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악인연
악인연
흔히들 말하는 악연은 악인연의 준말입니다. 그중에 나쁜 인연, 불행한 인연, 만나지 말았어야 좋을 인연이 악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바람이 되어 어둡고 긴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품속의 당소혜가 오들오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소리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급했지만 당소혜의 상태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내력이 깃든 손으로 어루만져 주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를 않았다.
‘뭐지? 겁에 질렸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포였다.
어린 짐승이 맹수에게 쫓겨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막다른 길에 갇힌 모습이었다.
‘가여운 것, 도대체 무엇이 너를 이리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거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분노하던 송현은 당소혜의 두려움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있음을 알았다.
크아아아!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본능을 위협하는 괴성이 들려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당소혜의 모습에서 눈치 챈 것이다.
“네가 말했던 그 무서운 것들이 저걸 말하는 거니?”
보기에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떠는 당소혜는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검은 기운이 물결치며 흰자위를 몰아내고 커다란 눈망울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기이한 현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톱이 섬뜩하게 길어지며 송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아이, 괴성을 듣더니 변하고 있어!’
송현의 짐작이 맞았다.
독인지체!
격렬한 신체 반응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도대체 당문이 어떤 방법으로 이런 생명체를 만들어 냈는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을 느낀 송현은 자신의 나쁜 버릇이 나오자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못된 버릇은 시도 때도 없구나!’
그 순간 당소혜의 손톱이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에 내려다보니 겁에 질린 당소혜의 얼굴이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내력을 끌어 올려 혈을 다스려 주자 점차 그녀의 얼굴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무극무해의 기운에 쉽게 동화되고 순응한다. 자연체의 기운인 무극무해의 내력은 순수한 독정의 기운도 다스릴 수가 있다는 뜻이야!’
새삼 무극무해의 넓은 포용력에 감탄한 송현은 당소혜가 진정하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밖에 있는 저 놈들을 싫어하는 건 알지만 피할 수는 없어. 나는 저것들을 없애러 왔단다.”
“정... 말이에요?”
쉰 목소리가 힘겹게 입을 떼자 송현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웃어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송현을 보며 당소혜는 눈물을 흘렸다.
“꼭이에요. 꼭이요.”
절박함이 가득한 음성이 안쓰러웠다. 마치 그녀는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괴물들이 존재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인 듯 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 모든 일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했다. 더 묻고 싶었지만 또다시 들려오는 격한 괴성과 사람들의 비명이 밖의 사정이 다급하다고 알려 오고 있었다.
지체 없이 송현은 당소혜를 품에 안고 넝쿨과 이끼로 가려진 동굴의 끝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천 년 소림의 자랑이며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깨지 지 않았던 절대 진법인 십팔나한진의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으윽!”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나한진의 호법승들이 괴수들의 촉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졌다. 처음 얼마간은 우위를 점하는 듯했지만 괴수들은 지칠 줄 몰랐고 반면에 나한진을 구성하는 호법승들의 내력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공지대사가 금강경의 독경으로 나한진에 힘을 보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공지대사라고 해도 내력이 샘처럼 솟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진법의 한 축이 흔들리기 시작 하더니 결국 나한진의 외문에 해당한 부분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진법을 구성하는 십팔나한 중 내력이 가장 달리는 나한이 결국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괴수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으헉!”
답답한 신음과 함께 자리를 이탈하고 말았다. 이제 같은 곳을 공격받으면 나한진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갈 위기에 내몰렸다.
“외문을 닫고 나한진을 다시 열어라!”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창대한 외침과 함께 나한진이 다시 살아났다. 공지대사가 진법의 구멍이 난 곳에 뛰어 든 것이다.
위태로웠던 나한진이 되살아나자 공지대사는 겨우 한 숨을 돌렸다. 쓰러진 나한이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제자에 대한 근심 어린 마음을 애써 다스린 공지대사는 그 분노를 괴수에게 돌렸다.
“소림의 제자들에게 오늘 하루 살심을 열도록 허락한다.”
금제가 풀어진 십팔나한들 역시 분기당천하여 일어섰다.
공지대사가 소림의 제자들에게 내려진 금제를 거두니 나한진의 기세가 사뭇 달라졌다. 거기에 내력이 웅후한 공지대사가 진법에 중심에 서니 나한진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폭풍!
자비심을 내버린 나한진은 죄를 단죄하는 사천왕이 되어 괴수들에게 무자비한 손속을 사용했다. 십팔나한들의 목봉은 청강검보다 더 매서웠다.
“카아악!”
목봉에 강타당할 때마다 괴수들은 진저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일 진이 내려친 목봉 세례를 피할라 치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진, 삼 진에서 더욱 거센 목봉 세례가 퍼부어졌고 소림 불문의 내력이 가득 담긴 강타에 괴수들은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천하공부출소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한진에 갇힌 괴수들은 십팔나한들의 뭇매에 더 이상 날뛰지 못하고 점점 힘을 잃어 갔다. 괴수들의 움직임이 굼떠지자 나한진을 받치고 있던 공지대사가 나섰다.
“금강반야대선장!”
죄악을 씻어 내고 해탈을 시킨다는 금강바라밀경의 정수가 깃든 소림의 장법이었다.
강호에 단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소림의 신공이 공 지대사의 두 손에서 펼쳐졌다. 삼십 년 동안 불문에서 닦은 공부가 한꺼번에 그의 장심에서 쏟아져 나왔다.
“케에에엑!”
황금빛 기운에 격타당한 괴수들은 소름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잠시 후 마치 타들어 가듯이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뒤로 물러나라!”
이미 한차례 경험이 있기에 독무를 피해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크으으...... 고...... 고맙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 서.”
고름처럼 녹아내리던 괴수에게서 흘러나온 마지막 말은 분명히 사람의 음성이었다.
“맙소사!”
나한승들은 자신들이 상대한 괴수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그러나 공지대사가 느끼는 충격에 비하면 그것은 약소한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광폭하게 날뛰던 괴수들은 금세 고치처럼 쪼그라들었다.
독무가 가시자 공지대사는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숯덩이처럼 변해 버린 괴수들을 살펴보던 공지대사는 그 중 하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미타불!”
검게 그을린 숯덩이 속에 웃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있었다. 손을 들어 눈을 감겨 주려 하자 푸스스! 소리를 내며 먼지로 변해 버렸다.
“석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모든 중생들이 허망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합니까?”
괴수들을 물리쳤다는 기쁨보다 덧없는 인생무상에 공지대사는 번뇌했다.
“사부님, 정수사제가...... 정수사제가......”
제자들의 울먹이는 외침에 상념에서 깨어난 공지대사가 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그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 있었다.
“사부님, 너...... 너무 추...... 워요.”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 겨우 무공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 기뻐하던 해맑은 제자였다. 두 번 다시는 그 순박한 미소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공지대사는 속으로 ‘모든 것이 덧없노라’를 연신 되뇌였다.
“귀...... 찮...... 아”
흠짓!
공지대사와 십팔나한은 슬퍼할 연유조차 없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미증유의 압력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헉! 저럴 수가!”
뒤를 돌아본 공지대사와 십팔나한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중원무림에서 검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오악검존이 괴수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오악검존의 위명을 만천하에 떨치게 만들어 준 오성검진이 너무나 허무하게 파괴되었다.
“으아악!”
급히 십팔나한들이 뛰어나가 부상당한 오악검존을 데려왔다.
“허억!”
참담한 몰골로 돌아온 오악검존과 괴수를 번갈아 보던 공지대사의 표정은 말로 다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놈은 도대체 뭐지?”
오악검존을 마치 데리고 놀듯이 장난치다 버렸다. 누가 이것을 믿겠는가? 직접 본 공지대사도 믿을 수 없었다.
피칠을 한 오악검존의 일존 청수자가 숨을 헐떡이며 공지대사의 소맷자락을 붙들었다.
“조, 조심하시오! 태산에서보다 더 실력이 좋아졌소이다.”
겨우 말을 내뱉은 청수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어르신!”
공지대사가 다급히 맥문에 손을 대어 봤지만 이미 기력이 쇠해서 거의 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공지대사는 믿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저런 괴수들의 손에 사라질 오악검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점점 분노로 점철되었다.
가슴에 화마를 담아서는 안 될 불제자의 신분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짐을 벗고 싶어졌다.
“십팔나한은 앞으로 나서라!”
공지대사의 결연한 명에 지칠 대로 지친 나한승들이 다시 만자를 만들었다.
“살계를 펼칠 것이다. 비록 전에 사람이었을지 모르나 이미 인성을 잃고 사람을 해하는 짐승이 되었으니 만백성을 위해서 거두리라!”
승포 자락을 휘날리는 공지대사의 전신으로 내력이 휘몰아쳤다.
“살계를 열어라!”
서늘한 공지대사의 명에 나한진의 형태가 변했다. 불문의 상징인 만자가 서서히 다른 문자로 탈바꿈했다.
살!
자비심이 분노로 바뀌는 그 결과는 가장 극악한 형벌이었다. 웅후하고 정순하던 나한진의 기세가 패도적이고 거칠게 변했다.
“내 소림으로 돌아가 면벽 수행으로 평생을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살계를 거두지 않으리라!”
공지대사의 의지가 십팔나한들에게 전해지자 모두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의지만큼은 더할 나위 없었지만 십팔나한과 공지대사는 이미 너무나 많은 힘을 써 버린 상태였다.
“일벌백계!”
태산을 압도하듯이 나한진의 공세가 괴수를 향했다.
츠츠츠!
나한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내력이 괴수에게 집중되었다. 무형의 기운이 압박하자 거대한 괴수의 신체가 뒤로 주르륵 밀려 났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가래 끓는 듯한 웃음소리가 간지럽다는 듯 비웃고 있었다.
“크크크...... 이게 다인가?”
안색이 파리해진 십팔나한과 공지대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선혈로 보아 내상을 입었음에 틀림없으나 누구 하나 뒤로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소림의 힘을 우습게보지 마라!”
공지대사가 승포 자락을 팔에 휘어 감고 기마 자세를 취했다.
“십팔나한의 계도는 천지간의 마를 다스린다.”
비장한 눈으로 나한들을 살핀 공지대사가 수인을 맺으며 불호성을 외쳤다.
“응징성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초식이었다. 십팔나한진을 창안하신 달마조사께서도 너무나 끔찍하여 절대로 펼치지 말라고 했던 살초였다.
공지대사의 불호령에 십팔나한들은 한줌 남은 내력을 쥐어짜내 최후의 절초를 펼쳤다. 십팔나한들의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강기가 괴수를 향해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콰드득!
“크아아악!”
나한진에서 쏟아진 수십 가닥의 강기가 괴수들의 전신 요혈을 훑고 지나갔다. 필생의 공력이 담긴 나한진의 절초에 괴수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 극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람에 잘려 나간 사지에서 시커먼 독혈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치이이!
독혈이 대지에 떨어지자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타들어 갔다. 분분히 몸을 날려 피한 십팔나한과 공지대사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나타났던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드드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며 잘려 나간 사지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연신 불호를 외치는 공지대사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적한 괴수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역부족인가?”
넋두리 하듯 내뱉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수의 눈에서 혈광이 흘러나왔다.
“모두 죽여...... 주마!”
괴수의 양팔이 뒤에서 위로 급히 휘둘렸다. 잘려 나갔던 사지에 묻어 있는 독혈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마, 만천화우”
온 하늘에 눈처럼 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생각 같아선 아름답게 펼쳐지는 꽃들을 계속 감상했으면 좋으련만 아름다운 꽃잎이 아니라 검은색의 독혈이 쏟아져 내리는 독우였었다.
푸슉! 푸슉!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독혈의 방울들이 공지대사와 십팔나한을 덮쳤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십팔나한 중 절반 이상이 피하지 못하고 독우에 당하고 말았다. 승복을 검게 물들이는 점점들을 보며 의아해하던 나한들이 털썩털썩 쓰러졌다.
“안 돼!”
공지대사가 피를 토하듯 소리쳤지만 이미 피부가 검게 그을리며 중독으로 인해 숨이 끊어진 나한들은 듣지 못했다.
“으으으...... 이 괴물 용서치 않겠다.”
이성을 잃은 공지대사가 진기를 끌어올렸다. 이미 바닥 난 내력을 무리하게 운용하니 전신 혈맥이 징그럽게 튀어 나왔다. 결국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동귀어진!
공지대사가 선택한 마지막 수였다.
“으아아압!”
제자리에서 수장을 뛰어오른 공지대사의 신형이 공중에서 잠시 정지한 듯하더니 아래를 향해서 세차게 내리 꽂혔다.
펑! 펑! 펑!
연속되는 공지대사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막아 내는 괴수의 눈은 한없이 차가웠다.
마지막 한 모금 진기마저 쏟아낸 자신의 장이 모두 막히자 공지대사는 눈을 감았다. 거대한 집게발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로군!”
숨을 헐떡이며 눈을 질끈 감은 공지대사는 이대로 입적 하게 되는 것이 한스러웠다. 이루지 못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끝내지 못함이 아쉬웠던 것이다.
콰광!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며 신형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난 공지대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크게 놀라며 눈을 뜬 공지대사는 커다란 등을 보았다. 어찌나 믿음직스러운지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허리에 양손을 얹고 도도하게 서 있는 모습은 눈에 익은 것이었다.
“권왕......”
바람 빠지는 듯이 약하게 새어 나오는 소리에 사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쯧쯧쯧, 이놈아! 내 그리도 일렀건만 아직도 그놈의 성질을 못 고쳤으니 소림의 앞날도 훤하구나!”
혀 차는 소리에 공지대사는 온몸의 기운이 빠지며 주저 앉고 말았다. 살아남은 나한들이 그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섰다.
“맹주를...... 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공지대사는 혼절하고 말았다. 이미 단전에 공력은 텅 비어 버린 지 오래였다. 간신히 버티던 공지대사는 권왕을 보자 의식의 끈을 놓아 버렸다.
입맛을 다신 권왕 곽무헌은 독혈로 뒤덮인 괴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예전에 보았던 것들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이 녀석은 어쩐다.”
여유 있어 보이는 곽무헌의 태도는 일대 종사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괴수도 곽무헌을 보더니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괴수를 보며 곽무헌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오냐, 네 녀석도 눈치를 챈 모양이구나. 이 손에 깃든 힘을 말이야.”
곽무헌의 양손에 희끄무레한 기운이 모이자 괴수는 기성을 발하며 흉폭하게 날뛰었다. 그걸 보며 곽무헌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오랫동안 찾아 다녔다.”
흉측한 이빨 사이로 침이 흘러내리고 있지만 곽무헌은 표정을 붉히기는커녕 마치 오랜 지기를 대하듯 반기고 있었다.
“너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괴물이다.”
곽무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괴수는 그르륵 거렸다.
“웃어? 지금 웃는 거냐?”
곽무헌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역겹게도 괴수는 새로 난 집게발을 혀로 핥은 다음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르륵, 너도 나처럼 되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뭣이라고?”
“아무리 많이 써도 마르지 않는 이 힘을 너는 아느냐? 터질 것 같은 이 뜨거움을 너는 아느냐?”
어눌하고 가래 끓는 듯한 역한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서서히 발음이 분명해지고 또렷해졌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곽무헌의 표정은 점차 굳어지고 있었다.
“괴물이라고? 내가 괴물이면 너도 괴물이다. 맹주...... 곽무헌 나리!”
흠칫! 쭉 찢어진 눈을 들여다본 곽무헌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알 리가 없는데 왠지 익숙한 눈빛이었다.
“나를 안다?”
좀 전의 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딱딱해진 음성에서 곽무헌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괴수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렴 알다마다.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저 화상이 아니었다면 당신 앞에서 머저리처럼 굴었을 뻔했어. 소림의 땡중에게 고마워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군.”
인성과 마성이 혼재되어 있던 괴수는 소림의 항마력이 담긴 공력에 영향을 받아서 마성이 약해지면서 내재되어 있던 인성이 마성을 누르고 정신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좋군, 이 새로운 육신, 정말이지 마음에 들어!”
집게발을 사정없이 휘두르자 공간을 찢어발기는 듯한 굉음이 흘러나왔다. 정말이지 두려운 괴력이었다. 곽무헌의 눈매가 파르르 떨려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수를 쓴 거냐? 한낱 괴물 따위가 어째서 인간처럼 행동하는 거지?”
악을 쓰는 곽무헌을 일견한 괴수는 집게발을 사람처럼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쯧!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당신의 주먹질은 이제 끝이야. 권왕이라는 버거운 짐은 이제 내려놓지!”
말투는 틀림없이 귀에 익었다. 곽무헌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기억 속을 뒤져 보았다. 수많은 인물들의 기억이 재빠르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후후후, 그대도 나이가 들다 보니 기억이 흐릿해진 모양이군.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기억할 가치도 없었나?”
말을 마치는 동시에 무릎을 구부리며 집게를 벌리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는 괴수를 보던 곽무헌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너...... 너!”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괴수를 가리키는 곽무헌의 음성은 부정하고 싶은 사실에 대한 강한 반작용이었다.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는 곽무헌을 보며 괴수는 그르륵 거리는 웃음을 기분 좋게 흘렸다.
“암, 나를 잊어서는 안 되지. 당신은 절대로 나를 잊어서는 안 돼.”
쿠웅! 쿠웅!
거대한 집게발로 땅을 박차고 걷자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소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곽무헌이 뒤로 물러서는 것은 괴수를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괴수의 정체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좌군사 위......공, 너였더냐?”
순간, 괴수의 입 꼬리가 웃고 있는 듯했다. 착각이었을까? 아니다 곽무헌은 괴수가 웃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본 그 어떤 미소보다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곽무헌은 허탈한 표정으로 괴수를 위아래로 살폈다. 지금 곽무헌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한 자신의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조금은 멍한 상태였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좌군사 위공은 분명히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개 서생이었다. 그러나 괴수가 보여 준 무위는 무림의 절정고수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결코 그 아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심사관에서의 사건으로 추방당한지 이 년이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좌군사 위공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불신이 가득한 곽무헌의 물음에 위공은 그르륵 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도 모르겠다. 이게 정답이라고 할까? 간간히 기억이 끊어지면서도 몇몇 장면들이 이어지기는 하는데 나 역시 별로 아는 바가 없으니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곤란하군.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건 공지대사의 금강장에 당한 이후부터 내가 누군지 생각났다는 이 말씀이지.”
담담하게 지난 이야기를 하는 털어 놓는 좌군사 위공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썩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하고 싶군.”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뱀처럼 징그러운 혀가 드나들었다.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곽무헌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었다.
눈앞에 괴물로 변한 좌군사 위공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좌군사 위공을 저렇게 만든 정체불명의 적이었다.
이전에는 무극무해를 스스로 익히던 자들이 주화입마 되어 괴수로 변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사람을 변모시킨 것이다. 그것도 곽무헌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무극무해의 힘으로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실험이 강호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몸서리 쳐질 정도로 두려운 일이었다.
왜?
무엇을 목적으로 이런 천인공노한 만행을 저지른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것을 자행한 자들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문은 확실히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그들도 피해자야. 아마도 거의 멸문에 가까운 희생을 당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괴물로 변한 좌군사 위공은 당문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다. 그건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깊이 생각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이런 일은 곽무헌과 맞지 않았다. 그는 분명한 상황을 좋아하지 음모와 계략으로 뒤섞인 사건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다 다를까 좀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싶더니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
“제기랄! 이런 건 송현, 그 학사 나부랭이한테나 어울리는 일이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좌군사 위공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송......현!”
목울대를 울리는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빨라지더니 살갗을 에는 살기가 뻗어 나왔다.
“크르륵! 송...... 현! 송현!”
분노가 극에 달하자 또렷하던 음성이 잦아들면서 가래 끓는 저음으로 바뀌었다.
“죽인다. 그놈은...... 반드시 내 손...... 으로!”
뜨거운 콧김을 내뿜는 좌군사 위공은 괴수로서의 본성을 되찾았다. 끓어오른 화를 참을 길이 없던지 좌군사 위공은 길길이 날뛰었다. 닥치는 대로 부수고 땅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주변의 초토화되다시피 하였다. 어지간한 일 에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곽무헌도 미미하게 떨었다.
‘다르다 이놈은 이전의 괴수들과 완전히 달라’
유심히 좌군사 위공의 상태를 살펴본 곽무헌의 눈썰미는 대단했다.
‘틀림없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녀석에게서 무극무해의 기운이 확실히 느껴진다. 거기에 뭔가를 시술했다. 세상에 어떤 흡성대법이 인간을 저렇게 변모시킬 수 있을까?’
기억의 창고를 아무리 뒤져 봐도 자신이 아는 지식 안에서 그런 무공의 존재는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비전 중의 비전일 것이다. 혹 당문의 장문인이 살아 있다면 속 시원히 이야기해 줄 수도 있을 것이지만....
‘놈들이 당문을 선택한 이유가 아마도 그 비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당문이 이렇게 텅 빈 것일 거야. 그렇다면 당천악이 자신의 사문을 스스로 파멸시켰다는 뜻이 된다. 무극무해를 알고 있고 당문의 비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자뿐이다.’
나름대로 지끈거리는 머리로 추리를 하여 어떤 결론을 내자 곽무헌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내 머리도 그다지 나쁜 건 아니로군!”
잠시 시국의 중요성을 잊은 듯 곽무헌은 농담을 지껄였다. 그러나 곧 저릿한 시선에 고개를 돌린 곽무헌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가 제법 얻은 것이 많아서 겁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듯하구나. 권왕이라는 칭호는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다. 어디 한 번 맛 좀 보여 줄까?”
이죽거리는 곽무헌의 도발에 좌군사 위공의 몸체가 크게 떨었다. 뜨거운 콧바람이 곽무헌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상대를 도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던지 곽무헌은 내심 고소를 지으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당장은 좌군사 위공을 이용한 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괴수로 변해 흉폭해진 좌군사 위공을 대적하는 일이 급한 일이었다.
여유를 부리면서 상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었다.
주먹을 쥐고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곽무헌이 앞 발을 들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쿠웅!
괴수로 변한 곽무헌의 집게다리보다는 위력이 약했지만 기세를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래 좋아, 일단은 네 녀석부터 해탈시켜 주고 볼 일 이로구나!”
발로 지면을 톡톡 차면서 가볍게 뛰던 곽무헌의 몸이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가 되돌아왔다.
어찌나 빠른지 뒤에서 애타게 지켜보던 나한승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괴수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간 것을 보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곽가권이 사작되었음을 알았다.
펑! 퍼버벙!
쉴 새 없이 터지는 북소리와 함께 좌군사 위공은 애꿎은 허공만 집게발로 휘둘렀다. 속도와 힘 면에서 이전에 좌군사 위공이 상대한 자들보다 월등한 실력이었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연타가 이어지자 점점 그 충격이 누적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집게발이 어지러워지며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쿠쿵!
엄청난 굉음을 내며 쓰러지자 공지대사를 간호하고 있던 나한승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곽무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 지독한......’
두 주먹을 들어 살펴본 곽무헌은 치를 떨어야만 했다. 내력으로 보호하고 있는 손이 검게 물든 것이다. 웬만한 독에는 내성을 가지고 있는 곽무헌이었다. 더구나 내력으로 보호하고 있는 주먹이 독에 중독되다니 곽무헌은 크게 충격 받았다.
‘처음부터 무극무해의 기운을 사용했다. 어떻게 독이 무극무해의 기운을 뚫고 체내로 침입을 했지? 흥! 이까짓 독쯤이야 아무것도...... 큭!’
갑자기 사물이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이다가 흩어졌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박동이 천리를 달린 종마처럼 뛰기 시작했다. 아연실색한 곽무헌은 치를 떨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 중독이 빠르게 진행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독이기에?’
자신의 실력을 믿는 곽무헌은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내력을 끌어올렸다. 힘으로 독을 몰아낼 심산이었다.
버둥거리던 좌군사 위공의 징그러운 몸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크으윽! 독이 어느새 심장으로......’
곽무헌은 가쁜 호흡을 어쩌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력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오히려 체내에 빠르게 흡수됩니다.”
가물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가운 이가 나는 듯이 달려왔다.
“제기랄! 저 녀석이 이다지도 반가울 줄이야. 쿨럭!”
결국 힘이 다해 쓰러지는 곽무헌의 신형이 모로 기울었다.
턱!
바닥에 쓰러지는 흉한 꼴을 면했다.
“하아, 하아! 이거 볼썽사납구나!”
곽무헌은 이빨을 드러내며 애써 괜찮은 척을 했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선혈은 이미 심맥까지 독이 침투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곧 숨을 거두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급한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저에게 목숨을 빚지셨습니다. 장부에 적어 둘 테니 나중에 딴소리나 마십시오.”
송현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뒤에 있는 소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소혜야, 이 아저씨의 몸속에 숨어 있는 독을 빼 줄래?”
당소혜는 눈치를 보고 있다가 얼른 다가왔다. 잠시 쭈뼛거리던 당소혜는 몇 번 주저하다가 곽무헌의 손을 잡았다.
“어? 이건 나의 향기다!”
당소혜는 환하게 웃으며 곽무헌의 손을 꼬옥 잡았다. 다음 순간 곽무헌의 두 눈은 놀람으로 물들었다.
체내의 독이 조그만 여아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깊은 내공을 가진 자신을 반각도 안 되는 시간에 중독시킨 극독을 소녀는 오히려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대체 이 아이는 누군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 오는 곽무헌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더니 몸을 돌렸다.
“맹주님 그건 나중에 들려드려야겠습니다. 우선 이쪽이 급한 것 같으니까요.”
그제야 곽무헌의 눈에도 성난 괴수, 좌군사 위공이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더 커졌어?”
그랬다. 마치 진화하는 생물처럼 좌군사의 위공의 몸체가 배는 더 커진 것이다. 할 말을 잃어버린 곽무헌은 그저 당소혜에게 손을 맡긴 채 굳어 버렸다.
“크르륵! 네놈은 누구냐?”
새로 나타난 존재를 보고 마성에 물든 좌군사 위공의 기성을 내며 물었다
“저는 항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송현이라고 합니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사내의 인사에 괴수는 고막이 터져 나갈 정도로 괴성을 질렀다. 절대 악의 화신으로 변하려는 듯 대지의 풀마저 누렇게 변해 갈 정도로 마기를 내뿜으며 분노했다.
“쿠에에엑! 송...... 현...... 송현!”
분노로 뒤덮인 괴수, 좌군사 위공의 가공할 마기 앞에 송현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이었다. 송현의 장포가 마구 찢겨 나갔다.
“크흑,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당황한 송현이 두 팔을 교차해 얼굴을 막으며 힘겹게 버텼다. 당소혜를 안고 뒤로 물러서는 곽무헌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다.
“저 녀석이 바로 좌군사 위공이라네!”
하마터면 호흡이 뒤틀어질 뻔했다. 저 괴수가 좌군사 위공이라니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질기디 질긴 악연의 끈이 목을 조르고 있음을 느낀 속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학사장문인 5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