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五 章 구걸신개(求乞神?)
일주일 동안 송현은 사건에 관한 모든 기록을 백 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고 사건의 현장으로 다시 되돌아가 주의 깊게 살폈다.
송현의 예감과 달리 범인은 용의주도했고 범인의 정체를 밝힐 만한 증거는 전혀 없었다. 이자웅의 서재를 빌려 쓰고 있는 송현은 벽에 걸린 초상화들을 유심히 살폈다.
"모두 납치된 규수들인가?"
거리에 나가 정탐을 하고 온 영호인과 양명이 돌아오자 송현은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그래, 저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고 있네만 이상하게도 전혀 연결 고리가 없네."
"연결 고리가 없다?"
앙명이 까칠해진 얼굴을 두 손을 쓸며 초상화들을 유심히 살폈다.
"외모, 나이, 키, 하물며 취미 뭐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어.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지, 녀석의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 범행을 유발하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희생자들 사이에는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없어. 그게 이상해."
"이를 테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영호인이 궁금해하자 송현은 과거 북평에서 있었던 연쇄 살인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때 미치광이 살인범은 붉은색 옷을 입은 여자만 보면 참지 못하고 살육을 저질렀지. 그건 범인이 어렸을 적에 붉은 비단 옷을 즐겨 입었던 어머니의 학대에 대한 반발심으로 생긴 일종의 매병이었어. 그와 유사한 사건들의 기록을 보더라도 범인들에게 당한 희생자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는 그 어떤 유사점도 찾을 수 없으니 오리무중이야."
송현이 한숨을 쉬며 두 손을 들자 양명도 거리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화화공자(花火公子)?"
송현이 어이없어 하자 양명은 차를 들이키며 인상을 썼다.
"나도 처음에는 놀랬는데 저잣거리에는 그 녀석을 화화공자라고 부르면서 영웅시하고 있었네."
양명의 설명에 송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녀석을 무슨 영웅처럼 생각하면 골치 아파져."
"그건 놈이 양가집 규수들만 건드려서 백성들로서는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이라네."
"약아 빠진 녀석!"
송현이 열이 받아 소리치자 영호인은 고개를 저었다.
"후, 내 쪽은 더 막혔어"
영호인은 하남성 정주 일대의 문파에서 경공이 뛰어난 자를 알아보기 위해 갔었다.
"협조를 하지 않는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영호인을 보며 송현이 불같이 화를 냈다.
"관에 협조를 하지 않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송현 불같이 화를 내자 영호인은 그를 진정시키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하남성 일대의 무림 문파는 대부분 그 이름이 쟁쟁한 곳들이지 거기에 이름 없는 군소방파까지 합치면 백여 개가 넘어.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이 바로 하남성 등봉현에 있는 숭산의 소림이 문제야."
송현이 이해를 하지 못하자 양명이 도와주었다.
"숭산 소림‥‥‥ 바로 소림사를 말하는 거네."
그제야 송현은 영호인의 고총을 깨달았다. 영호인이 책상 위에 지필묵을 펼쳐 하남성 일대의 무림방파를 표시해 주었다.
"빌어먹을 것이 말이야. 구파일방 중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거대 문파가 이 하남성에 다 있다는 거야."
굳은 표정으로 먹을 간 영호인의 대충 지도를 그린 다음 하나 하나 짚어 갔다.
"궁가방 그러니까 개방을 말하는 거네. 또 숭산의 소림, 곤륜산의 곤륜파 그리고 무림인들이 제일 마주치기 꺼려하는 남궁세가가 낙양에 있다네."
영호인과 양명에 비해 송현이 느끼는 어려움은 작았다. 그로서는 구대문파의 위력이라는 것이 그거 책으로 보아온 것과 황궁에서 만났던 무림영웅대회의 사람들이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송현, 그때는 황궁이라는 특수한 장소이기 때문에 무림인들이 경거망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곳은 강호라네, 강호에는 강호의 법칙이 있고 그들은 그것에 목숨을 걸지"
하지만 영호인의 설명에도 송현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대명제국의 백성이 아니란 말인가? 나라법이 있으니 백성된 도리로서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거늘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강호에는 강호의 법칙이 있다니?"
송현이 따지듯 소리치니 곤란해지는 것은 영호인이었다. 한참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자 결국 영호인은 송현을 데리고 하남성의 문파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더 나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송현은 영호인과 함께 정주를 떠나 개봉으로 향했다. 영호인이 정보를 얻으려면 개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송현은 무림방파를 방문한다는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무림의 비사가 적힌 책들을 통해서 만나 왔던 수많은 영웅호걸의 무대였기 때문에 송현은 부푼 마음으로 영호인을 따라갔다. 정주부의 외곽으로 벗어나자 영호인과 송현은 역마를 이용해서 쉬지 않고 달렸다.
정주부에서 개봉부까지는 이백 리 길이었다. 역참에서 말을 갈아타며 부지런을 떤 덕택에 이틀 만에 도착을 하였다. 개봉부에 도착한 송현과 영호인은 개봉의 번화가로 나갔다. 영호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객잔의 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들만 바라보고 있자 참다못한 송현이 투덜거렸다.
"저기, 이보게 영호인. 우리가 정말 구파일방 중 하나인 개방을 찾아가는 것이 맡는가?" 송현이 시무룩해 보이자 영호인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기다려 보게. 곧 개방의 식솔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 영호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저잣거리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 영호인이 손짓을 했다.
"나타났네!"
송현은 무림영웅대회 때의 개방도들이 있을까 싶어서 두리번거렸지만 아는 얼굴은 없었다. 대신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흘러나오는 거지들이 객잔 옆을 어슬렁거렸다. 그들에게 영호인은 미소를 지으며 포권지례를 했다.
"개방도 여러분 긴한 일로 방주님을 뵈었으면 하오니 연통을 넣어 주었으면 합니다."
자신들을 알아본 영호인을 경계하며 개방의 거지들은 봉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대는 누구요?"
거친 말투에 영호인은 송현에게 눈짓을 했다. 숨을 참으며 송현은 이자웅에게 받은 신패를 보여 주었다
"하남 정주부의 판관이다. 물을 것이 있다."
관리들의 말투를 흉내 내는 송현을 보며 영호인은 고개를 저었다. 거지들은 서로 귀엣말을 건네더니 하나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기다려 보슈!"
퉁명스러운 대답과 함께 그들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저, 저‥‥‥" 송현이 다급히 불러 세우려 하자 영호인이 괜찮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저들이 우리를 찾아올 걸세.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돼."
"저들이 그렇게 신통한가?"
영호인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세상에 거지가 가지 않는 곳이 없고 거지가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 있네, 그걸 무림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네."
[세상 천지에 개방도가 없는 곳이 어디고 개방이 모르 는 일이 어디 있으랴!]
"허, 대단한 자신 감이로군."
송현은 마뜩치 않아 했다. 그걸 아는 영호인은 송현에게 현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림비사에 나오는 내용들은 자네 말대로 부풀려지고 지어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맞네. 하지만 개방의 정보력만큼은 금의위 못지않다는 것이 정설이야."
영호인의 단정하듯 이야기하자 송현은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조정의 관부와 비교를 하는가? 그건 억지라고 보는데?"
송현이 믿으려 하지 않자 영호인은 두고 보라며 여유있게 차를 들이켰다. 싸구려 용정차를 음미하던 송현은 차향을 사라지게 만드는 케케묵은 냄새에 고개를 들었다.
"헉!"
객잔 테이블 옆으로 어느새 서너 명의 거지들이 다가와 있었다.
"그대가 정주부의 관리요?'
걸걸한 목소리의 뚱뚱한 거지가 위아래로 쳐다보자 송현은 기분이 나빠져서 몸을 뒤로 뺐다.
"그렇소. 방주님을 뵐 수 있겠소?"
영호인이 조심스럽게 의중을 묻자 뚱보는 고심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슈!"
영호인이 주저하는 송현을 데리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그들의 뒤를 쫓아 개봉의 뒷골목을 구불구불 돌아가자 송현은 영호인에게 속삭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황궁에 왔던 개방도들은 모두 말쑥했잖아."
송현이 인상을 찌푸리자 영호인은 웃음을 참으며 속삭였다.
"그들은 속가제자들이야."
영호인의 설명에 따르면 황궁에 냄새나는 거지들이 찾아 올 수 없었고 또한 개방 방주의 성격으로 영웅대회 같은 곳에는 참석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직전 제자들 말고 그들의 속가제자들이 황궁을 방문한 것이다. 그들은 개방의 협의를 존중하여 개방도처럼 옷을 입지만 구걸을 하지는 않는다. 집도 있고 가족도 있으며 재산도 있다. 이를 개방의 방주는 탐탁히 여기지 않지만 많은 장로들은 그들의 기부금이 방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묵인하고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황궁을 방문했던 사장로였다.
"그럼 이들이 진짜 개방도라는 뜻인가?"
영호인이 그렇다고 하자 송현의 실망은 대단하였다. 미로 같은 낡은 건물들 사이를 빠져나가자 갑자기 제법 널따란 공터가 나타났다. 공터에는 세상 거지란 거지는 다 모아 놓은 듯했다.
"음"
송현은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흘러나오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영호인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포권지례를 해 보였다.
"개방의 문도들을 뵈오!"
지극히 예의를 갖춘 태도에 누군가 욕설을 해댔다. 송현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개방에서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호인 마저 표정이 굳어지자 송현은 욕설을 내뱉은 주인공을 찾아보았다.
"카학, 퉤! 거지들한테 예의를 차리는 인간은 둘 중에 하나지. 사기꾼이거나 뭔가 궁금한 일이 있는 놈이지."
호리호리한 몸매의 백발노인이 요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자 거지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개방의 방주인가?"
송현의 하대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그러나 송현은 무시하고 할 말을 다했다.
"내 물을 것이 있어 왔다."
영호인의 표정마저 창백해질 정도로 송현은 오만했다. 얼마나 분위기가 살벌했으면 영호인이 저도 모르게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았다.
"하하하하, 그것참 재미있는 녀석이로고, 그래 무엇이 궁금하여 정주부에서 예까지 납시었나?"
개방의 방주는 의외로 화를 내지 않고 송현과 말상대를 해 주었다. 그것은 일종의 호기심이었다. 그의 정보에 들어 있지 않은 인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 니었다.
"화화공자!"
송현의 목적을 말하자 개방 방주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양 볼을 씰룩이며 표정을 이상하게 만들더니 지팡이로 긁개를 만들어 때가 밀려 나오는 등을 긁었다.
"거참 곤란한 질문을 하는구나!"
방주의 대답에 송현의 눈동자가 빛났다.
"이것 봐라! 모른다가 아니라 곤란하다"
송현의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충분한 사례를 하지, 아는 것이 있으면 다 말해 보게."
송현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지만 방주는 오락가락 하는 말로 혼자 주절주절 거렸다. 송현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기다렸다.
"흠, 네 이름이 뭐라고?"
"이......"
속에서 뭔가가 왈칵 하고 올라왔지만 송현은 애써 참았다.
"정주부의 송현이라고 하지 않았소?"
"흠 정주부라면 이자웅이 판관이 아니던가?"
"난 임시다. 어서 아는 걸 말해라!"
송현의 얼굴에 짜증이 밀려오자 개방 방주는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오늘은 내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내일 다시 찾아오게나."
개방의 방주가 몸을 돌려 사라지려 하자 송현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봐 거지 왕초! 감히 관을 능멸하다니 강제로 연행되고 싶은 것이냐?"
"송현!"
화들짝 놀란 영호인이 다급히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주변에 있는 개방도만 어림잡아 오십여 명이었다. 하나 같이 삼결 이상의 제자들이었다. 영호인은 송현에게 미리 주의를 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별수 없이 검을 뽑아 드니 개방의 제자들이 오행의 형태로 그들을 포위했다.
"제길, 타구진이다."
개방의 독문진법인 타구진의 위력은 소림의 백팔나한 진과 더불어 잘 알려진 무서운 진법이었다. 팔백 명이 모여서 이루는 타구진이 발동되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해지는 개방의 자랑이었다. 영호인은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송현의 입이 모든 걸 망치고 있었다. "감히 관을 상대로 무기를 들다니 조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엄벌에 처하겠다." 송현이 으름장을 놓자 거지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고작 둘이서 무얼 하겠다는 거냐?"
그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린 송현의 낯빛이 굳어졌다.
"이놈들 감히 관원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다니. 이젠 더 이상 용서하지 못하겠구나!"
스르릉!
송현의 검집에서 청명검이 조용히 빠져나왔다.
"국법에 의거하여 조정에 대하여 반기를 든 죄로 모두 참형에 처하겠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송현이 기수식을 취하자 영호인은 다급해졌다. 이대로 사단이 벌어지면 개방과 골이 깊어져 앞으로 사는 것이 피곤해질 것이 분명해기 때문이다.
"송현 안 돼! 제발 냉정해지라고!"
영호인의 부탁에도 송현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았다. 송현이 검을 앞으로 세우며 무극무해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응?"
개방의 방주가 코를 벌름거렸다. 어디선가 맑고 청아한 향기가 퍼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향기의 근원지가 바로 송현의 검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표정이 급변했다
"타구진을 풀어라!"
"하지만 방주님 ‥‥‥"
"어서 풀어, 이것들아!"
방주가 호통을 치자 제자들이 어쩌지 못하고 타구진을 풀었다.
거짓말처럼 전신을 압박하던 기운이 사라지자 영호인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 모한 녀석인걸. 검에 향기를 피워 낼 줄 안다니 제법이구나!"
송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눈치 챈 개방 방주는 제자들을 물리고 곁에 다가왔다.
"하하하, 나는 구걸신개 철밥통이라고 한다."
"큭!"
우스꽝스러운 이름에 송현이 참지 못하고 웃어 대자 방주역시 껄껄댔다.
"내 이름이 좀 재미있지. 그나저나 오랜만에 이 향기를 맡아 보는구나. 아주 오래전에 소림에서 그리고 무당에서 검끝에 향기를 만들어 내는 자들을 보았지. 뭐 나중에는 모두 미쳐 버렸지만."
이번에는 송현의 눈이 커졌다. 구걸신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무상선사와 장 도장을 아시오?"
송현이 다급히 물었지만 구걸신개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이었다.
"개봉에 화선루라고 아주 요상한 기방이 있다. 그리 한 번 가 보거라."
구걸신개는 그 말을 끝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사라졌다. 개방도들은 방주의 명이 있었기에 송현과 영호인을 그대로 보내 주었다
등에서 진땀을 뺀 영호인은 돌아가는 길에 송현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송현이 의외로 침묵하자 영호인 혼자 떠드는 꼴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강호란 게 뭐야?"
송현이 느닷없이 물어오자 영호인은 갑자기 대답할 만한 적당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호가 강호지 뭐긴 뭐야!"
오히려 반문하는 영호인을 보며 송현은 그가 품었던 무림에 대한 환상을 모두 버렸다. 관원을 향해 무력을 행사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에 송현은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한낱 거지 무리인 줄 알았는데 그들의 무공은 무시무시했어. 도대체 저런 사람들은 얼마나 많단 말인가?"
책속에서의 영웅호걸들이 바로 자신의 목을 칠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자 더 이상 동화가 아니었다. 첫 대면 한 무림의 문파와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송현과 영호인의 각자 실망과 안도를 하며 돌아왔다.
그러나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송현은 나쁜 기분을 털어 버리고 영호인과 구걸신개가 알려 준 그 묘하다는 기방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