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환생-94화 (94/171)

# 94

학사환생 094화

화 노야의 검증방법은 두 가지.

어느 쪽이든 둘 다 방식은 동일했다.

우선 세 개의 똑같이 생긴 찻잔을 감정하는 것.

‘확실히 까다롭군.’

천신우는 찻잔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화 노야는 그런 천신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대중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화 노야는 크게 성공한 상인이었다.

장사수완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안목까지 갖춘 그였다.

천신우가 전에 참가했던 비밀경매 역시 화 노야의 사업 중 하나였다.

그런 화 노야조차 눈앞의 찻잔을 감정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극상의 난이도.

그렇지만 찻잔을 들여다보는 천신우의 눈빛엔 확신이 담겼다.

애초에 기억력과 눈썰미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신우였다.

거기에 전생의 지식까지 더해지니 막힘이 없었다.

이윽고 결론을 내린 천신우가 화 노야를 돌아보았다.

“모두 진품이군요.”

화 노야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허.”

화 노야는 검증을 위해 각기 다른 두 개의 상자를 준비했다.

한 상자에 들어 있는 세 개의 찻잔은 모두 진품이었다.

반대로 다른 상자에 들어 있는 세 개의 찻잔은 모두 가짜였다.

보통 세 개의 똑같은 물건이 있다면, 하나는 진짜고 둘은 가짜라고 짐작하게 마련이다.

화 노야는 그런 맹점을 노린 것이다.

어설픈 안목으론 절대 화 노야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천신우가 너무도 쉽게 정답을 맞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맞네. 이 세 개는 모두 진품이네.”

물론 아직 시험이 모두 끝난 건 아니었다.

화 노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이게 누구 작품인지도 알고 있는가?”

“강백 선생의 작품입니다.”

이미 진품임을 알아봤기에 충분히 예상되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천신우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제작 연대가 다르게 보입니다.”

화 노야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가운데 찻잔이 강백 선생의 초창기 작품이고, 왼쪽은 중기, 그리고 오른쪽이 말년의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찻잔처럼 보이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 차이를 정확히 알아본 천신우였다.

완벽한 정답에 화 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신우라고 했나? 자네와는 앞으로 종종 보게 될 것 같군.”

화 노야는 대중에겐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화 노야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만나고 싶어 했다.

물론 화 노야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화 노야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물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천신우처럼 화 노야의 검증을 거친 사람이거나.

심지어 천신우는 화 노야의 기준을 넘어서는 안목을 보여준 상황이다.

이에 화 노야는 호의를 드러냈다.

“거래를 하기에 앞서 내 지금껏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소장품이 하나 있네. 하지만 자네에겐 보여주고 싶군.”

화 노야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아까 봤던 무인이 또 다른 상자를 들고 별채로 들어왔다.

하지만 무인의 표정은 아까와 전혀 달랐다.

조금 놀란 얼굴.

그만큼 이런 일이 흔치 않다는 의미였다.

화 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친구네.”

무인이 물러가자 화 노야는 직접 상자를 열었다.

“뭔지 알아보겠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조금 전에 감정한 것과 똑같은 형태의 찻잔이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장난하느냐며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천신우의 반응은 달랐다.

줄곧 차분하던 천신우의 표정에 처음으로 동요가 생겼다.

“설마…….”

천신우는 영롱한 빛이 흘러나오는 찻잔을 홀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화 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일세. 강백 선생의 유작이지.”

“아!”

나직한 탄성을 내뱉는 천신우였다.

일반적으로 강백은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작풍이 크게 바뀌지 않은 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 그였다.

그리고 죽음 직전에 비로소 기나긴 노력의 결실을 보았다고 알려졌다.

“강백 선생이 마지막 혼신을 유작에 불어넣었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 말대로군요. 정말 훌륭한 작품입니다.”

남들 눈에는 똑같은 찻잔으로 보이겠지만 천신우에게는 아니었다.

천신우는 강백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예술혼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그를 보며 화 노야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소장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과의 대화는 수집가에게 있어 가장 큰 즐거움이기에.

“내 소장품을 사고 싶다고 했나? 말해보게. 이 찻잔만 아니라면 들어주지.”

물론 천신우도 알고 있었다.

설령 도제나 무신이 직접 부탁하더라도 화 노야는 찻잔을 내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다행히 천신우가 원하는 물건은 따로 있었다.

“묵혼이라는 이름의 검을 갖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화 노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외로군.”

화 노야는 수많은 소장품을 갖고 있다.

당연히 소장품이 지닌 가치 역시 제각각이었다.

한 문파와 통째로 바꿔도 아까운 보물도 있었지만, 수만 냥에 불과한 소장품도 존재했다.

물론 수만 냥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묵혼은 십만 냥 이상의 가치를 지닌 명검이었다.

하지만 천신우의 안목을 이미 확인한 화 노야다.

천신우의 재산도 정확한 수치까지는 아니어도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묵혼을 선택한 천신우의 결정은 정말이지 의외였다.

“솔직하게 말하지. 묵혼은 내 소장품 중에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다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묵혼을 원한다? 이상하군. 나라면 천룡부나 참마도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텐데.”

천룡부와 참마도는 자운검에 버금가는 전설적인 무구들.

당연히 천신우도 천룡부와 참마도가 탐났다.

하지만 그것들을 화 노야로부터 얻어내려면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화 노야에게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그게 소장품을 거저 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기에.

‘그렇다고 훔치는 건 아예 불가능. 화 노야의 금고가 어디 있는지는 무림의 누구도 모르니까. 게다가 화 노야의 고객들은 하나같이 쟁쟁한 거물들. 화 노야를 잘못 건드렸다간 그들이 먼저 나서 나를 응징할 거다.’

물론 천신우가 묵혼을 고른 것은 단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시다시피 물건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화 노야께는 묵혼이 십만 냥을 조금 넘는 물건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나는 이미 장사로 큰 성공을 거뒀네. 그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자네가 알고 있다?”

화 노야가 흥미로운 눈으로 천신우를 쳐다보았다.

“재미있군. 좋네. 이번 비무대회가 끝나기 전에 묵혼을 받아볼 수 있을 걸세.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묵혼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말해주겠나? 대금은 그걸로 대신하지.”

“물론입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천신우의 성공담을 익히 들어온 화 노야였다.

그런 천신우의 성공신화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오랫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던 묵혼 정도 내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또 봄세.”

천신우는 공손히 인사하고 별채를 빠져나와 모용비와 제갈휘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 * *

“왔는가.”

기다리던 모용비와 제갈휘가 천신우를 반갑게 맞았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좋은 대접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때 화 노야의 대역인 노인이 크기가 각기 다른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원목에 옻칠한 상자는 누가 봐도 고급스럽게 보였다.

“이건 화 노야께서 준비한 선물일세. 지금 열어봐도 좋네.”

가장 먼저 상자를 열어본 모용비가 깜짝 놀랐다.

“이건…….”

무려 십만 냥이 넘는 보검이었다.

모용비도 좋은 검을 갖고 있었지만, 이 보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오래 기다렸다고 투정이라도 부리려고 했더니만 오히려 자네에게 고마워해야겠군.”

검을 들어보는 모용비의 표정이 밝았다.

그도 무인인 이상 장비 욕심만큼은 결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제갈휘가 받은 선물은 검이 아니었다.

“……음!”

좀처럼 놀라는 법이 없는 제갈휘가 입을 크게 벌렸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붓과 벼루와 책이었다.

붓과 벼루는 재질 자체도 최고급이었지만 대학자 섭공이 사용했던 물건이라 더욱 가치가 높았다.

“섭공이 이 벼루로 먹을 갈고 이 붓을 사용해 이 책을 썼다네.”

대학자 저서의 원본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진지는 천신우와 제갈휘 모두 익히 아는 바였다.

“아아…….”

급기야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제갈휘였다.

노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마음에 들어 하니 화 노야께서도 기뻐하실 걸세.”

화 노야는 선물이란 가격보다 받는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것에 의의가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우도 어서 열어보게!”

천신우를 재촉하는 모용비는 자기 일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곁다리인 자신과 제갈휘에게조차 고가의 물건을 선물한 화 노야다.

그렇다면 도대체 천신우는 어떤 선물을 받았을지 궁금할 수밖에.

달칵.

상자를 연 천신우가 혀를 내둘렀다.

아까 별채에서 진위를 확인한 찻잔이 들어 있었다.

물론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 강백의 유작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같이 수십만 냥을 호가하는 명품들이었다.

화 노야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알 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화 노야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이건 정말이지 예상 밖의 소득이었다.

‘다도를 즐기는 고수가 누가 있더라.’

천신우에게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로.

물론 그렇다고 화 노야를 찾은 본래 목적을 잊을 천신우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일이 생각 이상으로 쉽게 풀리는군.’

이번 비무대회를 통해 고수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을 세웠던 천신우다.

그중에서 검성과 신창을 제외하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신중현.

‘사실 천비자가 우승 후보로 꼽히긴 했어도 신중현에 비하면 부족하지.’

당연히 신중현을 영입하려고 눈독을 들이는 실력자들이 많았다.

금와전장의 만금소 역시 그중 한 사람.

하지만 많은 사람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신중현은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았다.

천비자처럼 소속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혼자서만 움직여왔다.

그리고 천신우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지.’

현재 시점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중현의 과거사.

그러나 천신우는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밝혀진 신중현의 과거를.

‘신중현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다 어머니도 지병으로 죽으면서 아버지를 찾아 한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지.’

그날 이후. 한시도 아버지를 찾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신중현이다.

하지만 신중현을 기다린 것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신중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백골이라도. 하다못해 유품이라도 찾기 위해 무림을 누볐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지.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물론 그때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흘러 아버지의 백골을 찾진 못했다.

그래도 복수에 성공하고 유품까지 회수한 신중현이다.

‘그 이후로는 아버지의 유품을 내어준 화 노야를 위해 일했지.’

하지만 이번 생에선 다를 것이다.

천신우 손에 신중현 부친의 유품이 들어왔으니까.

천신우가 화 노야에게서 구입한 묵혼이 바로 그 유품이었다.

기분 좋게 화 노야의 상점을 나서는 천신우에게 모용비가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화 노야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보통 거물은 아닌 듯한데.”

“비밀은 아니니 알려드리지요. 그렇다고 어디 가서 함부로 발설하시면 곤란합니다.”

모용비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모용비의 입이 무거움을 알기에 천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 노야는 전대 철혈성주를 모시던 총관입니다. 전대 철혈성주가 죽은 이후 독립해서 크게 성공했지요.”

“그랬군. 전혀 몰랐네.”

“저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역시 자네는 우리랑 사는 세상이 다르군. 이러다 나중엔 아는 척하기도 힘들겠어.”

모용비의 농담에 웃고 마는 천신우였다.

* * *

“천씨세가 소가주가 신중현과 접촉했다고 합니다.”

부하의 보고에 만금소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신중현에게 이미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던 만금소다.

따지고 보면 천비자 이상의 공을 들였다.

하지만 신중현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조금 사심을 보태자면 다른 누구라도 신중현을 영입하지 못할 터였다.

그만큼 신중현의 태도가 완고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만금소는 불안감을 느꼈다.

“지금 몇 번이나 천신우 그놈에게 당했지?”

“……다섯 번입니다.”

대답하는 부하의 표정이 어두웠다.

벌써 다섯 번이다. 만금소가 영입하려던 고수들이 천씨세가로 합류한 것이.

한두 번은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이쯤 되면 결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만금소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솔직히 대답해 보게. 내가 그들에게 제안했던 조건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금와전장의 고수들이 불만을 가질 정도로 과한 조건이었다.

막대한 보수. 편의 보장.

만일 만금소가 천씨세가와의 해상전투로 고수들을 잃지 않았다면 절대 제시하지 않았을 조건들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에도 만금소가 노리던 고수들은 모두 천씨세가를 택했다.

만금소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조건으로 천씨세가에 영입됐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천신우 그놈이 어떤 조건을 제시했기에!”

“……솔직히 우리 쪽의 조건보다 터무니없이 높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만금소도 동의하는 바였다.

“확실히 천씨세가가 급속히 성장했다고는 해도, 그 정도 출혈은 무리지.”

만금소는 결론을 내렸다.

“천신우 그놈이 우리 조건을 알고 그보다 상향된 조건으로 무인들을 영입했군. 그 얘기는 우리 쪽의 계약조건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뜻.”

만금소가 호통을 쳤다.

“당장 계약에 관여한 놈들을 조사하도록! 천씨세가에 정보를 팔아넘긴 놈이 있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때.

만금소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장주님! 신중현이 천씨세가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만금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굳이 천신우를 찾아 나설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신진고수 검성의 시합이 예정된 경기장.

그곳으로 천신우가 들어서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던 천신우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래서일까.

시합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이목이 천신우에게 더 집중됐다.

비무대회 참가자가 입장할 때보다 더한 웅성거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천 소가주다!”

“천씨세가? 그럼 저 뒤의 무인들은? 설마 저들이 전부 천씨세가 소속이라고?”

신중현을 필두로 새롭게 영입한 고수들이 천신우를 뒤따르고 있었다.

지켜보던 누군가는 침을 꿀꺽 삼켰고 누군가는 탄식을 내뱉었다.

“저 정도 전력이면…….”

막연한 상상이 아니었다.

천신우가 비무대회 기간 동안 영입한 고수들의 면면은 너무도 화려했으니까.

한번 시작된 웅성거림은 잦아들 줄을 몰랐다.

오히려 바람을 탄 들불처럼 경기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정말 이러다 천씨세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능성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소란 속에서 천신우는 묵묵히 관중석을 가로질렀다.

만금소조차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경악한 얼굴로 천신우를 바라보는 만금소.

하지만 천신우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만금소를 보러 이곳에 온 게 아니었으니까.

정면을 응시하던 천신우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바로…….

검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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