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 章 무당산(武當山)의 혈투(血鬪)
균현 남쪽 가까이 다다르자 오악의 하나라고 불리는 무당산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하늘로 높이 솟아 있고, 거대한 향로 같은 산봉우리들은 안개에 싸여 있어 신비감을 자아냈다.
"과연 산세가 수려하고 안개가 짙어 구름 속에 산이 떠 있는 것 같구나."
무당산의 절경에 크게 감탄하는 마음은 송현과 일행 모두 다르지 않았다.
"저기 흰구름에 싸여 있는 봉우리에서 해가 떠오르고 저문다고 하여 일조산이라 부르네." 양명이 무당산을 오르며 자신이 아는 바를 설명해 주니
험한 산을 오르는 길이 그리 힘들지 많은 않았다.
"무당산은 모두 칠십이 봉과 삼십육 암, 이십사 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주봉으로 일명 자소봉이라 하지.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던 양명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그러나?"
송현이 구슬땀을 닦으며 묻자 양명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상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게 말이지, 참배객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렇고 보니 산을 오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전혀 없었다.
"또 그걸 떠나서 이 정도 올라왔으면 무당의 제자들을 최소한 수십 명은 봤어야 하는데 코빼기도 비치지 않으니 좀 수상한 걸?"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은데. 무당파라면 그 위세가 대단할 텐데 이건 마치 죽은 산 같지 않아?"
막여위도 거들자 송현은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왕백과 타이라를 부탁하네! 먼저 올라가 봐야겠어!"
"뭐?"
양명과 막여위의 외침을 뒤로하고 송현은 무극무해의 기운을 끌어 -올려 경신법을 구사했다.
가파르게 경사진 돌계단을 뛰어넘듯이 날아올랐다. 주변 풍경이 획획 지나갈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가파른 오솔길을 내달리던 송현의 눈앞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수행을 위해 오르내렸을 돌계단 위에 무당의 제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송현이 신음을 흘리는 무장의 제자를 흔들었다.
"으‥‥‥ 엄청난‥‥‥ 고수가‥‥‥"
아직 앳되어 보이는 무당의 제자는 그 말을 끝으로 숨이 끊어졌다. 결국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자 송현은 급히 신형을 날렸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죽거나 부상당한 무장 제자 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그와 비례로 송현의 경신술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거칠 것 없이 뛰어든 자소궁은 더 이상 무당의 자랑이 아니었다. 도교의 본산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송현의 물음에 대답을 해 줄만한 이가 없었다. 대부분 신음과 피를 흘리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도‥‥‥ 와‥‥‥"
등 뒤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오자 송현은 재빠르게 이동했다. 자소궁의 주춧돌 아래에 노도장이 숨을 헐떡이며 기대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송현이 다그치듯 묻자 피를 게워 내던 노도장은 송현의 옷깃을 잡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 마교 ‥‥‥"
"마교!"
너무 놀라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어서 ‥‥‥ 남암궁(南巖宮)으로‥‥‥‥"
노도장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가 꺾였다. 옷깃을 붙잡은 손을 힘겹게 떼어 낸 송현은 이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남암궁이라 하지만 무당이 초행길인 그가 그곳이 어디 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남암궁의 이름에서 착안을 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려갔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모양이다. 남쪽으로 가는 길은 온통 시산혈해였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는 검은 무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시체들이 나타났다.
격전을 치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위험을 느끼자 송현의 내부에 잠들어 있는 무극무해의 진기가 요동 쳤다.
챙! 챙! 챙!
기합과 무기들이 격돌하는 소리가 들리자 송현의 검이 밖으로 나왔다. 검을 잡은 송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신선이 췄다는 전설을 가진 근무도장의 궁으로 들어서자 전각 아래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당의 도복을 입은 이들과 검은 무복의 침입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송현은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뛰어 들었다.
"크아악!"
갑자기 난입한 정체불명의 학사가 휘두르는 검에 복면인 서너 명이 불귀의 객이 되자 전세가 크게 기우뚱거렸다. 송현의 검에는 인정이 없었다. 사람의 목숨을 취하기 꺼려하던 그의 검이 오늘은 자비심을 버린 것이다.
"으악!"
송현의 신형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할 때마다 복면인들은 단발마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삐이익! 삐이익!
강적의 출현을 알리는 호각을 불던 복면인은 불신의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분명히 자신을 보호하던 수하들이 다섯이나 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학사 차림의 서생이 자신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는 광경이었다.
털썩!
검을 빼자 복면인은 의지할 곳을 잃고 쓰러졌다. 송현의 출현으로 힘을 얻은 무당의 제자들이 복면인들을 제압해 나갔다.
"어느 고인이시오?"
한숨 돌린 무당의 제자가 포권지례를 하며 신분을 묻자 송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오. 영호인은 지금 어디 있소?"
"영호인 사제와 어떤 관계입니까?"
"친구요!"
한시가 급한 마당에 이런 대화는 송현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당의 제자는 주저하며 그를 살폈다.
"나는 무당의 적이 아니니 어서 말해! 그의 안위가 걱정되어 달려왔단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송현에게 겁을 먹은 도장이 남암궁(南巖宮)을 바라보자 송현은 지체하지 않고 안으로 뛰어갔다.
"안 됩니다. 그곳은 무당의 금역이오!"
도장이 급히 말리려 했지만 송현의 경신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제운종?"
송현을 뒤쫓아 가려던 도장은 아직 남아 있는 복면인들의 처리를 위해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들고 동료들 돕기 위해 등을 돌려야 했다. 그저 그가 제운종을 익힌 걸로 보아 무당의 편이길 바랄 뿐이었다. 기둥, 들보, 원시천존(元始(天尊)과 현무(玄武)를 포함한 수십여 개의 도교 신들의 금박을 입힌 동상들로 현신하고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치자 안쪽에서 거친 욕설과 검투를 벌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중에는 송현이 그토록 찾고 있던 영호인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호인!"
이를 악다문 송현의 몸이 나는 듯이 움직였다.
무당의 태을현무검이 수십 개로 변화하며 압박해 들어갔지만 상대는 뒷짐을 진채 콧방귀를 끼었다.
"느려 !"
단지 그뿐이었다. 보법을 밟아 공세의 범위를 벗어난 상대는 팥은 기합과 함께 쌍 장을 내밀었다.
"위험합니다."
펑!
큰 소리와 함께 누군가 대신 앞에 뛰어들어 장풍을 몸으로 막아 냈다.
"호인아!"
얼굴이 파리해진 유자강의 신형이 분노에 떨었다.
"이 잔혹한!"
영호인의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유자강은 살심을 드러냈다. 태을현무검에 깃든 청명함이 사라지고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흥! 무당의 검은 이제 녹슬었구나. 이런 실력으로 본교를 핍박했다니 어이가 없군."
복면인은 자신의 손을 쓸 필요는 느끼지 못했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적혈마대! 이 안의 쓰레기들을 해치워라. 나는 무당의 치부를 보러 갈 테니까"
"존명!"
뒤에 시립해 있던 붉은 무복의 사내들이 유자강을 막아섰다.
"그곳만은 안 된다! 절대 안 돼!"
유자강이 악을 쓰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적혈마대라고 불린 이들은 무서운 기세로 유자 강의 검을 막았다
"비켜! 비키란 말이다."
그러나 마음이 어지러워지니 유자강의 검은 매서운 맛을 잃고 흔들렸다. 평정심을 유지해도 어려울 판에 극도의 흥분은 결국 몇 수 지나지 않아 검을 놓치는 실수를 만들었다.
챙캉!
검이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장로급 사제들이 모두 정신을 잃거나 이미 차디찬 시신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애지중지하던 제자 영호인 마저 서서히 눈빛을 잃어 가자 유자강은 자신의 무력감에 분노했다.
"으아아아!"
절규하는 유자강을 향해 적혈마대의 검수가 검을 찔러 갔다.
그때.......
서걱!
"끄으으으!"
유자강을 끝장내려던 적혈마대의 검수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나뒹굴었다.
"누구냐!"
거친 말투가 끝나기 전에 송현의 신형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누구냐고? 저승사자다!"
강한 살기가 폭사되자 적혈마대는 본능적으로 송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십여 명이 동시에 사혈을 노리고 짓쳐들어오자 송현의 검이 아래로 향하고 손은 하늘을 향했다. 칠정검 중에서 교소난아의 수법이었다. 모든 방위에서 찔러 오는 적혈마대의 검을 모두 막아 냈다. 곧바로 쾌검의 하나인 비룡일검(飛龍一劍)이 펼쳐지자 적혈마대는 다급한 신음과 함께 몸을 뒤로 빼기 급급했다. 그러나 송현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공중제비를 한 송현은 뛰어오른 상태에서 태을현무검의 이화비산(梨花飛(散)의 검초를 사용했다.
번쩍!
순간 송현의 검에서 빛이 쏘아졌다.
"커헉!"
무당파를 휩쓸다시피 했던 적혈마대가 허무할 정도로 손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 이것이 무당의 검이라니 ‥‥‥ 쿨럭!"
적혈마대의 수장은 자신의 가슴에 생긴 구멍을 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서서히 눈앞이 흐려지며 모로 쓰러졌다. 적혈마대를 물리친 송현은 유자강의 품에서 숨을 헐떡 이는 영호인에게 달려갔다.
"호인,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이 바보야!"
정신을 잃어 가던 영호인의 손이 힘겹게 올라왔다. 그 손을 잡은 송현은 울컥했다.
"하아, 하아, 왜 이렇게 늦었어."
"이 멍청한 녀석! 내가 불길하다고 했잖아. 가지 말라고 했잖아!"
영호인이 멀쩡했다면 송현은 한 대 때려 주었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부탁하나만 하자. 저 괴물을 막아줘, 놈이 저 안에 들어가면 안 돼, 만약에 들어갔다면 반드시 죽여야 해."
"안 돼! 난 네가 더 중요해, 너부터 살려야겠어."
송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하자 유자강이 품에서 작은 목합을 꺼내 뚜껑을 열자 굉장히 상쾌한 향이 퍼져 나왔다.
태청신단(太?神丹).
무당의 지보라고 불리는 환단이었다. 소림의 대환단과 비견되는 영약이었다. 유자강은 잠시 주저하더니 대환단을 입에 넣어 씹은 다음 영호인 입에 넣은 다음 가슴을 쓸어 주었다. 목울대를 울리는 큰 소리와 함께 유자강이 내력을 불어 넣어 주자 파리했던 영호인의 안색이 호전되었다.
"이 아이는 내가 보살필 테니 자네는 할 일을 하게나."
"흥! 그를 살려 줬다고 해서 생색을 내는 겁니까? 내가 왜 무당을 도와야 하죠?"
무당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은 송현의 격정적인 말투에 유자강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은 내 불찰이네. 하지만 저 안에 들어간 자를 막지 않는다면 수많은 생명이 이유도 모르고 죽어 갈 거네. 자네의 가슴에 아직 협의(俠義)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도와주게." 눈을 감고 모든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자 송현은 치를 떨었다.
"송현‥‥‥‥"
한결 호흡이 편해진 영호인이 입을 열자 유자강이 말을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영호인은 고집을 피웠다.
"며칠 전에 내가 너에게 무당의 짐을 나누어 주었지. 이것이 바로 무당의 짐이야. 너 역시 무당의 검을 사용하는 무당인이니까."
힘을 다하고 정신을 잃은 영호인의 맥을 확인한 유자강이 안도했다.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이네."
송현은 갈대숲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무당의 태을현무검을 전수해 준 영호인의 마음을 떠올렸다.
"이 고집불통!"
피 묻은 검을 휘둘러 검을 털어 낸 송현이 몸을 돌려 남암궁의 비역을 향해서 걸어 들어갔다.
"이번 한 번뿐이오."
송현의 감정 없는 음성에 유자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남안궁의 비역으로 들어갈수록 짐승의 비명과 같은 괴성이 들려왔다. 비역에는 전혀 불빛이 없어서 송현도 무극무해의 기운 이 아니었다면 한 치 앞도 분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향으로 보아 절벽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당산 내부의 동굴을 탐색하는 심정으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던 송현은 소름끼치는 경험을 했다. 그것은 마치 태풍을 코앞에서 마주친 것과 같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송현의 몸을 투과해 지나갔다.
"크흑!"
내부가 진탕될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송현은 급히 무극무해의 심상편 구결을 떠올리며 들끓는 기혈을 다스렸다. 격하게 떨리던 손이 멈추자 송현은 심호흡을 한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아까 그건 뭐였지?"
송현은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걸음을 빨리했다. 괴물들이 싸우는 듯 한 괴성이 점점 다급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챙캉!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가늘게 흘러나오는 빛무리를 발견한 송현의 신형이 날았다. 끈을 잃고 날아가는 연처럼 튕겨져 나가는 노도장을 송현이 받아 들었다. 하얀 도복의 가슴 어림에 검은 손바닥자국이 선명했다.
눈을 드니 낯익은 얼굴이 흉측하게 생긴 괴물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나, 나는 괜찮네. 어서 저자를 막아 주게."
힘겹게 말문을 연 노도장은 가부좌를 틀고 내상을 다스리려 했다. 송현은 생각 난 바가 있어 노도장의 품을 뒤졌다.
"이거로군!"
유자강과 마찬가지로 노도장 역시 태청신단을 가지고 있었다. 송현은 유자강과 달리 주저하지 않고 태청신단을 녹여 노도장의 입안에 흘려 넣고 유자강이 하던 대로 약기운이 빨리 퍼지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장심을 노도장의 가슴에 대고 무극무해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으 ‥‥‥"
노도장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며 혈색이 돌아오자 송현은 눈을 돌렸다. 오척단구의 노인과 팔척장신의 괴물이 무식할 정도로 박투를 벌이고 있었다. 괴물의 모습은 바위가 살아난 듯 기괴했다. 울퉁불퉁한 돌들이 모여서 사람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대단했다.
"별별 괴물이 다 있군. 그나저나 저 노괴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설마 저 노괴도 마교의 주구였나?"
송현은 노괴를 발견하자 살심이 일어났다.
"하아, 하아"
격한 숨소리에 송현은 노도장의 혈색이 돌아왔음을 알았다.
"괜찮으십니까?"
송현의 음성에 정신이 드는지 노도장은 백발이 성성한 얼굴을 들어 자신을 구한 사람을 확인했다.
"자네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던 송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저는 어떤 고약한 무당의 제자에게 무당의 짐을 억지로 짊어진 운이 무척 없는 놈입니다."
"허허허"
다급한 상황인데도 노도장은 웃음을 터뜨리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쯧쯧쯧! 노도장님. 아직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일단 여기서 몸을 숨기고 계십시오. 저는 저 노괴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럼!"
말을 마친 송현이 몸을 날리자 노도장의 눈빛이 맑게 빛났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구나.'
자애로운 표정으로 송현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노도장의 모습은 마치 신선 같았다.
노괴는 마치 벽과 싸우는 기분이 들어 점점 지쳐 갔다.
"젠장 할, 이거야 뭐 씨가 먹혀야 뭘 하든 해 보지. 돌덩이하고 무슨 싸움이 되겠어."
투덜거리던 노괴는 기마자세를 취하더니 양손에 내력을 집중했다. 양손이 검게 물들어 가자 기합성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양손에서 그림자 손들이 바위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마영수(魔影手)최고의 비기다. 파천환영(破天幻影)!"
내력을 모두 쏟아 넣다시피 한 자신의 비전절기를 펼친 노괴는 승리를 확신했다.
콰쾅!
동굴 전체가 흔들릴 정도가 강력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흙먼지가 피워 올라 먼지구름 속에서 노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훌훌훌, 달리 노부의 이름이 요절복수(腰絶伏收) 흑....."
"오랜만이오! 요절복통 혹부리 영감!"
"혹‥‥‥ 콜록! 콜록!"
승리감에 들떠서 한껏 배에 힘을 주었던 흑신마는 호흡이 뒤엉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아니 넌?"
송현을 발견한 흑신마는 얼마나 놀랐는지 콧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지은 죄가 있으니 겁이 나는 거요?"
이죽거리는 송현의 말투에 흑신마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이놈! 그때 내가 살려 주지 않았다면 네가 여기서 노부를 놀리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흑신마가 화를 내며 이를 갈자 송현은 더욱 강한 살기를 드러냈다.
"흥! 그따위 말장난에는 관심 없다. 놈은 어디 있나?"
송현에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흑신마는 눈을 찡그렸다.
'아니, 어수룩한 학사 따위가 어떻게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지?'
황궁에서 눈치 채지 못했던 송현의 능력에 흑신마는 당황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힘을 아껴 두는 건데,'
바위 괴물을 상대하느라 진기를 너무 써 버린 것이 후회가 되었지만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흑신마는 눈을 굴리며 궁리에 빠졌다.
"혹부리 영감, 잔머리 굴려 봐야 소용없다. 출구는 내 뒤쪽뿐이야.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당신은 죽는 길밖에 없어"
송현이 한 걸음 옮기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흑신마는 속에서 불길이 일었다.
"이 애송이가 감히 노부를 놀리다니!"
"닥쳐! 당신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천과 사례감 왕유를 내놔!"
콰드득!
송현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검 끝에서 파생된 기운이 벽을 흩고 지나가자 두부가 잘려 나가듯 종유석들이 베어졌다.
'검기상인(檢氣霜刃)이라니 기가 막히는군'
흑신마는 자신이 송현의 내력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더욱 송현을 자극하고 있었다. 무극무해의 내기가 송현의 분노를 매개체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흑신마가 발뺌을 하려 하자 송현의 살기가 폭사되었다.
핏!
"윽"
뺨이 칼에 스치듯 상처가 나고 옷들이 검에 베인 듯 잘려 나갔다.
"어서‥‥‥ 말을‥‥‥ 해!"
송현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변하면서 흑신마도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야."
획!
남은 힘을 모두 써서 동굴을 빠져나가려 한 흑신마는 신형을 날린 순간 바로 몸이 공중에 뜨는 것을 느꼈다
"커헉!"
송현의 손에 목이 잡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놈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
송현의 목소리에서 인간의 냄새가 사라졌다.
꿈틀!
송현의 얼굴에서 뭔가 튀어나오려는 듯 피부가 요동쳤다.
"뭐, 뭐야?"
흑신마는 전에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마, 말할 테니! 진정해라!"
죽음의 그림자를 본 흑신마는 목숨을 구걸했다.
"놈들은 저 안에 있다. 나는 그저 거래를 했을‥‥‥ 뿌 으으으‥‥‥"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흑신마의 목이 힘없이 한쪽으로 꺾였다. 그동안 중원무림에서 악명을 떨치며 세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던 마인이 생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명성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죽음이었다. 흑신마를 아무렇게나 내버린 송현이 몸을 돌려 바위 괴 물이 막고 있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노도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종유석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시간의 증거들이 송현의 침범으로 인해 마구 훼손되었다. 그러나 송현에게 그런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당천악과 사례감 왕유! 시타르의 복수를 위해서 송현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치이이!
송현이 발이 동굴 안 물 고인 곳에 빠지자 물 끓는 소리가 나며 수증기가 만들어졌다.
"흥! 무당비역(武當秘域)? 얼마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기에 이렇듯 깊은 곳에 감추어 뒀지?"
외모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말투마저 거칠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송현의 내부에서는 그날 황궁에서 겨우 누르고 있던 마기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응?"
남암궁 안에서 보았던 적혈마대와 똑같은 복장을 한 시체들이 길을 따라서 놓여 있었다. 시체마다 검게 변색되어 있는 모습이 중독에 의한 치명상임이 틀림없었다.
"당천악"
송현의 음성은 이제 가래가 들끓는 소름 끼치는 괴성이었다. 동굴 저편에 있을 당천악을 향해 송현의 신형이 흐려지는 듯싶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당산 안에 이렇게 넓고 큰 공동이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바위를 깎아서 만든 도교의 십이신상들이 공동구를 둘러쌌다. 바닥에는 기묘한 팔괘진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는 높은 석단이 자리해 있었는데 석단 위에는 낡은 천이 부처상 같은 것을 덮고 있었다. 비역에 들어선 당천악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석단에 가까이 갔다.
떨리는 손으로 천을 잡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늦었소이다!"
당천악의 신형이 수장이나 뒤로 튕기듯 물러섰다.
짝! 짝! 짝!
"역시 명불허전! 사천당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하더니 대단하군."
조롱인지 칭찬인지 모를 소리에 당천악이 분기탱천하여 고함을 질렀다.
"어느 놈이냐?'
주변을 둘러보는 당천악의 눈에 도교의 사신상 앞에 앉아 있는 붉은 무복의 사내가 들어왔다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지? 내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 하다니 예사 놈이 아니다.'
당천악은 암중에 내력을 끌어 올리며 상대를 경계했다.
"사례감 왕유로부터는 별다른 정보를 얻어 내지 못한 모양이군.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말이야."
상대는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자신은 상대에 대해서 무지 하니 당천악은 불쾌했다.
"네놈이냐? 흑신마 영감을 사주한 것이?"
"클클클! 이제야 아셨소?"
"이놈~~~ !"
원수라도 대하듯 으르렁거리자 붉은 무복의 사내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가련한 사람. 자신이 무엇을 쫓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는 꼴을 보자니 안쓰럽구나."
조롱하는 느낌이 다분한 붉은 무복의 사내를 당천악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원하는 게 뭐냐?"
애써 화를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후후후, 당신과 같다. 다만 그 쓰임새가 다를 뿐이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태도에 당천악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상황을 주도해 나가도 모자를 판에 구석에 몰리게 되자 위기감이 몰려왔다.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은!'
당천악은 황실에서 탈출하여 흑신마 영감이 마련해 준 은신처에서 지금까지 숨어 지냈다.
'분명히 저 녀석이 흑신마 영감탱이를 사주한 것이 분명한데, 왜 사례감 왕유를 빼돌린 사실은 모르는 것으로 보아 내시를 빼돌린 일은 흑신마 영감이 독단으로 벌인 일인가?'
당천악은 작금의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상대가 누군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대종사란 그냥 거저 얻어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겪어 온 경험과 시련이 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같다면 설마 저 녀석도 무극무해를 노리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저 녀석은 어떻게 내가 무극무해를 찾고 있는 사실을 알았고 황실에서 일이 벌어질 것을 어떻게 미리 알았‥‥‥ 큭! 이 망할 내시 같으니라고!'
차근차근 풀어 나가니 마지막에 곰방대를 입에 물고 실실거리는 왕유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서운 놈! 하늘이 무너져도 그놈만은 죽지 않겠군. 고 환관 영감이 이 녀석을 끌어들였든지 아니면 이 녀석 이 환관 놈에게 접근했든지 둘 중에 하나겠군.'
그제야 당천악은 흑신마의 이해할 수 없었던 일련의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쿡쿡쿡! 책을 못 찾았나 보군"
당천악의 조롱에 붉은 무복의 사내도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물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지! 자, 이제 서로 가진 걸 공유함이 어떨까?"
제안이 유혹적이었지만 당천악은 그리 녹록한 인물이 아니었다.
"글쎄, 누구패가 더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해 볼 바보는 없지 않나?"
당천악은 효웅이었다. 사내도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쳤다.
"아! 잠시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깜빡했군."
사내가 벌떡 일어나 석단으로 다가갔다. 당천악은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석단 옆에 선 사내는 당천악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사자국의 이름 모를 항구에서 무극무해의 주인으로부터 구술을 들은 자는 모두 죽었을까?"
"뭐? 그 일을 어떻게?"
당천악은 사내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과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내를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모래 구덩이 숨어서 몰래 듣고 있던 당신 말고 말이야!"
당천악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패였다
"흥! 무상선사, 장도인 그리고 천축의 땡중은 모두 죽었다."
당천악이 확신하자 사내는 소름끼치는 눈으로 웃었다. 복면 속에 숨어 있는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당천악은 비역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적혈마대와 비슷한 실력의 고수들이 동굴 곳곳에 숨어 있는 기척을 찾아냈기 때문에 경고망동하지 않았다.
"그건 소위 정파 무림의 양대 산맥인 소림과 무당이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연극이었다."
획!
천을 잡아당기자 당천악은 헛바람을 삼켰다.
"서, 설마 이건?"
천으로 감추고 있던 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은 사람이었는데 실로 형언하기 어려운 참혹한 몰골이었다. 불에 완전히 타 버린 두 사람이 서로 붙어 있는 형상이었다.
"그래, 무상선사와 장 도인이다."
당천악은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저런 몰골이 되었을 거라고는‥‥‥ 정말 몰랐다."
당천악은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에 불안했다.
"무극무해는 신의 선물인 동시에 악마의 저주가 깃들어 있는 물건이다"
당천악은 사내의 음색이 떨리고 있음을 알고 긴장했다.
"소림의 지객승인 무상선사가 그랬고 무당의 별이라고 추앙받던 장 도인도 마찬가지였다. 불세출의 기재라고 흥분하던 내 아버지도 결국 무극무해에 먹혀 버렸다."
"아버지?"
당천악이 모르는 부분이 나오자 저도 모르게 나온 반응 이었다.
"그날 스승의 손에 죽임을 당한 가련한 운명의 사내를 기억하나?"
당천악의 눈꺼풀이 미미하게 떨렸다. 기억의 편린들을 맞춰 가던 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천‥‥‥ 마교 교주 장천이 네 애비란 말이냐?"
경악하는 당천악을 향해 사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천악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런 비밀을 나에게 말해 준 이유가 뭐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다. "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은 모양이군,"
당천악이 내심 짐작한 바를 이야기하자 사내는 씁쓸하게 웃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지 내가 모든 비밀을 말하면서까지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사정이 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교 내에서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 못한 모양이구네"
아픈 곳을 들춰내서일까? 사내는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
"좋아, 비밀을 이야기해 줬으니 나 역시 그 정도는 해 주지."
당천악이 순순히 입을 열자 사내는 긴장했다.
"천축에서 끌려오다시피 한 동자승은 소림에서 무극무해를 모두 세 권 작성했다. 하나는 소림에 하나는 무당에 그리고 또 한 권은 당시 소림을 머물고 있던 효인사태에게 주었다." "효인사태라면‥‥ 그 소문만 무성한 보타암의 주지승인가?"
당천악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새로운 사실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무당에 보내진 무극무해는 장 도인이 파기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것이 가져올 불행을 예견했지. 그러나 소림은 역근경을 능가하는 신비한 무공에 대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승을 선발해 익히게 하였다
"결과는 참담했겠군."
당천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 명의 무승이 모두 미쳐서 소림사를 발칵 뒤집어 놓고 죽었다. 이에 무상선사는 크게 자책했지.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했다. 그 다음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겠지?"
사내는 사람도 뭣도 아닌 피육을 쳐다보며 쓰게 웃었다.
"내가 아는 것은 무상선사가 소림에서 무극무해를 빼돌려 어디론가 보냈고 그 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당천악의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가늠이라도 하려는 듯 사내는 그의 눈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그 다음 이야기는 내가 해주지. 무상선사는 비밀리에 장 도인을 찾아와 속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하더군."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려고 했단 뜻인가?"
당천악이 한심하다며 혀를 차자 사내는 냉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장 진인은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이 비역에서 무상선사의 수련을 도왔고 한 달이 되던 어느 날 참극이 벌어진 거지."
"음....."
사내의 말은 계속되었다.
"무상선사가 마기에 사로잡히자 장 진인은 죽기를 각오하고 무상선사를 진정시키려 내력을 불어넣다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듣기로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군."
사내가 무림비사를 담담하게 끝을 맺자 당천악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너는 어떻게 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거지?"
당시 무당의 장문인의 소동이 마교의 간세였다. 그는 모든 것을 보고 들었고 내게 이야기했다. 비로소 모든 비밀을 알게 된 당천악은 허탈하게 웃었다.
"멍청하기는 무극무해는‥‥‥‥ "
"주해서 없이는 마물이라는 이야기지."
"역시 알고 있었군."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 얽혀 들어갔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머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과연 두 사람이 찾는 것은 어느 쪽일까? 무극무해일까? 아니면 주해서일까? 이것에 따라서 서로의 가치가 달라지기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내가 어떤 책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저 천정에 숨어 있는 놈들이 튀어나올지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가 결정 되겠군"
"물론, 가치가 없는 자와 상대하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당천악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내렸다. 생각보다 천정에서 느껴지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눈앞의 사내까지 상대해야 했다.
"내가 가진 것은‥‥‥‥ "
사내의 눈이 당천악의 입에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