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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97화 (97/171)

# 97

학사환생 097화

북해빙궁 삼 공녀 측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천신우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북해빙궁에 출입할 구실이 필요하긴 한데…….’

사실 전생에서 천신우는 삼 공녀와 전혀 안면이 없었다.

단지 무림맹 보고서를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혼인이라니. 가당치도 않지.’

게다가 삼 공녀와의 혼담을 생각하는 순간, 천신우의 뇌리에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바로 무신의 손녀 채은수였다.

아직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전생에 짝사랑했던 여인이다.

그녀에 대한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략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삼 공녀 측의 제안을 대뜸 거절해도 곤란해.’

만상서고의 네 번째 단서를 찾으려면 반드시 북해빙궁에 출입해야 하기에.

‘그리고 북해빙궁의 역사 또한 전생과 달라지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칠 공자가 대공자와 삼 공녀를 제거하고 차기 궁주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 과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천신우였다.

‘대공자에 비해 세력이 부족했던 칠 공자는 도제의 세력을 암암리에 끌어들였다. 마교에서 오래전에 북해빙궁에 심어둔 끄나풀이 도제와 칠 공자의 다리 역할을 했지.’

물론 도제와 칠 공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북해빙궁 후계전쟁에서 마교는 연결 다리 역할만을 수행했을 뿐.

그들의 존재를 드러낼 만한 행동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칠 공자는 대공자와 삼 공녀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키고 나서야 마교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은 후였지. 이미 북해빙궁의 전력은 심각한 수준까지 약화돼 있었으니까. 결국, 북해빙궁은 변변한 저항조차 못 하고 마교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결국 핵심은 간단하다.

‘먼저 북해빙궁에 출입할 자격을 얻어야 한다. 물론 교섭창구가 반드시 삼 공녀일 필요는 없지.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대공자와의 동맹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제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장 좋은 재료는 여분의 선택지다.

‘그런 후엔 칠 공자를 지원하는 도제와 마교의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해빙궁의 자체 전력은 최대한 보존해야겠지. 북해빙궁이 마교와의 전쟁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결론을 내린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요.”

무작정 결혼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입장을 조율하고 동맹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삼 공녀라고 좋아서 결혼하려는 게 아니니까.’

전생에 삼 공녀가 혼인했던 상대가 누군지도 기억하는 천신우였다.

그리고 삼 공녀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칠 공자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말이지 기구한 인생이었다. 행복한 결혼생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권력을 얻지도 못했지.’

물론 그런 천신우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삼 공녀의 심복이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녀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감사드려요. 삼 공녀께 보고 드리고 조만간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기대하지요.”

이로써 북해빙궁과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물론 청춘남녀의 정상적인 맞선자리는 절대 아닐 것이다.

‘맞선자리라고 해봐야 결국엔 정치적인 이야기만 오가겠지.’

천신우가 북해빙궁에 어떤 지원을 해줄지. 그리고 삼 공녀는 그 대가로 무엇을 내줄지.

천신우가 대공자와 삼 공녀를 두고 저울질하듯 말이다.

삼 공녀 역시 천신우를 비롯한 여러 신랑감 후보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천신우가 경쟁 상대들의 조건을 따로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전생에서 삼 공녀가 결혼한 조건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삼 공녀 측에선 옳다구나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나중의 일.’

지금 당장은 철혈성 비무대회가 먼저였다.

삼 공녀 측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

‘어디 보자. 내일은…….’

쉴 틈도 없이 다음 일정을 계획하는 천신우였다.

* * *

절찬리에 진행된 비무대회도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천신우의 활약상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만금소와의 천만 냥 내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 이후 승부예측을 통해 문자 그대로 돈을 긁어모은 천신우였다.

그리고 그 돈을 무기로 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제 천씨세가는 소속된 고수들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어지간한 거대 문파와 비등한 수준에 도달한 상황.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 만족할 천신우가 아니었다.

‘아직 멀었어.’

지금도 눈만 감으면 떠오른다.

무림맹의 영역을 산불처럼 잠식해 오던 마교 고수들이.

사실 그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개개인의 무위만큼은 거대 문파는 물론이고 심지어 무림맹의 평균 수준을 상회했다.

‘그러니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방법은 이미 생각해둔 천신우였다.

지금 천신우 앞의 탁자 위엔 고급스러운 장식의 상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상자의 내용물은 온갖 종류의 영약들이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것들부터 거금을 주고도 얻기 힘든 영약들까지.

달칵.

상자를 개봉하자 영약 특유의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도 식사가 따로 필요 없겠군.’

천신우는 익숙한 동작으로 영약을 꿀꺽 삼켰다.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연거푸 영약을 먹어치우는 천신우였다.

최근 며칠 동안 반복된 작업.

사실 다른 사람에게 권장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

영약 중엔 성분끼리 충돌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영약 성분과 효과를 정확히 알고 있는 천신우이기에 부작용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성분이 비슷한 영약은 아무래도 계속해서 복용할수록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천신우의 입장은 남들과는 달랐다.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

어차피 돈은 넘쳐나니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효과가 좋군.’

내공을 다스리는 능력 역시 일취월장한 지금, 천신우는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착실히 강해지고 있다.’

벽을 뛰어넘는 순간 그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가 존재함을 깨달은 천신우다.

지금의 과정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이윽고 내공을 갈무리한 천신우는 천씨세가 고수들을 차례로 불렀다.

새롭게 영입한 신중현도 대상자 가운데 하나였다.

“시합준비로 바쁘실 텐데 불러서 미안합니다.”

천신우가 비단으로 포장한 상자를 건넸다.

“이게 뭡니까?”

“열어보시면 압니다.”

신중현은 의아한 얼굴로 상자를 열었다.

“이건…….”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신중현이 깜짝 놀랐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거금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는 영약이었다.

“작은 선물입니다.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천신우에게 영입되기 전, 신중현을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한 실력자들은 많았다.

만금소 역시 막대한 보수와 진귀한 보물들을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신중현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천신우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신중현은 선물에 담긴 천신우의 진심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항상 무뚝뚝하던 신중현의 표정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도 결국은 천생 무인이었다.

천신우는 신중현을 시작으로 천씨세가 고수들에게 영약을 지급했다.

마지막으로 부른 것은 동생 천신혁과 제갈휘와 모용비였다.

“오셨습니까.”

천씨세가 고수들이 영약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모용비의 눈빛은 기대로 가득했다.

“아우님.”

천신우를 부르는 호칭부터 바뀌었다.

“쯧쯧.”

제갈휘가 혀를 찼다.

“너무 속 보이지 않나.”

“그러는 자네 표정은 어떻고?”

모용비의 핀잔에 제갈휘는 헛기침을 했다.

비록 학문에 뜻을 두었다지만 그도 결국 무인인지라 내심 기대가 컸다.

모용비가 껄껄 웃었다.

“아우님. 나는 많이 바라지 않아. 소성단 정도면 만족하네.”

소성단은 효과가 아주 크진 않지만 중복 복용해도 그럭저럭 효율이 괜찮은 영약이었다.

“죄송하지만 소성단은 이미 떨어졌습니다.”

모용비는 전혀 섭섭한 기색이 아니었다.

“죄송하긴. 아우님이 사과할 이유는 없지.”

제갈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마음만 받아도 충분하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천신혁은 감동한 얼굴이었다.

“역시 형님들은 우애가 대단하십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천신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과거로 돌아와 많은 것을 얻은 천신우였지만 무엇보다 값진 소득은 인연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가주 천무흔. 풍뢰권과 무신. 채은수와 유설화.

그밖에도 수많은 인연.

‘함께 지켜나가는 거다. 이 무림을, 소중한 사람들을.’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이 바로…….

“형님들을 위한 영약은 따로 준비해뒀습니다. 물론 신혁이 너도 마찬가지다.”

천신우가 서랍장에 넣어두었던 상자를 꺼냈다.

“직접 열어보시지요.”

“하하. 뭘 이런 걸 다…….”

웃으며 상자를 열던 모용비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건 설마……!”

제갈휘나 천신혁이라고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대성단?”

“정말 대성단입니까? 형님?!”

당연히 경악할 수밖에.

그도 그럴 것이 대성단은 소성단보다 효과가 낫다고 알려진 영약.

가격도 소성단보다 훨씬 비쌌다.

오대세가 출신의 후기지수인 모용비와 제갈휘에게도 대성단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말 이렇게 귀한 것을 받아도 되겠는가?”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그려.”

천신우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벌써 잊으셨습니까? 제가 누군지.”

비로소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모용비였다.

“내가 깜빡했군.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겠네. 이참에 나도 잘나가는 아우님 둔 덕 좀 보자고. 하하하.”

천신혁도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고마움을 드러내기 위해 시라도 읊을 기세인 제갈휘에게 천신우가 손사래를 쳤다.

“다들 인사는 됐으니 이만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영약을 얻었으면 당장 먹어서 강해지고 싶은 것이 무인의 심리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본 천신우였다.

“하하. 그럼 그럴까?”

잔뜩 들뜬 얼굴로 나서는 모용비와 제갈휘였다.

천신혁도 나가기에 앞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형님!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천신우도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진심으로 바란다.

저들에게 대성단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 * *

그들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천씨세가 고수가 천신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가주님. 만금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만금소가 사람을 풀어 천신우의 동향을 감시하듯.

천신우 역시 만금소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다.

“채무자들을 따로 불러 빚을 독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채무자들 명단은 확보했나?”

“지시하신 대로 이미 확인작업을 마쳤습니다. 이게 바로 채무자명단과 채무액이 적힌 서류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정보수집에도 아낌없이 투자해 온 천신우였다.

투자 결과물을 받아본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중에 내가 추려낸 채무자들만 따로 접촉하도록. 거래조건은 내가 사전에 지시한 그대로.”

“알겠습니다.”

천씨세가 고수가 물러가자 천신우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만금소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

광물 운송 건부터 얼마 전의 개인적인 내기에 이르기까지.

천신우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본 만금소다.

게다가 천신우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만금소의 사업영역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만금소보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고수들을 영입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만금소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 고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출혈이 본인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군. 하긴 만금소의 알짜배기 사업까지 건드렸으니.’

비무대회 승부예측에서 큰돈을 탕진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자들은 가산을 내다 판다.

그걸 싸게 사들이는 것은 만금소의 오래된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천신우가 끼어들면서 시세를 크게 올리는 바람에 만금소는 거의 이득을 보지 못했다.

물론 그 모든 건 코앞의 이익보다는 만금소를 자극하기 위함.

천신우의 의도대로 만금소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지금까지 변제를 유예해 주고 있던 채무자들에게 독촉을 시작한 것이다.

‘도제도 한몫 거든 셈이지.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번 기회에 아주 만금소의 집안 기둥을 뽑을 기세라니까.’

만금소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이제 천신우가 준비한 결정타를 날릴 때였다.

시작은 만금소의 채무자들 가운데 평판이 좋고 선량한 이들을 만나는 것부터였다.

‘이번 기회에 만금소의 주력사업인 고리대금업까지 확실히 무너뜨린다.’

천신우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조금 전까지 모용비와 제갈휘를 대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 * *

금와전장 철혈성 지부.

지금 이곳에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장주님.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만금소에게 사정하는 중년인은 중견 문파 성가장의 장주인 성원철이었다.

만금소에게 빚을 지고 있는 그였다.

적잖은 액수였지만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금소는 성원철이 다달이 이자만 지불해도 원금변제를 유예해 줬기에.

덕분에 성원철은 자금 걱정 없이 사업체를 꾸려나갔고 서서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조금씩 갚아나가기 시작한 원금도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런데 갑자기 만금소가 원금상환을 요구해 온 것이다.

“지금 당장은 여유자금이 없어 원금상환이 어렵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사업체 지분을 팔아서라도 상환할 터이니…….”

만금소에게 원금상환을 통보받고 돈을 빌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 성원철이다.

하지만 이미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그에게 돈을 빌려줄 전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어려운 사정 뻔히 아는 지인들에게 다시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고리대금업자들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만금소의 입김을 받은 고리대금업자들은 성원철을 문전박대했다.

내막을 모르는 성원철은 결국 만금소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어렵게 만난 만금소는 예전에 성원철이 알고 있던 인심 좋은 부자가 아니었다.

“나도 사정이 어려워. 그러니 갚게. 지금 당장.”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

“하지만 정말 지금은 돈이 없습니다. 부디 사정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아내와 자식이라도 팔아야지. 자네 딸이 올해 10살이던가?”

“장주!”

성원철이 분노의 외침을 토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이었다.

그런 딸을 팔라니?

직접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만금소를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기에 충격이 더했다.

남들이 만금소의 겉과 속이 다르다며 비난할 때면 직접 나서 변호했던 그였다.

‘그랬었는데…….’

“목소리 낮추게. 아내와 딸을 토막 쳐서 돼지사료로 던져주기 싫으면.”

눈앞의 만금소는 소문보다 더한 악랄한 모습이었다.

“장주!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성원철이 기세를 끌어올렸지만 만금소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대화가 되질 않겠군. 여봐라.”

금와전장의 고수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뒤가 구린 일만을 전담하는 해결사들이었다.

“놈을 가둬라. 그리고 놈의 아내와 딸아이를 당장 붙잡아오도록.”

피눈물을 흘리며 끌려 나가는 성원철를 바라보며 만금소가 덧붙였다.

“그래도 옛정을 봐서 최대한 비싼 값에 낙찰되도록 신경 써주지.”

무림 곳곳에서 암암리에 열리는 노예경매장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만금소였다.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습관적으로 상대를 돌아본 만금소의 눈빛이 흔들렸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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