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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104화 (104/171)

# 104

학사환생 104화

사실 천신우는 전생에서 북해빙궁과는 거의 인연이 없다시피 했다.

당연히 북해빙궁의 인물들과 만난 적도 없다.

상대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상대는 천신우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천씨세가 소가주 되시지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청년은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천신우에게 인사해 왔다.

“저는 북해빙궁 칠 공자 단우백이라고 합니다.”

“북해빙궁의 칠 공자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천신우도 예를 표하며 칠 공자를 살폈다.

‘복장이 화려하고 태도가 당당한 것으로 보아 예사롭지 않은 인물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칠 공자일 줄이야.’

삼 공녀의 초청을 받고 북해빙궁에 입성한 천신우다.

그 소식을 대공자나 칠 공자 측에서 모를 리 없을 터.

그중에서도 칠 공자가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다.

‘하긴 대공자 입장에선 굳이 나와 접촉할 이유가 없겠지. 이미 대세를 굳혔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천신우는 칠 공자 단우백의 수행원들도 살폈다.

과연 삼 공녀의 수행원들에 비해 강렬한 기운을 풍기는 그들이었다.

삼 공녀와 칠 공자의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굳이 도제의 개입이 없더라도 삼 공녀의 독자적인 세력만으론 칠 공자를 넘지 못하겠군.’

천신우가 냉정한 판단을 내리던 그때, 칠 공자가 입을 열었다.

“사저의 초대를 받아 본궁에 방문하신 거로 압니다.”

실리주의자로 알려진 칠 공자답게 바로 본론을 꺼내는 모습이었다.

“그렇습니다만.”

“분명 사저는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하지만 본궁에는 사저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순종적인 여인들이 많지요.”

허풍이 아니었다.

예로부터 미녀들이 많기로 명성이 자자한 북해빙궁이었다.

물론 천신우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굳이 사저에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칠 공자는 양팔을 펼쳐 보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실 사저가 소가주와 접촉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람을 시켜 알아봤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손대시는 일마다 대성공을 거두셨더군요. 아시다시피 북해빙궁에도 구미를 당길 사업거리가 많습니다. 저와 손을 잡으신다면 천씨세가는 장차 북해빙궁 최고의 동반자가 될 겁니다.”

“최고의 동반자라…… 아주 솔깃하군요.”

칠 공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려는 찰나.

천신우가 정곡을 찔렀다.

“그럼 도천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칠 공자의 안색이 일순 변했다.

아주 잠시뿐인 변화였지만 천신우는 놓치지 않았다.

천신우의 의미심장한 시선에 결국 칠 공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칠 공자와 도천이 손을 잡았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칠 공자는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외부에서 지원세력을 끌어들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대공자는 물론이고, 가장 세력이 미약한 삼 공녀조차 외부세력의 개입을 인지한 상황.

하지만 그 배후에 도제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극비였다.

칠 공자뿐만 아니라 도제 역시 밀월관계가 드러나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도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 위주로 파견한 거로 아는데. 대체 이놈은 어떻게 그 사실을 파악한 것이지?’

칠 공자가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무신.’

도제와 대등한 세력을 거느린 무신이라면 밀월관계를 알아차렸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신이 천신우에게 도움을 줬군.’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천신우는 무신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오죽하면 무신이 손녀 사윗감으로 점찍었다는 소문까지 돌았겠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삼 공녀와의 혼담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겠군.’

무신이 손녀 때문에 천신우를 밀어준다고 생각하는 칠 공자였다.

그러니만큼 천신우와 삼 공녀 사이에 혼담이 오가는 것을 무신이 용납할 리가 없다는 판단.

“소가주가 알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도천의 힘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씨세가와 손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칠 공자라고 천신우와 도제의 불편한 관계를 모르지 않았다.

특히 천신우와 도제의 손자 월풍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이미 무림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였다.

알면서도 천신우의 의중을 떠본 것이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항상 최상의 결과만을 원합니다. 칠 공자와 손을 잡는다면 불확실성은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천씨세가가 얻는 소득도 작아지겠지요.”

사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칠 공자와 도제의 연결고리가 마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기에 적당한 이유를 둘러댄 천신우였다.

납득한 칠 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 됐군요. 제가 가질 몫을 떼어주더라도 확실한 길을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언제가 되든 생각이 바뀌면 연락 주십시오.”

칠 공자는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지금까지 천신우를 상대한 후기지수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천신우의 입지가 그때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만큼 커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칠 공자가 지극히 실리를 추구하는 인물인 까닭이 컸다.

천신우도 그런 칠 공자의 속셈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굳이 내게 반감을 사고 싶지 않은 거겠지.’

칠 공자 입장에서 최선은 천신우까지 끌어들여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제와 천신우의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진 지금, 차선책은 천신우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천신우가 작정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면 칠 공자도 난감해진다.

“다음에 만날 때도 오늘처럼 서로 웃으며 봤으면 좋겠군요.”

천신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물론 정말 말처럼 그렇게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 궁주 자리도 하나뿐이지. 한쪽이 웃으면 한쪽은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천신우를 등지고 걸어 나가던 칠 공자가 멈칫했다.

뒤늦게 도착한 삼 공녀를 발견한 그였다.

“사저. 오랜만입니다.”

느긋한 칠 공자와 달리 삼 공녀의 표정엔 경계심이 묻어났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광경이었다.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십시오. 저는 이만.”

멀어져가는 칠 공자를 바라보던 삼 공녀가 천신우를 돌아보았다.

하얀 털옷을 걸친 그녀는 전에 봤을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제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자신과 손을 잡자고 하더군요.”

굳이 칠 공자와의 대화 내용을 숨기지 않는 천신우였다.

“……역시.”

삼 공녀가 손에 입김을 호호 불었다.

무공을 익혔기에 일반인보다는 덜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해의 살을 에는 추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제는 예전부터 항상 행동이 빨랐답니다. 다른 사형제들이 주저할 때면 언제나 먼저 나서곤 했지요.”

오래전의 일을 추억하는 삼 공녀였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사형제들끼리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당시 쌓은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으려면 북해의 기나긴 밤을 꼬박 새울 터였다.

“그 시절이 그리우십니까?”

천신우의 물음에 삼 공녀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요.”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는 것을.

“사제뿐이 아니었어요. 저를 친언니처럼 따르던 사매도 있었지요. 아주 귀여웠는데…….”

삼 공녀의 눈동자에 슬픔이 번졌다.

“제 손으로 죽였어요. 대사형의 명을 받고 저를 독살하려 했거든요.”

권력 앞에서 누구보다 무서워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삼 공녀도 결국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그 대공자를 죽여야 합니다. 방금 나간 칠 공자도 죽여야겠지요. 할 수 있겠습니까?”

삼 공녀가 결심을 굳힌 얼굴로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내가 죽을 테니까.”

삼 공녀는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으로 천신우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시리라 믿어요.”

“물론입니다. 대신 약속은 지켜주십시오.”

삼 공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음빙정 출입에 대해선 이미 궁주님께 말씀드려놨어요. 다행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당대 북해빙궁 궁주에 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는 천신우였다.

단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제자들을 지켜보는 궁주의 마음은 어떨까.

예전에 사형제들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를 때 기분은 어떠했을까.

잡생각을 털어내며 천신우가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오늘이라도 방문하고 싶군요.”

그 말을 들은 삼 공녀의 표정이 밝았다.

“그러실 거라 생각해서 준비해뒀답니다. 따라오세요.”

* * *

삼 공녀가 천신우를 안내한 곳은 북해빙궁에서도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한음빙정이었다.

원래라면 궁주와 그의 제자들이 아니고선 출입할 수 없는 공간.

하지만 삼 공녀는 궁주에게 천신우의 한음빙정 출입을 허락받았다.

알게 모르게 삼 공녀를 아껴온 궁주가 특별히 허락해 준 것이다.

“바로 이곳이에요.”

삼 공녀는 눈보라를 뚫고 직접 한음빙정 입구로 천신우를 안내했다.

사실상 천신우에게 운명을 맡긴 그녀이기에 최대한 성의를 표시한 것이다.

천신우는 눈보라 속에 서서 얼음으로 뒤덮인 동굴을 바라보았다.

내공을 끌어올렸음에도 추위가 느껴졌다.

정말이지 학사 시절이었다면 이미 손발이 꽁꽁 얼어붙었을 터였다.

‘이곳에 만상서고의 네 번째 단서가 잠들어 있다는 말이지.’

지금껏 만상서고의 단서들은 모두 특별한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이곳 한음빙정도 마찬가지.

‘분명히 무슨 의미가 있을 텐데.’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생각에 잠긴 천신우를 삼 공녀가 불렀다.

“명심하세요. 소가주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뿐. 그 기한을 넘기면 저나 소가주나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사실을.”

아마 북해빙궁에서 추방될 가능성이 컸다.

현실적으로 천신우를 처벌하긴 어려우니까.

그만큼 탄탄한 입지를 쌓아 올린 천신우였다.

“명심하지요. 그럼.”

천신우는 예를 표하고는 한음빙정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천신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삼 공녀였다.

천신우가 한음빙정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궁금한 그녀였다.

원래 한음빙정은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작 그 이유로 천신우가 한음빙정 출입을 원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신우는 정말이지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이나 삼 공녀가 움직이지 않자, 결국 보다 못한 심복 소월이 나섰다.

“아가씨, 날이 찹니다. 돌아가시지요.”

“그래야지.”

삼 공녀는 이윽고 발걸음을 돌렸다.

* * *

철통같은 경계가 펼쳐진 순백색의 장원으로 노인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북해빙궁의 원로들이었다.

원로들의 수장 격인 산군까지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춘 그들이었다.

그런데도 장원 안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몸가짐은 조심스러웠다.

장원의 주인이 북해빙궁 차기 궁주에 가장 유력한 대공자이기 때문이었다.

“오셨군요.”

손수 차를 내리던 대공자가 돌아섰다.

대공자는 호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한 삼 공녀나 실리를 추구하는 칠 공자와는 차별되는 점이었다.

하지만 대공자의 정말 무서운 점은 호방함 뒤에 숨겨져 있는 치밀함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원로들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그만큼 사안이 심각했다.

하지만 대공자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천씨세가 소가주가 사매의 초대를 받아 본궁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제는 그런 소가주를 누구보다 먼저 찾았다지요.”

원로들은 대공자를 선택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거의 대세를 굳혔음에도 대공자는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작은 변수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야말로 대권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었다.

“대공자께서는…….”

대공자를 찾은 원로 가운데 가장 연장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소가주를 만날 생각은 없습니다.”

천신우를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공자는 누구보다 천씨세가의 저력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세력이 바로 천씨세가였다.

그런데도 천신우와 손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를 선택해 주신 분들의 입장도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씨세가의 지지를 끌어내려면 막대한 이권을 약속해야 한다.

세력이 미약한 삼 공녀나 칠 공자야 판도를 엎기 위해 무리한 출혈을 감수할지 몰라도, 이미 지지기반이 확고한 대공자는 상황이 달랐다.

천신우와 손잡기보다 기존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원로들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천씨세가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칠 공자가 외부세력을 등에 업고 도약했듯 삼 공녀 역시 그러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요.”

그들도 현재 무림에서 천씨세가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이미 대책을 준비해뒀습니다.”

“대책이라 하심은?”

“설상영 대모님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설상영은 당대 궁주의 심복으로 한음빙정을 관리하는 고수였다.

“아시다시피 한음빙정 안에선 어떤 고수라도 신물의 도움 없인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그때를 노려 습격한다면 아무리 천신우라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대공자의 판단이었다.

“소가주는 한음빙정 안에서 죽을 겁니다. 사인은 동사.”

대공자는 손수 내린 차를 원로들에게 내왔다.

“물론 후환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외부인의 한음빙정 출입을 추진한 사매가 책임을 지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원로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삼 공녀가 실각하면 대공자와 칠 공자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된다.

삼파전이라면 모를까, 양자 대결 구도에선 이변 없이 대공자가 궁주 자리에 오를 터였다.

“차나 드시면서 기다리지요. 오늘 안으로 좋은 소식이 들어올 겁니다.”

대공자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 * *

같은 시각.

천신우는 이미 한음빙정 내부로 들어선 후였다.

한음빙정은 정말 기이한 장소였다.

사방의 모든 것이 얼음으로 이뤄져 있었다.

게다가 이곳의 얼음은 안이 비치지 않는 데다 절대 녹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지간한 충격으론 금도 가지 않겠군.”

얼음을 살짝 만져보던 천신우가 혀를 내둘렀다.

흘러나오는 냉기 때문에 손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오래 머물긴 힘들겠는데.’

천신우는 서둘러 만상서고의 실마리가 담긴 두루마리를 펼쳤다.

한음빙정 내부는 미로가 따로 없었지만, 두루마리 표시대로 따라가니 길을 찾기 쉬웠다.

그렇게 마침내 거대한 얼음벽 앞에 선 천신우였다.

“이곳인가.”

입을 열기 무섭게 두루마리에 적힌 글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만상서고의 다른 단서들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음빙정의 단서 역시 두루마리에 반응하고 있었다.

쿠우웅-!

격렬한 진동이 발밑에서부터 온몸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얼음벽이 양옆으로 밀려나더니…….

오랜 세월 숨겨져 있던 비밀공간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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