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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32화 (3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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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환생 032화

가주 천무흔은 눈을 의심했다.

천신우가 개과천선했을 때보다 지금 느끼는 충격이 훨씬 컸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신우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었기에.

먼저 키가 커졌다.

원래는 천무흔보다 작았던 천신우다.

하지만 지금은 천무흔이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게다가 벌어진 어깨와 한층 단단해진 근육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가장 놀라운 변화는 따로 있었다.

“허어…… 하마터면 다른 사람과 착각할 뻔했구나.”

천신우의 얼굴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턱선과 콧대가 살아났으며 피부의 잡티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누가 봐도 미남이라 생각할 만한 외모.

천무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연을 얻은 것이냐.”

극히 드물지만 내공을 쌓는 과정에서 신체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하게 대답한 천신우였지만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청빙환과 신단수 뿌리를 함께 복용한 결과.

전생에서도 밝혀졌듯이 청빙환과 신단수 조합의 효과는 단지 내공증진에 그치지 않았다.

‘신단수 뿌리가 합쳐진 청빙환은 신체에도 변화를 가져오지. 물론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지만.’

미소 짓는 천신우를 바라보던 천무흔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나 따라주는 법이지. 그건 그렇고 절명곡에서 있었던 일은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다. 정말 장한 일을 했더구나. 덕분에 천씨세가에 대한 무림의 평가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천신우를 바라보는 천무흔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묻어났다.

아내가 살아서 이런 아들의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몇몇 문파에서 공식적으로 혼담을 제안해 왔다. 유가장은 이번 일을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서신을 보내왔고.”

“다른 문파도 마찬가지지만 유가장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유가장은 무력만 놓고 봐도 오대세가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세력을 갖춘 문파.

하지만 유가장의 진정한 힘은 인맥에 있다.

유가장에서 치료를 받은 무인들 가운데 실력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 그들은 유가장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힘을 빌려줄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천신우는 유가장과 관련해 생각해둔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고 유가장을 방문할 기회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천무흔의 머릿속에 유가장 여식들이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버지로서 자식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의미심장한 얼굴로 대답하는 천무흔이었다.

“힘써보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가 세가를 떠나 있는 동안 건의한 계획들을 준비시켰다. 자세한 이야기는 총관이 해줄 게다.”

천신우가 눈을 빛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곡물 매입. 세력 확장.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그리고 말이다.”

천무흔의 눈빛이 바뀌었다.

가주도 아버지도 아닌 무인의 눈빛으로.

“네가 신혁이를 통해 전한 쪽지를 읽어보았다. 어디서 그런 깨달음을 얻었느냐?”

천신우는 숨기지 않았다.

“장로원에 기록이 남겨져 있더군요.”

“장로원이라면 전대 장로들이 남긴……?”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죽은 대장로 천패극보다도 이전 세대의 장로들이 남긴 기록.

“그거라면 나도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소득은 거의 없었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천신우의 무공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생긴 차이였다.

전생의 학사 시절에도 이론만큼은 빠삭했던 천신우다.

단지 이론을 실현시킬 육체적 재능이 부족했을 뿐.

“덕분에 막혀 있던 무공에 조금이나마 진척이 있었다.”

비로소 천무흔의 본심을 알아차린 천신우였다.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끌러놓은 천신우의 검을 힐긋 쳐다보는 천무흔이다.

“어디 한번 확인해 보겠느냐?”

천신우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것도 좋겠지요.”

비무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검을 겨룸으로써 천무흔의 성취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천신우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문 앞에서 대기하던 시비 난정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공자님? 정말 공자님이신가요?”

그녀 또한 천신우의 바뀐 모습을 지금 처음 보았던 것.

“호들갑은. 괜찮아?”

천신우는 난정을 직접 일으켜 세워주었다.

“조심해.”

천무흔과 함께 연무장으로 걸어가는 천신우.

뒤따르는 난정의 귀밑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 * *

이른 아침부터 연무장에 나와 수련하던 무인들이 천무흔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방해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잠시 쉬려던 참이었습니다.”

과연 무인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천무흔이 천신우를 돌아보며 웃었다.

“어떠냐. 네가 만든 변화가.”

장로원을 타파하고 세가를 개혁하면서 무인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벽부터 연무장에 나와 수련하는 무인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밤에 잠을 아껴가며 연무장을 달리는 무인들도 많았다.

분명 주목할 만한 흐름.

그럼에도 천신우는 아직 만족한 얼굴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천씨세가는 앞으로 훨씬 강해질 겁니다. 물론 그러려면 무공을 가르칠 교관들을 한시라도 빨리 초빙해야겠지요.”

아무래도 고강도 개혁을 거치면서 일시적으로 천씨세가 내부의 고수들 숫자가 줄어든 상황.

교관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인재 충원이 시급했다.

“생각해둔 사람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권왕의 스승을 맡을 풍뢰권만이 아니다.

무림맹 교관으로 재직하다 낙향한 고수를 비롯해, 수많은 후보들을 물망에 올려둔 천신우였다.

하나같이 천씨세가 무인들의 실력을 일취월장시켜줄 실력자들이었다.

“하하. 놀라움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고. 지금은 비무에 집중하자꾸나.”

천무흔이 검을 들어 올렸다.

천신우가 세가를 떠나 있는 동안 깨달음이 있었는지 그의 눈빛은 한층 깊어진 상태였다.

“오랜만이구나. 마지막으로 너와 검을 맞댄 것이 언제였는지.”

천신우가 엇나가기 시작하면서 비무는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았던 천무흔이다.

오늘 이렇게 서로 검을 마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는 종종 이런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구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천신우가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던 그때.

“아버님! 형님!”

연무장으로 헐레벌떡 달려온 것은 천신우의 동생 천신혁이었다.

“설마 비무하시는 겁니까?”

천무흔과 천신우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렇다.”

“그래.”

천신혁이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저도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흔쾌히 허락하는 천신우였다.

지금의 비무가 천신혁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준비됐습니다.”

천신우는 자운검 대신 평범한 철검을 들었다.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진검승부가 아닌 만큼 자운검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꿀꺽.

가주의 허락을 받고 관전하던 무인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천신우의 활약상을 소문으로 들었던 그들이다.

천신우가 천무흔과의 비무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에 부푼 얼굴이었다.

물론 이미 천무흔에겐 주위의 반응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집중하며 천천히 옆으로 돌기 시작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공을 양보할 필요는 없겠지.”

이미 천신우의 실력이 자신을 뛰어넘었음을 아는 천무흔이었다.

천신우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천무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자.”

솨아악!

천무흔의 검이 곧장 천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헉!”

지켜보던 무인들뿐만 아니라 천신혁도 헛바람을 삼켰다.

전력을 다한 천무흔의 검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천신우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천무흔의 검이 바람을 가르는 순간.

드디어 천신우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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