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건곤일척
건곤일척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한판 승부 하늘과 땅을 걸고, 모든 운을 하늘에 맡기고 한번 던져 본다는 말로 이 말의 유래는 한유가 옛날 항우와 유방이 싸우던 홍구라는 곳을 지나다 초, 한의 질기고 질긴 전쟁을 떠올리며 말했다고 전해진다.
십도!
북방의 계림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경관이 자리 한곳이다. 북경에서 삼십 리 길 떨어져 있는 외곽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봉우리 하며 화려한 산세까지 찾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십도란 강을 하나 건널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나온다는 말로 강을 하나 건널 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경관이 '과연' 이라고 감탄하게 만든다.
허허벌판인 북경과 달리 이곳은 그야말로 별천지 같은 곳이다. 강이 워낙에 많아서 십도를 보려면 뗏목을 백 번은 넘게 타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오늘도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뗏목을 타고 유유자적 강을 건너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꼬락서니와는 어울리지 않게 제법 그럴듯한 노랫가락 한 소절을 흥얼거리니 흘러가는 강물 위로 두둥실 떠가는 뭉게구름과 한데 어우러져 절로 흥이 나게 만들었다
쓴 조롱박은 뿌리까지 쓰고 다디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지 삼계라.... 집착할 것 없는 이 천지 안에 나는 무슨 이유로 이 강을 떠다니는가?
송현이 열심히 노를 젓는 뗏목 위에 누워서 호리병의 술을 축내는데 여념이 없는 안후명의 노랫가락은 거지들 사이에는 아주 유명한 민담 설화 속의 이야기이다.
오대산 영축산에는 해마다 중생을 위한 법회가 열리는 데 어느 날 거지 여인이 여럿의 자식을 데려와 염치없이 구걸을 하니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주지스님이 여인을 나무라자 그 여인이 주지스님을 향해 외친 말을 안후명이 제식으로 바꿔서 노랫가락으로 만든 것이다.
전설에는 그 여인이 바로 문수보살이었고 이내 현신하여 만백성의 평등을 일깨워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하하하, 이보게 후명이 그 이야기가 어째서 자네의 처지와 비교를 할 수 있는가? 그건 적절하지 못한 듯싶은데?”
옛 고사를 잘 알고 있는 송현이 비유가 옳지 않다고 지적하자 안후명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무렴 어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유로운 영혼일 뿐 일세. 크흐, 오늘따라 술맛이 왜 이리 좋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안후명은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강호라는 속성상 그 안에서 생활하는 무림인은 항상 긴장해야만 한다 밥 먹을 때나 심지어 잠을 잘 때도 한쪽 눈은 뜨고 있어야 한다는 농을 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곳이 강호였다. 그런 안후명에게 지금과 같은 여유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던 안후명은 갑자기 그늘지는 것이 느껴지자 눈을 떴다.
"응?”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소녀가 자신을 보고 씨익 웃고 있었다. 다름 아닌 당소혜였다. 여러 가지로 당소혜에게 약점을 잡힌 터라 안후명은 헛기침을 하며 몸을 모로 돌렸다.
"사지가 멀정하면 뭐라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고 그러던데 거지 삼촌은 왜 일해서 먹고살 생각을 안 해?"
등을 돌리고 있는 안후명의 귀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소혜는 팔짱을 낀 채 왼발로 바닥을 차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옛날에 삼촌 같은 사람이 있으면 할머니가 몽둥이로 두들겨 패면서 나보고 그랬는데 사람 구실 못하는 것들은 이렇게 해 주면 된다고."
벌떡!
뗏목이 출렁거릴 정도로 황급히 일어난 안후명은 이곳 이 도망칠 곳이 없는 좁은 뗏목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이내 특유의 넉살이 흘러나왔다.
"아하하하, 소혜야! 이 삼촌은 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거지 구실을 착실하게 하는 거란다."
진땀을 흘리며 어린아이에게 애써 변명하는 안후명의 모습을 개방도들이 보았다면 개탄할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안후명은 아직 방주인 구걸신개 철밥통에 비해 공부가 한참이나 부족하다. 워낙에 방랑벽이 심한 철밥통인지라 후진 양성에 좀 미흡했던 것이다.
금나수 하나 진득하게 가르치나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매사 건성이었다. 그래도 전수받은 금나수가 제법 쓸 만 하여 강호에서 이름값은 하고 다녔지만 송현 부녀 앞에서 는 맥을 추지 못했다. 요즘처럼 방주가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아, 그렇구나! 삼촌은 거지였지."
다행이도 당소혜가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가 싶어 안후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이내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안후명의 목울대가 크게 울렸다.
"거지 구실 잘 하려면 잘 맞는 것도 연습해야지. 그렇지, 삼촌?”
“......”
거지의 구걸이라는 것이 워낙에 열악한 근무 환경인지라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이라 하기도 애매한지라 안 후명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소혜의 미소를 보는 순간 어디선가 저승사자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 고 있는 듯했다.
"자, 잠깐!"
뒷간이 급한 사람처럼 엉거주춤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안후명의 모습에 웃지 않을 재간이 없었는지 당소혜가 웃음을 터뜨렸다.
“......”
지금 필요한 것은 오로지 웃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안 후명은 어색하게나마 당소혜의 웃음에 맞장구쳐 주었다.
확실히 뛰어난 생존 본능이었다. 그것 역시 개방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하하, 그렇게 애쓸 것 없네." 노를 젓던 송현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오줌을 지릴 뻔한 안후명으로서는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간듯했다.
“그저 보통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되네.”
뜻밖에 말에 안후명이 의아한 눈으로 송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송현은 십도의 절경 사이로 텟목을 몰며 입을 열었다.
"비록 원치 않는 힘이지만 그 아이는 자네가 보았다시피 가공한 독공을 지니고 있지. 하지만 아이는 아이일 뿐 이니 자네도 그렇게 대했으면 하네. 평상시에는 절대로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니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송현의 말에 적이 안심한 안후명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강호에서 나고 자란 덕택에 쉽게 남을 믿는 일이 어려웠다. 늘 등 뒤를 조심하라고 배우며 자란 안후명에게 송현의 부탁은 참으로 들어주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녀라면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락 기대심이 있었고 또 같이 지내는 동안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그래 볼까?"
말은 그렇게 해도 당소혜가 새치름하게 째려보면 덜컥 겁부터 나는 안후명이었다. 그래도 당소혜를 괴물 바라보듯이 하거나 끔찍하게 여기지 않아서 송현은 안도했다.
자신이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송현은 안후명 이라는 위인이 차기 개방의 방주로서 손색이 없다고 여겼다.
한 집단의 우두머리, 특히나 강호에서 살아가는 무림 단체의 수장이라면 무공 실력이 출중해야 함은 틀림없지 만 그와 더불어 인성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송현의 생각 이었다. 그런 면에서 개방의 차기 방주감인 안후명은 무공 수위만 높인다면 개방의 수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구걸신개 철밥통 어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걸까? 그날 객잔에서 알쏭달쏭한 말만 하시고 사라졌는데, 무슨 뜻이었을까?‘
송현의 정인인 서희를 멀리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구걸신개의 행방이 왠지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묵묵히 노를 젓는 송현이 입을 다물자 안후명은 당소혜와 장난을 쳤다. 송현의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후명은 점차 당소혜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 가고 있었다.
물론 가끔씩 저도 모르게 당소혜의 이마에 알밤을 놓고 서는 화들짝 놀라며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과 비슷하게 티격태격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렇게 이남 일녀는 십도를 가로지르며 십여 일을 여행 했다. 안후명은 송현이 공지대사로부터 무언가 들었음을 알지만 묻지 않았고 송현 역시 그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않고 십도로 들어섰고 그렇게 깊숙이 계곡으로 들어섰다.
여정의 십삼 일째 되는 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 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꽃과 나무 대신에 험준한 기암 괴석으로 이루어진 음산한 지역이 었다.
"과연 야산파 백리협이로다!"
안후명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이한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성을 질렀다.
마치 수많은 도검들이 솟아난 듯한 기암괴석의 절벽 사 이에 난 물길로 아슬아슬하게 삣목을 저어 갔다. 태초의 세상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의 발이 탕지 않는 신비지였다.
야산파 백리협은 물이 솟아나 폭포를 이루며 협곡 틈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천기백괴한 계림이 펼쳐져 대자연의 백리화랑이라고 불리는 천혜 자연림이었다.
이름 모를 새가 구슬피 울음소리를 드리우고 날아가자 안후명이 두 팔로 몸을 감쌌다. ·이거야 원, 으스스한 게 기분 나쁘네...... 으헉!"
뭔가에 화들짝 놀란 안후명이 기겁하여 소리를 지르자 당소혜가 깡충깡충 뛰면서 재미있어 했다.
"속았지롱!"
겁을 내는 안후명의 옆구리를 당소혜가 몰래 손가락으로 찌른 것이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안후명으로서는 옆 구리에 뭔가 닿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요 녀석이!"
"꺄아!"
안후명이 손바닥에 침을 뱉은 다음 두 팔을 걷어붙이자 당소혜가 코를 막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뗏목이 육지에 닿은지라 두 사람은 뭍에 올라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을 벌였다. 이제는 두 사람의 소동에 익숙해진 터라 송현은 가볍게 웃어넘기며 뗏목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바위에 단단히 동여맸다.
"이곳이로군, 무극무해의 비극이 시작된 곳이. 공지대 사님 이제 세상에 그 마서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당신과 같은 불행을 겪는 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재로 사라진 공지대사의 마지막을 떠올린 송현은 각오를 다졌다.
이미지의 땅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무극무해가 세상에 서 사라지도록 하겠다는 스승 시타르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송현의 삶이 굴곡진 이유도 무극무해 때문이었고 목숨을 구한 것도 무극무해 때문이었다. 무극무해를 통해서 부와 힘을 얻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잘 아는 송현으로서는 자신의 숙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송현은 기압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 계곡 사이로 촘촘하게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을 노려보았다.
'누군가는 끝낼 일, 그것이 나라면 기꺼이 해 주겠어!‘
송현은 자신에게 다짐하듯 땅을 박차고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은 백리협의 험준한산을 타고 넘었다. 밑에서 보면 절경이고 아름답지만 정작 그 험지를 오른다면 입장은 전혀 달라진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채 반을 오르지 못 하고 쓰러질 정도로 험준한 길이었다.
떨어지는 폭포수보다 폭포 위에 나 있는 반 동굴의 길이 잠시 흐르는 땀을 식혀 주지만 숫자를 세는 일이 두려운 계단 길 앞에서는 절로 한숨만 나온다.
입에서 단내를 토해 내던 안후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력을 사용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내력을 두 다리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저 어린 아이도 깡충깡충 뛰어 올라가는 길을 어른 체면에 힘들어서 못 올라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런 안후명의 어깨를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좀 쉬었다 가세나!"
송현이었다. 부드러운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지만 안후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직 끄덕없어!"
큰소리치는 안후명의 어깨를 강제로 잡아끈 송현은 자신도 털썩 주저앉아서 두 다리를 주물렀다.
"괜히 그럴 필요 없네. 저 아이에게는 나도 못 당해!"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저러는가 싶었는데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 안후명은 단내를 토해 내며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호리병의 마개를 빼내어 독주를 들이켠 안후명은 그제야 살겠는지 길게 숨을 토해 냈다.
"전설의 용이 산다는 백리협의 소문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어. 내이리도 험한 산세는 처음이네."
입가에 묻은 술의 흔적을 손등으로 훔치는 안후명을 보며 송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험하다, 아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거대한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송현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번에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네, 지금이 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산하게!"
송현이 진심으로 안후명의 안위를 걱정해 주자 오히려 그가 얼굴색이 변하여 노발대발하였다.
"강호행이면 필유아사라고 했네, 이래 보여도 나 안후명은 강호에 적을 둔 처지 그깟 목숨 무에 그리 대순가, 그보다는 나는 이 일의 전모를 알아야 겠네. 그렇지 않으면 궁금해서 미쳐 버릴 거야."
의욕을 불태우는 안후명을 보며 송현은 마음 한편이 불안해졌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안후명도 무극무해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무공에 대한 욕심은 무림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 과욕이 살인을 부르고 심지어 혈육마저 해하게 만드는 괴물이 된다. 과연 안후명과 여정을 함께 한 것이 잘한 짓인지 송현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안후명의 말대로 여기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송현은 백리 협의 정상을 가늠해 보더니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자, 가지! 자네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저기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니까 말이야."
송현이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자 안후명도 금세 표정이 밝아져 송현의 손을 힘껏 잡았다. 기운을 차린 두 사람에 게 계단에 혼자 놀던 당소혜가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연경.
해가 질 무렵이라 황포령을 중심으로 등이 불을 밝힐 무렵, 고급스러운 가죽 안장에 공작 깃털을 꽂고 갖은 보석으로 치장한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어둠이 찾아오는 거리를 지나가는데 삼십여 명의 병사들이 그 뒤를 소리 없이 따랐다.
밤이 찾아을 무렵이라 인적이 드물어 말발굽 소리만 길에 울렸다. 그 뒤로 태평차와 가마, 수레가 따랐다. 그 가마에는 얼핏 보기에도 예쁜 궁녀 셋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궁녀는 면사로 얼굴을 가린 채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새들이 지지배배 하듯 조잘거리는 그녀들의 대화 내용으로 보아 궁녀들이 아니었다.
궁에 들어갈 목적으로 누군가 궁녀의 복장을 입힌 것이다. 그녀들은 왜 궁으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황궁을 구경한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덜컹거림이 심해지자 그녀들도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더 이상 수다를 떨 수 없었다.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요철 지대였다. 덕분에 여인들의 수다는 잦아들었고 뒤를 따르던 구부정한 허리의 청년이 귀에서 솜을 빼내었다.
"허참, 고년들 지들이 어떻게 될 운명인지도 모르고 철딱서니도 없기는 에잉!"
분명히 사내인데 목소리는 여린 요상한 음성을 낸 사내는 일행이 두갈래로 갈리자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귀족으로 보였던 남자의 일행은 오른쪽으로 여인들을 태운 수레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런 현판도 없는 문에 도착하자 사내는 익숙하게 소매에서 패를 꺼내어 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내밀었다.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열린 육중한문으로 수레가들어가자 병사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출입 흔적을 지웠다.
그제야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여인들은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여러 차례 방향을 튼 수레가 도착한 곳에는 길게 손톱을 손질한 환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냐?"
수레를 책임진 사내가 급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하옵니다, 공공!"
나이 든 환관은 긴 손톱으로 여인들의 턱을 치켜들었다. 한 명, 한 명 얼굴을 확인할 때마다 환관은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쯧, 쯧!"
여인들의 미모가 영 마뜩잖은지 노환관은 혀를 찼고 사내는 자신의 잘못인 양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인에 이르자 혀로 입술을 핥았다. 여인의 몸에서 풍기는 야릇한 향내를 맡았는지 환관의 눈에는 기대 어린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오호라!"
탄성이 절로 나온 환관은 두 손을 마주 잡고 크게 기뻐했다. 도자기를 보듯 이리저리 둘러본 환관은 그 긴 손톱으로 여인의 가슴 설을 풀어 보기까지 했다.
"이거야말로 월궁항아가 따로 없구나! 입술은 앵두처럼 붉고 속살은 눈처럼 희고 고우니 그야말로 절색이로다. "
“딱.”
환관이 손가락을 튀기니 뒤에 시립해 있던 궁녀들이 다 가왔다.
"제대로 치장하여 준비시키도록 하거라!"
매우 흡족한 환관은 사내에게 주머니를 던져 주었다. 제법 소리가 큰 걸로 보아 환관이 크게 만족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돈에는 관심이 없는지 손바닥을 비비며 굽실거렸다. 이에 노환관의 눈이 치켜떠졌다.
"공공, 지난번에 부탁드렸던 일은......“
노환관은 멸시를 가득 담은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일단 한 번 쫓겨난 환관이 다시 궁으로 들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쯧쯧쯧, 버러지 같은 놈!"
마치 더러운 것을 보기라도 한 듯이 환관은 사내에게 침을 뱉은 뒤 사라졌다. 치욕을 당한 사내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사내는 궁에서 내쳐진 처지인 듯싶었다. 그래서 다시 환궁하기 위해 노환관에게 왜나 애를 쓴 듯싶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이 빌어먹을 놈, 결국 네놈에게 간, 쓸개 내어 준 나만 멍청했구나! 오냐 이놈아 내가 호락호락 당할 듯싶으냐.'
사내는 면사 여인을 슬쩍 보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여인도 궁녀들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흥! 내일이면 네놈의 모가지가 광장에 내걸린 걸 보겠구나!'
사내는 뭐가 그리 기쁜지 서둘러 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그 돈을 가지고 유곽을 찾아서 변태적인 행위로 며칠을 보냈을 터인데 이상하게도 사내는 말을 타고 급히 연경을 빠져나갔다.
궁녀들은 여인을 데리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황족의 잠자리 상대로 데려온 것이다. 그중 나이 많은 궁녀가 여인 에게 짐짓 사납게 굴었다.
"똑바로 듣거라, 네년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팔자 필 수도 있고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몸가짐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려던 궁녀는 갑자기 여 인이 미소를 짓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울며불며 난리를 치는 것이 보통인데 당돌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히 이것이 어디서 그 따위 천박한 교태를 부리는 게냐?”
궁녀가 참지 못하고 뺨을 치려다 손을 멈추었다.
"제 얼굴에 흠집이라도 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합니까?”
허공에 든 손을 부들부들 떠는 궁녀는 나이 어린 궁녀 들 앞에서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이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말대로 손찌검을 했다가는 자신이 치도곤을 당할 터이니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익, 이년을 깨끗이 씻겨서 침실에 들여라!"
궁녀는 성질을 낸 후에 황급히 욕탕을 빠져나갔다. 궁녀들은 여인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노궁녀가 얼마나 신임을 잃고 지내는지 알만했다. 그러나 여인은 그런 궁녀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너희들에게 나쁜 감정은 없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궁녀들이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여인은 천으로 입을 가린 후 햐얀 가루를 허공에 뿌렸다.
털썩!
궁녀들은 비명 한마디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궁녀들이 기절한 것을 확인한 여인은 서둘러 욕탕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소매 속에서 종이를 꺼내어 이리저리 복잡한 궁내를 빠져나갔다.
"멈춰라!"
그때 느닷없이 튀어나온 금의위 위사들의 무서운 기세에 여인은 고개를 숙였다.
“이 시각에 이곳에 무슨 일이지?”
의심의 눈초리로 궁녀의 위아래를 살피는 궁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대인의 침소를 찾아가는 길이옵니다. 한 지 얼마 안 되어 헤매는 중이었습니다."
금의위 위사들은 궁녀를 의심하면서도 그녀를 데리고 채원관으로 향했다 고위 관리들이 퇴청을 하지 못했을 때 기거하는 숙소였다. 채원관을 지키는 환관들과 합께 가장 큰 별관에 다다른 금의일 위사들은 당직 환관이고 하는 동안 궁녀의 뒤에 섰다.
똑! 똑!
안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멈추고 헛기침 소리가 들려 왔다. 조용히 쉬는 시간을 방해 받은 것이 불편한 듯 보였다.
"누구냐 이 시간에?”
과묵한 목소리가 화를 내는 검을 향했다.
“궁녀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안에서는 더욱 짜증 나는 음성이 귀찮다는 투로 대답했다.
"누가 보냈다고 하더냐?“
당직 환관이 궁녀를 돌아보았고 금의위 위사들은 눈매를 가늘게 뜨며 살기를 드러냈다.
“소주 현감에게서 답신이 왔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
잠시 안에서 침묵이 흘러나왔고 금의위 위사들이 표정이 사나워졌다. 당직 환관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섰다. 금의위 위사들의 표정이 보통 사나운 것이 아니 었다.
"이 요망한 계집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금의위 위사의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려는 순간 안에 서 외침이 있었다.
"잠깐! 내가 잠시 잊었구나. 그 아이를 들여보내라!"
순간, 당직 환관은 안도의 한숨을 금의위 위사는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직 환관은 말썽이 일어나지 않아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아서 안도했고 금의위 위사는 좋은 공을 세울 기회를 날린 셈이니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마지못해 궁녀를 놓아주고 돌아서는 금의위 위사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당직 환관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사람들이 물러가자 궁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관복을 정제한 채 책을 읽고 있는 중년 사내에게는 위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는 궁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소주에는 현감이 없다. 그러나 소주로 내 뜻을 보낸 적은 있지."
흔들림 없는 사내의 풍모에 궁녀는 크게 탄복했다.
'과연 일세에 남을 효웅이로구나! 왕조를 전복시킬 만한 위인이다. 섣불리 대하다가는 큰일 나겠어.'
궁녀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궁녀 무림맹의 총군사 사공혜미라고 하옵니다.
어느 날 황급히 무림맹을 떠났던 사공혜미가 왜 연경의 황궁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책장을 넘기던 사내의 손이 멈췄다.
"흠, 내 뜻이 잘못 전달되었나 보구나.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 야밤에 나를 찾은 것을 보니."
사공혜미는 대답 대신에 품에서 목갑을 꺼내어 다가왔다.
스르릉!
순간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와 사공혜미의 목에 얼음보다 더 차가운 검날을 대었다. 동창의 고수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그녀의 손에서 목합을 건네받았다. 그는 목합을 자세히 살핀 후 사내에게 건넸다.
"이것이 무엇이냐?"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는 사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사공혜미가 고개를 들어 바로 보았다.
"오광효 대인에서 저희 무림맹으로 보낸 서신입니다."
자신이 보냈다는 말에 오광효는 물끄러미 목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열어 보았다. 잘 접혀 있는 서신을 펼친 오광효의 손이 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놀람이었고 그것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기삼이라는 아이를 보냈다. 그 아이가 맞느냐?”
오광효의 음성은 착 가라앉아서 방 안의 분위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공혜미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한기를 느끼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무림맹을 찾아온 것은...... 노도태감이었습니다."
와락!
오광효 손아귀에서 서신이 무참히 구겨졌다. 얼마나 분을 참고 있는지 그의 숨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아슬 아슬했다.
그의 호위를 맡고 있는 동창의 고수들도 그런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당황스러웠다.
"이..... 이것들이 감히!"
탁자를 내리치는 바람에 등불이 넘어지면서 방 안은 어둠에 횝싸였다. 동창의 고수가 다시 불을 밝힐 때까지 방 안은 숨막힐 듯한 긴장감이 팽배했다.
화악!
조그만 불꽃이 피어오르자 어둠은 물러가고 겨우 숨통을 트여 주었다.
"진정 노도태감이더냐?“
다소 진정한 듯 오광효의 음성은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뒤였다. 사공혜미는 잠시 주저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노도태감이 아닐 수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소 엉뚱한 대답에 동창의 고수들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오광효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무릎을 치며 웃음을 흘리던 오광쵸는 틱 밑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했다. 찻물이 식을 무렵 오광효가 입을 열었다.
"지금 연경에 동원 가능한 병력이 얼마나 되지?“
군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동창의 고수는 긴장하여 허리를 굽혔다.
“이명운장군 휘하에 이만여 정병이 황포령 열하근처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동창의 고수는 신중하게 보고를 했고 오광효는 탁자 위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뭔가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사공혜미는 오로지 그의 처분만 기다린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한결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강호를...... 강호를 살리고 싶습니다."
사공혜미의 말에 오광효는 눈을 크게 떴다.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오광효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뭐라고 강호를 살리고 죽이고 하겠느냐?”
짐짓 오광효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사공혜미가 재차 청했다.
"무림맹을 찾아온 자가 오 대인의 수하인지 아니면 오 대인의 정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해 준 이야기가 모두 거짓일 수도 있고 모두 사실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 대인께서 곤란해진 것과 중원 무림이 위기에 처한 것, 이 두 가지는 명백한 사실이 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잠시 사이를 둔 사공혜미는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고 마음을 곱씹는 듯 보였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오광효를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 냈다.
"하지만 소녀가 걱정하는 것은...... 오 대인의 마음속에 이번 기회에 강호의 무림인들을 없애려는 복안이 깔려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황궁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미천한 소녀가 알지는 못하지만 오 대인께서 잘못 맺은 강호의 인연은 강호의 사람들이 해결하도록 해 주시고 이를 강호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발언에도 오광효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두 무릎에 손을 기대고 사공혜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오광효가 흥미를 보이자 사공혜미는 마른 입술을 적시고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지금 오 대인께서 병력을 동원하고 불순한 세력과 중원 무림을 토벌하실 생각이라는 걸 압니다. 허나 이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중원 무림은 그 나름대로의 규칙과 질서를 가진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예로부터 조정과 강호는 불가근불가원의 규칙을 지켜 왔습니다."
사공혜미의 음성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오광효는 사공 혜미의 강단에 진정 탄복하고 있었다.
“네가 사내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정도로구나. 무림맹에 천기를 읽는 아이가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좋다! 대신 조건이 있음이야."
오광효가 눈빛을 번뜩이며 사공혜미에게 제안을 해 왔다. 사공혜미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이 조정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민심을 모으기 위해 적당한 신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전에 무당의 영호인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조정은 앞으로 무당을 성지로 만들 예정이다. 즉, 황상을 신적인 존재로 만들려 함이지, 이에 중원 무림이 적극 협조하도록 약조할 수 있겠느냐?”
이 일은 잘못하면 무당이 비대해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기에 사공혜미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무림맹의 존재를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겁 없이 거래를 하려는 사공혜미의 용기에 오광효는 재미있어 했다.
"거참, 당돌하기는 사내 뺨을 치는구나! 무림맹이 조정과 공식적인 대화 창구라는 걸 인정해 주지 허나, 이번 일을 확실히 처리 못한다면 중원에서 일반 백성들이 검을 들고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구대문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터이고."
오광효의 협박이 거짓이 아님을 알기에 사공혜미는 몸 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의 겁먹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광효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곤 품속에서 작은 책자 한 권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노도 태감인지 기삼인지 그 가짜 녀석이 숨긴 진짜 증거다. 이 책자 속에 놈들의 정체가 숨걱져 일으니 찾아보도록 해라!"
툭!
바닥에 떨어진 표지 없는 책자를 소중히 갈무리한 사공 혜미를 보던 오광효는 다시 몸을 책상에 바로 하고 동창의 고수에게 명을 내렸다.
"이 아이를 궁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살펴 주거라!"
동창의 고수는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사공혜미를 데리고 숙소를 빠져나갔다. 그사이 오광효는 지필묵으로 서신을 작성하고 있었다.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오광효는 자신의 직인을 찍은 후 서신을 밀봉하여 홀로 남은 동창의 고수에게 건넸다.
"이명운 장군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할 것이야."
흠칫!
잠시 주춤거린 동창의 고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렇다면 계집과의 약속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진 수하의 물음에 오광효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똑똑하기는 하더구나. 그러나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오, 그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고 했으니 만일의 일에 대비해야지. 저 계집이 실패하면 모두 쓸어버리는 수 밖에!"
오광효의 눈빛이 무시무시하게 빛났다. 그 살기 어린 눈빛은 그 어느 고수 못지않게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