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학사환생 079화
“감찰각주의 지난 행보를 돌이켜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야.”
무신은 조목조목 근거까지 들어가며 감찰각주의 혐의를 언급했다.
‘여기서 감찰각주의 이름이 나올 줄이야.’
설마 무신이 이 시점에 감찰각주를 의심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얼마 전에 내가 건넨 응경대인의 장부 때문인가?’
구왕도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천신우가 독자적으로 해결한 설향 사건.
당시 천신우는 설향의 주인인 응경대인의 장부를 확보했다.
응경대인이 무림맹 인사들에게 뇌물을 바친 내역을 기록한 장부였다.
현재는 무신에게 넘긴 그 장부엔 감찰각주의 비리와 관련된 실마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고위급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감찰각주 역시 대리인을 내세워 뇌물을 받았고 그렇기에 감찰각주 입장에선 꼬리를 자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무신이 오늘 이 자리에서 감찰각주를 거론한 것은.
‘결국 무신도 이미 감찰각주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름대로 단서도 모았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면 전생에선 어째서 놈을 끝장내지 못했지?’
전생에서 감찰각주가 실각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후다.
그것도 무신 주도하에 밀려난 것도 아니고 화향루에 의해 실각됐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야 많다.
누군가의 견제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확실한 물증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감찰각주가 실각한 계기를 알고 있다. 그것과 관련된 단서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전생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무신이 물었다.
“너도 독자적으로 그들에 관해 조사해 왔다고 들었다만.”
천신우는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록 그들의 정체가 마교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지만.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림맹 내부에도 그들의 조력자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감찰각주 역시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에 네가 건넨 응경대인의 장부를 나름대로 조사해 봤다. 덕분에 무림맹의 일부 고위급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 뇌물을 받아왔는지 알아냈지.”
본격적으로 감찰이 시작되면 꼬리를 자를 것이기에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비리를 저지르는지 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함정을 파실 생각이군요.”
“그래.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샌다면 감찰각주가 바로 알아차리고 반격할 테니.”
보안유지가 가장 중요한 계획을 천신우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았다.
“제가 어디 가서 떠벌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실 텐데요. 저를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닙니까?”
“너야말로 나를 너무 믿는구나. 이 모든 것이 내가 권력을 잡기 위한 계획이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천신우는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신뢰란 사실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 것.
천신우는 전생을 기억하기에 무신을 전적으로 믿었다.
그렇게 보여준 행동이 무신으로 하여금 천신우를 믿게 만든 것이다.
물론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던질 정도의 절대적인 신뢰까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했다.
“저 늙은이가 제대로 설명해 줬을 리는 없을 테니 다시 설명해 주마. 우리는 얼마 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처음엔 무신도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무림맹 대항세력일 거라 여겼다.
무림맹의 질서를 거부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파고들수록 그들의 계획은 주도면밀했고 세력은 거대했다.
“그들은 무림맹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무신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결국, 조만간 무림맹의 명운을 걸고 거대한 전쟁이 시작될 것이야.”
그전에 먼저 감찰각주를 비롯해 그들의 끄나풀로 의심되는 자들부터 쳐내는 것. 그게 바로 무신의 계획이었다.
“저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그래 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 하지만 전처럼 쉽지는 않을 거야. 이제 얼굴이 알려졌으니까.”
물론 천신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지요.”
명성을 얻었고 무림맹 3급 출입증도 나올 예정이다.
오히려 천신우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 천신우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마교도 감찰각주도 아니었다.
무림맹 장서각.
정확히는 그곳에 숨겨져 있는 만상서고의 세 번째 단서.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감찰각주는 이후의 문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천신우는 감찰각주와 일전을 벌이기에 앞서 힘부터 키울 생각이었다.
“오냐. 기대가 크다.”
무신이 천신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전생엔 그저 멀리서 지켜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 앉아 인정을 받으니 감회가 남다른 천신우였다.
‘역시 나쁘지 않군.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예정된 논의가 끝나자 무신이 넌지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천씨세가에서 행사가 있다고 들었다만, 오대세가 무림대회라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오대세가들이 5년마다 번갈아 가며 주최하는 무림대회.
사실 천신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행사였다.
가주 천무흔과 총관이 알아서 진행할 문제이기에.
그렇다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행사는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세가 연합의 구성원들만 참석하는 세가지연보다도 훨씬 행사 규모가 컸다.
무림맹과 외부영역 인사들까지 초대해 세가 연합의 결속력과 힘을 외부에 과시하는 장이었다.
‘특히 이번 무림대회는 우리 천씨세가에게 의미가 크다.’
원래라면 이번 오대세가 무림대회 주최는 황보세가 차례였다.
하지만 황보세가가 문파대전 패배와 대홍수로 인해 폭삭 주저앉은 지금, 자연스럽게 천씨세가가 오대세가 무림대회를 주최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덕분에 천신우가 구왕도 임무를 수행할 때부터 천씨세가는 오대세가 무림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무림맹에서 누가 참석할지 언질은 받았고?”
“잘은 모르지만.”
세가 연합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거대 문파들도 정기적으로 대형행사를 개최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바로 무림맹 방문명단이었다.
무림맹에서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행사의 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론 제16지부 지부장이나 부지부장이 참석했던 것으로 압니다.”
하북팽가나 남궁세가처럼 오대세가 내에서도 입지가 탄탄한 문파가 주최할 경우 지부장이, 제갈세가나 황보세가처럼 다소 세가 약한 문파의 경우 부지부장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엔 다를 거다. 물론 제16영역에서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지부장이나 부지부장도 오기야 하겠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이 무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번엔 내가 무림맹을 대표해 오대세가 무림대회에 참석할 것이다.”
“아!”
천신우는 나직한 탄성을 내질렀다.
오대세가 무림대회에 무신이 참가한다니. 이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천신우도 먼저 오대세가 무림대회에 참석하고 나서 무림맹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됐다. 먼저 들를 곳이 있어서 말이다. 나중에 보자꾸나.”
무신이 떠나간 후에도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는 천신우였다.
‘벌써 오대세가 무림대회가 기다려지는군.’
* * *
정자를 빠져나온 무신이 탐탁잖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망할 늙은이. 또 무슨 용건이냐.”
물론 대답하는 풍뢰권의 목소리는 무신 이상으로 퉁명스러웠다.
“철옹 네놈이야말로 무슨 수작이냐. 천씨세가엔 무슨 일로 간단 말이냐.”
“왜긴. 네놈처럼 역마살 있는 인간이 눌러앉은 곳이 어떤지 궁금해서 그런다.”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신우가 키운 천씨세가의 면모를 직접 확인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에잉! 어디서 궤변은! 네놈의 음흉한 속내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느냐?”
풍뢰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지만 무신은 모른 척했다.
“으흐흐. 신경 끄고 네놈 제자나 신경 써라.”
천신우가 없는 곳에서 천신우를 두고 벌어진 은근한 신경전이었다.
* * *
며칠 후에 풍뢰권과 함께 천씨세가로 복귀한 천신우다.
과연 오대세가 무림대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건을 가득 실은 수레 행렬이 쉬지 않고 이어졌고, 정문을 지키는 무인들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 번뜩였다.
“다들 수고가 많아.”
천신우는 사비를 털어 그들에게 수당을 챙겨줬다.
“감사합니다!”
“그럼 계속 수고해 주게.”
세가 내부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가주 천무흔과 총관은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거 찾아뵙고 말씀드릴 겨를도 없겠군.’
물론 굳이 가주 천무흔에게 보고할 생각은 없었다.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다.
무신이 다른 일이 생겨 오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였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밝히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그나저나 정말 며칠 남지 않았군.’
천신우라고 손 놓고 있진 않았다.
시비 난정이 골라주는 옷을 입어보고, 참가명단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새벽과 잠들기 전에 하는 수련만큼은 절대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대세가 무림대회 날이 밝았다.
* * *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
황보세가 가주 앞에 서 있는 황보도준의 안색이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황보도준이 가까스로 입을 뗐다.
“오대세가 무림대회가 열리는 날이 아닙니까.”
“그래.”
황보세가 가주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분노와 모멸감을 억누르고 있었다.
“원래는 이곳 우리 황보세가에서 열렸어야 한다.”
아직도 황보세가 가주는 눈앞에 생생했다.
조부께서 오대세가 무림대회가 처음으로 황보세가에서 열리던 날을 회상하며 웃던 모습이.
당시 원래는 천씨세가가 무림대회를 주최할 차례였지만. 황보세가의 약진과 천씨세가의 몰락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황보세가가 주최를 맡게 됐다.
그 후로 줄곧 오대세가 무림대회를 25년마다 주최해 온 황보세가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천씨세가와 황보세가의 입장은 정반대가 됐다.
천씨세가의 세력은 제16영역 밖으로 뻗어 간 반면. 황보세가는 몰락을 거듭했다.
황보세가 차례였던 무림대회 주최 역시 천씨세가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번 무림대회에 무림맹에서 누가 방문하는지는 알고 있느냐?”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부지부장 아니겠습니까?”
황보세가가 주최한 무림대회엔 항상 제16지부 부지부장이 무림맹 대표로 참석했었다.
무림맹은 사실상 황보세가를 하북팽가와 남궁세가 아래로 평가한 것이다.
“틀렸다. 이번 무림대회엔 지부장이 참석한다더구나.”
“그렇다는 것은 무림맹에서도 천씨세가를 오대세가의 주축으로 인정했다는 의미 아닙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분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오늘부로 천씨세가는 그야말로 날아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 황보세가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겠지.”
“…….”
황보도준은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실 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니.”
황보세가 가주가 황보도준을 바라보았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너는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절치부심하여 반드시 오늘 당한 수모와 굴욕을 갚아주어야 할 것이야. 할 수 있겠느냐?”
황보도준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무슨 수로 천신우를 뛰어넘는단 말인가.
그러나 아버지의 호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개를 숙일 뿐이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황보세가 가주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했다.
* * *
같은 시각.
무림대회가 열릴 천씨세가 대연회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천씨세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그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가주 천무흔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다못해 총관이나 단주급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는 이들도 넘쳐났다.
그도 그럴 것이.
“들었는가? 오늘 무림대회 개회식엔 무림맹 제16지부 지부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라더군.”
“허어. 이제 겨우 오대세가에 복귀했는데 하북팽가와 남궁세가와 같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인가?”
“당연하지! 천씨세가의 최근 행보를 생각해 보게!”
황보세가와의 문파대전 승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대홍수로 엄청난 부와 더불어 인망까지 쌓은 천씨세가였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고 천신우의 활약상이 연이어 전해졌다.
구왕도에서 구왕들을 해치웠다느니. 사룡의 일인인 월풍을 제압했다느니.
“듣고 보니 천씨세가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군. 그런데 무신의 손녀와도 가까운 사이란 소문이 있던데.”
“에이. 그거야 무림맹 임무 때문 아닌가. 공적으로 만난 사이를 남녀관계로 묶으니까 자네가 여태까지 미혼인 거야.”
티격태격하던 무인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저벅저벅.
누군가 장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당당한 걸음걸이의 그는 바로 천신우였다.
순간 터져 나오는 천둥 같은 외침!
“소가주를 뵙습니다!”
천씨세가 무인들이 외치는 소리였다.
화려한 면면의 빈객들도 손바닥에 주먹을 부딪치며 천신우에게 예를 표했다.
대공자 신분이었던 천신우가 천씨세가의 명실상부한 차기 가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가주 천무흔과 오대세가의 수장들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물론 천신우가 등장했을 때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천신우가 천씨세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느새 빈자리가 대부분 채워지고 무림맹 인사의 등장만이 남았다.
천신우는 느긋한 표정으로 기다렸다.
물론 모두가 천신우처럼 담담할 수는 없었다.
천씨세가의 무인들은 물론.
다른 오대세가나 다른 영역의 고수들조차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지부장이 오느냐 부지부장이 오느냐에 따라 천씨세가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지기에.
설령 천씨세가가 하북팽가와 남궁세가를 넘어설 세력을 갖췄더라도, 무림맹에서 인정해 주지 않으면 말짱 꽝인 것이다.
마침내.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입구로 집중됐다.
시선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림맹 제16지부 부지부장 공덕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천씨세가에 우호적인 무인들은 실망했고, 반대로 천씨세가와 적대적인 세력, 특히 하북팽가와 관련된 무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공덕이 끝이 아니었다.
지부장이 공덕에 이어 얼굴을 비친 것이다.
“……!”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지부장과 부지부장이 동시에 참석하다니?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의 당황한 시선이 지부장을 따라 움직였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산월도 자리를 비켜서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무림맹에선 천씨세가를 하북팽가 위라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씨세가는 오늘부로 오대세가에 복귀한 수준을 넘어서 오대세가의 맹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팽산월은 알지 못했다. 오직 천신우만이 알았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는 사실을.
그걸 증명하듯 지부장과 부지부장은 상석을 비워두고 다른 자리에 앉았다.
당황한 가주 천무흔이 나서려 했지만 지부장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어찌 상석에 앉겠소이까.”
“……!”
충격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지부장이 상석에 앉지 않는다니?
그가 겸손해서?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제16지부 지부장은 자신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상석을 비워두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발소리는 없었다.
완벽한 정적 속에서 초로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노인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