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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불무불이 (40/43)

 제7장 불무불이

  불무불이- 불심과 무공은 다르지 않다. 무공이 불법을 깨우치지 위한 위한 방편이지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컫는 말 

  일반적으로 무당파의 검술과 함에 병기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소림 곤법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래도 소림무공하면 누구나 소림 권법을 떠올린다.

  소림 권법은 태극권과 같은 내가권과 달리 외가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림 권법은 상대를 직접 가격하는 타격 위주의 무공으로 외적인 단련에 치중 하는 반면 내가권은 내적인 기의 수련을 더 중요시한다.

  흔히들 내가권이 더 우수하다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 소림 권법은 기법상 이유로 빈틈이 많이 노출되는 반면 내가권법은 그 빈틈을 노리고 들어가 상대를 제압하므로 더 낫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외가권법이 나 내가권법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소림 권법에 대한 강호인들의 반발심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소림 권법에 대한 오해 역시 다른 여타 정파 무림인들이 내가권법을 강조하여 소림 권법에 대한자격지심에서 벗어나려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소림이 정말로 다른 무림인들의 주장처럼 불완전한 무공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 태산북두라는 명성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소림 권법 역시 내적으로 강유의 기법이 함께 들 어 있다. 어느 것 하나만 가지고는 완벽한 무공이라고 할 수 없다. 즉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러운면서도 강한, 양자가 적절히 조화돼야 제대로 된 무공이요, 그러한 무공을 수련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에는 능안대사 그리고 현재는 공지대 사라고 불리는 이야말로 소림무공의 정수였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파공성과 함께 몰아치는 소림 나한수는 송현의 주변 공간을 파괴하고 있었다.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음에도 그의 권과 장이 스치는 근처에서는 강한 충격파가 밀려왔다.

  팡! 파팡! 

  타격되는 지점이 허공임에도 그의 권격에 송현의 장삼이 폭풍 속에 서 있는 것처럼 휘날렸다. 누가 소림 권법이 외가권이라서 내가권법에 뒤진다고 하겠는가? 송현은 귓가가 '웅웅'거리는 소리 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풍보를 시전하여 그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송현 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는 공지대 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다시 격돌한 두 사람의 권과 장이 집요하게 상대의 빈틈을 노렸고 잠시라도 거리가 생기면 어김없이 각이 휘둘러졌다.

  소림 나한수와 무당 태극권의 격돌은 그야말로 경천동지 할 광경이었다. 

  머리는 파도같이 손은 유성처럼 몸은 버드나무같이 다리는 취한 사람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능력을 표출하라. 강한 듯 하나 강하지 않고 허는 실인 듯하라. 오랫동안 단련하면 자연스럽게 변하여 궁극에 다다르면 신묘함을 이룬다.  

  공지대사의 입에서 나한권결이 흘러나왔다. 권결처럼 공지대사의 움직임은 신묘막측했다. 

 권이 다가오나 싶으면 어느새 장으로 변해 있었고 그 뒤를 강맹한 내력이 실린 각이 태산이라도 부술 듯이 짓 쳐들어왔다.

  이에 반해 내가권법의 정수라고 할수 있는 무당의 태극권을 사용하는 송현은 들고 나는 것이 부드럽고 그 흐름이 끊어질듯 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시종일관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마치 거대한 산사태를 거대한 호수가 조용히 받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정통 외가권과 내가권의 대결은 용호상박이 었다.

  공지대사가 왼손으로 송현의 머리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턱이 비트는 고해회두의 수법을 펼치면 송현은 그의 오른 손목 안쪽에 대고 동시에 왼손으로 공지대 사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아채는 수휘비파의 초식으로 응수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은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끝나 지 않을 듯 보였다.

  한편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던 안후명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살아생전에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이건 마치 달마 대사와 장삼봉 진인이 강림하여 ·대결을 펼치는 것 같구나!"

 입가에 침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안후명은 두 사람의 공방에 정신을 빼앗겼다.

  무림인이라면 이런 광경을 놓치고 싶은 사람은 그 누구 도 없을 것이다. 평생 다시 오지 못할 구경거리에 안후명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톡!톡!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는 느낌에 안후명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바지춤을 잡아당긴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어린 당소혜였다.

  "거지 삼촌?"

 한쪽 눈을 찡그린 것이 참으로 귀엽다.

  "왜 그러니?”

 안후명이 미소를 지어 주자 당소혜는 그가 한심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머리를 숙이는게 좋을 텐데요."  

  "아니 왜.... 으헉!" 

  쐐애액!

  독액을 머금은 촉수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며 안후명의 머리를 노리고 짓쳐들었다.

  전광석화! 그야말로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안후명은 바닥을 굴렀다.

  퍼억!

 촉수가 허탕을 치고 맨땅을 헤집고 돌아가자 안후명은 오줌을 지릴 뻔했다. 시체보다 더 하얗게 질린 안후명을 보며 당소혜가 혀를 찼다.

  "거지 삼촌!"

 당소혜의 부름에 안후명은 넋이 나가 대답했다.

  "으...... 으응?“

  어찌나 놀랬는지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 안후명에게 당소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내 옆에 가만히 붙어 있어요." 

어린 소녀에게 핀잔을 들은 안후명은 체면 불구하고 당소혜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크르륵!

 괴수들의 촉수가 당소혜를 노렸다가 독정이 만들어 낸 독무에 애꿎은 촉수들만 잃고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너만 믿는다."

  기어 들어가는 안후명의 애절한 목소리에 당소혜는 걱정 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기 개방의 방주가 될 안후 명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당소혜의 그늘이 유일한 살길이었다.

  그사이 공지대사와 송현의 결전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지리한 공방에 먼저 지친 것은 공지대사였다.

  휘릭!

 승포를 휘날리며 느닷없이 거리를 벌인 공지대사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위화감이 들게 만들었다.

  "과연, 천재 학사 나리는 달라도 많이 다르구나. 사실 말이야 소림무공이든 무당이든 구대문파가 어쩌고 다 쓸데 없는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나?”

  기이 잉! 

 갑자기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걸 눈치 챈 송현은 전신 세맥에 숨어 있는 무극무해의 내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공지대사의 몸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드득! 그그극! 

  마치 뼈가 분해되고 다시 재배열되는 듯 살들이 진흙 반죽을 빚듯이 요동쳤다.

  "이 힘을 얻게 되었을 때 초식이니 투로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지. 마치 모든 무학이 무극무해에서 나온 듯 느껴졌어. 내가 그동안 동경하고 숭배해 오던 중원의 무학이 하잘 것 없이 느껴졌다는 뜻이네, 후으읍!"

  공지대사...... 아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존재로 변해 버린 그가 심호흡을 깊이 들어마시자 주변의 모든 공기가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호흡과 동시에 그의 신장이 더 커졌다. 갑자기 송현의 주변이 먹구름이 낀 듯이 어두워졌다.

  "어떤가?”

  민담 봉신연의의 속에 나오는 신마가 강림한 듯한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 공지대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했다.

  음성마저 기괴하게 변한 덕에 그가 입을 벌릴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혹시 신이라도 된 기분인가요?"

 기다렸던 아니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는지 공지대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 웃음만큼은 순수할 정도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공지대사는 곧 웃음을 멈추고 송현을 내려 보았다.

  "다른 누구에게도 아닌 그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이자 기쁘군. 하지만 틀린 부분이 있으니 고쳐 주지, 신이 된 기분이 아니라 내가 곧 신이네."

 공지대사는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었다.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신하여 빚어진 현상이었다. 천상천아 유아독존 격이 되어 버린 공지대사에게 더 이상 대화로 설득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송현은 이내 슬픈 눈이 되었다.

  "인간은 인간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인간이 인간답지 않을 때 그건 불행이고 슬픔이며 추악한 욕망일 뿐 입니다."

  낮지만 또렷한 송현의 음성이 공지대사에게 전달되자 무섭게 변한 공지대사의 눈썹이 역팔자를 그렸다.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신은 금강경을 외무며 중생을 구제하던 모습이 더 보기 좋았습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송현의 탄식에 공지대사의 분노가 폭발했다.

  두 발을 구르자 지축이 흔들렸다.

  "그래도 네놈은 다를 줄 알았다. 적어도 무극무해의 맛을 본 인간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 작 한다는 말이 약해 빠진 패배자의 변명이라니 실망이로 구나!"

 더 이상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공지대사의 전신에서 사이한 기운이 점점 짙어졌다.  동질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제 적이라는 분명한 개념이 정립되었으니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었다.

  "이 위대한 힘을 공유한 존재로서 천하를 함께 도모할 친구가 될 거라 여겼던 내 생각이 짧았군. 너도 허울 좋은 정파 놈들과 하나 다를 것이 없다. 대신 고통 없이 죽여 주마! 그것이 내가 네게 베푸는 선행일 것이다."

 변질된 무극무해의 힘이 공지대사를 에워싸며 그를 불에 타는 듯 뜨거운 열기로 감쌌다. 공지대사의 발아래 뜰은 이미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힘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고 저주받은 힘으로는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한 당신 역시 불행질 수밖에요."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송현은 무당산의 비역에서 장진인이 남걱 준 태극무의 요결을 떠 올리며 음과 양의 원을 그리며 태극권의 투로를 따라서 움직였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처럼 보이는 대결이 불을 뿜었다.  송현의 몸통만 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송현은 양손으로 공지대사의 주먹을 에워싸며 회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공지대사의 권에 실린 권경이 너무나 강했다.

  퍼억! 강한 충격을 받은 송현의 신형이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중심을 잃고 날아가 사천왕 상에 충돌했다. 사천왕 상의 조각상이 부서지며 송현도 큰 충격을 받았다.

  "우욱!"

  상체를 일으키던 송현은 검은 피를 각혈로 토해 냈다.  그의 하얀 장삼에 붉은 수가 놓아졌다.

  "송현!"

 안후명이 기겁하여 벌떡 일어서자 당소혜가 안후명을 꼬집었다.

  "거지 삼촌, 어서 앉아!"

 공지대사가 무극무해의 기운을 끌어올린 다음부터 괴수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니 당소혜도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 애비가......”

  안후명이 비칠거리는 송현을 가리키며 도와야 한다고 말하려 했지만 당소혜가 매몰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빠는 지지 않아! 소혜는 그렇게 믿으니까, 거지삼촌도 아빠를 믿고 기다리는 거야!"

 어린 소녀답지 않게 당찬 기백에 안후명은 저도 모르게 질려 버렸다. 그만큼 절대적인 믿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는 뜻이겠지만 안후명이 보기에 송현은 풍전등화로 보였다.

  저도 모르게 긴장하여 마른침을 삼킨 안후명의 눈에 거대한 두 개의 주먹이 송현을 내리치려고 하는 장면이 보였다.

  "안 돼!"

 마치 자신이 당하는 듯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지른 안후 명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의아한 마음에 눈을 떴다.

  "뭐, 뭐야? 어떻게 저런 일이?”

 안후명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손만 가리켰다.

  마치 태산이 무너지는 걸 두 손으로 받쳐 든 것 같은 송 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웠다.

  공지대사의 내려치는 거대한 두 주먹을 태극요결로 막고 있었다. 점점 무릎이 구부러지는 것이 오래 버티기 힘들어 보였지만 그걸 막아 낸 것만으로도 이미 송현 역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한계치를 넘어선 존재들의 대결을 보며 안후명은 경외심을 넘어 감격하고 있었다. 그런 안후명을 보며 당소혜가 미소 지었다.

  "내가 뭐랬어, 아빠를 믿어야 한다고 했잖아."

 괴수들의 촉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녹여 버리는 소녀의 미소에 안후명은 기가 눌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뭐 이따위 인간들이 다 있어!' 

 개방에 몸을 담은 지 삼십 년이 되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던 안후명은 오늘의 일아 영원히 잊지 못 할 경험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두렵지만 이 전무 후무한 대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힘을 냈다.

  어린 소녀에게 구원받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안후명은 송현의 작은 몸이 거대한 괴수를 맞이해 반격을 시도하는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벌레란 자고로 눌러 터트려 버리는 것이 제맛...... 응?”

  공지대사는 자신의 팔이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자 의아해 했다. 그리고 아주 익숙한 기운이 발아래서 느껴 지자 당황했다.

  자신의 힘을 버티기도 힘들어 보이던 송현의 중얼거림이 들려오자 그는 더욱 힘을 썼다.  

  “태극검혜의 요결은 바로 음양을 말하는 것이니, 순리를 거스르지 말고 자연에게 내버려  두라, 이것이 태극혜검의 요결이니라." 

  정순하고 맑은 음성이 송현에게서 흘러나왔다. 공지대 사는 갑자기 두 손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맨땅을 내리쳤다. 

  "이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지?”

 공지대사가 송현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릴 때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르릉! 

  공지대사의 몸이 재빠르게 소리가 난 곳으로 돌자 그곳 에는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든 송현이 오연하게 서 있었다.

  입가에 묻은 선혈 자국이 아니라면 죽음의 문턱까지 내 몰렸던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평안해 보였다.  

  

  검 끝이 흔들리며 태극의 음양을 따라 움직였다.  

 “공지대사 육신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요. 그 껍데기에 어떤 정신이 깃드냐가 중요하지 육신은 고저 그릇일 뿐이오."

  존재감이 엷어진 송현의 기세가 변했음을 깨달은 공지 대사는 더욱 많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의 풀 들이 모두 말아 죽어 갔다.

  “당신이 그렇게 믿고 있는 무극무해의 힘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지 거스르면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되는 무서 운 힘이니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소."

 송현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본능 적으로 느낀 공지대사는 자신이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 에 분노했다.

  “닥쳐라! 그놈의 정중동이니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소리는 이제 질려 버렸다. 힘을 가졌으니 내가 부처고 내가 황제로다. 나는 무극무해를 받아들였고 너는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사라지는 건 바로 너야!"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공지대사의 거대'한 몸체가 송현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시도했다.

  스치기만 해도 곤죽이 되어 버릴 맹공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송현의 검이 공지대사의 맹공을 막아 내기 시작 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막아 내기만 할 뿐이 아니라 공 지대사의 완벽해 보이는 신체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서걱!

 베이고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송현은 바람이 되어 공지대사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자 영원히 그렇게 서 있을 것 같던 공지대사의 거구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왜 자신의 몸이 기우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다리 중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안 돼!"

 괴성을 지르며 한쪽으로 쓰러지는 공지대사가 울부짖으며 한 팔로 땅을 짚었다. 원한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는 공지대사에게 송현은 몸을 돌리고 검을 쥔 손으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무극무해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귀물이오. 그러니 내가 그 흔적을 지우려 하니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고고한 선인의 모습이 송현에게서 비쳐지자 공지대사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공지대사의 몸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그극! 

 "크웨에엑!"

  갑자기 괴수들이 발광을 하며 몸부림쳤다. 공지대사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괴수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더니 당소 혜와 안후명을 내버려 두고 공지대사에게 달려갔다.

  "크크크, 어디 이래도 얌전을 떨 수 있는지 보자!"

 공지대사에게서 사기가 폭발하는 듯한 굉장한 힘의 팽창을 느낀 송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돌아보자 당문의 비역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이 드러났다.  

  공지대사가 괴수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끝내 자신을 버리고 말다니......”

 순식간에 온몸으로 괴수들을 먹어치운 공지대사는 괴물로 변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송현에게 잘린 다리 역시 멀정해져 있었다. 변신하면서 찢어져 버린 옷까지는 되살릴 수 없는지 발가벗은 공지대 사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으로 보였다. 

  "너나 나나 무극무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것이다. 네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너 또한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것이 순리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다."

  수십, 수백 명이 동시에 말하는 요상한 음성으로 말하는 공진대사를 보며 송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이제 당신을 무극무해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드리겠소."

 송현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자 공지대사의 눈이 싸늘해졌다.

  "건방진 놈! 그 잘난 척하는 면상을 짓이겨 주마!" 

 획!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기운을 실은 공지대사의 권과 장이 미처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짓쳐들었다.  

  인간의 안력으로는 도무지 따라가지 못할 가공한 속도였다. 이번만큼은 공지대사의 공격에 송현이 무사하지 못 할 것처럼 보였다.

  슈각!

 “......?”

  짚단이 베이는 섬뜩한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공지대사는 소림의 모든 무학을 한순간에 쏟아 내며 송현에게 죽음을 선사하려 했다.

  푸욱! 뭔가 바람이 빠지는 듯한 그러나 몸서리치게 소름 돋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광풍처럼 몰아치던 공지대사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그의 눈에 송현의 검이 가슴을 꿰뚫고 있음이 보였다.

  보통의 검이라면 자신을 죽일 수 없다. 그러나 송현의 검에 실린 친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이 공지대사의 생명력 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커헉!"

 공지대사의 입에서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으으으....“

  공지대사는 가슴을 꿰뚫고 있는 검을 잡고서 경련을 일으켰다.  

  발작적으로 몸을 떠는 공지대사는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급격히 좁아지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점점 의식이 멀어지자 죽음을 직감했다.  

  "내가 틀렸음인가?" 

  마지막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유언은 결국 통한의 후회 뿐이었다. 송현의 검이 공지대사의 몸을 빠져나오자 그의 육신은 점점 붉어지더니 갑자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부디 내세에는......“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합장을 한 송현은 공지대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 명복을 빌어 주었다.

  "이보게......”

  불에 타고 있는 공지대사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생전에 들었던 맑고 정순한 목소리였다.

  "미안허이!" 

마지막 가는 길에 비로소 안식을 찾은 공지대사는 평안 하게 느껴졌다.

  비록 뜨거운 불길 속이었지만 그의 영혼만큼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마음의 평화를 찾은 듯 보였다.

  "이제 그만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송현의 따스한 위로에 공지대사도 고마워했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이 있는지 그는 최후의 순간에도 뭔가를 이야기하려 했다. 그것은 너무나 작은 소리였기에 송현만이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공지대사의 육신이 재로 변해서 바람에 흩날려 가는 광경을 묵묵히 지켜본 송현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불무불이, 그걸 진즉에 깨달았다면 이런 참 극은 없었을 텐데 아쉽구나."

 한 줌 재로 변해 버린 공지대사를 보며 송현은 무극무해를 반드시 세상에서 없애 버려야 함을 다시 한 번 깊이 각인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너무나 많은 생명을 해쳤다. 그리고 지금도 천하를 분란시키고 더 많은 생명을 해하려 하고 있었다.

  송현은 소림사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걷히는 걸 보며 희망이라는 글자를 떠올려 보았다.  

  "아빠!"

   한달음에 달려와 안기는 당소혜를 안은 송현은 그녀의 맑은 미소를 보며 용기를 냈다.

 '그래 아직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송현은 아이의 미소에서 용기를 얻었다. 그때 산문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당소혜가 소동이 일어난 곳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거지 삼촌들이 떼로 나타났네?”

  그녀의 말대로 수많은 개방의 방도들이 들이닥쳤다. 안후명의 신호를 본 인근의 개방도들이 몰려온 것이다.

  "으하하하! 이것들아 도대체 왜 이리도 늦은 게냐?"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안후명이 기세등등해지자 송현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래도 뻔뻔스럽게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산문을 통과한 개방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안후명은 당소혜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릴 때마다 움찔거렸다. 참으로 안쓰러운 광경이었다.

  "거지 삼촌, 괴물이다!"

 난데없는 경고성에 안후명은 지체 없이 몸을 날려 바닥을 굴렀다. 무림인들이 수치스럽게 여기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린 안후명은 깔깔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당소혜의 장난에 놀아난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일어섰다.

  "소혜야! 삼촌을 놀리다니 이제 무슨 짓이야?"

 안후명이 짐짓 혼을 내려 했지만 당소혜는 안후명에게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송현의 뒤로 숨어 버렸다.

  안후명은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만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소방주, 예서 뭐하시는 겁니까?”

 너무나 친숙한 오대 장로의 음성을 다른 곳에서 들었다면 정말 기뻤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오늘은 시간과 장소가 둘 다 좋지 않았다.

  망부석이 된 듯 굳어 버린 안후명은 차마 몸을 돌리지 못하고 당소혜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어때, 다들 지켜본 거야?‘

 안후명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며 당소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런 젠장할!'

 애써 쌓아 올린 그동안의 체면이 단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지자 그는 차마 뒤로 돌아설 수가 없었다.

  거지 주제에 무슨 체면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거대 방파인 개방의 소방주로서 차기 대권을 위해서 안후명이 들인 각고의 노력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애절한 인생 사였다.  늘 개방의 제자들에게 위엄을 잃지 않던 안후명의 인생 에 절체절명의 위기 였다.  

   "흥수들을 소방주가 물리쳤소. 서둘러 개방의 제자들 소림의 생존자들을 찾아 주세요." 

  안후명이 소림을 위해한 흥수를 물리쳤단 송현의 말에 개방의 장로들은 크게 기뻐했다. 구걸신개 철밥통 방주의 행방이 묘연해진 후로 개방은 현재 침체기를 걷는 중이었다.  

  그런 이유로 강호의 일에도 소원해지고 한때 구파일방의 위치에서 중원 무림의 한축을 구가했던 이들은 오로지 방주 철밥통을 찾는 일에 매진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개방에게 뛰어난 머리를 지닌 안후명은 개방의 미래였고 다소 쇠락한 개방에게 옛 영화를 가져다줄 희망이었던 것이다. 정말로 안후명의 소림의 위기를 막았다면 이는 강호에서 개방의 위명을 떨칠 수 있는 큰 공이었다.

  "사실이오, 소방주?"

 오대 장로 중 가장 연로한 사 노장로의 주름진 얼굴에 화색이 돌자 안후명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송현의 눈치를 보았다.

  "그렇습니다. 이는 개방의 홍복입니다. 그러나 우선은 개방의 제자들이 소림을 도와주셔야 그 명성이 더 빛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현이 다시 한 번 상황을 일깨우자 장로들도 급히 제자들에게 소림의 경내를 수색하라고 명했다.

  개방의 제자들이 서둘러 사라지자 안후명은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꽤나 머쓱한지 송현을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고...... 고마우이."

 안후명이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달래려 하자 당소혜가 키득거렸다.

  "거지 삼촌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져도 괜찮네?”

 당소혜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안후명이 근엄한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

  "요 녀석아, 그게 무슨 소리냐?”

  짐짓 어른 구실을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동안 구겨진 체면을 살려 보겠다고 구는지 안후명은 한껏 무게를 잡았다.

  따지고 보면 구명지은이나 다름없는 당소혜에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림인에게 그놈의 체면 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안후명은 어린 소녀로부터 체면을 세우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렇잖아, 얼굴이 빨개져도 하도 지저분해서 하나도 안 보여!" 

 "으헉!"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려는 안후명을 장로들이 부축 했다.

  "이런 버릇없는 계집아이를 보았나?”

  오대 장로 중 가장 성질이 괄괄한 육 장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당소혜는 혀를 내밀며 육 장로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흥!" 

  송현의 등 뒤로 도망친 당소혜는 송현의 가랑이 사이에서 여전히 육 장로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고약한!"

  육 노장로가 봉을 들어 혼을 내려 하자 안후명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봉을 낚아챘다. 별스런 행동을 하는 안 후명 때문에 놀란 육 장로에게 안후명이 정색을 하며 만류했다.

   "그렇지 마시오, 육 장로. 큰일나오!"

 거대한 괴수들의 촉수를 아무렇지 않게 녹여 버리던 당소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안후명은 육 장로가 결코 상대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점을 떠나서 개방이 태평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 뒤라 두 사람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례한 짓은 그만두게. 이분들은....아니 이분이 바로 태평문의 문주이신 송현이네,"

  안후명의 소개에 오대 장로의 표정이 급변했다. 강남 상권의 팔 할 이상을 쥐고 흔드는 신흥 상방 태평문이었다.

  이미 동정상방을 흉수하고 난 뒤 상계에서는 동정상방 대신에 태평문을 십대상방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었다. 다른 문파보다 경제 동향에 민감한 개방으로서는 태평문의 문주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고 무엇보다 안후명의 인맥 쌓기에 크게 감탄했다.

  안후명의 눈짓이 아니더라도 개방이 태평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그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오대 장로는 봉을 들어 바닥을 치며 송현의 발치에 침을 뱉었다.

  “헉, 이 사람들이!"

 그동안 숱하게 개방의 전통이기는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그 인사법도 바꿔야 한다고 안후명이 개혁을 외쳤지 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개방의 전통적인 인사법에 안후명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송 형!"

 안후명이 급히 사과를 했지만 코를 막고 돌아선 당소혜와 달리 송현은 껄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괜찮소. 내 이미 개방의 독특한 인사법에 대해 서 잘 알고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오."

 오대 장로는 송현의 태도에 크게 감탄했다. 아무리 명문정팍라고 해도 개방의 인사법을 대하면 대부분 얼굴을 찡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송현은 전혀 그런 내색 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호, 대인이로고!'

 오대 장로가 크게 탄복하자 안후명은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송현의 막대한 자금력과 무림맹과의 관계는 차지하고라도 직접 눈으로 목격한 가공한 무공은 그를 절대로 적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때 경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개방의 제자들이 갇혀 있던 소림의 생존자들을 찾아낸 것이다.

  “다행이로군. 너무 늦지 않았음이야."

 송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안후명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일을 어찌할 셈인가?”

  "어찌하다니, 뭘 말인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송현을 보며 안후명은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공지대사의 일 말일세!"

 공지대사의 이름이 거론되자 송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눈을 감았던 송현이 안후명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다.

  "이 일은 정체를 조르는 흥수의 짓으로 하지, 아니 무림맹에서 곽무헌 맹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앙심을 품은 당 문의 후예 정도로 해 두자고." 

안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현의 내심을 짐작한 듯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가 이해해 주자 송현은 미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사이 개방의 제자들이 더 많은 이들을 구해내자 고요 하던 사찰이 소란스러워졌다.

  "자, 그럼 뒷일을 부탁하네!" 

당소혜을 안고 사라지는 송현을 향해 안후명이 다급히 외쳤다.

  "이보게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

 걸어가던 송현의 걸음이 멈췄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잠시 멈췄던 걸음이 다시 시작뤘을 때 안후명 의 안색이 굳어졌다.

  혼자서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듯 송현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 그런 송현이 산문을 향해 점점 멀어지자 안후명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사 장로, 육 장로!" 

안후명의 떨리는 음성에 두 장로는 가슴이 덜컥했다.

  대체로 저렇게 부를 때는 고질병이 도졌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아니 되오, 소방주!"

 "암! 그렇고말고, 방 내에 산적한 현안을 다 어떻게...... 어어?”

 두 장로의 잔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안후명이 호리병을 흔들거리며 요란하게 뛰어갔다.  

  "오랜만에 진짜배기 사내를 만났으니 잠시 다녀오오! 그때까지 방을 맡아 주시오!"

 두 장로가 말리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안후명은 산문 을 향해 줄달음쳤다. 엉망이 된 소림사를 맡겨 놓고 무책임하게 사라지는 소방주 때문에 개방의 장로들은 가뜩이 나 많은 주름살에 주름을 더 보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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