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장 철부지급 (37/43)

  제4장 철부지급

철부지급-수레바퀴 자국 속에 있는 붕어의 위급함이라는 궁한 처지나 매우 다급한 위기를 비유하는 말.

  무림맹 총회가 끝나고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곽무헌은 대대적인 무림맹 구조 개혁에 나섰다 누군가의 말처럼 백정의 칼이 난도질하듯이 그는 무림맹의 병든 부위를 과감히 잘라냈다.

  반발이 있으면 힘으로 내리눌렀다. 특히나 각파의 간세 역할을 하는 분파지소를 모두 철수시켰다. 오히려 무림맹에서 사람을 각 문파로 파견 보내 창구 역할을 시켰다 지금까지는 각파의 간세들이 무림맹내의 흐름을 파악 했다면 반대로 곽무헌이 각파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팔대문파를 비롯해서 정파와 세가들은 마뜩치 않았지만 언제 마수가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곽무헌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총회에서 본 그 지독한 독물이 작은 양이라도 문파에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백 년 간 지켜온 가문과 문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잠시간의 굴욕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것이 강호인들인 것이다.

  그 와중에 태평문은 입지는 어느새 구대문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것은 무림맹이 정비를 해 나가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태평문에서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이 진실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이 우선이었다. 그것이 태평문이 곽무헌을 돕기 시작하면서 해결 된 것이다.

  강호에서 문파를 꾸려가는 그 누구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식솔들을 데리고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 는 문파라면 자금원이 있어야만 했고 튼실한 자금원을 확 보한 문파들이 성세를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 부분에서 각문파로부터 운영비를 받아 사용하던 무림맹으로서는 자금 운영에서 자유로워지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었다.

  넉넉한 자금으로 사병부대를 확충한 곽무헌은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수신호위대를 철저하게 정비했다. 아울러 맹내의 행정 조직을 사공혜미에게 일임하고 그 어느 문파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한 과정에서 보여준 태평문의 무한한 자금력에 중원 무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황궁으로부터 거의 모든 비단 납품을 독점하다 시피 하니 황궁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태평문의 위세는 가히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자연히 사천당문을 대신해서 구대문파의 남은 한 자리 를 태평문이 차지할 거란 소문이 은연중에 강호에 나돌았다.

  탕!

  거칠게 내려친 손힘을 견디지 못하고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났다. 시비 하나가 얼른 찻잔의 잔해를 치웠지만 핏물처럼 바닥을 적신 찻물 까지는 치울 수 없었다. 

 "모두 귀찮다! 나가!"

  분을 참지 못하고 외치니 겁에 질린 시비들이 서둘러 방에서 물러났다. 펼쳐진 서신을 다시 읽어 내리던 사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집어 던졌다.

  "이 비천한 것이 감히 나를 협박해?" 서신을 찢어발기듯 구겨 버린 사내의 눈빛은 무서웠다.

  분을 삭이기 위해 거친 호흡을 다스린 사내는 서신에 촛불을 붙였다. 뱀의 혀처럼 흔들리던 촛불은 금세 종이로 이루어진 서신을 먹어치웠다. 검은 재만 남기고 모두 태워버린 불꽃의 흔들림이 멈추자 사내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골똘하게 생각에 빠졌다.

  "누가 있느냐?"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공에서 작은 인영이 떨어졌다.

  "기삼이옵니다. 대인!"

 낮고 또렷한 대답에 사내는 몸을 돌렸다.

  "영호인은 어떻게 되었느냐?“

 뒤짐을 쥔 채, 창가로 다가가 휘영청 뜬 달을 보는 사내에게 기삼은 아는 데로 보고했다. 기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라져?"

  영호인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말에 사내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사내의 기분이 좋지 않게 느껴지자 기삼은 더욱 허리를 낮추었다. 

 "도망친 것은 아닙니다. 그가 문파에서 데리고 나간 수하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을 보면 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당하다니? 누구에게?”

  의아해 하는 사내에게 기삼은 무림맹에서 있었던 총회와 총회 직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보고를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사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총회가 끝나고 돌아가던 고수들의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고?”

 다그치는 사내의 물음에 기삼은 어느 문파의 누가 언제 사라졌는지 소상하게 보고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명문 정파의 명숙들이라는데 사내는 마음이 걸렸다.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더냐?”

 사라진 고수들의 실력을 묻자, 기삼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사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했다.

  "사라진 이들 중 몇몇은 동창 내에서 그 적수가 없을 정도로 고강한 자들입니다."

  기삼의 보고에 사내는 헛기침을 해댔다.

  "오 대인!" 그의 건강이 염려가 된 기삼이 다가오자 사내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수하 앞fl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지 그는 창가의 그늘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놈들은 어찌 하고 있더냐?“

 애써 진정한 사내의 목소리에 떨림이 있음을 알고 기삼은 크게 놀랐다. 자신의 주군은 하늘이 무너져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위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기삼은 아는 데로 털어 놓았다.

  "그래?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의외의 답변인지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네, 대인! 다만총회에서 가장 늦게 떠난 무리가 놈들 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먼 길을 돌아서 세가로 돌아갔습니다." 

 사내는 기삼을 대답을 들으면서 자신이 생각이 맞아 떨어짐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놈들이 돌아온 길이 사라진 고수들의 위치와 비슷하거나 일치하느냐?“

  기삼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 그러하옵니다. 대인!"

 기삼도 그제야 일이 심각해졌음을 깨닫고 낯빛이 어두 워졌다.

  "이놈들이 기어이 마각을 드러내는구나!" 사내는 이를 갈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기삼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군에게 의견을 내놓았다.

  "군대를 동원하여 한 번에 쓸어버리시는 것이 어떠신 지요?“

  타당한 의견이고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쉰 사내는 답답한지 창가에서 벗어나 탁자로 돌아왔다. 흔들리는 촛불 속에서 드러난 사내는 중년의 사내였다. 근심으로 얼룩진 얼굴에 는 고뇌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황상께서 천하를 얻으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시 군대를 움직이게 되면 민심이 흔들린다. 더구나 황상께서는 놈들의 손을 빌린 사실을 모르고 계신다.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 조정에서 내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나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데 내가 빌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주인의 걱정거리를 잘 아는 기삼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오 대인, 제게 좋은 간계가 있사옵니다. 허락해 주신 다면 감히 대인께 무례하게 구는 놈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삼의 제안에 사내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영호인 같은 무공의 고수도 당했는데 누가 있어 놈들 을 상대하겠느냐?” 사내가 미심쩍어 하자 기삼은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런 일에는 무력보다는 꾀가 많고 교활한 이가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기삼의 제안이 일리가 있기에 사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다, 네 생각을 들어보자꾸나!"

  사내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삼은 그의 귀에다가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잠시 후, 사내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자 기삼의 표정에도 미소가 걸렸다.

  "좋구나! 일거양득이란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이렸다!"

 사내는 기삼의 계책이 마음에 드는지 전권을 맡겼다. 

 "그런데...... 그쪽에서 받아들일까?"

 마지막으로 더 다짐을 받으려는 사내를 기삼이 안심 시켰다.

  "자고로 돈과 여자, 그리고 권력 앞에서 버티는 인간은 보지 못했습니다."

 "크하하하하!" 

사내는 연신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기삼이 그의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내를 바라보며 기삼은 자신이 공을 세울 기회를 잡았기에 득의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궁의 구중구처 깊은 내원에서 벌어진 밀담은 먹구름에 달이 가려지듯 조용히 덮였다.  

주장진의 태평문은 문파의 성세가 커지면서 늘어난 식솔들로 인해 분주했다. 항주를 넘어 이미 휘상의 근거지인 장강 이남까지 진출한 태평문의 상단들은 천하 각지를 주유하며 상권을 확대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대륙에서 험한 변방만 돌면서 장사를 하는 섬서상방과 밀약을 맺고 일은 상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워낙 위험한 지역에서 장사를 한 탓에 권법이나 각 종 무예에 능한 섬서상방은 절대로 외지인과 거래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오로지 태평문과는 인연을 맺었다. 이 일은 태평문의 신용을 두텁게 만들어 군소 상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태평문과 거래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듯 겉으로 보기에는 태평문은 상계와 강호어1서 그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었지만 태평문의 깊은 내실의 분위 기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무림맹에서 돌아온 송현은 얼굴은 무척이나 까칠해 보 였다. 오랫동안 잠을 제대로 못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송현에게 차를 건네던 왕백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벌서 여러 날 동안 한숨도 못 주무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좀 쉬도록 하십시오, 문주님!" 태평문의 총관으로서 제법 틀이 박힌 왕백의 점잖은 말투가 영 적응이 되지 않는지 송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네 녀석 말투가 꼭 노인네처럼 들려서 웃음이 나오는 구나!" 

  피곤 기색이 역력하다 못해 눈 밑으로 검은 반점까지 번져가는 송현의 몰골은 참담했다.    "제발 식사라도 제대로 하세요. 모두가 문주님 걱정에 애를 태우고 있단 말입니다."

 보다 못한 왕백이 잔소리를 늘어놓자 송현은 콧등을 주무르며 태사의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영호인이 어디에서 무슨 고초를 당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내 어찌 편히 먹고 쉴 수가 있겠느냐."

  송현의 걱정거리는 지금 태평문 전체의 근심이었다. 태평문의 정예 검수들을 데리고 무림맹으로 떠난 영호인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송현은 그가 조정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접촉해 보려 예전 직조영감을 지낸 황염을 통해서 조정에 끈을 대어 보았지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더 답답한 일은 영호인이 떠날 때 막여위와 양명까지 함께 동행한지라 송현의 걱정은 더욱 컸다. 세 사람과의 인연은 황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갖은 고초를 함에 겪으며 오늘날의 태평문을 함께 세운 동지이며 친구였다.

  그들이 없는 태평문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들 없는 삶 또한 송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친우들이 사라졌으니 그의 근심은 점점 깊어만 갔다.  

  송현의 한숨 소리가 깊어가는 만큼 왕백의 주름도 늘어 만 갔다. 그들의 실종 이후 송현은 거의 음식에 입을 대지 않고 있었다.

  일단 대외적으로 그들은 상단의 일로 출타중인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고 찾아 나섰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소주 근처의 객잔을 마지막으로 감쪽같이 종적을 감추었다. 왕백에게는 급한 일로 무림맹으로 간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기에 그리도 급히 떠난 걸까? 무림 맹으로 향했다면 나를 찾아온 것일 터. 더구나 정예 무사 들과 양명, 막여위까지 대동한 걸 보면 화급을 다투는 일 이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영호인 일행이 화를 당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기에 송현의 시름은 오늘도 깊어만 갔다.

  그때, 인기척과 함께 문이 열리며 먼지를 뒤집어 쓴 이 자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송현이 반색하며 일어서자 이자웅은 낯빛을 굳히며 고 개를 가로 저었다. 이에 송현은 맥이 풀리는지 자리에 주저 앉았다.

  "호인, 이 친구야,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대답 없는 메아리가 실내를 울렸다. 그와 더불어 태평 문의 내실은 더욱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여름이 되어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은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자라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산들거리는 소리가 운치 있게 들리는 시기지만 오늘은 갈대가 꺾이고 거친 호흡 소리로 뒤바러었다. 

  "학! 학!"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고 피로 얼룩진 장삼은 이미 옷이라고 말하기에 민망 할 정도였다. 반쯤 부러진 검을 얼마나 세게 쥐고 있는 손 등으로 힘줄이 돋아나 있을 정도로 사내는 긴장하고 있었다.

  좌우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갈대뿐이었다. 그는 갈대의 바다에 빠져서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크르르!"

 전신 세포를 몸서리치게 만드는 짐승의 울음소리에 사내는 사색이 되어 또 다시 몸을 움직였다. 몸 이곳저곳에 난 상처 때문에 걸음이 더디었다. 몸놀림으로 보아 상승의 무학을 익힌 절정의 고수가 분명해 보였는데 어찌 하여 이런 낭패한 모습으로 갈대밭에서 헤매고 있는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었다.  

  투드드드! 

  갈대가 쓰러지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확히 사내의 등 뒤에서부터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부러진 장검의 손잡이에 힘을 준 사내는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곧추세웠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다가오던 정체불명의 소리는 일 장 여까지 다가오더니 이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고요! 

오로지 바람결에 갈대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사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방위의 갈 대 너머에서 언제라도 덮쳐을 듯한 기분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눈썹을 타고 눈으로 흘러 들어가자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사내......

  쐐애액! 

그 틈을 타고 갈대 사이로 시커멓고 뱀의 몸통처럼 긴 무엇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으헉!"

 사내는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 버린 촉수에 반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옴짝 달싹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버렸다.

  "윽! 윽!"

  악을 쓰고, 용을 써 보지만 점점 조여 오는 촉수의 강한 힘에 결국 입에 거품을 물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떨어뜨리지 않을 것 같던 부러진 장검이 힘을 잃고 떨어졌다.

  딸랑! 딸랑! 

그때, 바람을 타고 방울 소리가 들려오자 촉수는 사내의 몸을 감은 채 재빨리 갈대 속으로 사라졌다.

  휘이이!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오자 사내가 있었던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내가 떨어뜨린 부러진 검도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쾅!

  곽무헌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여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는지 책상이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책상에 놓여 있던 두루마기들이 바닥을 구르며 펼쳐졌다.

  하나 같이 무림맹 소속의 정파인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들이었다.

  화산, 소림, 점창·. 거의 모든 문파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모두 무림맹 총회 직후에 벌어진 사건이었고 각 문파는 이 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곽무헌이 경고한 당문의 생존자들이 복수를 시작한 것 이 아니냐며 모두들 곽무헌에게 해독제를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곽무헌은 화를 참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는 중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사공혜미는 침착했다.

  "그날 저희들의 연극이 성공한 셈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한 사공혜미의 말에 곽무헌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슨 소리냐?”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해 콧김을 불어내던 곽무헌은 사공혜미의 말에 눈빛을 빛냈다. 

 "놈들이 움직 였단 뜻입니다."

  사공혜미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곽무헌도 그녀 가까이 머리를 낮췄다. 그녀가 말한 '놈들'의 정체는 곽무헌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었다. 곽무헌이 조바심을 내자 사공혜미는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다.

  한참 동안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 곽무헌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턱밑의 수염을 쓸며 생각을 정리하던 곽무헌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날 우리의 연기에 놈들이 속아 넘어가서 초조해졌다 이 말인가?“

  곽무헌의 말에 사공혜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울러 몇 가지 추론을 덧붙였다.

  "소녀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그날, 즉 무림 총회가 있던 날 놈들은 어쩌면 저희를 공격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음....”

  뜻밖의 내용에 곽무헌은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전혀 모르고 있던 이야기였다. 그녀는 무림총회를 전후로 상당히 많은 수의 외지인들이 소주에 유입되었고 총회 직후로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나 같이 커다란 수레를 가진 무리였다고 합니다. 소주에 들어온 방향은 대륙의 각지에서 들어온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향한 곳은 무림맹이었습니다."

  사공혜미는 바닥에 떨어진 지도를 들어 무림맹 주변의 지명에 동그랗게 표시를 했다.

  “남양, 번주, 목호 등지에서 수삼 일간 머물다 사라졌습니다. 주민들 말에 의하면 그 시기에 소, 돼지들 가축들 이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공혜미의 말에 곽무헌의 눈빛이 번뜩였다.

  "네 추측대로라면 무림맹 총회가 피로 얼룩졌을 뻔 했다는 이야기로구나!"

 곽무헌이 목언저리를 매만지며 땀을 흘렸다. 자신도 모르게 턱밑까지 비수가 다가왔었다는 말에 진땀을 흘리지 않을 재주가 없었다.  

  그러나 사공혜미는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곽무헌이 승리감에 만취해 있을 때 그녀는 세작 들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토대로 중원의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온적인 기류가 보이자 바로 맹주를 찾은 것이고 때마침 각 문파에서 실종 사건을 보고해 옴으로서 애석하게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독왕 당사륭의 후예들을 우리가 자극한 셈이로구나!”

  곽무헌이 잔뜩 가라앉자. 사공혜미는 고개를 도리질 했다.

  "아닙니다. 맹주님! 아주 멋지게 속인 셈입니다.“

  "속였다?“

  사공혜미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곽무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보다 쉽게 풀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묵묵히 사공혜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곽무헌은 어느 순간 무릎을 내리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놈들은 정말로 우리에게 괴수를 물리칠 약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로구나!"

 곽무헌은 정파 무림인들을 속이려고 꾸몄던 일이 의외로 당사륭의 후예들까지 속이게 되었음을 알고 크게 안도 했다. 그러나 사공혜미는 생각 조금 달랐다.  

  "믿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다만?"

  곽무헌이 날카롭게 바라보자 사공혜미는 힘주어 말했다.

  "그저 조심하는 정도일 겁니다."

  "확실치 않으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

  곽무헌의 비유가 적절했는지 사공혜미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곽무헌은 자신들의 연극이 당사륭의 후예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라도 그런 광경을 보았다면 주저하게 될 것이다. 곽무헌이 당문의 비역에서 보았던 괴수들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았다. 좌군사 위공 역시 정체성의 혼란으로 스스로 붕괴한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 상황에서 송현이 보여준 백색가루는 충분히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제 서야 머릿속이 맑아진 곽무헌이 손바닥을 주먹을 쳤다.

  "그래, 이제야 놈들의 속셈을 알겠구나! 그날 놈들은 필시 무림맹에 모인 정파인들을 노렸다. 아니 아마도 무림맹을 붕괴시키려고 했을 테지, 당문에서 꾸민 계략을 우리가 철저히 무산시켰으니 화가 단단히 났을 게야."

 곽무헌의 추리에 사공혜미가 살을 더 보태자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뭔가에 쫓기는 듯합니다. 거의 백여 일을 숨죽이고 은밀하게 행동해 온 놈들이 이렇게 움직인 걸 보면 뭔가 그들에게도 사정이 생긴 걸로 보입니다."

  사공혜미의 추론이 이젠 사실이라고 여긴 곽무헌은 자신들이 큰 위기를 넘겼음을 깨닫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몰래 닦아냈다. 괴수들이 무림맹을 덮치는 광경은 상상만 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아마도 총회에서의 일로 놈들은 전술을 선회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이 것이지요." 두루마기를 들어 올린 사공혜미의 눈빛이 빛나자 곽무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전쟁이라도 준비하려는 듯합니다."

  사공혜미의 말에 곽무헌의 크게 놀랐다.

  "저 ... 전쟁이라니?“

  자신이 말해 놓고도 너무 끔찍한 일이라 곽무헌은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사공혜미는 여전히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곽무헌에게 전했다.

  "물경 백여 명이 넘습니다. 그것도 절정의 고수급들만 납치했습니다. 이 정도 인원을 모두 괴수로 만든다면 그 것이 단순히 강호만을 노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공혜미의 추론이 결론을 내리자 곽무헌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가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지만 곽무헌도 알 수 있었다. 좌군사 위공보다 더 강력한 괴수가 일백이라면 아니 더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문의 비역에서 보았던 구마강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조정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이...... 미친놈들!"

 만약에 이 일이 조정에 알려지고 정말로 전쟁이 벌어진 다면 강호는 쑥대밭이 될 것이고 차후 강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 보았다. 흥건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자신이 지금 아주 위태로운 배 위에 을 라 있음을 알게 된 곽무헌은 모골이 송연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좋은 생각이라도 있느냐?“

  다급해진 곽무헌이 사공혜미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의 웃음 속에서 희망을 본 곽무헌은 쾌재를 불렀다.  

 "오, 너의 그 웃음은? 방법이 있다는 뜻이냐?“

  어린아이처럼 보채는 곽무헌을 진정시킨 그녀는 곽무헌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뭔가를 적었다. 한 번에 이해를 못한 그의 손바닥에 몇 차례 수고를 더한 후에야 곽무헌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게 정말이냐?" 

반신반의 하는 곽무헌을 보며 사공혜미는 소맷자락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거구의 곽무헌이 어린아이처럼 구는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곽무헌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애 태우는 곽무헌에게 사공혜미는 확신을 가진 답변을 해 주었다.

  "그날의 연극이 모두 연극은 아니었답니다."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곽무헌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것은 어두운 먹구름 가운데 실낱같은 햇살을 본 것 과 같았다.

  "그녀석이 그렇게 음흉스럽다니까, 내 필히 이번 일이 끝나면 녀석을 자빠뜨려 주마!"

 곽무헌의 저속한 말에 화를 낼 줄 알았던 사공혜미도 이번에는 그저 얼굴을 붉힌 채 웃고만 있었다.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제 그녀도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수신호위가 들어와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렸다.

  곽무헌이 지금은 손님을 받을 수 없음을 말하자 수신호 위는 난처해하며 물건 하나를 꺼내 놓았다.

  "이건?“

  황금빛 금패에 적힌 글자를 본 곽무헌의 눈이 커졌다.

  사공혜미가 금패를 만져 보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틀림없는 진품입니다."

 금괘가 가짜가 아님을 확인해 준 사공혜미를 보며 곽무헌은 인상을 찌푸렸다. 금패를 받아든 곽무헌은 손바닥 위에 올려진 금패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듯 이마 한가득 주름이 생겼다.

  "왜 하필 지금이지?“

  곽무헌이 사공혜미를 돌아보자 그녀는 오히려 눈빛을 빛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럴까?“

  잠시 갈등하던 곽무헌이 수신호위에게 손님들을 들이도록 하자 잠시 후, 왜소한 인영이 구부정한 허리를 한 채 곽무헌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참으로 겉모습이 볼품없어 보이는 유약한 노인이었다. 

  체구도 작고 얼굴에는 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털이라고는 전혀 없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눈썹도 수염도 없는 민숭민숭한 얼굴이었다.

  "훌훌훌, 강호의 영웅을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가래 끓는 저음의 노인이 힘겹게 의자에 앉자 곽무헌은 공손하게 일어나 포권지례를 취했다.

  "곽무헌이라고 하옵니다."

  곽무헌 다음으로 사공혜미가 두 손을 허리 아래에 붙이고 무릎을 굽혔다.

  "사공혜미라고 하옵니다. 공공!"

 주름으로 덥혀 보이지 않던 노인의 눈이 떠졌다. 그는 사공혜미를 보며 기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호오, 내가 누군지 아는 게로구나!"

 노인은 사공혜미를 흩어보며 그녀에게서 총기가 흘러 넘친다는 사실을 간파해 내고 감탄사를 흘렸다.

  "이런, 이런 내 천예의 지혜를 타고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 오늘 실제로 그런 아이가 있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으니 크게 복된 날이로다!"

 관상을 볼 줄 아는지 노인은 사공혜미의 맑은 눈과 미간 사이에 어린 정기를 발견하고는 아주 흡족해 했다. 

 "과분한 칭찬이옵니다, 공공!" 

  사공혜미가 몸들 바를 몰라 하자 노인은 이빨 빠진 입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좋아, 좋아! 무림맹주의 무공이 뛰어나고 너처럼 혜안을 지닌 아이를 군사로 두고 있으니 우리의 선택이 틀리 지 않았음이야."

 노인은 매우 만족스러운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 보이자 뒤에 시립해 있던 몸종이 조그만 상자를 꺼냈다.

  “받으시게!"

 사공혜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 들었다. 곽무헌은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경거망동할 때가 아니었기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황상께서는 민심이 흐트러진 이때, 이를 이용해서 천하를 어지럽히려는 간세들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노여워하고 계시네."

 잠시 마른 침을 삼키며 혀를 입술을 적신 노인은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새로이 천자가 되신 황상께서는 할 일이 너무나 많으시고 정국은 아직도 어수선하지. 이런 때를 타고 불온한 세력이 준동하려 하나 이를 조정이 나서게 되면 민심이 또 다시 흥흥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야."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불온한 세력이 곽무헌과 사공 혜미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당사륭의 후예들과 같은 무리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 땅에는 우국충정을 지닌 강호인들이 있으니 그대들을 믿고 대업을 수행해도 되겠소. 맹주?“

  노인의 제안은 제안이 아니고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노인이 지닌 권력과 지위를 사공혜미로부터 들은 지라 곽무헌은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숙였다.

  "폐하를 위한 일에 신분의 위아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곽무헌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노인은 또 다시 이빨 빠진 웃음을 흘렸다.

  "좋군, 역시 영웅호걸이라서 말이 잘 통하는구나. 그 상자 안에 간세들에 대한 정보가소상히 들어 있네. 반드시 그 역도들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도록 하게나. 그리 된다면 황상께서는 충분한 보상을 내려 주실 게야." 

 노인의 말이 끝나자 곽무헌과 사공혜미는 바닥에 엎드렸다. 

  “황상의 은혜에 감읍할 뿐입니다."

  무림맹주가 자신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즐거운지 노인은 입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또 하나, 나와 자네들은 절대로 만난 적이 없음이야. 또한 이일에 대해서 조정이 개입했다는 사실 역시 절대로 새어나가서는 아니 되네, 이를 어길 시 어찌 되리라는 것은 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마지막 경고의 의미를 두 사람이 모르는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고개를 조아리며 황궁에 충성할 것을 맹세했다.

  이날 노인의 방문은 어느 기록에도 남지 많았고 누구도 노인이 무림맹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사실은 그 노인이 인피면구로 변장한 기삼이라는 이름의 환관 이라는 사실은 곽무헌도 사공혜미도 알지 못했다.

  또한 그 환관이 방문한 강호의 문파가 몇몇이 더 있다 는 사실 또한 당사자들 이외에는 알 길이 없는 노릇이었다.  

소주에서 항주로 쉼없이 달리는 인마가 주장진에 도착 한 것은 저녁이 다된 무렵이었다. 태평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은 인마에 걸린 깃발을 보고 문을 열어 주었다.

  인마는 달리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태평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들의 방문 소식을 들은 왕백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겼다.  먼지를 뒤집어 쓴 거구의 사내가 그대로 뛰어 내렸다.  "문주는 어디 있느냐?' 사내의 물음에 왕백은 고개를 저었다.  "문주님은 떠나셨습니다, 맹주님!" "떠나? 어디로?' 먼지를 뒤집어 쓴 사내는 바로 곽무헌이었다. 그는 기 삼의 방문을 받자마자 바로 태평문으로 달려 온 것이다.

  이 일에 송현은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가 자리를 비웠다는 말에 곽무헌은 가슴이 철렁했다.

  왕백으로부터 자초지정을 들은 곽무헌은 마음이 급해 졌다 실종된 영호인 일행을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섰다는 말에 곽무헌은 다시 말 위에 올랐다.

  "어디냐 그곳이?“

  곽무헌의 태도로 보아 급한 일이 생겼음을 알고 왕백은 즉시 대답했다.

  "북경 부근이라고 했습니다."

   왕백의 대답에 곽무헌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압소새." 

  입술을 질끈 문, 곽문헌의 말고뻐를 급히 잡아당겼다.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곽무헌 일행은 왕백의 가슴에 불안감을 남겨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멀리 사라지는 인마를 바라보는 왕백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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