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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74화 (74/171)

# 74

학사환생 074화

전생에 자신을 죽인 마교 고수가 보통 놈은 아닐 거라고 예상했던 천신우다.

그도 그럴 것이 마교의 직위체계에 대해 지식이 있는 천신우로서도 처음 보는 표식이었으니까.

‘하지만 설마 마존의 위치에 오른 놈일 줄이야.’

팔마존. 천마를 보좌한다고 알려진 여덟 명의 절대자.

천신우를 죽인 원수는 바로 마존 가운데 일인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만 갖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단서를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지.’

마음 같아선 더욱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싶었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았다.

명부객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 사실을 누가 또 알고 있지?”

“무림맹에 속한 무인이라면 누구나.”

천신우의 대답에 명부객의 표정이 굳어졌다.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물론 천신우의 말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었다.

천신우는 그가 마교로부터 하사받은 별호와 마교에서 사용하는 표식까지 알고 있었으니까.

다시 명부객의 태도가 차분해졌다.

“원래라면 죽여 마땅하지만, 네놈은 정말 운이 좋군.”

명부객이 천신우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검을 겨눴다.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대신 네놈을 끌고 가서 모든 것을 실토하게 만들어주지.”

그렇게 한 걸음 내딛으려던 명부객이 흠칫하며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천신우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이제야 알겠군. 구왕도가 어째서 그토록 무력하게 뚫렸는지.’

명부객이 심각한 표정으로 천신우를 노려보았다.

천신우보다 강한 고수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닌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든 기분.

싸우기도 전부터 명부객은 천신우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두려움을 떨쳐내기라도 하듯 명부객이 힘차게 검을 휘둘러 허공을 베어냈다.

솨아악!

소리만 들어도 섬뜩한 일격!

하지만 천신우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

명부객은 그래서 더 두려웠다.

천신우 정도의 고수라면 반응을 못 한 게 아니라 일부러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에.

진정한 고수는 상대의 살기까지 간파하는 법이다.

그런 천신우에 반해 명부객은 자꾸만 팔에 힘이 들어갔다.

‘좋지 않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놈은 언제부터 이 사실들을 알고 있던 거지? 그리고 굳이 지금 밝힌 이유는 뭐지? 내가 이 사실을 알리기라 하면 어떻게 하려고…… 설마 이놈?’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네놈…… 나를 반드시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군.”

“어떻게 알았지?”

자신 있게 대꾸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천신우가 아니었다.

명부객과 마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천신우는 조금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어떤 상대보다도 명부객은 강했다.

좀처럼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렇기에 진작 승천단의 효과까지 끌어올린 천신우였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릴 생각이었다.

물론 전력을 다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 사실을 부정하듯 명부객이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웃기지 마라!”

천신우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언제나 강자와의 승부는 가슴을 뛰게 만든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명부객의 검이 날아드는 속도에 맞춰 천신우가 몸을 비틀었다.

한 줄기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자극적인 감각이 피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짜릿해졌다.

‘이래서 다들 평생 검을 놓지 못하는 거겠지.’

숨 막히는 긴장감에 몸을 실어 천신우가 검을 날렸다.

차차차창!

수세로 시작했지만 천신우가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명부객이 이를 악물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어지간한 상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베어버리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빠르면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명부객의 속도가 정점에 달하던 순간.

오히려 천신우의 반격이 시작됐다.

차앙!

명부객의 검을 쳐낸 천신우가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의표를 찔린 명부객이 다급히 검을 내질렀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 명부객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천신우의 검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쉬이이익!

앞서 명부객의 공격보다도 오히려 빠른 속도였다.

“……!”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명부객은 전력을 다해 맞섰다.

눈만으로 천신우의 속도를 쫓아가기란 불가능.

명부객은 감각과 본능에 의존해 천신우의 공격을 피하고 막아냈다.

솨앙!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는 간담이 서늘해졌고.

차차차창!

검과 검이 부딪힐 때는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명부객은 이를 악물었다.

‘고작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명부객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천신우도 전력을 다해 검을 내질렀다.

자운검이 격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꽈아아앙!

천신우와 명부객이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명부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뒤로 더 많이 밀려난 것은 바로 그였다.

예상했던 결과임에도 충격이 컸다.

물론 충격에 빠져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천신우가 통로를 내달리며 명부객에게 쇄도했다.

차차차차창!

아까보다도 빠른 찌르기가 명부객에게 연속으로 날아들었다.

심지어 노리는 곳도 제각각이었다.

물론 하나같이 급소였기에 명부객은 필사적으로 피해냈다.

“젠장!”

마지막 공격마저 피해낸 명부객이 몸을 날렸다.

기습적으로 내질러진 검이 천신우의 심장을 정확히 노렸다.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대로 끌려다니다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천신우는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피해냈다.

명부객의 검이 뒤를 쫓았지만 천신우의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젠장!”

천신우의 움직임을 놓친 명부객이 욕설과 함께 본능적으로 검을 내질렀다.

수많은 실전에서 갈고 닦은 짐승 같은 감각이 발휘된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천신우는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피해냈다.

필살의 한 수마저 실패하자 명부객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죽는다.’

증폭환을 복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마교의 증폭환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명부객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놈부터 제압한다.’

하지만 소매의 증폭환을 찾으려던 그는 흠칫 놀랐다.

‘없어?’

분명히 방금까지만 해도 증폭환의 존재를 확인했던 명부객이다.

혹시라도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초조함을 감추며 곁눈질로 바닥을 살피는 명부객.

그러나 그가 애타게 찾던 증폭환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이거 찾아?”

“……!”

명부객의 눈이 뒤집혔다.

천신우의 손에 들려 있는 증폭환을 발견한 것이다.

“그걸 네놈이 어떻게!”

천신우는 마교 추종자들이 위기의 순간에 증폭환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특유의 눈썰미로 명부객이 증폭환을 어디에 보관했는지도 꿰뚫어 보았다.

그다음은 쉬웠다.

싸움이 격렬해진 순간을 노려 증폭환을 빼낸 것이다.

“감히!”

명부객이 손을 뻗었을 때는 이미 천신우가 주먹을 움켜쥔 후였다.

바스스…….

증폭환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명부객의 마지막 희망이 덧없이 사라진 셈.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히려 명부객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오냐!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 주마.’

죽음까지 각오한 명부객의 기세가 한층 강렬해졌다.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른 명부객과 천신우가 허공에서 다시금 격돌했다.

차차차창! 스가가각!

칼날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차가운 금속성이 통로에 울려 퍼진다.

명부객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밑바닥까지 모든 것을 쥐어짜 냈다.

하지만 증폭환을 복용했더라도 명부객에게 천신우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데 천신우만 승천단을 복용하고 명부객은 맨몸으로 싸우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촤아아아악!

명부객의 옆구리가 길게 찢어졌다.

명부객이 바닥에 처박혔다.

천신우가 바닥에 내려서며 자운검을 내리그었다.

명부객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피해냈다.

우스꽝스러움을 넘어서 비참한 모습.

그러나 천신우는 웃지도 동정심을 품지도 않았다.

천신우의 자운검이 높게 들어 올려졌다.

솨악!

검이 내리그어지는 순간.

콰아앙!

명부객이 통로 벽을 부수며 몸을 날렸다.

천신우도 덩달아 따라붙었다.

퍼어엉!

연막탄이 터졌지만 천신우는 명부객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저쪽이군.’

콰콰쾅!

명부객은 벽을 부수며 계속해서 내달렸다.

부상당한 몸이었지만 두꺼운 벽을 박살 내는 것쯤은 쉬웠다.

천신우를 상대하느니 차라리 산 하나를 박살 내는 것이 쉽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명부객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천신우를 발견했다.

술래잡기가 끝난 것이다.

체념한 명부객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갈라진 옆구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정말이지 찰거머리가 따로 없구나.”

죽음을 각오했기에 명부객은 지혈조차 하지 않으며 물었다.

“하나만 묻자. 우리와 함께할 생각은 없느냐? 너라면 우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을 터.”

천신우가 조소했다.

“우리 같은 소리. 설마 그놈들이 너를 진정 받아줬으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객은 객일 뿐이야.”

명부객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천신우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명부객이 혼신을 다해 몸을 날렸다.

“나 혼자 가진 않을 것이다!”

천신우와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물론 명부객의 희망 사항일 뿐.

달려드는 명부객을 향해 천신우의 자운검이 휘둘러졌다.

촤아악!

잘려나간 명부객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쿠웨웩!

핏물을 내뱉는 명부객을 발로 차서 넘어뜨린 천신우가 자운검을 그대로 심장에 내리꽂았다.

푸우욱!

그걸로 끝이었다.

명부객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자운검이 기분 좋게 울었다.

“그래. 나도 기쁘다.”

감회가 남다른 천신우였다.

비록 말단이라고는 하나 칠객의 일인인 명부객을 직접 해치운 것이다.

물론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명부객의 죽음을 확인한 천신우가 이내 벽에 뚫린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일행에게 합류할 시간이었다.

* * *

구왕 가운데 서열 6위인 미소왕은 눈앞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놈들에게 구왕도 전체가 궤멸당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기에.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죽음을 직감한 미소왕이 몸을 돌렸다.

“젠장!”

권왕의 주먹에 머리가 박살 난 야수왕의 시체를 뛰어넘어 미소왕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통로를 질주하던 미소왕이 멈췄다.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었다.

강렬한 기운에 미소왕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명부객?”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천신우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아까 봤을 때보다 천신우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훨씬 강렬했다.

조금 전까지 싸우던 고진성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거기까지 생각한 미소왕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그놈은…….’

그 순간!

푸우우욱!

미소왕의 배를 뚫고 칼날이 튀어나왔다.

“하아아압!”

미소왕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뒤에서 급습한 상대의 얼굴을 후려쳤다.

꽈앙!

광대뼈가 내려앉을 정도의 충격.

그러나 당사자인 고진성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부상당한 몸으로도 미소왕을 집요하게 따라온 그였다.

복수의 순간만을 앞둔 지금, 고진성의 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끓어오르는 복수심이었다.

“죽어!”

등에서 검을 뽑은 고진성이 원수의 몸을 마구 내리찍었다.

파바바박!

미친 듯이 원수의 몸을 난도질하던 고진성이 검을 떨어뜨렸다.

팔에 힘이 풀린 것이다.

그러나 고진성은 멈추지 않았다.

악에 받쳐 주먹으로, 머리로 원수의 얼굴을 들이박았다.

천신우는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마침내 기력이 다한 고진성이 바닥에 쓰러졌다.

숨을 헐떡이며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고진성의 눈가로 뜨거운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뒤늦게 달려오는 채은수와 장윤호를 향해 천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고진성이 오랫동안 간절히 꿈꿔왔을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진성과 거리를 두고 벽에 기대 숨을 고르는 천신우.

하지만 휴식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풍뢰권의 목소리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네놈.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냐?

오직 최고 수준의 고수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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