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一章 혜안견진(慧眼見眞) - 지혜로운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다
송현과 일행들이 황궁을 나와 여행을 시작한 것은 무섭게 휘몰아치던 한겨울의 삭풍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기운에 힘을 잃고 물러날 무렵이었다.
오랜 세월 황궁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소진한 송현과 왕백은 대륙의 유명한 명승지를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영호인 등은 두 사람을 위해 긴 여정을 준비했고 몇 달을 허비하여 섬서성(陝西省)의 성도인 서안에 도착했다. 장안(長安)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역사적인 도시에 도착하자 송현은 흥분했다.
"장안의 명물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곳에 오니 비로소 실감되네."
관도를 메운 수많은 인파를 보고 송현은 감동을 받았다.
시전에서 백성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광경을 보며 송현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응?”
시전 상인들의 가판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송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획!
수많은 인파 속을 송현은 가볍게 질주했다.
"큭! 누가 보면 무당 제자인 줄 알겠어."
무당의 경신법인 제운종을 구사하여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서 빠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물찬 제비와 다름없었다.
“당천악!"
송현이 장한 한 명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와당탕!
"어이쿠, 사람 잡네!"
묵을 파는 가판 위로 나뒹군 장한은 죽는 소리를 냈다.
"이런!"
갑자기 머리가 식어 버린 송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낭패한 얼굴로 장한에게 사과를 했다.
뒤늦게 달려온 일행들이 장사치와 장한에게 돈을 주어 달래 주니 구경꾼들도 사라지고 다시 시전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직도 떨쳐 내지 못했군."
영호인이 어깨를 두드리자 송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잊을 수가 없지. 절대로 잊지 못해!"
당천악의 손에 쓰러지는 시타르의 모습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 송현을 괴롭혔다. 영호인은 그런 송현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대륙 전역에 추살령이 내려졌네. 사례감 왕유와 당천악, 그리고 흑신마. 이 셋은 천하에 발붙일 곳이 없어.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걸세."
영호인의 위로에 송현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악다문 턱에서 힘을 빼지 못했다.
“아직도 그렇게 분한가?”
"그래, 너무 분해.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내가 조 금만 더 눈치가 빨랐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거야."
주먹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보며 영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땐 어쩔 수 없었네.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망치는 것이야. 당시에는 그 자리에 그 누가 있었다고 한들 막을 수 없었을 거야. 그게 그분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을 거다."
송현은 영호인의 말을 수긍하지 못했다.
"아니,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야. 나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나의 삶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믿기 때문에 나는 강해지려고 하는 거다. 영호인!"
송현의 굳은 의지에 미소를 지은 영호인은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지칠 줄 모르는 근성은 웬만한 무인들보다 더 강했고 옳다고 믿는 일에 굽히지 않는 신념은 보고 배울 만했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런 열정을 가진 순수함 때문이었다. "그래, 나도 네 곁에서 지켜보다 싶다. 네가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말이야."
"고맙다."
두 사람이 우정을 확인하는 걸 지켜보던 왕백이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길에서 잘 건가요?”
심심해하는 얼굴을 보니 왕백은 두 사람의 대화를 전혀 듣고 있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말만 골라서 듣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왕백이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느냐? 객잔을 잡아야지."
막여위가 왕백의 목을 조르며 장난을 치자 버둥거리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며 웃었다.
막여위가 왕백을 끌고 앞장서자 일행은 객잔을 찾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하는 거지? 따로 특별한 운신법이라도 있는 거야?"
영호인이 호기심을 드러내자 송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어.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기운을 쓰게 되는데 멀쩡한 때는 되질 않아."
"그럼 정말로 그날 황궁에서 너하고 당천악이 대결한 건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응, 전혀‥‥‥.“
송현의 얼굴빛이 어두워지자 영호인은 이 불가사의 한 현상에 대해서 궁금함이 더욱 커졌다.
'무의식중에 펼쳐지는 무공이라, 거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본인 자신과 영호인이 알지 못하는 비밀은 시타르가 죽음으로서 영원히 땅에 묻히고 말았다.
사실 시타르로서도 자신이 영웅대전에서 죽을 거란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송현의 무의식 속에 무림의 무공을 기억시켜 주기는 했었지만, 그것을 다시 의식의 세계에서 끌어내는 법은 가르쳐 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송현의 화려한 무공은 그가 화가 났거나 분노했을 때에만 그 일부가 펼쳐졌다. 분노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송현은 그저 나약한 학사일 뿐이었다. 그 연결고리를 풀지 못하면 송현은 반쪽자리 천재에 불과했다. 시전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일행은 당장에 급한 일이 없어서 장안에서 유람하듯 십여 일을 보낸 뒤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에 도착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치들을 보고 있던 송현이 감탄했다.
"저들은 마치 십 갑자 내공을 지닌 무림인 같군. 어찌 시종일관 저리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댈까?"
송현이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놀라워하자 여행에 지친 왕백이 투덜거렸다.
"저는 저들보다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송현 학사님이 야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하하!"
왕백의 우스갯소리에 막여위와 양명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뭐라고? 요 녀석이!"
"헉! 사람 살려!"
두 사람이 관도에서 쫓고 쫓기는 장난을 치자 영호인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보게 영호인,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지 않겠어?"
막여위가 웃음을 그치고 주변을 돌아보자 다른 이들도 같은 뜻임을 비췄다.
"우리가 가져온 말은 장거리 여행에 알맞지 않으니 우선 마시장에서 근골이 튼튼한 놈으로 바꿔야겠어."
말에 관해서 자신이 있는 막여위가 나서자 모두 그에게 일을 맡기기로 하고 영호인과 양명은 다른 물품을 구하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막여위와는 나중에 객잔에서 만나기로 약조 한 후 헤어졌다.
예전부터 황금이 많이 난다고 해서 금도(金都)라고 불리던 난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물품들이 산재해서 난주에서 구하지 못하면 천하 그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한 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규모가 컸다.
난주의 시전으로 들어서니 각지에서 몰려 온 여행객들과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송현 학사님, 제발 두리번거리지 말고 앞만 보고 걸으세요. 창피해 죽겠네!"
송현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통에 걸음이 더디자 왕백이 한 소리 했고 거기에 영호인마저 거들었다.
"그렇게 촌사람 티를 내면 좀도둑들이 전대를 노릴지 도 몰라,"
“헉!"
허리춤을 재빨리 만져 본 송현은 묵직한 것이 만져지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놀래라."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는지 일행들은 배꼽을 잡았다.
머쓱해진 송현이 서둘러 앞서 나가자 일행들도 더 이상 그를 놀리지 않고 걸음을 서둘렀다.
붉은 색 주렴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상점으로 들어서자 물고기 모양의 편경이 소리를 내며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뉘시오?”
늙수그레하게 쉰 목소리가 반겼다.
"물건 좀 보러 왔수다."
양명이 벽에 걸린 낡은 도롱이를 만지며 손님임을 알리 자 주인은 마음대로 둘러보라고 말하며 제 할 일을 했다.
상점 안은 마치 역사의 저장고와도 같았다.
고대 주나라 시대의 물건들부터 당나라 시대의 그릇들까지 먼지 쌓인 물건에는 저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송 학사님 이거 아무래도 잘못 온 거 같은데요. 쓸 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왕백이 주인 눈치를 보며 소곤거리자 송현은 고개를 저었다.
"겉보기에 그렇지 물건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구나. 잘 찾아보면 필시 좋은 것들을 구할 수 있을 거다."
송현의 충고에도 왕백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다며 슬금슬금 상점 밖으로 몸을 뺐다. 영호인과 양명이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찾아 주인과 가격 흥정을 하는 동안 송현은 홀로 상점 안을 돌아 다녔다.
상점 안으로 들어 갈수록 송현은 시간을 탐험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고 있었다.
"호오, 이것은 수나라 시대의 도자기가 아닌가? 이런 것이 여태 남아 있다니 신기하구나."
송현은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른 채 거미줄을 걷어 내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쉬이이!
꽉 막힌 상점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먼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쌓여 있던 먼지였는지 몰라도 이 안에 있는 물건들보다 더 묵은 듯이 느껴졌다.
"콜록! 콜록! 이거야 원 미로가 따로 없네."
좁고 더러운 곳에 무엇이 있다고 안으로 들어가는지 이유도 모른 채 송현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구석으로 기다시피 들어갔다.
툭!
어깨로 물건들이 쌓인 진열대를 건드렸는지 그 위에서 족자 하나가 송현의 학사모에 떨어졌다.
"뭐지 이건?"
족자를 펼치니 그 안에 숨어 있던 먼지들이 튀어나왔다.
"콜록! 콜록!"
한참 동안 기침을 하고 난 후에야 겨우 먼지구덩이 속을 빠져나온 송현의 손에는 그림 한 점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본 주인 영감이 혀를 찼다.
"끌끌끌, 어쩌려고 그 안에 들어가셨소. 물건이 무너지면 나도 대책이 없어서 안 들어가는 곳인데. 그만하길 다 행이오."
그 사이 셈이 끝났는지 일행들은 상점 밖에서 송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현은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 내며 주인에게 그림을 들이밀었다.
"후아, 청소나 좀 하시오. 그나저나 이 그림 얼마에 파시겠소?"
주인 영감은 송현이 내민 족자를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호, 그런 것이 있었나? 나 같은 까막눈이 뭘 알겠소. 그냥 가져가시오. 같이 온 손님들이 많이 팔아 주셨으니 덤이라고 생각하시오."
선뜻 내어 주는 주인 영감의 후한 인심에 송현은 거듭 고마움을 전하고 밖으로 나갔다.
송현은 기분이 좋아 희희낙락했지만 일행들은 기겁하였다.
"아니, 안에서 윌 했기에 거지꼴이 되어 나온 거요?"
양명이 혀를 차자 그제서야 자신의 몰골이 어떻다는 것을 알아차린 송현은 손에 든 족자를 펼쳐보며 괜찮다고 말했다.
"대신 귀한 것을 얻었으니 괜찮아."
일행들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송현의 얼굴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목욕을 하고 깔끔해진 송현이 방으로 돌아오니 왕백은 이미 곯아떨어져 있었다.
"허, 그 녀석도 참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걷어차 낸 이불을 다시 덮어 준 송현은 등잔불을 켜고 탁자에 앉았다. 낮에 상점에서 얻은 족자를 조심스럽게 펼치니 예사롭지 않은 서화가 나타났다.
"내가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보통 화가가 그린 그림은 아니다. 정말 수려하다 못해 보는 이의 눈을 기쁘게 해 주는 그림이야."
병풍처럼 둘러쳐진 거대한 산 아래 인생을 달관한 듯한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흠, 뭐지 이 왼편의 얼룩 같은 것은?"
송현은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연못가의 얼룩을 살펴보기 위해 등잔불 가까이 가져갔다.
"앗!"
까무러치게 놀란 송현은 하마터면 족자를 떨어뜨릴 뻔 했다.
갑자기 그림 위에 글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노, 놀라워!"
송현은 그림이 불에 타지 않도록 조심하며 등잔불에 비추었다.
한참 동안 정성을 들인 끝에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을 모두 찾아냈다.
그것은 이백(李白)의 시 한 편이었다.
我携一樽酒(아휴일준주)
나는 술 한 통을 가지고,
獨上江祖石(독상강조석)
홀로 강조석에 올랐네.
自從天地開(자종천지개)
천지가 열린 아래로,
更長幾千石(경장기천석)
몇 천 개의 바위가 다시 생겨났네.
擧杯向天笑(거배향천소)
술잔을 들어 하늘을 향해 웃으니,
天回日南照(천회일남조)
하늘은 햇살을 서쪽으로 비춰 주는구나.
永望坐此臺(영망좌차대)
이 조어대에 올라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寄語山中人(기어산중인)
산중인에게 말을 건네면,
可與爾同調(가여이동조)
당신도 함께 어울릴 수 있을 텐데.
송현의 코끝이 움찔거렸다.
코를 찡그리는 버릇은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것이었다. 입술까지 깨물며 그림을 살펴보는 송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건 이백의 그 유명한 조어시(釣魚詩)인데 글을 아는 이라면 다 아는 시를 숨기기 위해 이런 수고를 했을 리는 없을 텐데 ‥‥‥?"
송현은 혹시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을지 몰라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고 얼룩 속에서 나타난 이백의 시구도 자세히 살폈지만 도통 오리무중이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림 족자에서 비밀을 발견했을 때는 좋았지만 또 다시 어려운 수수께끼에 빠지자 송현의 호기심이 불타올랐다.
"전해지는 고사를 보면 두보와 달리 이백은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 속의 강태공은 너무나 즐거워 보이지 않은가?"
한번 타오른 송현의 호기심은 밤이 깊어 가도록 지칠 줄 몰랐다.
강한햇살이 얼굴을 비추자 송현은 인상을 쓰면서 일어났다. 왕백이 따스한 차를 건네자 차를 마시며 잠을 쫓았다.
"음 좋구나!"
눈을 감은 채 값싼 객잔의 차에 감동한 송현에게 왕백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송현 학사님도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그렇게 밤새다 가는 입 돌아갑니다."
"나 아직 젊다!"
"자고로 건강은 함부로 자신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송현은 자신은 무극무해를 익혔기에 무병장수할 것이 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왕백이 이해하지도 못할 것을 괜히 꺼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백아, 너 혹시 낚시 좋아하느냐?“
송현이 입을 의복을 정리하던 왕백은 눈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황궁에 메인 몸이 낚시를 어찌 압니까? 막여위께서 낚시 이야기 종종 꺼내시던데요."
"막여위가?"
두 사람은 황궁을 떠난 지 꽤 되었건만 아직도 황궁에서의 호칭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송현은 왕백의 말을 듣자마자 뛰쳐나갔다. 이미 그러리라고 예상한 왕백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제 마시장에서 말을 고르느라 기운을 뺀 막여위가 늦은 아침을 들려는 순간 송현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자 막여위의 표정이 볼 만했다.
"밥 좀 먹읍시다."
쌀쌀한 태도에 조금 미안해할 만도 하려만 송현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말이오, 강태공들은 대개 물가에 있을 때 그 마음이 어떠하오?“
송현의 표정이 절박해 보이자 막여위는 입 안에 든 음식을 서너 번 씹지도 않고 삼켰다. "글쎄‥‥‥ 강태공의 마음이라‥‥‥ 그야 강태공의 처지에 따라 다르지."
"처지?“
송현이 이해를 하지 못하자 막여위는 '껄껄' 웃었다.
"자, 들어보오, 식구들의 생계가 낚싯대에 걸린 촌부는 절박할 것이오. 하릴없는 한량이라면 태평할 것이고 진정으로 낚시를 즐기는 이라면 세월을 낚는 그 마음이야 오죽 즐겁겠소?"
막여위의 거침없는 대답에 송현은 절로 무릎을 쳤다.
"옳거니! 그 말 한번 참으로 멋지구료."
대학사에게 칭찬을 받으니 막여위는 기분이 좋았다.
"자고로 강태공 중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으니 송 학사도 낚시를 즐길 셈이오?"
막여위가 기름진 음식의 느끼한 맛을 덜어 내기 위해 차를 마시자 송현은 그림 속에서 나타난 이백의 시를 읊어 주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막여위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흠, 아무리 들어도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지은 시 같지는 않소."
"역시 나와 생각이 같군."
송현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원문에는 '서쪽을 향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수묵화를 그린 사람은 서쪽을 남쪽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그 이유가 뭐겠소?“
이야기가 깊어지자 막여위도 젓가락을 놓고 팔짱을 끼었다.
“남쪽이라‥‥‥.”
막여위가 인상을 쓰며 기억 속을 더듬자 송현이 시를 풀이했다.
"하늘이 열리는 곳에 천 개의 바위가 있다."
뜻풀이를 해 놓으니 평범했던 시가 왠지 비밀이 숨어 있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
송현은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알 수가 없자 답답했다.
"어? 그러고 보니, 이 그림이 좀 이상하구만."
차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던 막여위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툭툭' 쳤다.
"이 강태공은 낚싯대를 드리고 있는 곳이 물가가 아닌 것 같아."
"뭐라고?“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막여위가 지적하자 송현은 깜짝 놀라 그림을 다시 보았다.
"어, 정말 그렇구나."
처음에는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웠다고 생각했는데 얼룩이 없어지고 글씨가 나오면서 뒤에 숨어 있던 배경이 드러났다.
그러자 호수라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절벽으로 변해 버렸다.
"이상한 화가로군. 절벽 아래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이라니, 이 사람 좀 이상한 사람 아닐까?"
막여위가 말도 안 되는 그림이라며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했지만 송현은 자꾸만 그림이 뭔가를 말하려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다들 뭐 하는 거야?"
아침 일찍 일어나 수련을 했던 영호인이 들어오며 아는 체를 하자 양명과 왕백도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 바람에 아침 식사의 화제 거리는 당연히 그림이 되었다.
그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아침 식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흘러 그림에 관심이 없어진 일행이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자, 송현은 그들을 뒤로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고향 위남(渭南)은 강태공의 조어대가 이웃해 있는 위수(渭水)가 흐르는 곳이고, 그가 살던 강주(江州)는 낚시하기 좋은 곳이다. 아마도 그의 조어시는 이곳에서 지어졌을 것이다. 자사로 있던 항주와 소주는 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특히 항주의 서호(西湖)는 이백이 자사로 있으면서 서호의 제방을 쌓았기에 백제(白堤)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물과 가까이 생활을 하였다.
"흐음, 어쨌든 강태공이 있으니 물이 있는 곳이라는 건 틀림없다는 건데‥‥‥ 상상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보고 그린 그림이다."
왕백이 혼자 중얼거리는 송현에게 교자를 건네다 실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기름진 교자가 그림 위로 떨어지자 깜짝 놀란 왕백이 얼른 집어 들었지만 뜨거운 음식 때문인지 아니면 그림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기름 범벅이 된 자리가 들뜨게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송현이 아끼는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한 왕백이 미안한 마음에 얼른 그곳을 소매로 닦자 더 얼룩이 졌다.
“헉, 이걸 어째?”
울상이 된 왕백이 옆에 있던 식탁을 치우던 점소이의 물행주를 집어 닦아 내었다.
"안 돼!"
기겁을 한 송현이 소리를 질렀지만 왕백의 손길은 이미 그림 위를 지나간 다음이었다. 왕백도 깜짝 놀라 움찔거렸지만 이미 물기가 그림에 닿은 후였다.
"가만있어 봐. 뭐 또 글씨가 나타나는데?"
그때, 영호인이 그림에 변화가 생긴 걸 제일 먼저 눈치 채고 소리를 질렀다.
왕백을 나무라던 송현이 얼른 그림을 들어 살폈다.
"혜‥‥‥ 안견진(彗眼見眞)?“
혜안견진, '지혜로운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흐릿한 글자를 겨우 알아본 송현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남쪽‥‥‥ 천 개의 바위‥‥‥ 하늘이 열리는 곳‥‥‥ 절벽에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 아!'
송현은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었다. 그런 송현을 다들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우리 여행의 종착지를 결정했다!"
송현이 벌떡 일어나소리치니 모두가 놀랐다.
"그게 어딘데요?"
아침부터 송현에게 핀잔을 들은 터라 기분이 좋지 않은 왕백이 뚱한 얼굴로 대꾸하자 송현은 그런 왕백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 버렸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下有消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많이 들뜬 송현의 결정에 일행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항주(杭州)로 가자는 거로군."
왕백이 어딘지 몰라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자 막여위가 껄껄 웃어 댔다.
"아, 이놈아 천하제일미녀는 항주 소녀라는 말도 못 들어 봤느냐?"
막여위가 내심 즐거워하자 왕백의 눈도 게슴츠레해졌다.
"오오, 그렇습니까?"
왕백과 막여위의 눈이 게슴츠레해지자 영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下有消杭), '하늘에는 극락이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라는 건가?"
양명은 가본 적이 있는지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그러나 송현의 말은 다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에 들려야만 하는 곳이 있어."
항주까지도 꽤 먼 길인데 다시 어디를 들려야 한다고 말하자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했다. 송현은 어려운 말인 듯 잠시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사주위(沙州衛)에 반드시 가야 해!"
사주위(沙州衛)라는 말에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막을 건너자는 이야기야?"
"응, 꼭 가야 해!"
항주를 간다는 말에 희희낙락하던 일행들의 표정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송현은 절대 양보 못한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었기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송현의 고집에 두 손을 든 일행들이 모두 뜻을 같이하자 송현은 크게 기뻐했다. 난주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그렇게 보낸 일행은 다음 날부터 머나먼 여정을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황색사막에서 몰아치는 거친 바람을 뚫고 몇 달이 걸려서 만리장성의 성곽도시인 가욕관(嘉欲關)의 성채에 도착한 일행은 긴 여행에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돈황의 오아시스를 찾았다.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천막들을 무시하고 지나쳐 언덕 아래로 향하기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들었다.
얼굴을 가렸던 천을 벗겨 내니 사막의 흔적이 흘러내렸다.
"으‥‥‥ 입속에 모래가 아직도 있는 것 같아요."
뽀얗고 윤기 흐르던 왕백의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입술은 메말라 갈려져 있었다.
여행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얼굴 가리개를 내리고 바닥에 침을 뱉으려 했지만 이미 입안이 말라 버려서 헛구역질만 하고 말았다.
사주위(沙州衛)!
일명 돈황(敦煌)으로 불리는 서역 땅으로 감숙성 서부에 있는 감숙성 사막 내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이다.
일 년 내내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매우 건조한 기후여서 일행들은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 핏기가 없어 보였다.
더구나 무공을 익히지 않은 왕백에게 사막 여행은 큰 시련이었다.
송현이 무극무해의 기운을 빌어 주지 않았다면 결코 사막을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 들어서니 백양나무의 푸른 잎이 거친 사막 건너온 나그네들을 반겼다.
"명사산 아래에 우리의 목적지가 있으니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묶어 가도록 하지."
일행들에게 휴식이 필요함을 느낀 영호인이 송현을 바라보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아시스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사람이 사는 흔적들이 나타났다.
드넓은 옥수수, 보리, 목화밭과 집들이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
숙소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자 사막 복장을 한 아이들 이 일행의 말고삐를 당기며 요란하게 소리쳤다.
"아이고, 이 녀석들아! 도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니?“
왕백이 낯선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리자 송현이 웃으며 통역해 주었다.
"이 아이들은 이곳 객잔에서 일하는 아이들이다. 서로 자기들 객잔이 최고라고 하는구나." "아!"
왕백은 그제야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신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거나 차이가 나도 그리 많이 나는 또래가 아니었다. 대부분 몸이 성치 않은 아이들이었다.
"겨우 내 또래인데‥‥‥."
왕백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자 막여위가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곳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대부분 전쟁으로 부모를 잃거나 몸을 다친 아이들이 밥벌이를 위해서 일하는 게지."
"그렇군요."
마음이 편치 않은 왕백은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가리개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송현이 그중 하나와 말 위 에서 고개를 숙여 이야기했다.
"하하하, 고 녀석 말 한번 잘하는구나. 어디 네 말대로 돈황 최고의 객잔인지 한번 가 보자꾸나."
송현은 목발을 짚은 외다리 소년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년에게 앞장서라고 했다. 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목발로 소년은 능숙하게 객잔을 향해 갔다.
중원의 일반 객잔과는 다른 형태의 객잔이었다. 높이가 낮은 언덕 아래에 파묻힌 특이한 건물이었다. 사막의 모래 폭풍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돈황반점이라고 간판을 내건 건물에 도착하니 점소이가 뛰어나와 얼른 말고삐를 받았다. 말에서 내린 송현이 외발 소년의 손에 동전 몇 푼을 쥐어주자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는다. 그 미소를 보자 왕백도 겨우 굳은 얼굴이 풀어졌다.
점소이보고 말에게 충분히 먹이를 주라고 이른 후 안으로 들어서니 훈훈한 열기가 거친 사막에 지친 나그네들을 품어 주었다. 장시간 동안 말안장 위에서 혹사당한 허리가 의자에 닿자 비명을 질렀다.
"하아!"
모두들 뻣뻣해진 허리를 등받이에 대는 순간 신음을 내질렀다. 익숙한 솜씨의 점소이가 양젖을 내오자 모두들 갈증을 풀기 위해 말없이 들이켰다.
시간이 흘러 지친 몸을 풀어 준 일행들은 돈황의 별미인 보쌈으로 배를 채웠다.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한창 주린 배를 채우는 와중에 객잔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열린 문으로 모래 바람이 들어오자 음식을 망쳐 버렸다.
오아시스의 객잔에서는 반드시 바깥문을 닫은 다음에 안쪽 문을 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들이닥친 무뢰한들에게 그런 예의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두툼한 가죽옷에 담비 모자를 쓴 건장한 사내들이 문을 가로 막고 서자 객잔의 식당이 조용해졌다. 거친 사막에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하나같이 얼굴이 험악했다.
그러나 한 성질 하기로 서러운 이가 객잔 안에 또 하나 있었다.
"이런 젠장할! 어느 놈들이 어르신 식사하는데 방해하는 거야?"
주린 배를 채우려던 막여위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핑!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 섬뜩한 기운이 날아왔다.
텅!
부르르!
막여위와 영호인이 검집에서 검을 반쯤 꺼내려는 찰나, 쇠로 만든 철시(鐵矢)가 막여위의 미간 한 치 앞에서 멈췄다. 송현의 손에 잡힌 철시는 용트림하듯 떨었다.
그와 동시에 객잔의 식당에 있는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며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매부리코에 누런 피부를 가긴 그들은 키는 크지 않았지만 아주 강인해 보였다.
모두 어깨에 커다란 궁(弓)을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시위에 철시를 재우고 송현 일행을 겨누고 있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궁을 꺼내어 시위에 화살을 재우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넋을 잃을 정도였다.
손에 잡힌 철시를 확인한 송현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이 무슨 무례지?"
송현이 나서자 사냥꾼 무리가 동요했다.
철시를 손으로 잡아 낸 송현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낀 모양이었다.
게다가 한족이 삼묘족의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자 서로 눈치를 보았다.
"결례는 그쪽에서 먼저 했소."
저쪽에서 지지 않고 대꾸하자 송현의 미간이 더욱 좁아 졌다.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망친 건 당신들이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대들은 보기 흉한 꼴을 당하게 될 꺼야."
대화의 내용은 몰랐지만 송현의 표정으로 분위기를 읽은 영호인 등이 검을 뽑고 투기를 드러냈다. 금의위 출신의 교위들이었다. 십 수 년 동안 검을 익힌 이들의 검투가 실내의 공기를 옭죄었다.
상대의 기세가 자신들을 압도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모두가 머리에 반월도를 찬 남자를 쳐다보았다.
"사‥‥‥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오. 우리는 이만 가보겠소."
가타부타 사과 한마디 없이 그들은 객잔을 떠났다.
"아니, 저것들이 이대로 가겠다는 거of'
죽을 뻔했던 막여위가 분노하여 뛰쳐나가려 하자 송현이 붙잡았다.
"안 돼! 참아!"
막여위가 만류하는 송현에게 화를 내려다. 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깨에 힘을 뺏다.
"어떻게 된 거지?“
영호인도 눈으로 따라가지 못한 철시를 잡아 낸 송현의 실력에 크게 놀랐던 터였다.
“그냥 눈에 보여서 잡았을 뿐인데, 아직은 힘을 분배하는 법을 몰라서 좀 서툴렀나 봐." 송현의 말대로 철시가 구부러져 있는데 손바닥이 찢어진 걸로 보아 힘의 완급 조절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어쨌든 위기의 순간이 닥치며 본능적으로 그 힘이 발휘된다는 건 확인한 셈이군."
영호인의 말이 옳음이 증명되자 송현은 무극무해의 다음 편을 익혀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시타르가 머릿속에 각인해 준 무공의 원리와 이론을 몸을 펼치기 위해서는 흔히들 말하는 내공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극무해를 익힌 송현은 일반적인 내공이 아니라 특별한 힘을 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송현의 힘을 절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막여위, 좀 참아. 밖에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 막은 거니까."
"송현 학사의 말이 맞아, 인기척이 많았어!"
영호인도 막여위에게 참을 것을 종요하자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벽을 주먹으로 쳤다. "도대체 저것들은 뭐야?"
막여위가 엉망이 된 객잔 바닥의 음식들을 보며 아쉬워하자 송현은 손바닥의 상처를 헝겊으로 묶으며 구부러진 철시를 들어 보였다.
"삼묘족들이네."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돈황은 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삼묘족은 그중에서도 가장 숫자도 많고 호전적이어서 돈황의 주민들은 그들을 두려워하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내일 우리의 여정에 방해가 되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송현은 어두운 밤 밖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는 횃불들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