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장 파부침선 (25/43)

  제3장 파부침선

  파부침선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하아암! 눈물까지 글썽이며 하품을 해 대는 막여위의 귓불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겼다.

  “아야야!”

  막여위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도 모자라 기절초풍할 정도였다. 자신이 이곳에 숨어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영호인뿐이었다.

  “어떤 놈이냐?”

  불같이 성질을 내며 검을 뽑아든 막여위는 상대를 확인하자 무릎에서 기운이 쭉 빠져나갔다.

  “엥? 자네였나?”

  막여위는 붉게 부어오른 귓불을 매만지며 심통을 부리다 상대가 반대편 귓불마저 잡아당기려 하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니 이 친구가 밖으로 싸돌아다니더니 이상해졌네?”

  “크흐흐, 그래 나는 그렇게 밖에서 고생을 하며 돌아다니는데 네 놈은 여기서 하품이나 해 대며 놀고 있었냐?”

  소매를 걷어붙이며 이를 가는 이는 양명이었다. 멀리 장강 이북까지 돌아다니며 송현이 맡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양명이었다. 검게 그을린 양명에 비해 항주에서 다소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막여위의 얼굴에는 기름기까지 흘렀다.

  “노, 놀다니 이거 왜 이래 내가 이래 보여도 얼마나 고생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줄 알아?”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막여위를 향해 양명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 주었다.

  “오호, 그러셔? 오다가 들으니 영호인과 매일 죽이 맞아서 술자리가 아주 잦다고 하던데 말이야. 내가 차가운 밤이슬을 맞아 가며 노숙을 하는 동안 둘이 아주 좋았던데 뭘 그래!”

  “허억! 이보게. 이 친구야 왜 이러시나! 난 자네의 막역지교가 아닌가? 제발 진정하라고!”

  막여위가 울상이 되어 사정을 했지만 그간의 고생하며 쌓인 억하심정이 물밀듯이 밀려오자 양명의 마음에서 자비심이 사라졌다. 더구나 삶은 닭을 먹던 막여위의 입가에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양명의 화를 더 돋우고 있었다.

  “이 배신자!”

  “으허엉!!”

  막여위가 양명의 서슬 퍼런 기세에 놀라 바닥을 기었다.

  그때 마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골목을 내달렸다.

  “그만! 이 친구야 그만하라고!”

  정색을 하며 막여위가 골목을 살피자 양명도 입맛을 다시며 장난을 그만두었다. 친구와의 오랜만의 해후는 이 정도면 되었던 것이다.

  “저곳인가?”

  “응? 맞아 어찌나 놈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지 겨우 알아낸거야.”

  막여위가 훔쳐보는 곳은 항주의 고관대작들이 거주하는 저택들이 몰려 있는 거리였다. 그중에 붉은 대문을 가진 집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 마차지?”

  막여위는 눈매를 가늘게 만들어 붉은 대문 앞에 멈춘 마차를 살폈다. 잠시 후 마차에서 사람들이 내리자 막여위는 그 큰 두 눈을 껌벅였다. 그것도 모자라 두 손으로 눈을 비비는 수고까지 했다.

  “이...... 이봐, 내가 본 게 맞는 거지?”

  “그래, 나도 믿기 힘들지만 꿈은 아니야.”

  “어째서 저들이 저곳으로 들어가는 거지?”

  “낸들 알겠나? 그나저나 이 사실을 알면 송학사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어.”

  “빌어먹을! 하필이면......”

  주먹을 움켜쥔 막여위가 벽을 내리쳤다. 그사이 마차는 사람들을 내려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라졌다. 붉은 대문은 이내 소리 없이 닫혔고 막여위와 양명은 문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심사관.

  문사 차림의 사내는 태평상하의 주인이라고 했다. 단순히 객잔에서의 소동에 휘말려 심사관에 서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첫 증언을 할 때와 달리 사내의 혀는 마치 다른 이의 혀로 바꿔치기를 했는지 현란했고 능수능란하여 긴장한 군웅들을 도로 자리에 앉게 만들었다.

  “자, 자! 모두들 진정들 하시니 얼마나 분위기가 좋습니다. 거기 무사님들도 검에서 손을 떼시고, 그래요 이 화창한 날에 피를 보는 것은 못할 짓입니다. 암요!”

  순식간에 장내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내의 행동을 사공혜미는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저자야 틀림없어!’

  사공혜미의 눈동자가 집요하게 사내를 쫓았다. 그러나 사내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자, 무릇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이 자리는 오해를 풀고 맺힌 은원을 해결하고자 만난 것이니 피를 보기보다는 화해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넉살도 이 정도면 십 갑자의 내공 고수 수준이었다.

  “건방진 네 녀석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좌군사 위공이 송현이 나설 여지를 주지 않으려 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도 이해 당사자인데요. 제가 이 일 때문에 점포 문을 닫고 왔으니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구나 동료의 불행을 모른 척하는 것은 상도에도 어긋나는 일입죠.”

  이자웅을 가리키며 연신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저자거리의 상인이었다.

  ‘도대체 저자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볼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이 나조차 다리가 떨리는 자리이건만 저자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어.’

  황제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충언을 한 송현의 기백과 용기를 모르는 이자웅에게 송현의 행동은 무모해 보였다.

  이자웅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인 송현은 손바닥을 비비며 장사치 특유의 행동을 해 보였다. 농담을 섞어 가며 늘어놓는 그의 화술에 좌중들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좌군사 위공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만! 너 따위가 주둥이를 놀릴 자리가 아니니 썩 물러서라!”

  그러나 송현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럴 자격을 내가 만들어 주면 되겠지?”

  혜인사태가 송현의 옆에 서자 좌군사 위공은 불안했다. 그녀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좀처럼 웃지 않는 독한 여자가 말이다.

  “좋소, 좌군사! 그대가 무림맹의 법도를 들먹이니 나도 무림맹의 법도에 따르도록 하지, 내 억울함을 위해 저 자를 송체로 쓰겠소.”

  좌군사 위공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송현을 자신의 송사를 받아 처리하는 사람으로 쓰겠다는 혜인사태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림의 명숙이 송체로 나서지만 누구를 내세우는가는 본인에게 달린 문제였다.

  “네 녀석의 혀가 기름칠한 듯하니 어디 한 번 떠들썩하게 송사를 해 보거라!”

  “네? 제가요?”

  화들짝 놀란 표정을 해 보인 송현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불진의 털이개를 흔들며 돌아선 혜인 사태로부터 은밀한 전음이 흘러나왔다.

  [영호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네 녀석이 원하는 대로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무시무시한 으름장에 오히려 송현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애써 참았다.

  혹시나 객잔을 급히 떠난 혜인사태를 찾지 못하거나 설득하지 못할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염려 붙들어 놓으시오. 나도 모든 것을 걸고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거란 걸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군. 내게 딸린 식솔이 수백이오. 오늘의 승부가 태평문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니 나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단 말이오. 더구나 믿었던 수하에게 배신당한 어떤 순박한 노인네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질 수가 없단 말이지.’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숨긴 송현이 허리를 펴자 다시금 손바닥을 비비는 가벼운 상인이 되어 있었다.

  “혜인사태, 이미 금영사태가 모든 걸......”

  좌군사 위공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혜인 사태는 제자들이 만들어 놓은 자리에 앉으며 금영사태를 노려보았다. 그 눈길이 어찌나 무섭던지 금영사태는 좌불안석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흥!”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리는 혜인사태에게 좌군사 위공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이......”

  분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이 불러 놓은 수많은 관중들이 이젠 도리어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좌군사 위공이 골치 아파하는 것을 즐기던 송현이 앞으로 나섰다.

  “그날 일어난 일은 엄연히 남궁세가와 휘주상방이 주도면밀하게 오랫동안 음모를 꾸며 왔음을 말해 주는 증거 입니다.”

  언제 그랬냐 싶게 날카롭게 말문을 연 송현은 마치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논리정연하게 좌군사 위공의 판결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상하를 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마닙니다. 더구나 화련상화의 규모나 구비하고 있는 물품으로 볼 때 결코 자신의 수하를 독립시켜 주기 위해 은덕을 베풀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하물며 돈이라면 구리 엽전 한 냥에도 벌벌 떠는 휘상이 그랬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송현의 비유에 장내는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물론 오방원의 표정은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에 또, 남궁휘 대협께서는 식솔들과 조용히 살고 싶어서 항주에 거처를 마련하셨다고 했는데 항주는 조용히 살 만한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항주가 어떤 곳입니까. 결코 만만한 동네가 아니란 말입니다. 하물며 물가는 어떤가요? 그런 곳에서 객잔 두 개에 대저택을 다섯 개나 보유 하셨는데 그게 과연 조용히 살려는 사람의 행동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다시금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거짓이다!”

  남궁휘가 참지 못하고 소리치자 송현은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항주부에 고하여 조사를 해도 될까요? 항주부 주치 대인께서 무림 문파가 객잔을 사들여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꽤나 관심 있어 할 텐데요?”

  “네깟 녀석이 무슨 항주부를 들먹이는 것이냐?”

  “하하하, 이래 보여도 제가 항주부 주치 대인과 일면식이 있습니다.”

  능글맞게 웃어 보이는 송현을 보며 남궁휘는 이를 갈았다. 몰래 좌군사를 살피니 녀석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이 녀석은 도대체 뭔데 산통을 깬단 말이냐!’

  남궁휘는 분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지금 연통을 넣을까요?”

  당장에 달려갈듯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취하자 사람들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뭐하다면 제가 객잔에서 일하던 점원 몇하고 화련상하에서 일하던 짐꾼 몇을 데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째서 남궁세가의 패를 가지고 있고 또한 몸 안에 남궁세가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지 보여 드릴 수도 있습니다.”

  남궁휘는 최근에 사라진 세가의 식솔들을 떠올렸다. 눈앞에 그 흉수가 있음을 알게 된 남궁휘는 송현을 당장에 죽이고 싶었다. 손만 뻗으면 저 나불대는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는 유혹에 저도 모르게 내력이 일어났다.

  장심이 뜨거워짐을 느낀 남궁휘는 갈등했다. 나중의 일이야 그때 가서 처리 하면 된다. 좌군사 위공도 믿지 못하게 된 마당에 결국 믿을 것은 자신의 힘이었다.

  남궁휘의 손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발견한 군웅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비룡단의 검수들이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남궁휘가 장력을 발출한 다음이었다. 혜인사태마저 전혀 예상 못한 사태에 눈만 크게 치떴다.

  뜨거운 바람은 두 마리의 용으로 변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송현에게 가까워진 바람에는 퇴청 바닥에 균열이 일어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송 학사님, 피해요!”

  왕백이 사력을 다해 외쳤지만 송현은 공포에 질렸는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저 굳어 있는 송현의 등만을 보며 왕백은 발만 동동 굴렀다.

  얼굴이 따끔거렸다. 피부가 불에 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살인적인 바람이었다. 그러나 송현은 두렵지 않았다. 어제 새벽에 보았던 권왕 곽무헌의 신위에 비하면 몇 수 아래였다.

  “갈무리한다!”

  송현의 두 손이 태극을 그렸다. 천천히 태극의 음양을 그리는 손길 사이로 뛰어든 용들은 이질적인 기운에 갇혀 비명을 질렸다. 송현이 만든 태극의 틀에 갇힌 남궁휘의 기운이 벗어나려 요동을 쳤다.

  “풀어 준다!”

  송현의 두 손이 회전을 멈추자 북 터지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사라졌다.

  “행기는 유수불부이다.”

  호흡을 가다듬자 후폭풍에 휘날리던 머리카락과 옷자락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장내를 소란스럽게 채우던 군웅들의 웅성거림도 사라졌다.

  “힉! 딸꾹!”

  두려움을 참지 못한 왕백의 딸꾹질 소리만이 침묵을 깼다.

  “말...... 도 안 돼......”

  누군가의 입에서 겨우 튀어나온 한마디는 이 자리에서 목도한 송현의 신위에 대한 감상이었고 그것은 모든 군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작 일신의 실력을 발휘했던 남궁휘에게는 모욕이었다.

  “크크크! 오냐 그럴 줄 알았다. 네놈이 한 수를 숨기고 있을 줄 알았어!”

  어수룩해 보이던 송현의 모습은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대신 남궁세가의 절정고수 남궁휘의 장력을 막아낸 태평상하의 송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남궁휘가 참지 못하고 퇴청으로 뛰어들었다.

  “백부님 안 됩니다. 이러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남궁성현이 기겁을 하여 남궁휘를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눈을 본 남궁성현은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얘야, 이미 늦은 것 같구나! 기왕지사 이렇게 된 바에는 저 녀석을 죽여야만 한다. 그것이 너와 내가 살길이다.”

  항주에 닦아 놓은 기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휘주상방과의 약조도 문제가 아니었다. 이대로 끝이 난다면 세가에서 축출될 것이다. 무림에서 가문이나 사문의 뒷배가 없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잘 아는 남궁휘로서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우우웅!

  조카를 밀쳐 낸 남궁휘는 송현을 향해 적의를 서슴지 않고 드러냈다 그의 장포 자락이 폭풍처럼 휘날렸다.

  “태평상하의 주인이라고 했더냐? 네 이름이 무어지?”

  남궁휘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하며 이름을 물었다.

  “송현이라 하오.”

  “송현, 좋은 이름이구나. 송현...... 송현...... 이름을 되뇌던 남궁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혹, 정주부와 개봉부의 사건을 아느냐?”

  남궁휘의 음성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바로 보았소! 진가장원의 판관이 바로 나요!”

  분노한 남궁휘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너! 네가 바로 네가!”

  가뜩이나 흥분한 남궁휘를 결정적으로 미치게 만들었다.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시오. 그녀를 죽인 것은 바로 남궁연, 당신 동생이오!”

  “닥쳐!”

  찌이익!

  기운이 폭주한 남궁휘의 상의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찢겨져 나갔다. 온몸에 힘줄이 터져 나갈 듯 꿈틀거렸다.

  “죽인다!”

  이미 남궁휘는 이지를 상실하고 오로지 송현을 향해 적의만 드러냈다.

  “휴우, 이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송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뒤로 물러나거나 달아나기에는 자신의 어깨에 놓인 짐들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 역시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길이다. 남을 동정하거나 연민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는 남궁휘의 기세가 너무나 매서웠다.

  더욱이 불안한 것은 송현의 무공은 아직 미완성인 상태였다. 불안전한 공부로 남궁세가의 절정고수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도망치지 않아!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자신을 다독인 송현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크아악!”

  괴성을 내지른 남궁휘의 쌍장이 공간을 파괴할 듯 패도적으로 움직였다.

  “파왕폭!”

  누군가 남궁세가의 무공을 알아본 이의 입에서 초식명이 튀어나왔어졌다. 모두가 경악했다. 가주만이 익힌다는 절정의 수법이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름처럼 강맹한 기운이 남궁휘의 전신 내력을 모두 뽑아내며 송현을 향했다. 퇴청 바닥의 대리석들이 견디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켰다. 송현은 무당의 비역에서 마지막 생의 길목에서 보았던 장 진인의 춤사위를 떠올렸다. 그 어떤 파멸의 기운도 융화시킬 것 같던 태극무였다.

  ‘너의 생을 살아라!’

  마지막 그의 유언이 다시금 송현의 귓가를 울렸다.

  “그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악문 송현의 단전, 팔과 다리, 전신 세맥 속에 숨어 있던 무극무해의 기운들이 용솟음쳐 올랐다. 그 순간 집채만한 바위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한 파왕폭이 송현을 덮쳤다. 엄청난 파열음을 기대했던 군중들은 살점이 튀어 오르는 광경보다 더 엄청난 것을 보게 되었다.

  “돌고 있어?”

  파왕폭이 송현을 어쩌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파왕폭의 기운이 송현을 맴도는 것이 아니라 송현의 기운이 파왕폭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정중동의 고른 호흡으로 격렬한 춤사위를 펼쳐 내고 있었다. 무당의 묘리에 무극무해가 합쳐져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진정으로 강함은 부드러움이다.”

  어느 한 순간 송현의 모습 위로 시타르와 무당의 장진이 겹쳐졌다. 그리고 파왕폭은 초라한 바람의 여운만 남기고 사라졌다.

  “으아아!”

  자신의 공부가 원수보다 못 미친다고 여긴 남궁휘는 결국 주화입마에 이르고 말았다.

  “죽어...... 죽으란 말이다!”

  무림의 명숙이라고 불리던 남궁휘는 남궁소희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명예를 회복하려는 욕심이 과한 탓에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끝은 파멸이었다.

  남궁휘의 장기인 천룡수의 수법으로 송현의 요혈을 노렸지만 이미 무아지경에 빠진 송현은 외부의 기파가 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자연스럽게 보법을 밟았다.

  풍보의 백팔 걸음은 바람 그 자체였고 송현의 자연화된 움직임을 따라갈 재간이 없던 남궁휘는 갑자기 송현의 모습이 사라지는 동시에 가슴 어림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움직임을 멈췄다.

  남궁휘의 눈이 점차 맑아지고 있었다. 몸은 기운을 잃어 점점 기울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소희야 못난 나를 용서해 다...... 오.”

  스르륵 무너진 남궁휘를 송현이 붙잡았다. 그의 품에서 숨을 헐떡이던 남궁휘는 죄스러워하는 송현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고맙네. 이젠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 아......”

  남궁휘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송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가늘게 뛰던 남궁휘의 심장이 멈췄다. 향년 오십의 남궁세가 가주 남궁연의 형이자 강맹한 장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궁휘가 생을 마감했다.

  “백부님!”

  남궁성현의 울부짖음에 고요하던 장내의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깨졌다.

  조심스럽게 그를 내려놓은 송현은 떨리는 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서둘러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발아래서는 남궁성현이 죽은 남궁휘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자신의 일을 해야만 했다. 또 그래야만 살인 후에 찾아오는 이 더러운 기분을 떨쳐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러 군웅 여러분께 정당방위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누구 하나 이에 토를 달지 않았다.

  “좌군사께서도 남궁휘 대협이 모든 것을 인정하셨음을 직시하기고 판결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좌군사 위공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죽은 남궁휘의 분노가 파도라면 좌군사 위공은 분노는 거대한 해일이었다.

  학문을 겨룸에 패했고 지략을 겨루는 일에도 철저히 패배했다. 게다가 절정의 고수를 물리치는 무공 실력까지 갖춘 송현을 좌군사 위공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무림맹을 대표해서 태평상하의 주인께 사과드립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우군사 사공혜미가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 좌군사 위공을 대신해 나섰다.

  “저는 장사치입니다. 재물로 손해 본 것은 재물로 받으면 그뿐입니다.”

  우군사 사공혜미는 서찰을 보낸 이가 송현이라고 단정지었다.

  자신을 능가하는 지혜로운 머리와 남궁휘를 물리친 절정의 무위를 겸비한 젊은 인재에게 눈도장을 찍을 좋은 기회였다.

  “맞습니다. 무림의 정의는 인과응보를 철저히 가리는 것이죠.”

  사공혜미는 그녀의 똑똑한 머리를 영활하게 사용했다.

  “남궁세가는 무림맹과의 약조를 위반하고 항주에 진출하여 맹내의 질서를 위반하였으므로 항주에 있는 모든 재산을 몰수한다. 또 화련상화 역시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세워진 바 이 또한 몰수한다.”

  사공혜미의 단호한 처결에 무림 군웅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벌은 간결하고 단호해야만 했다. 그런 맥락에서 사공혜미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러나 그녀의 파격적인 판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궁세가와 휘주상방의 결탁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본 태평상하에 보상 차원으로 위에서 몰수한 화련상하와 남궁세가의 재산을 양도한다.”

  처음에 군웅들은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 해서 멍하니 눈만 껌벅일 뿐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그것이 뜻하는 바를 깨닫고 격렬하게 반대했다.

  화련상하와 남궁세가의 항주 내 은닉 재산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걸 무림맹 소속도 아닌 일개 상하의 주인에게 주겠다는 것에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친놈들, 남의 것을 가지고 왜 지들이 난리를 치는 것이냐?’

  오방원은 자신의 피와 땀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준 적이 없는 수전노였다. 그러나 이번 장사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명예와 인심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다. 자신의 칠십 평생 이런 손해는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눈에 거슬리더라니 앞으로 항주는 저놈이 있는 이상 넘보기 쉽지 않겠구나!’

  오방원은 기운이 빠져 자충수의 부축을 받으며 몰래 장내를 빠져나갔다. 욕심에 눈이 멀어 서로 물어뜯고 있을 때가 도망칠 호기였다. 자충수가 이자웅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그는 외면했다.

  “아서라, 우리가 그를 버렸는데 어찌 다시 청하겠느냐?”

  오방원은 처연한 눈길로 이자웅을 일별하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당분간 휘주상방이 구설수에 올라 상행이 힘들어지겠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언젠가는 모두 잊을 날이 올 것이다. 그동안은 몸을 사리고 거친 폭풍을 피하는 뱃사람처럼 인내해야 할 것이다.

  군웅들은 휘주상방의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격렬하게 논쟁했다.

  “아니야! 아니야!”

  좌군사 위공이 피를 토하며 소리치자 시끄럽던 장내가 일순 숨죽이듯 조용해졌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되어서는 안 돼!”

  좌군사 위공은 송현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

  “왜 하늘은 너와 나를 동시에 세상에 내보냈지? 왜? 왜?”

  군웅들은 그런 좌군사를 보며 혀를 찼다. 심지어 어떤 이는 그가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민심이라는 것이 이토록 간사했다. 한 시진 전만 하더라도 좌군사 위공의 공을 칭찬하던 사람들이었다.

  송현은 그런 군중 심리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우군사 사공혜미만은 지금의 상황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좌군사 위공이란 존재는 더없이 부담스러웠다.

  그때 진중하고 무거운 음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어리석은 놈! 하늘은 너와 그 녀석에게 같은 재주와 같은 그릇을 주었다.”

  권왕 곽무헌의 출현에 군웅들이 일어나 포권지례를 했다.

  “거짓말이다!”

  좌군사 위공은 그런 말을 부정하려는 듯 비틀거리며 머리를 감싸 쥐고 악을 썼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와 저 녀석의 차이는 단 하나, 욕심이다.”

  곽무헌의 냉담한 말투에 좌군사 위공은 키득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욕심을 부리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지? 욕망은 인간의 순수한 권리다. 난 그걸 부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헛된 욕망으로 물든 손은 아무것도 쥘 수 없다. 지금 네 손을 들여다봐라. 그 손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곽무헌의 음성에 이끌리듯 좌군사 위공은 양 손을 펴서 바라보았다. 평생 책만 만지던 부드러운 손은 공허하기만 했다.

  “큭큭큭! 그랬나? 그런 것이었나?”

  그 순간 모든 것이 허망하고 부질없어 보였다. 그런 그에게 곽무헌이 사형 선고를 하듯이 냉담하게 선언했다.

  “그간의 정을 봐서 목숨은 살려 주마! 이 시간부로 좌군사 위공의 모든 직책과 권한을 박탈하며 무림맹에서 추방한다.”

  곽무헌의 명에 조금 전까지 허리를 숙이던 비룡단의 검수들이 좌군사 아니 이젠 위공의 양손을 포박했다.

  “크크크, 인생지사 일장춘몽이라더니 허무하도다.”

  끌려 나가는 좌군사 위공의 구슬픈 음성이 장내에 무겁게 깔렸다.

  “이제 무림맹에 그동안 공석으로 놓여 있던 총군사를 임명하겠다. 사공혜미 그대가 이제 무림맹의 총군사다.”

  “가, 감사합니다. 맹주님!”

  사공혜미가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뜻하지 않은 서찰 한 통을 믿고 움직인 것이 이렇게 큰 복이 될지 그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총군사가 내린 판결은 무림의 정의에 벗어나지 않으니 그대로 시행한다. 어차피 그건 자네들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섭게 노려보는 권왕 곽무헌에게 대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물론 각파의 장문인들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좌군사 위공이 고른 이들이었다.

  “너무 큰 보상입니다.”

  송현이 거부하자 곽무헌은 코웃음을 쳤다.

  “네놈 입으로 장사치라고 하지 않았더냐? 장사치라면 적은 돈으로 크게 벌어야 하니 이보다 남는 장사가 어디 있더냐?”

  곽무헌이 꾸짖듯 속삭이자 송현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저의 상도는 의로서 이를 취하는 것입니다. 옳지 않은 이득은 당장에 배는 불릴 수 있겠지만 결국 독이 될 뿐입니다.”

  단호하게 거부하는 송현을 보며 곽무헌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개도 안 물어갈 소리는 집어치워라! 그럼 묻자. 네놈이 그것을 취하지 않으면 이놈들은 제 사문의 형제를 죽여서라도 배를 채우려 할 것이다. 그럼 네놈 혼자 잘난 척 하자고 버린 재물 때문에 사람이 상하는 것이다. 그것도 네가 말하는 상도이더냐?”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흥! 억지라고 했느냐, 진짜 억지스러움이 뭔지 보여 주마!”

  속삭임을 멈춘 곽무헌이 퇴청 단상에 올라섰다. 허리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오만하게 바라보는 특유의 자세를 취한 뒤 내공이 실린 음성을 토해 냈다.

  “나 무림맹주 곽무헌의 이름으로 명한다. 더 이상 이 일에 왈가왈부할 자가 있거든 당장에 나서라.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그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송현이 볼멘소리를 하자 곽무헌이 전음성을 보냈다.

  - 집주인으로서 할 일은 다 했으니 약속은 지킨 것이다. 그걸 내가 가지려 한다면 한동안 그 재물 때문에 무림맹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저 점잖은 척하는 정파란 위인들이 공짜라면 사파보다 더 무서워진단 말이다.

  곽무헌의 억지에 송현은 그저 기가 막혔다. 곽무헌은 자신의 일이 끝났다며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퇴청에 홀로 남겨진 송현에게 다가온 사공혜미가 술렁이는 장내의 분위기를 짐작하고 송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제가 구해 드리죠.”

  수정 같은 눈을 깜빡이는 사공혜미는 그저 가볍게 잡아 당겼을 뿐인데 건장한 송현이 맥없이 끌려갔다.

  “아, 아니 나는 가 봐야 할 데가 있는......”

  여인에게는 한없이 약한 송현이었다.

  “어라, 송 학사님 !”

  당황한 왕백이 서둘러 송현을 쫓아갔다. 송현이 사라지자 장내의 군웅들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갔다. 새롭게 등장한 신진 고수의 출현도 출현이었지만 그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재력가였다. 벌써부터 송현과 인맥을 다지려는 자들이 서로를 밀치며 심사관을 빠져나갔다. 그 누구도 퇴청 바닥에 싸늘히 식어 가는 남궁휘의 시신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남궁성현에게 연민을 보내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소공자가 흐느끼는 소리는 무림의 군웅들 발소리에 묻혀 버렸다.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이 일로 인해 무림에 피바람이 불어 닥칠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밤이 되자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몸일 저절로 떤다.

  “춥구나!”

  맥 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삶의 의지를 잃은 듯 사내는 비틀거리며 홍등가를 배회했다.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는 통에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결국 거리의 고약한 패거리의 손에 걸려 치도곤을 당하고 말았다. 사내는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으면서도 비명을 토해 내지 않았다. 그 지독함에 두 손 든 왈패들이 질려서 스스로 물러서고 말았다.

  “크크크, 하나도 아프지 않군. 녀석에게 당한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일까?”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피를 토했다. 검붉은 피를 한 움큼 게워 내면서도 사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끔찍한 몰골에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피해 갔다. 홍등가의 불이 하나 둘 꺼질 때쯤 사내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아주 적당한 두상이로군!”

  “내가 뭐랬소. 이 정도로 적합한 실험물은 없다고 하지 않았소.”

  “끄응, 당신 말이 옳소.”

  “그럼 결정한 것이오.”

  “별수 없지 않소.”

  상대가 마뜩치 않아 하자 크게 웃은 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튀어나온 복면인들이 술과 폭행으로 인사불성이 된 사내를 들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무림맹 군사에서 괴물로 전락할 처지라니 저 녀석도 참으로 딱한 인생이구나.”

  마뜩치 않아 하던 이는 불 꺼진 거리를 한동안 응시하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누구도 술주정뱅이 사내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를 내친 무림맹에서조차 그의 생사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삶을 사는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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