 앞을 두상이 조롱박처럼 생긴 노인이 막아섰다.

“잠시 멈추시게.”

그를 알아본 장윤호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취선자!”

잠시 무림맹 지부에 들렀다가 합류한 장윤호는 그간 입이 근질근질했던 모양.

“취선자는 항상 술에 취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고수라네. 그런데 오늘은 눈빛이 말똥말똥하군.”

취선자가 눈을 부라리자 장윤호는 황급히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입은 쉬지 않는다.

“그나저나 취선자가 혼자 나설 리는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취선자 뒤로 흉악한 인상의 거한들이 버티고 섰다.

혼자서는 천신우 일행으로부터 보물을 빼앗을 자신이 없으니 작당한 모양.

장윤호는 그들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저놈들은 강동오살이로군. 뒤에 서 있는 자는 서호흑랑이고.”

장윤호가 나직이 덧붙였다.

“우두머리는 따로 있을 걸세.”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다.”

취선자가 고수라고는 하나 눈앞의 무인들을 한데 어우를 실력은 결코 아니었다.

심지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무인들 중에는 취선자 이상의 고수도 많았다.

천신우가 죽인 청해 사인방의 일인 관가량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따라서 취선자는 누군가 내세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디 볼까. 그놈이 어디 있는지.’

천신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사당 주위를 훑었다.

사당 뒤쪽의 구릉과 주변의 평지를 가득 메운 고수들은 얼핏 봐도 수백에 달했다.

‘하긴 전생에선 망향곡에 모여든 무인들 숫자만 수천이 넘었으니 놀랄 만한 일도 아니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 속에서 기어이 원하는 얼굴을 찾아낸 천신우였다.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남들을 속여서 선동할 능력을 지닌 인물.

“독중호리. 뒤에서 조종할 생각 말고 앞으로 나오지그래.”

천신우의 발언에 주위가 크게 술렁였다.

“……!”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경계심과 의구심이 한데 섞인 반응들.

유혼마격창을 훔쳤던 왕중산이 도둑으로 유명하다면.

독중호리는 사기꾼으로 악명을 날렸다.

당장 이곳에만 해도 독중호리에게 속아 피해를 입은 이들이 여럿이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독중호리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독중호리는 변장술에 능한 데다 목소리까지 자유자재로 바꾸는 재주를 지녔기에.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무림 정세에 빠삭한 장윤호조차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 지금 여기에 독중호리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혼자서 보물을 빼앗을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진 않고. 그러니 남들을 선동해 잇속을 챙길 음모를 꾸몄겠지요.”

천신우는 모여 있는 무인들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천씨세가 고수들이 뒤따르려 했지만 손을 들어 제지하면서.

물론 그들이 우려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지난 며칠 동안 망향곡에서 명성을 떨친 천신우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고수들은 움찔했다.

그나마 강동오살들만이 으르렁거렸다.

모두 다섯 명인 그들은 의형제였는데 생긴 대로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배짱 한번 좋군.”

천신우가 스윽 고개를 돌렸다.

“과연 그럴까.”

천신우와 눈이 마주친 강동오살의 셋째 삼살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눈빛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기세에서 밀린 것이다.

“한심한……!”

셋째를 면박 주려던 강동오살의 첫째 일살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막상 눈앞에 마주하니 천신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강동오살을 지나친 천신우의 시선이 취선자를 향했다.

조금 전에 장윤호를 매섭게 노려봤던 취선자지만 천신우의 눈빛은 감히 마주하지 못했다.

취선자만이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애써 천신우의 시선을 외면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마침내 천신우는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 앞에 멈춰 섰다.

중년인의 별호는 창선검객.

그는 이곳에 모인 무인 중에서도 매우 강한 축에 속했다.

천씨세가의 고수 신중현에 필적하는 실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그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선검객이 유명한 이유는 인망이 두텁기 때문.

그럼에도 천신우는 경멸 어린 눈으로 창선검객을 노려보았다.

“독중호리.”

“……!”

“……!”

천신우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던 무인들이 멈칫했다.

천신우가 독중호리를 언급했을 때부터 열심히 머리를 굴렸던 그들이다.

하지만 설마 창선검객이 독중호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진심인가?”

창선검객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천신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장윤호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정말인가? 창선검객이 독중호리라고?”

천신우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창선검객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진짜 창선검객께선 2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으니까요.”

“……!”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누군가는 경악했으며.

누군가는 천신우의 주장을 반박했다.

“창선검객이 죽었다면 누구보다 내가 먼저 알았을 거네. 허무맹랑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나는 창선검객과 이십 년을 서로 알고 지냈네. 적어도 다른 사람을 창선검객으로 오해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창선검객 선배는 우리 가문의 은인이시오. 아무리 소가주라 하더라도 이분을 모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소이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그만큼 창선검객의 명망이 높았기 때문.

물론 천신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창선검객이 독중호리란 사실을 몰랐겠지.’

다른 사람으로 행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굴과 복장이야 흉내 낸다 치더라도.

그가 살아온 인생과 대인관계까지 완벽히 구현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혼자선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천신우는 독중호리의 조력자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독중호리의 배후는 마교. 놈의 정체는 마교 추종자 칠객 가운데 일인인 무영객이다.’

무영객은 독중호리라는 별호로 활동하면서 온갖 범죄를 저질러왔다.

창선검객도 무영객에게 당한 피해자 가운데 하나였다.

은밀히 창선검객을 살해한 무영객은 그로 위장해 남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망향곡 참사의 규모가 커지는데도 한몫했지. 물욕이 없는 협객들까지 망향곡으로 끌어들여 죽게 만들었으니.’

당장 방금 천신우의 주장을 반박한 무인들만 해도 그렇다.

창선검객 행세를 하는 무영객의 설득이 없었다면 절대 망향곡으로 향하지 않았을 그들이었다.

그들을 대표해 머리가 반쯤 벗어진 노인이 나섰다.

그는 무신이나 도제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실력을 지닌 고수였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게.”

“그럴 생각 없습니다.”

“……증거가 있나?”

“물론입니다.”

천신우의 태도가 확고하니 노인도 한발 물러섰다.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지.”

천신우는 창선검객을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밀어붙였는데도 그는 동요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하긴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 2년을 살았을 정도니 보통 철면피가 아닐 것이다.

“제가 알기로 창선검객 선배님의 등에는 사선으로 교차하는 흉터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악인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훈장이지요.”

“사실일세. 분명 창선의 등엔 절대 가리지도 지울 수도 없을 만큼 아주 커다란 흉터가 있지.”

노인을 비롯해 창선검객과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소가주는 지금 창선의 등에 있는 흉터를 확인해 보자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겠지.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은 굴욕적인 일일세. 만일 소가주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무엇으로 보상하겠나?”

천신우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망향곡에서 모은 보물들의 절반을 내놓겠습니다.”

“……!”

모두가 깜짝 놀랐다.

특히 장윤호는 자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으음!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사실 보물 하나만 주더라도 등뿐만 아니라 아랫도리까지 보여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진심인가?”

민머리 노인의 물음에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는가? 창선.”

창선검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어떻게 하겠나?”

“평생을 떳떳하게 살아왔습니다. 의혹이 있다면 당당히 밝혀야겠지요.”

“그럼 결정됐군.”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창선검객은 주저하지 않고 무복을 훌러덩 벗었다.

그의 등이 드러나는 순간 모두가 침음을 삼켰다.

“헉!”

“으음!”

장윤호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아닌데…….”

창선검객이 천신우에게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물었다.

“보이는가?”

천신우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선명한 흉터가.

그러나 천신우의 눈동자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보이는군요.”

창선검객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약속 지키게.”

“그건 곤란합니다.”

“왜지?”

“흉터가 가짜니까.”

중재를 맡은 노인이 역정을 냈다.

“이제 와서 억지를 부리겠다는 것인가!”

“억지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모두를 설득시킬 자신이 있나?”

천신우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남쪽의 깊숙한 밀림에서 나는 기화이초 중에 구사초라는 풀이 있습니다.”

“!”

지금까지 태연하던 창선검객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노인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구사초라면 나도 들어보았네. 하지만 구사초는 생김새와 맛이 유별날 뿐이지. 별다른 효능은 없는 것으로 아네만.”

“물론 구사초 자체엔 아무런 효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배화충이라는 벌레를 말린 가루와 섞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요. 이를테면 등에 없던 흉터를 생겨나게 한다든가.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흉터는 씻거나 문질러도 절대 지워지지 않지요.”

“……!”

“설령 그게 사실이라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이네.”

“사실 구사초와 배화충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교에서 첩자들을 잠입시킬 때에 많이들 사용했지요.”

“이젠 나를 마교의 첩자로 몰아갈 셈인가!”

격분하는 창선검객을 말린 것은 중재를 맡은 노인이었다.

“일단 끝까지 들어보세.”

“저는 구사초와 배화충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혀낼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창선검객은 거짓말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가 알기로 구사초와 배화충의 조합을 밝혀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그랬다.

하지만 전생을 경험한 천신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무영객의 정체가 발각되던 당시 함께 밝혀진 사실이었다.

“이건 구사초와 배화충의 효과를 일시에 제거하는 약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물건은 아니고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보신환이지요.”

노인뿐만 아니라 창선검객까지 직접 약을 확인했다.

과연 시중의 약방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보신환이라는 보약이었다.

“지금부터 이걸 흉터에 바르고 숫자 셋을 세겠습니다. 그때까지 흉터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절반이 아니라 보물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목도 내어놓지요.”

노인이 의사를 묻기도 전에 창천검객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크하하하! 재미있군. 어디 한번 해보게!”

천신우가 보신환을 창선검객의 흉터에 발랐다.

“하나.”

모두의 시선이 온통 창선검객의 흉터에 집중됐다.

“둘.”

모두가 천신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천신우가 셋을 셌다.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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