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
학사환생 114화
“아무래도 만금소 쪽에서 불만이 있는 모양입니다.”
심복의 보고에 도제가 턱을 매만졌다.
“그럴 테지.”
도제는 무신과의 밀약 이후 만금소에 대한 무력지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물론 천신우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암중세력과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함.
이미 간접적으로나마 암중세력의 힘을 확인했기에 확실하게 대처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기다리라 하도록. 급한 쪽은 금와전장이니 섣불리 자금지원을 끊진 못할 것이다.”
물론 만금소가 지원을 끊더라도 자금운용에 무리가 없는 도제였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금와전장의 주인으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부인 만금소다.
하지만 그런 만금소조차도 도제에겐 수많은 돈줄 가운데 하나일 뿐.
오히려 암중세력과 무신 다음으로 위협적인 존재는 천신우였다.
‘천신우. 기껏해야 다음 세대의 위협 정도라고 여겼건만.’
지금까지 도제는 단 한 번도 미래세대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신진고수들인들 결국 자신의 경쟁상대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해 왔던 것.
하지만 천신우는 분명 달랐다.
도제조차 위협을 느낄 정도.
‘암중세력을 처리하는 대로 천신우 그놈도 정리해야겠군.’
도제의 눈빛이 독사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 * *
콰앙!
만금소가 탁자를 내려쳤다.
값비싼 원목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만금소의 분노는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내가 지금까지 도제 그자에게 바친 돈이 얼만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진정하시지요.”
심복의 충언에도 만금소는 분을 참지 못했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느냐!”
도제만 믿고 천씨세가와의 전쟁을 준비했던 만금소다.
하지만 도제가 무력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만금소가 입는 손해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아무리 만금소가 거부라지만 더는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천씨세가의 세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는 정말 끝장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금소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결국 그들의 힘을 다시 빌려야 하는가.’
만금소는 이미 암중세력과 손을 잡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천씨세가와의 해상전에서 패배한 이후 도제 쪽으로 노선을 튼 상황.
‘그때는 도제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마음을 굳힌 만금소가 심복에게 지시했다.
“그들로부터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만.”
“정기상납금의 다섯 배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도록.”
만금소의 다급한 처지를 설명해 주는 대답이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화나게 만든 이상 천신우 네놈은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만금소는 천신우를 떠올리며 금반지를 으득 깨물었다.
* * *
무림맹과 마주한 평지에는 거대한 부촌이 형성돼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할 부를 쌓아 올린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공간.
그 부촌 한복판엔 아주 화려한 저택이 존재했다.
지방부호의 소유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곳은 마교 지부 가운데 한 곳이었다.
“만금소가 아주 안달이 났군.”
이곳에서 지금 마교 최고 후기지수 진사명은 구석에 처박아둔 상자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것은 만금소가 마교에 지원을 요청하며 상납한 선물이었다.
이전에도 정기적으로 선물을 보내온 만금소지만 이번엔 규모가 달랐다.
어지간한 중견문파의 살림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
진사명은 만금소가 선물을 보내온 이유를 익히 짐작했다.
“도제 때문이겠지.”
진사명이 기획한 2차 암살계획은 1차와 달리 대실패로 끝났다.
심지어 원래 의도대로 무신과 도제가 분열하기는커녕, 서로 밀약을 맺었다는 정보까지 입수했다.
무신과 손잡은 이상, 당분간 도제가 천신우를 치기란 껄끄러울 터였다.
“물론 도제와 무신의 동맹이 오래가진 않겠지만.”
어쨌든 진사명이 주도한 계획에 균열이 생긴 것만은 확실했다.
마교 상층부도 그런 균열의 조짐을 더는 좌시하지 않았다.
“혈마단주께서 오셨습니다.”
혈마단주의 방문을 알리는 부하의 목소리에 진사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교의 정점엔 천마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아래 팔마존이 위치하며, 바로 그 밑이 여덟 명의 단주들이었다.
팔마존만큼은 아니지만 단주들 역시 막강한 실력자였다.
혈마단주는 혈마존의 심복이자 단주급 무인들 가운데서도 중상위에 속하는 고수.
그러니 진사명조차 혈마단주 앞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진사명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군청색의 장포를 걸친 중년인이 들어섰다.
“오랜만이군.”
사나운 눈매의 그가 바로 마교 혈마단주였다.
지금까지 무림정벌의 사전작업을 담당한 것은 진사명을 비롯한 후기지수들과 흑풍대 고수들.
원래 마교 타격대의 상징인 수라혈검대를 비롯해 단급 조직들은 이후에 동원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진사명의 계획이 연거푸 실패하면서 혈마단주가 직접 나선 것이다.
마교의 인사법대로 진사명이 오른팔을 가슴에 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혈마단주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공손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진사명과 달리 혈마단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용건부터 꺼냈다.
“그래. 무신과 도제가 손을 잡았다고?”
“그렇긴 합니다만 일시적인 협력관계로 보입니다.”
“내가 언제 자네 의견을 물었지?”
“……죄송합니다.”
진사명을 바라보는 혈마단주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천마 아래 팔마존들은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었는데, 혈마단주는 진사명의 반대 파벌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무신과 도제가 손을 잡았다면 본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봐야겠지. 아니지. 아예 암살계획 전체가 사전에 새어나간 것일지도 모르겠군.”
“…….”
진사명은 억울했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쪽이었지만 이딴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생각이 바뀔 수밖에.”
원래 진사명에게 계획을 일임한 것은 마교 상층부의 결정이었다.
그만큼 진사명의 능력을 인정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섣불리 마교의 전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무림맹 수뇌부가 마교의 존재를 인지하고 대비하기 시작한 상황.
차라리 무림맹이 대비하기 전에 총공세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마교 내부에서 커졌다.
혈마단주가 속한 파벌이 바로 총공세를 주장하는 강경파들이었고.
진사명이 속한 파벌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자는 온건파였다.
“마지막일세.”
혈마단주는 강경파를 대표해 진사명에게 경고했다.
“이번 3차 암살계획마저 실패한다면 자네에게 더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야. 개인적인 의견이 아닐세. 팔마존들께서도 승인하셨네.”
천마가 폐관수련으로 마교를 비운 지금.
사실상 팔마존 간의 합의는 지상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사명이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압박할 생각은 없네. 마룡대의 지휘권을 주지.”
마룡대!
고개를 조아린 진사명의 눈이 빛났다.
마룡대는 마교에서 수라혈검대와 쌍벽을 이루는 무력조직이었다.
물론 팔마존 직속의 단급 조직들의 무력엔 미치지 못한다.
명성 면에서도 수라혈검대에 비하면 떨어지고.
하지만 후기지수인 진사명에겐 분명 과분한 조직이었다.
당장 무림정복 사전작업을 위해 파견된 흑풍대조차 마음대로 지휘하지 못했던 그였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진사명을 바라보는 혈마단주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커진다.
2차 암살계획처럼 형편없이 실패했다간 진사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표적은 이미 정했나?”
혈마단주의 질문에 진사명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물론입니다.”
“본교의 계획에 방해될 단주급 인사들로 명단을 구성했습니다.”
무신이나 도제를 표적으로 삼기란 불가능하다.
그들 정도 되는 거물을 상대하려면 팔마존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데.
아무리 마교라도 팔마존을 필두로 주력을 무림맹 한복판에 투입할 수는 없었다.
명단을 검토한 혈마단주가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이군. 그밖에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진사명은 천신우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무신궁의 고수들 때문에 암살에 실패한 거야 마교 상층부에서도 이해하고 넘어갈 만했다.
실제로 진사명에게 책임을 묻긴 했어도 기회를 다시 주긴 했으니까.
하지만 천신우의 사례는 조금 달랐다.
‘천신우 그놈은 이제 거물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팔마존에게 납득시킬 순 없다. 신진고수 따윈 눈에 두지도 않는 인간들이니.’
그렇기에 진사명은 천신우를 정식으로 살생부에 올릴 수도. 그렇다고 천신우가 이번 계획의 중대한 변수라고 밝힐 수도 없었다.
‘물론 무작정 숨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야. 천신우를 전담할 인원이 필요하다. 그놈이 훼방 놓지 못하게 하려면.’
진사명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다고 그 일을 마룡대에 맡길 수는 없지.’
진사명 개인적으로 꾸미는 일이다.
마룡대 고수들을 동원하기란 무리였다.
‘화사와 한태성. 역시 그들밖에 없군.’
마교의 후기지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그들이었다.
같은 후기지수라도 무림맹의 사룡과는 격이 달랐다.
혈마단주가 돌아가자 진사명은 그 즉시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화사와 한태성을 부르도록.”
원래 진사명은 여유를 갖고 계획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혈마단주까지 방문한 이상 상황이 달라졌다.
더는 계획을 뒤로 미룰 수가 없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진사명은 알고 있었다.
이번 계획마저 실패하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사부이자 팔마존의 일인인 진마존도 진사명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마교에선 누구라도 강자존의 율법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약자는 죽고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지금부턴 총력전이다.’
진사명이 이를 악물며 각오를 다졌다.
* * *
‘원래 3차 연쇄 살인 사건은 2차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달의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전생과는 다르겠지. 마교도 그때처럼 여유 부릴 처지가 아니니까.’
무신을 만나러 가는 동안 천신우는 생각에 잠겼다.
‘결국 마교는 조만간 암살시도를 해올 것이다. 그리고 준비도 더 확실히 할 터.’
유일한 위안거리는 무신과 도제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론 부족해.’
무신과 도제가 손을 잡았다고 해도 결국 일시적인 동맹이다.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도천과 무신궁 내부에 첩자가 존재하는 한.
‘도제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겠지만 적어도 무신궁의 첩자 정도는 제거해야겠지.’
천신우가 무신을 찾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무신에게 무신궁 내부에 잠입한 첩자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
‘더불어 마교의 실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운을 띄워놔야겠지.’
물론 마교의 실체를 폭로하는 건 3차 사건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후가 될 것이다.
이윽고 무림맹 내부에 위치한 무신의 거처에 도착하자 심복이 안내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네.”
무신의 거처는 도제의 칠순잔치가 열린 장원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만큼 소박했다.
내부가 넓지도 않았고 화려한 장식품도 없었다.
그곳에서 무신은 편한 옷차림으로 천신우를 맞이했다.
“왔느냐. 거기 앉아라.”
천신우는 곧장 용건을 꺼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보아라.”
“죄송하지만.”
천신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모두 물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마.”
무신의 주위를 지키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그를 따른 심복 중의 심복들.
무신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들을 물린 것은 그만큼 천신우를 믿는다는 의미였다.
“이제 됐다. 말해보아라.”
“지금 나간 이들 중에 첩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천신우와 마주한 이래 처음으로 무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20년 가까이 나를 따른 이들이다.”
“아시잖습니까. 암중세력은 그보다 오래전부터 무림정복을 계획해 왔다는 것을.”
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신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증거가 있느냐?”
“설령 지금 증거를 보여드리더라도 믿지 못하실 것을 압니다. 증거가 조작된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과연 그렇다. 네가 어떤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솔직히 나는 믿지 못할 것이다. 너를 믿는 만큼 나를 따르는 이들도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면 아예 이름을 입에 올리지도 마라.”
“지금부터 납득해 보이겠습니다.”
천신우는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암중세력의 첩자는 오래전부터 무신궁의 명령서를 빼돌려왔습니다. 예전에 암중세력을 치려다 실패하신 것도 사전에 명령서가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암중세력을 조사해 왔으나 번번이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던 무신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때마다 암중세력이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무신궁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하지만 자체적으로 내부감찰을 실시했음에도 첩자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천신우가 다시 첩자의 존재를 언급한 것이다.
“어디까지 알아낸 것이냐?”
“첩자가 명령서를 유출한 경로를 이미 파악해두었습니다.”
확신이 담긴 천신우의 목소리에 무신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첩자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명령서를 내려주십시오. 오늘 밤에 인원을 동원하여 암중세력의 은신처를 치라는 내용이면 됩니다. 바로 이곳인데 얼마 전에 알아낸 암중세력의 실제 은신처입니다.”
“네놈 말대로라면 명령서를 내리는 즉시 이전과 같은 경로로 유출시키겠구나.”
“그렇습니다.”
무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하지만 각오는 해두어라. 근거 없는 주장임이 밝혀진다면 아무리 네놈이라 해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야.”
“그만한 각오도 없이 말씀드렸겠습니까.”
“좋다. 이제 말해보아라. 암중세력의 첩자가 누군지.”
천신우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무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절대 믿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냐. 그에게 명령서를 내리겠다.”
무신은 결단을 내렸다.
* * *
무림맹 내부 식당.
무신궁 소속으로 무림맹에 파견 나온 고수 철무산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철무산의 그릇엔 반찬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철무산은 원래 입이 짧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퇴식구에 그릇을 놓고 무신의 거처로 복귀한 그였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철무산은 무신의 호출을 받았다.
무신은 천신우와 함께였다.
철무산이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무신이 물었다.
“내가 낮에 내린 명령은 처리했느냐?”
철무산이 천신우를 돌아봤다.
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철무산은 그제야 보고했다.
“이미 인원을 대기시켜놓았습니다. 때가 되면 표적을 급습할 예정입니다.”
“명령서는? 평소처럼 폐기했느냐?”
무신은 지금껏 암중세력과 관련한 명령서는 항상 폐기하라고 지시해 왔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입니다. 지시를 내리고 곧바로 폐기했습니다.”
태연하게 대답하는 철무산.
무신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내 내려진 무신의 얼굴에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굳게 다물린 입술이 열리며 메마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철무산.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